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기업과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를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본적으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다르다. 기업의 이슈관리와 연예인의 이슈관리도 다르고, 각각의 위기관리 또한 그 성격과 방식은 많이 다르다. 단순 설명하면 이슈관리 때에는 이슈관리 주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위기관리 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잘만 관리하면 소위 말하는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곧 위기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기관리는 그와 반대다. 위기관리 주체에게 가용한 선택지의 다양성이 적다. 해야 하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뼈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과 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잘해도 본전이다. 본전 건지기라도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회사나 자신이 망한다. 또는 망하는 계기가 조성된다. 위기관리를 잘하면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는 실제 위기관리에 적용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경쟁사에게 오히려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최근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에서 셀럽의 위치에 있는 연예인들이 개인적 이슈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몇 년 전 미투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학폭(학교 폭력)이 주된 프레임이다. 가끔 연예인 또는 유명인에 관련한 이슈관리 서비스 의뢰가 들어오는데, 기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배경 상, 유명인 개인의 이슈관리 요청은 가급적 응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는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또 어떤 점들이 유사할까? 왜 기업의 대응 방식을 연예인이 따라하면 안 될까? 반대로 왜 기업은 연예인의 대응 방식을 따라하면 위험할까? 그들 간의 차이와 유사점들을 정리해 본다.
맷집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명성(reputation)을 방어하기 위해 이슈 및 위기관리를 한다. 이슈나 위기로 인한 사업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지니스 연속성을 지켜 나가기 위함은 기본이다. 반면, 연예인은 이미지(image)를 방어하기 위해 이슈 및 위기관리를 한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기존 활동을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것은 기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슈나 위기 시 기업의 명성은 ‘금이 가거나’ 또는 ‘(일부)손상 받는’데 비해, 연예인의 이미지는 ‘깨지거나’ 또는 ‘사라진다.’
기업의 명성은 성과 같아서 일부가 무너지고, 부식이나 침식이 되는 고통을 겪어도 완전하게 무너져 내려 가루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거울과 같아서 한번의 충격에도 산산조각이 나곤 한다. 유사한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연예인간에 맷집의 차이는 이 때문이다.
대응 속도가 다르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이나 연예인은 공히 신속하게 대응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연예인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보다 훨씬 길고 소모적이다. 당연히 기업의 물리적 대응 시점이 연예인의 대응 시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늦다.
하지만, 기업은 대부분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의사결정 하는 반면, 연예인은 ‘반응’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대응과 반응은 다르다. 대응은 다양한 상황분석과 로드맵을 숙고한 채 상당한 변수를 통제하려는 실행 방식이다. 반응은 자극에 대한 반사적 실행이다. 당연히 숙고의 과정과 변수 통제의 개념이 적다. 공히 속도는 중요하지만, 항상 빠르기만 한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다양성이 다르다
기업이나 연예인은 공히 상시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연예인의 경우에는 팬)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자사 또는 자신을 담당하는 기자그룹도 존재한다. 기업은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기존의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단순 사과 보도자료로만 그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연예인은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단순화한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채널을 선택한다. 연예인들이 이슈나 위기관리 방식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 편지를 올린다 거나, 몇 줄 메모를 게시하는 방식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 외 동일 건으로 언론을 활용해 재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는 않는다. 이는 각자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지만, 상당한 다름이다.
레토릭이 다르다
기업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레토릭을 구사할 수 있다. 사과, 해명, 반박, 무시와 같이 레토릭 전략을 대별할 수 있지만, 그 각각에도 다양한 세부 레토릭이 존재한다. 이는 기업 이슈와 위기의 특성 상 상황과 변수들이 다르고, 대상들이 다양하고, 변수가 연예인 개인보다는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레토릭이 구조화 다양화된 것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 공통적 레토릭은 단순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많은 것이 사과다. 일부 해명이나 반박도 존재하지만 주를 이루는 연예인의 레토릭은 사과다. 한방에 깨져 버릴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이미지를 재빨리 방어해야 하다 보니, 사과는 거의 필수가 되었다. 사과의 형식 또한 기업의 사과와는 수위와 진정성이 달리 표현된다. 최근 케이스를 보면 연예인들의 사과문은 길고 길다. 사과문이 길면 길수록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기업과 다른 점이다.
피해 상대의 범위가 다르다
어떤 이슈나 위기의 경우이든 그로 인해 피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생겨난다. 기업의 이슈나 위기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의 범위와 다양성은 거대하다. 제품하자의 경우만 해도 직접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수는 상당하다. 사건이나 사고의 경우에도 이해관계자의 범위는 연예인의 그것에 비해 크다.
연예인의 이슈나 위기는 기본적으로 연예인 개인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피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이해관계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물론 관심 없던 공중이나, 너무 관심이 많은 팬들까지를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직접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대상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이 곧 전부 이해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 상대인 이해관계자 규모나 다양성이 적다는 의미는 그들에 대한 원점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는 의미와 통한다. 연예인들이 상대를 찾아가 사과하고, 만나 해명하고, 개인적 관리를 시도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기업은 그런 원점관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 그룹의 성격이 다르다
기업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집단적 의사결정을 시도한다. 개인기에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 팀, 위원회, 카운슬과 같은 의사결정 그룹이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더 나은 대응 전략과 방식을 모색한다. 외부 조력 그룹과의 협업도 흔한 일이다.
그에 비해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의사결정을 한다. 일부 기획사 담당 직원들에게 지원을 받거나, 변호사 조력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연예인의 판단과 생각이 주다. 즉, 연예인이 이슈나 위기의 발화점이며, 대응 전략과 방식의 결정 주체이며, 이슈나 위기관리의 실행자다. 기업은 집단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반면, 연예인은 개인기를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다르다.
이슈의 복잡성이 다르다
당연히 기업 이슈가 개인인 연예인 이슈 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성격을 띤다. 단순 의사결정에도 매우 다양한 전제와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 기업 이슈다. 일단 이해관계자 범위와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하나 하나에도 그에 대한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외부 경쟁이나 투자, 규제 등의 변수는 물론이다.
연예인의 경우 발생된 이슈의 성격은 대부분 단순하다. 법적 책임이 있는 이슈,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이슈, 사소한 해프닝 등으로 대별 가능하다. 일단 어떤 이슈가 발생하던, 연예인으로서 지속 활동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응은 기본이다. 이슈가 단순하기 때문에,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도 일견 단순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대부분 정답이 있는 이슈라는 의미다. 기업 이슈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대응 옵션이 다르다
사과 주체의 옵션만 해도 그렇다. 기업에서는 일부 상황에 따라 담당팀의 사과로도 대응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담당 임원도 가능하다. 대표나 오너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대응에 있어 단계가 존재한다. 상황의 중대성에 비추어 옵션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연예인의 경우에는 혼자 뿐이다. 일부 기획사에서 대리 사과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사과의 주체는 해당 연예인이다. 문제는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다. 연예인이 다시 사과를 반복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자회견을 해서 큰 불을 꺼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대응 단계와 옵션이 상당히 단순하다. 연예인이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방지, 완화 가능성이 다르다
기업은 구성원이 매우 많고 다양하다. 그들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의 유형이나 빈도도 많다. 사전 방지나 완화 같은 경우에도 스스로 통제하려 애쓰지만, 완전하게 통제 가능한 부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기업관련 부정 이슈 발생 시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는데, 직원들이 참여한 블라인드에서는 회사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 퉁제 가능한 부분이 사라지며, 통제 불가능성은 극대화되고 있다.
반면 연예인의 경우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하기만 하면 이슈나 위기의 발생을 방지 또는 완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소속 연예인의 음주운전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연예기획사도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까봐, 소속 연예인들의 유흥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 스스로 준법하고, 스스로 주변을 사리면 상당한 이슈나 위기는 방지되고 완화될 수 있다. 깨지기 쉽지만, 이미지를 유지하기도 어찌 보면 쉽다.
관리 주체의 연속성이 다르다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계속 바뀐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원들도 몇 년마다 바뀐다. 대표도 마찬가지다. 자사 위기관리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경험했던 자사 위기를 실제 깊이 알고 있는 임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가 매번 새로울 수 있다. 지난 케이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가 사라져 그 다음 케이스에서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연예인의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경험한 이슈나 위기에 대한 스스로의 깨달음이 지속된다. 장기간 동안 다양한 이슈를 경험해 본 연예인은 백전노장의 모습을 띤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문제는 그런 자만심이 더 심각한 이슈나 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서 만드는 연예인들이 그런 류다.
예산이 다르다
위기관리는 예산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이슈나 위기관리에 할당되는 예산은 연예인의 그것보다는 상대적으로 크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어프로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은 일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이나 시민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은 필수다.
연예인은 사실 개인이다.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자신과 관련된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쏟아 부을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다. 가장 큰 위기관리 예산은 아마 로펌 비용일 것이다. 대형 로펌을 고용하는 스타들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을 활용한다. 기획사가 위기관리를 지휘해도 내부 인력들을 활용하여 대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예산의 다름은 이슈 및 위기관리 품질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외 기업과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유사점도 몇 가지 된다. 일단 기업이나 연예인 공히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부터의 훈수가 많다는 것은 유사하다. 일종의 비선라인이 존재하여 대응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비슷한다. 구체적 상황정보가 내부에 공유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기업이나 개인 공히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숨김이나 선택적 공유가 대응 방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업 VIP 이슈관리는 스타급 연예인 이슈관리와 성향이 비슷하다. 초기 대응방식에 성패가 갈린다는 것도 비슷하다. 책임자가 물러나면 일단 해결된다는 점도 그렇다.
기업과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비교하며 차이점과 유사점을 나열한 이유는 실무적 혼동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절대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연예인도 기업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모방하다 보면 위험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종교인은 종교인 대로 자신에게 맞는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이 있다. 그간에 기준 없는 혼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