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월 122009 Tagged with , , , 2 Responses

All or Nothing…그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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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하우스 시절도 그랬지만, 인하우스들은 외부로 자사의 Vulnerability들을 오픈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항상 대부분은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키메시지로 자신들의 Vulnerability를 커버한다.

이러한 포지션은 외부 코치들에게는 하나의 큰 장벽으로 작용 한다. 코칭을 의뢰한 인하우스가 테이블 위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 그대로의 시스템 자산들을 올려 놓고 보여주면서 토론을 진행해야 하는 데 그게 여의치가 않기 때문이다.

코칭을 의뢰하는 기업의 인하우스 분들과 마주 앉아서 위와 같은 체크 리스트를 가지고 하나 하나 보유 여부를 물어 보면 일부를 빼고는 거의 다 가지고 계시다 답변들을 하신다. 그런 답변을 믿고 코칭을 시작하면 얼마 안가 초입에서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서로를 보게된다.

기존에 무엇을 어떻게 보유하고 운영하고 진행하고 계신지를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야 그 다음 보완 및 수정, 강화 작업들이 개시될 수 있고, 시간과 노력과 예산이 절약 된다. 일부에서는 나름대로 스스로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평가하시고 코치들을 불러 ‘이런 저런 부분만 제공해 달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그럴 때에도 코치들은 할 수 없이 하나 하나 다시 확인 작업을 거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실제 위기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은 위의 유형 자산들을 사례와 시기에 따라 적절하게 섞어 cocktail을 만드는 일종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한번 시간을 내어 위의 체크 리스트를 하나 하나 점검해 보자. 보유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무형 자산들은 제외하고 유형자산들만 점검해 보자)

점검 결과가 나왔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All or Nothing.

이는 빠진 부분을 빨리 채워 넣어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추어 진다는 뜻이다. 시스템이 갖추어 져야 그나마 제대로 된 실행이 가능한 법이다. 시스템 없이 기술로 승부하는 위기관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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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P를 마치면서…

작년말 부터 3주간 주말 하루 8시간씩 CCP(Coaching Coaches Program)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PR AE를 클라이언트에게 Crisis Communication Coach를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Coach로 양성’하는 것에 있었다.

총 12명의 시니어 AE들이 주말을 포기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었고, 매주말 그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각 AE들의 케이스 분석들과 토론을 위한 Real Case들이 수십개 이상 공유되고 토론 되고 그를 통해 수없이 많은 insight들을 나누었다.

Crisis Communication Coaching Skill을 중심으로 Media Training 기획, 설계, 진행, 평가 및 보고 프로세스에 대해 공유를 했고, Crisis Manegement Simulation을 중심으로 기업 위기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전반을 분석하고 토론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12명의 시니어 AE들이 각자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이제 나름대로의 자신감과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기회가 앞으로 2-3년을 더 투자하면 더욱 품질 높은 crisis communication coaching이 가능해 질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들에게 있어 Crisis communication이라는 것이 리테이너 서비스내에서 소화해야 하는 과외 업무 또는 단순 문서 작업이 아니라, 코칭의 주제이며, 진단의 소재이며, 평가의 대상이며, 부가가치의 원천이라는 개념을 공유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들이 에이전시에 있거나 인하우스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거나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서비스하는 회사와 속해 있는 회사를 위해 항상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고, 인정받는 진정한 코치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어제 저녁 E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명의‘를 보면서 이번주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신 경북대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교수께서 말씀해 주신 몇개의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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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주간 CCP를 진행하면서 12명의 시니어 AE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말을 김교수님께서 해 주시는 것이다.

옳게 배워서 옳게 실행하는 Crisis Communication Coach들을 많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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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Online Media

The Online Media from RealWire on Vimeo.

진짜 알기쉽게 아주 잘 만든 메시지다. 온라인 미디어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사람들도 잠깐 동안 이 메시지만 보면 개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perfect message to stick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공들인 메시지들이 없을까…나 스스로 반성.

1월 092009 Tagged with , , , 4 Responses

이상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중국 상하이차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는 쌍용차에 대해 9일 법정관리를 신청, 사실상 경영을 포기하면서 이 문제가 한중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외교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상하이차의 2004년 10월 쌍용차 인수는 중국이 한국에 투자한 대표적 사례로,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은 한.중 통상교류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상하이차의 쌍용차 투자는 지금까지
중국이 한국에 투자한 액수의 30%에 해당되며 상징성도 엄청나다”면서 “쌍용차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의 한국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쌍용차 사례에서 위기관리 주체는 누굴까? 한국의 쌍용차인가? 중국의 상하이차인가? 당연히 상하이차다. 중국의 상하이차가 글로벌 회사라고는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그 정도 수준이 안되는 것 같다. 분명히 미국회사였다면 이번 쌍용차 같은 사례에서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했을 텐데…유효한 메시지가 없다.

기자들은 애국심으로 상하이차를 상당부분 압박하고 있는데 (물론 이것이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불필요하게 나오는 추측들과 주장들을 적절하게 상하이차가 관리하고 있는 듯 보이지는 않는다.

쌍용차측이야 대표이사께서도 물러나는 처지에 한국 사업부 홍보임원들에게는 무슨 말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겠다. (상당히 이쪽에서 내공들을 쌓으신 분들로 알고 있는데 침묵하시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사실 상하이차에서 이 이슈를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향후 상하이차의 중장기 세계 전략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섣부르게는 안되겠다.

예전 66년 일본의 토요타가 한국시장에서 신진자동차와 합작으로 코로나등을 가지고 진출했다가 중국시장이 커짐에 따라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철수 했던 적이 있었다. 2001년 한국시장에서 토요타가 렉서스를 내세워 다시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토요타가 내심 고민했던 사항이 70년대 일방적 시장 철수의 역사였다. 당시에는 한국시장이 그렇고 그런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진거다.

상하이차는 그보다 훨씬 이슈가 심각하다. 한국시장에 공장을 버려두고 가는거고, 직원들 수천명을 나몰라라 해버리는 것이다. 일부기자들의 주장과 같이 핵심기술에 대한 의혹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상하이차의 메시지는 없다. (최소한 전달되어 효력을 발휘하는 메시지가 없다)

비지니스는 있고, 자금의 흐름은 있고, 정치적인 논란도 있고, 국민 정서에 대한 파급이 있는데, 메시지만 없다. 상하이차는 그 정도 수준이다.

 

1월 092009 Tagged with 0 Responses

좋아해야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실무자들에게…기업들에게…질문.

먼저 상대를 좋아해야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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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좋아해야 (최소한 싫어하거나, 불편하지 않아야) 미디어 릴레이션이 된다. 기자도 기업의 홍보담당자를 일단 좋아해야 일이 된다.

매번 만나야 하는 정부 담당자가 불편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될리가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해당 공무원이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를 쳐다보기도 싫으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일단 상대를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냥 무조건 커뮤니케이션 하라고 하면 될리가 없다.

키작고 뚱뚱하며 대머리에 흉한 얼굴의 40대 총각을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20대 초반 여성의 마음을 상상해 보자.

그런 억지 춘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리가 있나. 진정성(authenticity)의 문제다.

이해관계자들을 기업이 진정으로 좋아해야 관심이 가고, 그들을 care해야 한다는 동기가 생기고, 실천이 되고,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거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기업이 진정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좋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R이나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진짜 기자를 좋아하나?

진짜 환경단체를 존경하고 있나?

진짜 소비자들을 사랑하나?

진짜 그런가? 진짜?

1월 09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커뮤니케이션 민감성과 CEO

보통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출근을 하는 데 오늘 아침에는 시간이 약간 늦어 두정거장을 버스를 탔다. 붐비는 버스 안에서 내 앞에 서있던 한 여성승객은 출근차림에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읽고 있다. 어깨 넘어로 책 본문을 보니 ‘공중관계(PR)’이라고 제목이 되어 있다. 호의형성…언론관계…뉴스릴리즈…이런 단어들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을 보니 아마 홍보팀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분같다.

그 책에 써있던 공중들과의 호의형성…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됬다.

“기업들이…아니 더 정확하게 CEO들은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마음이 있을까?”

경험상 사람들이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출해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간이 나면 혼자 방안에 앉아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블로그 같은 것을 오픈해서 매일 매일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남이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기분나빠 하면서 블로그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즉, 기업들도 모든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특히 CEO분들에게 “왜 내가 그 공격적이고 비이성적(?)인 환경단체랑 웃으면서 이야기 해야 하는거야?”하는 마음속 생각이 있다면 NGO 커뮤니케이션이 전사적으로 잘 될리가 없다.

보통 CEO들께서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기 않는 타입들께서는 각개 공중들에 대해 이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 (사실 이런 편견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 않는 건지,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 않기 때문에 이런 편견이 강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기자
그 X들. 맨날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만 들쳐내고, 잘못 보도를 해도 사과는 없고, 아주 무책임하지. 그 X들이랑은 마주 앉아 있는 것도 곤역이야. 문제랑 연결되니 가능하면 섞이지 않는게 차리리 안전하다고 봐. 가끔씩 광고나 캠페인 청탁이라도 들어오면 없는 예산에 그게 무슨 손해야…

정부
꼴통들이지. 비효율적인데다가 관료적이야. 그 저번에 담당사무관 정도가 나에게 전화걸어 거들먹 거리는 것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 잘 못 보이면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그냥 꾸벅거리는 거지. 될 수 있으면 그쪽 사람들과 엮이지 않게 좀 대관업무팀장이 걸러 냈으면 해.

NGO
다 걔네들도 비지니스지. 지네들도 다 알아.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그렇게 큰 문제 없다는 걸 안다구. 그렇다고 우리 제품을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자기네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 아냐. 그러니까 그냥 무조건 미친척하는 거지. 아주 질이 낮아요.

소비자
아니 소비자들 컴플레인이 없는 기업이 어디있어. 소비자들은 잘 해주면 잘해줄수록 불평이 늘게 마련이야. 비정상적인 소비자들은 또 얼마나 많아? 말도 안되는 전화 걸어와서 협박하고, 언론에 제보한다고 하고 말이지. 마음 같아서는 콱 소송이라도 해서 아주 패가망신을 시켜버리고 싶은데…참 신경쓰이지.

직원
회사차원에서는 이정도도 최선을 다해주는 거라고 봐. 공장 가 봐. 애들 다 놀아. 아주 슬슬 걸어다니고, 기계들이 일 다해. 공기 좋은데서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테니스나 치고 팔자 좋지 그정도면. 본사 것들도 마찬가지야. 야근 맨날한다고 해도 일하는 걸 보면 맘에 안들어. 이번에 새로 만든 광고도 좀 봐바. 마케팅 상무를 날리던가 해야지. 개념이 없어.

노조
얘들은 진짜 문제야. 사사건건 관여하고, 지네들이 경영진이야. 이래라 저래라. 차라리 그러면 지네들이 최대 주주가 되던가
말이야. OO공장 노조위원장있지. 그 선수가 가장 문제가 많아. 내가 조사해 보니 주중에 골프도 하고, 밤에는 거의
지역유지행세를 하더만…그 선수 언젠가는 손을 한번 봐야지. 어짜피 중국으로 이전하는 중이니 공장을 닫아 버리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 되겠어.

투자자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아. 말들도 많고 루머도 많고. 아주 관리가 힘들어. 그리고 투자자들이 우리회사에 대해 잘 알고 투자하나? 그냥 여기저기 몰려 다니는 개미같은 인간들 아냐. 주주총회 같은게 제일 싫어. 몇주 가지지도 안은 것들이 총회꾼으로 행세나 해대고. 이번에도 아주 보이지 않게 그 녀석들을 손볼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나?

커뮤니티
공장 주변 마을들에서 목소리 키우는 그 노인정 모임들 말이야. 그런건 공장장이 대충 막걸리하고 돼지고기나 삶어서 가져다 주고 그러면 되지 왜 나보고 신경을 쓰래? 거기 노는 아줌마들 공장 청소나 그런 용역으로 채용 좀 해서 살살 달래줘. 가능한 기존 예산에서 조용하게 관리 좀 하라고…

기타 공중
그냥 욕먹지 않고 조용한게 최고야. 칭찬도 필요 없어. 그 많은 사람들에게 다 칭찬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런다고 비지니스가 잘된다는 근거도 없어. CSR이라는 것도 다 한번 지나가는 경영 Fad야. 예전에는 뭐 좋은 일 안했어? 지금까지 년말마다 양로원에 가져다 준 라면박스만 수백만 박스야. 홍수나면 성금내고, 평화의 댐때 우리가 얼마나 냈었어? 기억나?

이렇게 줄줄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CEO의 편견에 대해 한꺼번에 물어 본적은 없지만, 서로 다른 각 CEO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이해관계자 관점들이 종종 오버랩된다.

이렇게 ‘혐오’스러운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CEO들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동기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싫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커뮤니케이션 할 마음이 없으면 점점더 그 이해관계자에 대한 민감성은 떨어진다.

한마디로 신경을 끄게 되는거다. 가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인 문제를 제기하면…갑작스럽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냥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그대로를 원하기 때문이다.

CEO분들이 ‘소비자대상’을 받으러 수상식에 오셔서 수상소감을 밝히시면서 “우리는 소비자들을 사랑합니다.” 또는 “소비자는 왕입니다. 소비자 만족을 넘어 소비자 기절을 위해 더욱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시는 것을 본다.

진짜 그 CEO분의 마음도 그럴까? Authenticity의 문제다.

 

1월 082009 Tagged with , , 2 Responses

대한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대한상의에서 2006년에 발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이전 직장에 있을 때 친절하게도 회사로 배달까지 되어 온 책이었는데…펼쳐서 꼼꼼하게 읽어 본건 지금이 처음같다.

전반적으로 아주 전형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의 형식을 띄고 있다. 큰 문제가 있거나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데…현실적으로 실행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자칫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암시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포인트를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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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33 원칙이라는 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다. 예전에도 몇시간내에 무엇을 하고, 몇시간내에는 무엇을 하고…등등 원칙을 정해 놓은 많은 매뉴얼들을 접했지만…이 333이라는 원칙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난감하다. 위기대응팀이 꼭 3시간내에 구성 소집되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3시간 반만에 소집되면 문제인가?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소집완료한다’로도 충분하지 않나? 만약 아쉽다면 ‘위기대응팀 소집 통지시 소집완료 싯점을 함께 통보함’이라는 것으로 가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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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대한상의의 이 매뉴얼에는 포지션에 대한 언급이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 대신 수질오염이라는 가상의 테마를 가지고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대응 전략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특히 ‘수질오염 상황이 실수로 인한 사고임을 각인 시키고’…라는 암묵적 포지션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참 난감하다. 해당 위기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그리고 그 영향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미리 정해 놓아 주는 친절함 때문이다.

포지션은 해당 위기에 대한 360도 상황분석이 완결된 후에 선택적인 전략확보에 나서는 게 정석이다. 전략이나 포지션을 매뉴얼에서 미리 정해 줄 수 있을 만큼 천리안의 컨설턴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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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의 열정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매달 1회 이상의 교육과 워크숍이라는 부분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같은 서비스 에이전시들이 아주 호황을 누리겠지만…현실성 측면에서는 아쉽다. 경험상 아무리 선진적인 회사라도 1년에 한번 이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교육이나 워크샵을 진행하는 곳은 흔치가 않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뉴얼만으로 몇년을 버틴다. 그나마 매뉴얼이라도 만들어 본 기업은 나은편이겠다.

매달 1회라면 얼마나 좋겠냐만…

참고자료: 대한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2006)
1223355654.pdf

1월 082009 Tagged with , , , , , 4 Responses

사장님은 댓글을 읽지 않는다…

지난 년말 여러 기업의 홍보팀장들이 다 모여 송년회를 하면서 나눈 대화 한 꼭지.

A: 아니 이번에 유럽 프레스 투어는 왜 간거야?

B: 그거 원래 연초에 기자들에게 미리 고지했던거야. 플랜에 있었어.

A: 기자들 그래도 많이 갔더만…갔다와서 기사를 안써서 그렇지. 후후후…

B: 아휴. 야마가 없어서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직후에 OOO를 스토리로 만들어서 기사가 나오긴 했지.

A: 근데 그건 아니더라. 그런 기사가 나오면 마이너스지. 당신 그 기사 댓글들 봤어? 난리가 아니더만…지금 이런 경제상황에서 뭔소리냐. 미친거 아니냐. 사치를 조장한다…뭐 이런 비난 댓글들이 엄청나더라고.

B: 그래도 기사는 10개 이상 크게 나왔어. 그러면 됐지 뭐….히히히

A: 아니 사내에서 아무말도 안나와? 댓글이 그렇게 여기 저기 살벌한데?

B: 괜찮아. 사장은 댓글 안 읽어. 후후후…

A: …………………………….

여러명이 한참동안 재미있다고 깔깔댔지만…웃음이 그치고 나니 기분이 묘해진다. 사장님은 인터넷 기사 댓글을 읽지 않으신다? 혹시 사장님들은 회사에 대해 안티 포스팅을 하고 있는 블로거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신적이 계실까?

사장님들은 카페나 아고라 같은 곳에서 자신의 회사가 어떻게 회자되고 있는지 직접 그 글들을 읽으신 적이 계실까? 바쁘셔서…홍보임원이 프린트 해 온 A4 용지 3-4장에 인터넷(!)이 그렇고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퉁치시고 계시는건 아닐까?

어쨌든 사장님은 댓글을 읽지 않으신단다. 기사 숫자는 보고를 해도, 댓글은 보고하지 않는단다. 아주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이다.

1월 072009 Tagged with , , , , , , 1 Response

워룸(War Room): 3편 실제로 워룸 들여다 보기

실제 기업에서 워룸을 설치하고 활용하는 데는 여러 특성들이 존재하겠지만, 워룸 운영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면 각 기업들의 차이 또는 공통적인 개선분야들이 나타난다.

* 참고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하루 종일 (총 8시간 가량) 실시된다. 하루동안 위기관리팀이 워룸에 소집되면 한 기업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위기 시나리오들이 차레대로 이들에게 하달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금까지 목격해 온 기업들의 공통적 개선 부분들에 대해 한번 살펴 보자. (실제로 사내에서 약식으로라도 진행을 해 보시라. 여기에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걸린다…)

최초 위기관리팀원들 중 위기시 자신의 역할을 뚜렷이 알 고 있는 분은 실제로 10%도 안된다. 매뉴얼을 심각하게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되면 해당 위기를 어떤 프로세스로 관리해야 하는지 확실히 아는 분도 10%가 안된다. 실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위기관리팀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Emergency Management에만 익숙함을 느낀다. 커뮤니케이션은 자신들의 분야가 아니라고 과감하게 포기한다.

처음에는 의사결정이 매우 늦거나, 의사결정이 완결되지 않은 채 우선 Emergency Management에 나선다. (물론 즉각적인 일선에서의 EM은 필요하다. 하지만, 워룸에서는 그 즉각적인 일선의 EM활동을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의사결정이 완결되지 않은채 외부 커뮤니케이션 수요에 부응한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맨 마지막에 와야 한다.

상황변화나 의사결정 사항들에 대한 워룸 내부 공유도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진다. 워룸 외부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생략된다. 따라서 Align된 일선의 실행은 상당히 어려워 진다.

워룸이 완벽히 격리된다. 워룸 바깥에서 외부 환경을 모니터링해서 내부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도 워룸과 현장은 시간적, 공간적, 인적으로 원격으로 격리되어 있다)

내부 의사결정과 그를 위한 여러 프로세스는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2시간 가량이 지나가야 정착이 된다. 전체시간에서 4분의 1이상이 지나야 그나마 안전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초기위기대응에 짧게는 몇일에서 몇주가 걸리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그 주체가 위기관리팀이 되기 보다는 어느 특정 개인 한둘이 되곤 한다. 보통 CEO나 조직에서 목소리가 큰 몇몇 임원이 의사결정을 긴급하게 조정하고 완결한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실행 과정에서 위기관리팀의 3분의 1 가량은 쉰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실행에 앞장서는 것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다. 또한 risky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에게 특별한 R&R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핵심메시지에 머무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위기관리팀은 드물다. 위기가 심각하거나 복잡할 수록 커뮤니케이터의 애드립이 다양해 지고 활발해 진다. (무척 위험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워룸의 위기관리팀은 실행까지만을 신경쓰고, 그 실행에 대한 반응을 다시 워룸 내부에서 리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부분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누가 꼼꼼하게 챙겨 반복 관리하는 가 하는 이슈와도 관련이 있는데…이에 대한 담당자가 필요하다. (일종의 MC다)

교과서에서 대변인은 프로페셔널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위기관리팀원들은 전부가 일종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트레이닝이 꼭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도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면 안전할 수 있다.

그 밖에,

홍보팀 임원에게 과도하게 많은 Communication Management 실행 임무가 몰리는 경우가 많음. 반대로 홍보임원이 각 부문임원들에게 너무 많은 임무들을 분배하고 실제 자신은 코디네이터로 포지셔닝 하는 경우들도 있음. (둘다 권장되는 시스템 아님)

극히 일부 워룸이 외부의 실제 일선에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단순 보고만 받고 정리해서 공유하는 옵져베이션 룸(Observation Room)으로 워룸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음. (이에 대해서는 답이 없음)

전반적으로 워룸의 이상적 활용에 경험이 부족하고, 상식적 수준의 이해도 부족. 그러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 (시뮬레이션 이후 이러한 인식의 공유는 극대화)

이상. 청와대 워룸관련 뉴스를 듣고, 기업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워룸을 정리 해 봄.

1월 072009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워룸(War Room): 2편 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보통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해 워룸을 설치 운용할 때 운용 장소 및 설비들을 운영하는 책임은 ‘총무팀’에게 있다. 긴급하게 매뉴얼상에 지정된 장소를 확보하고, 매뉴얼상에 규정되어 있는 각종 서비들을 준비해서 제한된 시간내에 설치하는 게 그들의 임무다. (군에서는 일봉의 보급 역할이다)

준비되어야 할 설비들이나 물품들은 크게 나누어 IT설비, AV설비, Telecom 설비, 회의설비, 문구류, 기타 생활설비(식사, 스낵, 수면설비 등)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워룸에 입장하는 위기관리팀원들은 각자 위기관리매뉴얼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지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워룸 내부의 설치에도 다양한 형식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황판이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발생, 진행, 관리 되고 있는지를 위기관리팀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비쥬얼화 하는 공간이 중심이 된다.

이 부분에서 실행상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물리적으로 이러한 상황판을 기록, 업데이트, 관리하는 데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찰 해 보면 거의 99% 기업들은 위기관리팀원들중 상황판 관리 담당을 선정하고 그 책임을 맡기곤 한다. (생산 부사장이 상황판을 기록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렇지만,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워룸안에서 위기관리팀원들은 의사결정에 100% 헌신해야 한다.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상황판 관리등은 그들의 부문별 비서 또는 실무담당자들이 일부 파견되어 진행 하는 것이 좋다.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상황판 관리에는 보통 2-3명 이상의 과외 인력이 필요하다.

워룸을 운용하다 보면 자칫 실제 외부의 환경과 워룸이 격리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거나, 외부 공중들의 반응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트랙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보팀은 위기관리팀원으로 참석한 임원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워룸에서 별도로 격리된 공간에서 외부 공중들의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보고하는 것이 권장된다.

워룸은 기본적으로 격리되어있지만, 외부환경속에 있는 것과 같이 interactive하게 운용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당연히 이를 위해 외부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channel들이 존재해야 하겠다.

그 밖에 모든 위기관리팀원 각자는 자신에게 규정된 역할과 책임(R&R)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수행해야 한다. 보통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면, 시뮬레이션이 예정된 아침에 임원분들이 한자리에 모이시면서 항상 이런 질문을 하신다.

“오늘 내가 뭘 해야 하는거야?”

이렇게 위기 발생시 자신의 역할과 책임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계시는 위기관리팀원들이 대부분이다. (인하우스 분들은 진짜 자신의 회사도 그런지 한번 확인을 해 보시라. HR임원을 한번 만나보시라. 일반적인 위기발생시 HR임원께서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시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신지 간단하게 여쭤보시라)

각 부문별로 Emergency management R&R과 Communication management R&R이 동시에 존재한다. 예를들어 기획부사장 같은 경우 Emergency R&R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위기관리 예산의 설정이 있겠다. 그리고, 해당 위기로 회사의 분기 및 년간 비지니스 타겟이 변경되어야 하는지, 이사회등의 동의를 어떻게 거쳐야 하는지, 법률자문, 경영자문, 회계자문등을 어떻게 연결 활용해야 하는지, 위기관리 포지션과 프로그램들이 기존의 법적 규제와 상치되는 부분이 없는지, 정부 또는 관련 단체, 조합, NGO등의 반응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등등의 많은 역할과 책임이 주어진다.

Communication management R&R의 경우에도 위기관리팀에 소속된 각 부문은 부문별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target stakeholder그룹들이 규정되어 있다. 기획부문의 경우 (회사별로 기획부문의 역할이 다르기는 하지만…일반적으로) 해당 부문이 담당해서 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로 정부, 공공기관, 협회, 조합, NGO, 지자체, 지역핵심인사 등이 있겠다.

일부 기업들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워룸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팀원들이 의사결정과 외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경험’을 위한 것이지, 실제적으로 그렇게 실행을 하라 하는 것은 아니다.

워룸에서는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유해, 회사차원의 포지션을 정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Emergency Management Program들과 Communications Message and Program들을 실행 결정 그리고 명령하는 것이 전부다.

워룸으로부터의 명령을 받아 Emergency Management 및 Communication Management 실행은 워룸 외부의 실무자들이 직접한다. 여기에서 하나의 큰 장애물이 있다면, 워룸에서의 의사결정 결과가 외부의 실무자들과 얼마나 완벽하게 공유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단순한 실행명령으로는 완벽한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HR과 PR팀이 함께 고민을 해야 하는 시스템적 과제다. 큰 원칙으로 완벽하게 내부 커뮤니케이션 및 공유가 완료된 이후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에는 ‘워룸 제3편 실제로 워룸 들여다 보기’라는 포스팅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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