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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2010 Tagged with , , , , , , , , 4 Responses

정부 홍보 문건 유출: 놀라는 기자들이 더 재미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4일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홍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을 정권홍보 도구로 활용하는 내용의 문건이 폭로됐는데도 공식 언급은 없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견해를 밝힌 셈이다. 청와대 인식은 “당연한 일”이라는 네 글자가 상징한다. 청와대 홍보 문건에 담긴 내용보다 놀라운 상황은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와대 모습 그 자체이다. [미디어오늘]

 

사실 기자들을 가장 많이 이해하는 사람들은 홍보인들이다. 그런데 홍보인들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그렇게 깊이 알지 못하는 것 같을 때가 있어서 놀랄 때가 많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의 답변은 바로 홍보 담당자들의 사고방식이다. 또 그 뒤를 잇는 기자의 논평이 바로 홍보인들의 업무를 바라보는 기자들의 시각이다.

 

기자와 저녁식사 한번을 해도 제대로 된 홍보담당자들은 계획을 세운다. 그냥 사적으로 전화 걸어 지나가다 홍어삼합을 한 접시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몇 만 원짜리 접대비를 그 다음날 임원에게 결재 올릴 때도 왜 그 식사와 소주한잔 값을 냈는지 논리를 만들어야 하고, 효과를 설명해야 한다.

 

기자간담회를 위해 홍보담당자들이 얼마나 많은 문서작업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논리와 메시지들을 만들고 부수고 그리고 브리핑해야 하는지 기자들은 정확히 모른다. 프레스투어 한번을 위해 총 몇 시간을 투자하면서 준비작업을 하는지 잘 모른다.

 

사기업이 한번의 기자미팅과 기자간담회 그리고 프레스투어를 진행할 때도 그렇게 오랜 기간과 준비 그리고 전략과 프로그램안들이 쏟아져야 하는데국가 정책이야 오죽하랴.

 

정치적으로 그 홍보문건이 어쨌건홍보담당자는 홍보담당자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기업의 홍보담당자들도 그렇게 하고, 심지어 NGO나 바티칸 같은 종교 홍보담당자들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

 

출입기자들을 정권홍보 도구로 사용한다는 표현 또한 재미있다. 자신들이 그렇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Feasibility가 없는데 어떻게 그런 전략과 프로그램들이 나올 수 있냐는 의미다. 정치적인 해석을 떠나서 말이다

 

P.S. 항상 정부기관들로부터 유출되는 내부홍보문건들의 내용을 보면 별반 색다른 것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들과 어프로치뿐이다. 이에 대해 매번 신기롭다는 듯 놀라는 기자들이 더 재미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