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11월 212009 Tagged with , , , , , , , , , , , , 4 Responses

위기관리: 현실적인 이야기 몇개











최근 모 대기업의 제품 하자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현실적 측면에서 해당 위기를 바라보는
것이 그 최선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고가 제품을 출시 했다. 출시하자 마자 기자들과 블로거들이 일부 작동이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홍보팀이 그 이야기들을 모니터링 했다. 심상치 않다. 이 때 홍보팀은 해당 이야기들이 사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소비자들의 소리를 듣고 먼저 그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상당한 괴리다
.


홍보팀은 최상위에 보고하기 전 대응 메시지 개발을 위해 해당 제품 개발에 참여한 사내 책임자와 실무 담당자들에게 대응 정보를 요청한다. 이때 제품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극도로 긴장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그 책임자분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20년을 넘게 고생했다. 이번
신제품 출시로 마지막 도약을 해볼 작정이었는데 이번 이슈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당연 고민하기 마련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회사를 위하고 브랜드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버리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당한 괴리다
.


당연히 그 책임자(임원)은 홍보팀에게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사내에서 논리를 자신과 자신부서에 유리하게 조성하면서 기자들이나 일부 블로거들의 주장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자 주장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모든 객관적인
정보들을 취합해서 관련 임원들과 균형 있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불가능하다. 사내에서 주된 정보 소스가 귀와 입을 막으면 절대로
정확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
.

홍보팀은 사내 분위기를 읽고 관련 부서에서 전달받은 (완벽하지 못한) 대응 논리들을 정리해 기자와 블로거들에게 맞선다. 이때 대부분은
사내의 공유된 입장과 메시지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홍보팀은 기업의 모니터로서 쌍방향
균형 잡힌 정보 분석을 통해 최상의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주문한다.
말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홍보팀도 사내에서
일개 힘없는 부서 중 하나일 뿐이다. 홍보부서내에서 어느 한 사람도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사내 분란을
일으킬 용기가 없을 수 없다
.


기자들과 블로거들은 이러한 일방적이고 안하무인 격인 입장과 메시지에 다시 분노한다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은 계속 이어지고 더욱 악화된다. 홍보팀은 더 많은 식은 땀을 흘리게 되고, 지속적으로 제품 책임 부서에 그 내용들을 전달하고 추가 대응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사내 이해당사자들은 최초 사내 의사결정을 번복하거나 재 수정하는 것 자체에 또 부담을 느끼게 된다. CEO께서아니 처음에 아무 일도 아니라더니 왜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지는 건가?”하는 화를 내시면
자신들이 더욱 암울해 지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핑거 포인팅이 일어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최초 포지션이 틀렸다고 파악되면 소비자들의
소리를 더욱 심각하게 듣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새롭고 전략적인 포지션을 재 공유하고 재빠른 해결방안을 공표해야 한다’ 주문한다. 하지만, 어림없다. 이 단계에서는 사내 핑거 포인팅이 진행되는 시간일 뿐이다
.

제품 쪽은 홍보 쪽을능력 없다비판하고, 홍보 쪽은 제품 쪽에책임감 없다고 불평한다. 문제는 그 이외 제품과 관련된 부문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홍보부문을공공의 적 또는 무능력한 부문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하는 때부터다. CEO 아래에서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와 책임논란으로
시끄러울 시기가 온다. 이때부터 모두는 CEO의 결정만을
바라보게 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홍보부문이 위기관리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의
전략적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디자인하고 리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시끄럽다. CEO를 바라보고 있는 부문들 중 하나일 뿐이다. 리드는 무슨



CEO
께서 책임 소재와 해결 방안을 직관
의해 결정하신다. 이때 꼭 주적이 하나 둘 생겨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제품 개발 말이야지금까지 4000억을 들여서 제품 개발을 해 놓고 그 정도 제품 하자도 못 막아내? 그게
그렇게 개선이 어려워서 지금 이따위 일이 생기게 해?”하시거나홍보, 당신들 평소에 뭐하던 것들이야? 기자들과 밤낮으로 술 먹고 다니면서 주말에 운동도 하고 하면서 그게 그렇게 통제가 안되?”하시거나 하면 끝장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CEO는 위기 발생시 절대로 일부 부문이나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거나, 처벌에 집중하면 안 된다.
CEO가 그럴수록 조직은 더욱 더 위기 조짐을 숨기게 되고, 대응에 있어 수동적이게 된다’고 조언한다. 현실은 그 반대다.
CEO께서 화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항상 존재하는 데 어쩔 건가
.


CEO
께서 아무튼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소리치신 후, 대응을 지시하신다. “어쩔 수 없으니 리콜 해또는그냥 부분 수리 또는 교체 해등등 지시하시면
조직은 일사천리로 새로운 대응이 공표되고 진행된다. (또는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 해당 부문에 옵션을
주문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렇게 느린 대응은 위기관리 실패의 가장
반복적인 요인이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어쩔 건가. 현실인데



홍보팀과 제품팀은 가능한 사후 후 폭풍을 감소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예를 들어 홍보팀은
해당 의사결정을우리 CEO의 읍참마속의 위대한
결정이라고 푸시 홍보를 한다. 제품팀은 일선에서 부분 제품
교체 등의 활동 보고를 통해서사장님 이것 보세요. 실제로
기자들이나 블로거들이 그렇게 떠들더니 실제 부품을 교체 요청한 건수는 저희 예상에도 훨씬 못 미칩니다
보고서를 만들어 괜한 소란이었다는 논리를 만들어 공유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이후에는 해당 위기의 원인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해서 개선하고, 사전 완화하는 활동을 전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실은 또 반대다. 사내적으로
후 폭풍이 최소화되길 기대하면서 부문별로 생존 활동만이 존재한다. 대 소비자 관련 개선은 일단 그 이후다. 그것도 우리가 잘 못되면 그 이후 조차 없다
.

비싸게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불러우리의 이번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물었을 때 이상과 같은 이야기들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얼굴이 찡그려진다. 말이 쉽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 할 꺼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라는 당신들 먼저 우리 회사 사람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시죠?”

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틀린 게 절대 아니다.





11월 012009 Tagged with , , 2 Responses

포지션 없는 입이 제일 무섭다

청와대 직원조회에서 “각 부문에서 제기된 의견들이 정 책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외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단속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매일경제,2003.7.3]

지난 15일께부터 집중적으로 청와대 내부 입단속을 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2003.9.19]

대통령이 ‘ 단속‘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03.10.16]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참모들인 만큼 외부에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해주기 바란다”며 입단속을 주문했다. [동아일보, 2003.11.6]

청와대가 최근 때아닌 공무원 ‘군기 잡기’를 통해 입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2004.1.12]

언행조심…청와대입단속 [한겨레, 2004.3.15]

엇갈리면서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자 정 의장이 입단속에 나섰다. [미디어오늘, 2005,11,16]

청와대 비서관들의 입단속 필요성 등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2006,8,16]


청와대 근무자들은 공사 구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거스름 없이 말하면 오해를 불러 일으 킬 수 있다”며 입단속을 주문했습니다. [MBN, 2008,2,29]

가족을 포함해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도 ‘청와대 구성원’으로서의 자아를 잃지 말라는 당부로, 당선자 시절부터 강조해 온 ‘ 단속‘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뉴시스,2008.4.25]

청와대 관계자까지 나서 사실이 아니다며 즉각 입단속에 나섰다. [서울파이낸스, 2008.5.24]

내부 회의가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철저한 보안과 입단속을 강한 톤으로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2008.6.4]

혹 있을지 모를 유출에 대비해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8.6.20]

외부에 새나가지 않도록 관련 임직원들로부터 ‘보안서약’을 받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직원들에 ‘함구령’을 내리는 등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시아경제, 2008,12,3]

청와대는 일단 참모진들과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 [아시아투데이, 2009,6,5]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철저한 입단속을 지시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8,8,30]

공식 장처럼 보도돼 혼란을 빚은 적이 있어 더욱 단속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2009,10,31]

길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입단속들이 있었다. 왜 이렇게 입단속 명령이 반복될까? 물론 입단속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겠다.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 직접적인 이유는…

  • 기자들이 정보원 접근에 일시적인 제약을 받게 되어 짜증이 나는 경우
  • 직전 정보를 얻은 소스가 적발되어 인사상 조치를 받아 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경우
  • 출입처의 입단속 자체를 무언가 ‘구리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
  • 출입처의 입단속으로 기사를 쓸게 없는 경우

반대로 출입처에서는 왜 자꾸 반복적으로 입단속을 할까?

  • 포지션이 아직 정해지지 않기 때문
  • 외교 및 안보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
  • 인사와 관련 되어 있기 때문
  • 정치적인 논란이 심각하기 때문
  • 언급 할 가치가 없기 때문
  • 반대로 언급해 봐야 본전도 못 찾기 때문

그런데 왜 출입처내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끊임없이 말조심을 하지 않을까?

  • 기자에게 정보를 흘리는 것이 곧 자신이 실세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
  • 무언가 정보를 흘려 자신에게 유리한쪽으로 분위기를 이끌려 하기 때문
  • 평소 지인인 기자의 청을 뿌리치지 못해서 그냥 하나 준다는 것이 그만…
  • 현재 재직하고 있거나 전직이었던 인사들이 해당 조직에 앙심을 품고 있기 때문

결론적으로 말하면 완전한 입단속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지속적인 입단속도 불가능하다. 출입기자, 출입처,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들이 수백 수천으로 얽혀 잡음을 내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 정치전문기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청와대 비서진은 입은 있지만 입장은 없다”

가장 무서운 게 이거 아닌가? 포지션(position) 없는 입(mouth)말이다. 청와대도 그런 입(mouth)들을 단속하는 것 아니겠나…

7월 132009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입장을 바꾸면 답이 보인다

모 맥주회사 홍길동 홍보팀장 / 40세 / 강남 압구정동 거주 / 아내와 초등학생 딸 하나

[일요일 가상 시나리오]

압구정 유명 분식점에서 딸과 함께 주말 점심. 오뎅을 먹는데 심하게 비린내가 남. 주인 아줌마를 불러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함.

“어? 아까 청년들도 그러더니 진짠가 보네. 그게 어제 오뎅이 몇개 섞여 있어서 그런가 봐요. 먹던건 아닌데 요즘 날씨가 이래서…죄송합니다. 다른 오뎅으로 바꿔드릴께요” 아무렇지도 않게 냄새나는 오뎅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 오뎅을 가져다 식탁위에 올려 놓음.

홍팀장 열받아 이렇게 따짐. “아니 이전 손님들이 냄새가 난다고 했었으면 오뎅들을 검사해서 이상한 것들을 빼내야 정상 아닙니까? 그냥 그 때도 이렇게 바꿔주고 다른 오뎅들은 신경도 안쓴거 아네요? 이렇게 상한 오뎅 먹고 우리 애 같이 어린애들이 큰일이라도 나면 책임질겁니까?”

분식집 주인 아줌마 이렇게 대답함 “먹어도 안죽어요. 우리 어렸을 때는 더 한것도 먹고 배탈한번 안났어. 요즘 애들 너무 귀하게 키우니까 그래요. 그리고 냄새 난다고 다 상한건가? 오뎅이 비린내가 날때도 있고 그렇지 뭐. 거 먹기 싫으면 관둬요. 괜히 트집이야.”

홍팀장은 극도로 열을 받아 외침 “이거 문제군. 이 분식집 내가 구청에다가 신고할꺼야. 이 아줌마가 강남에서 밥벌어 먹고 살기 싫군. 뭐 이딴 가게가 다있어…요즘이 어떤땐데…XXX”

분식집 아줌마는 씩씩대면서 돌아서는 홍팀장 뒷통수에 대고 한마디 함 “신고해. 내가 뭐 이 짓밖에 할짓이 없는 사람인 줄 알어? 당신 아니라도 손님은 많어~”

[월요일 가상 시나리오]

홍팀장 출근 함. 홍팀장 회사 전화로 한 소비자가 전화 함. 소비자 왈 “아니 이 맥주에서 왜 소 오줌 냄새가 나요? 당신들 사람 죽일 작정이야? 이게 뭐야? 왜 제품가지고 이런 장난을 해?”

홍팀장 이렇게 대답함. “네? 맥주에서 냄새가 난다구요? 아 고객님 그럴수 있습니다. 그게 인체에 해로운 건 아니구요. 얼마전 생산했던 제품 일부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데요…저희가 교환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구입하신 가까운 상점에 가셔서 교환 받으시면…”

소비자 왈 “미친거 아니야? 당신네가 직접와서 무릎꿇고 사과해. 정신적인 피해도 그렇고 이거 마시고 나 토했어. 어쩔꺼야? 그리고 홈페이지나 어딜 찾아봐도 이런 문제에 대해 사과도 없고”

홍팀장이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저희 영업직원을 보낼테니까 그럼 이야기를 해 보시지요. 다시말씀 드리지만 맥주가 그렇다고 인체에 해롭지는 않습니다. 마시시기에 약간 역겨울 수는 있지만 문제는 없다구요.”

소비자가 화나서 소리친다. “이거 말로는 안 통하는군. 알았어. 내 조카가 YTN에 있는데 그쪽에다 연락할꺼야. 당신네들 말이야 아주 악질인데 한번 혼 좀 나봐”

홍팀장 전화 끊으면서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이제는 개나 소나 다 언론에다가 퍼뜨린다고…XXX…이 짓도 못 해 먹을 짓이야 에이…”



같은 사람. 유사한 이슈. 그러나 정반대의 입장과 메시지.

위기관리는 이래서 힘든거다. 옆에서 볼 때와 당할 때가 틀린 것도 문제고.

안 그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하면 다들 할말이 없다…………………………….

7월 08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4 Responses

‘What If?’ 마인드 가지기

위기와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항상 ‘What If?’ 마인드를 가지라 강조를 하고 있다. 천성이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일부 분들은 이런 What if? 같은 생각이 일상화되어 있으신 분들도 계신 듯 하다.

오늘 간만에 Emergency Drill이라는 Field Simulation을 실시했다. 고객사 PR팀과 함께 사전 플래닝을 하고 본사와 공장 그리고 몇개의 대표전화를 통한 POC상 위기관리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점검했다.

이번 Drill을 진행하면서 새로 얻거나 다시 한번 확인 한 insight들을 정리 해 본다.

본사 사무실의 경우

  • 기자들이 사무실과 임원실까지 아무런 제지 또는 필터링을 받지 않고 직접 입성할 수 있는 회사들이 예상외로 많다.
  • 평온했던 사무실이 TV크루들과 기자가 입장하면 금새 패닉에 빠진다. 문제는 아무도 오너십을 가지지 않은 채 패닉에 빠진다는 부분이다.
  • 일부 직원들은 기자에게 상당히 공격적이고 사무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취재를 거부하려 최초 시도한다. “찍지마세요” “누구 허락받고 이러세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당신 누구야?” – 기자는 잡상인과는 대응 방식이 달라야 한다.
  • 기자의 취재에 대응하는 속력 또한 빠르지 않다. 물론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담당자 연결이 잘 안되고 협조 또는 의견 공유 확정이 힘들지만 덩그라니 기자들과 TV크루들을 회의실에 남겨두고 회의를 하면 안된다.
  • PR팀이 부재중이거나 연결이 가능하지 않을때도 방문기자들의 처리는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방문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함에 있어서 관련답변을 하지 않을 인사들이 여러명 기자앞에 앉아 있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아무래도 POC가 많으면 실수를 하거나 서로 말이나 의견이 상충하기가 쉽다.
  • 가능한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와 TV크루들이 다양한 장면연출과 직원 인터뷰를 어랜지 해 달라 요청을 해고 적절하게 기자의 질문 방식과 의도에 대해 코칭을 할 수 있는 담당직원들이 항상 따라 붙어야 한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 직원들과 기자를 마주 앉혀 놓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
  • 방문한 기자에게 전달할수 있는 자료는 급조한 것이거나, 아주 평범한 브로슈어류의 것이면 안된다. 가능한 취재목적과 질문에 맞고, 그들의 기사라인이나 편견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들로 특수하게 디자인되어져야 한다.


공장의 경우

  • 일반적인 공장의 경우 외부 방문자들의 신분증 요구와 입구 필터링이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는 공장들도 의외로 존재한다.
  • 지방에 위치한 공장의 경우 정문 필터링 없이 기자들이 입장을 하면 100% 비의도적인 일들이 벌어지게 되어있다. 특히 훈련받거나 교육받지 않은 공장 업무직원들의 경우에는 본사보다 더욱 더 당황하거나 또는 공격적으로 대응을 한다.
  • 일부 공장직원들이 공장임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자와 TV크루들에게 너무 지나친(?) 호의를 베푸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생산시설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응한다던지, 공장내부 촬영을 안내한다던지,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준다던지.
  • 공장임원이 기자와 만나게 되면 일단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공장임원이 정위치에 자리하지 않는 경우(what if)를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누가 대리인이 될 것인가?
  • 몰래 카메라를 조심해야 한다. 취재거부시에는 더더욱 몰래카메라 취재의 가능성이 커진다. 몰래카메라에 찍혀 나가느니 차라리 당당하게 공식 인터뷰를 할 것.
  • 공장 외부로 기자와 TV크루들이 나가고 차량이 출발할 때까지 가능한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은 주지 않도록 예의를 갖출 것.
  • 본사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본사 PR팀의 코칭을 받아 충실하게 따를 것

일단 예기치 않았던 언론과 조우. 그리고 충분한 준비와 컨펌이 없었던 인터뷰는 일단 진행이 되면 다시 거두어 드릴 수가 없다. (갑작스러운 attack의 경우 100% 이럴 수 밖에 없다)

“일단 인터뷰하고 나중에 PR팀더러 어떻게 해보라고 하지”

보통 실무자들은 이런 혼잣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일단 엎지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사람을 묵묵히 관찰하는 것이다. 그 관찰 결과가 그 사람이나 조직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정말 행복한 일이다.

What If? 마인드를 팔고 있는 셈이다.

4월 212009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핵심 메시지를 강조해서 나쁠게 있을까?

이번에 회수하는 제품은 OEM업체인 하이원이 생산하는 제품으로 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수거검사를 실시한 결과 벤조피렌이 초과 검출돼
긴급회수 대상품목에 올랐으며
4월9일경부터 리콜에 들어갔다. [메디컬 투데이, 2009. 4. 17]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해표 유기농 참기름’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벤조피렌이 검출돼 긴급 회수 조치했다고 21일 밝혔다. [헤럴드경제, 2009. 4. 21. 오전]

그는 이어 “식약청에서는 제품회수 명령을 내렸는데 해표 소비자실에서는 발표가 잘 못 된 거라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빈축을 내비쳤다. [뉴시스, 2009. 4. 21 오후]



위기관리 실무자가 아니라 해표 식용유를 먹고 있는 소비자로서 한번 물어보자.

이번 이슈에 대한 해표의 입장은 무언가? (리콜을 개시한 싯점으로만 쳐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커뮤니케이션 준비를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아닌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잘 못 했다는 이야기인가? 잘못된 조사결과 발표에 법적 대응이라도 할껀가? 아니면 지금 뭐라고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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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에는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불필요한 다른 팝업창들은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다. [2009. 4. 21. 오후 3시 40분경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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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새소식란에 조그마하게 제목이 걸려있어 클릭해 보니 공문서 같은 해명서를 업로드 해 놓았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뿐 더러 열람을 위해서는 스크롤을 부지런히 좌우로 클릭해야 한다. 메시지 스타일도 공문 그대로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꾸준한 벤조피렌 모니터링을 해온 당사는 수차례 실시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의 분석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에 제조사인
㈜하이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행정소송 등 자구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회사의 입장이다. 회사의 포지션이 이렇고 이 부분이 핵심 메시지들 중에 하나라면 이렇게 발견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게 녹여 놓는 방식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핵심 메시지를 강조해서 나쁠게 있을까?  왜 상황관리는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하지 않을까?

[업데이트] 4. 21. 오후 3시 50분경 사과문 다시 업로드 – 디자인 가미/스크롤 없앰/첨부 아직 달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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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8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최근 항공사 마일리지 논란으로 인해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가 되자 모 항공사측이 입장자료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꼼꼼하게 읽어보니 찹잡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항공사가 이 정도 수준의 자료를 낸다는 것도 의외고, 이 자료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 읽는 기자들도 이상하다.

몇가지 자료 자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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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대한 입장자료

마일리지는 항공사
상용고객우대프로그램 가입회원이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구입해 항공기에 탑승할 경우 항공사가 사은의 뜻으로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신용카드사 등의 제휴사가 자신들이 수행하는 사업에 대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자사의 회원들에게 항공마일리지를 제공하고자 할 경우
제휴 항공사가 해당 회원에게 제휴 마일리지를 제공합니다.
(너무 길다.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따라서 항공사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항공사와 회원 사이에
마일리지 지급에 대한 경제적 대가관계 없이 사은의 뜻으로 지급되거나 마케팅 수단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둘러싼
권리와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항공사의 의무는 항공사 상용고객우대프로그램 회원약관에 의해 규정되는 권리와 의무입니다.
(또한 너무 길다)
소비자원의 보도자료는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오해와 사실의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 항공 마일리지 중 실제로 소비자에게 지급한 마일리지가 전체의 34.1%에 불과하다는 데 대하여.

발행 마일리지 중 34.1%만 사용되었다는 주장은 일정 마일리지가 적립되어야만 사용이 가능한 항공 마일리지의 속성과 최근
수년간의 사용 경향을 도외시한 통계치
(여기서 말하는 사용 경향이 무언가? 뒷 부분 소진율을 주장하려면 세부 근거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항공 마일리지 소진율은 62%에 달하고 있음.
▶ 항공마일리지는 OK캐쉬백과 달리 적립액이 높을수록 마일리지 가치가 상승(신청 가능한 보너스 종류의 확대 등)해 미래 가치가 높고, 여행수요에 대하여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됨.

2. 마일리지 소멸시효 도입에 따라 소비자 권리는 사라지고, 항공사 수입은 증대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은 보너스 항공권 사용을 미루고 있는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을 촉진하여 향후 소진율 향상과 함께 마일리지 제도의 건전한 운영을 가능토록 하는 선기능을 갖고 있음.

2008년 6월까지 적립한 마일리지는 평생 사용 가능하며, 소멸시효 도입 이후에도 소멸되지 않으며, 2008년 7월 소멸시효
제도의 도입 이후에 적립될 마일리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사전 공지되어 있으므로 소비자는 이점을 고려하여 마일리지를
사용하게 될 것임. 또한 항공사들도 소멸기간 도입에 따라 소비자들의 사용처 확대에 노력할 것임. (실제로 사용처 확대에 노력할 예정이라면 그 실제 사례를 들어주는 게 좋지 않은가. 이미 지난 7월부터 소멸시효 제도를 도입했는데 어떤 사용처 확대 노력이 있었는지 밝히면 나았을 게 아닌가)
▶ 따라서 소멸시효 도입으로 수입이 증가한다는 추정은 근거가 없음.

3. 마일리지 판매금액 중 6.5%만 적립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마일리지 수입과 마일리지 충당금은 전혀 다른 개념이므로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음. (마일리지 대금은 제휴사의
마케팅으로 사용되는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고, 마일리지 충당금은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탑승하였을 때의
운송원가를 반영한 것이므로 수평적 비교가 불가능함)
▶ 카드사에서 항공사에 제공하는 마일리지 정산 대금은 카드사가 항공사와의 제휴 마케팅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제휴 계약에 의해 항공사에 제공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수입임.
▶ 제휴사는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얻게 됨으로 마일리지 정산 대금은 마일리지 제공에 대한 대가이며,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대가가 아님.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제휴사가 마일리지 정산 대금으로 지급한 일부 금액을 실제 소비자들에게 마일리지 가치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데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적립율이야 어쨌든 소비자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나는 거 아닌가)

4. 제휴 마일리지 대금 후 지급 요구에 대하여
▶ 항공사와 카드사간의 대금 정산은 소비자와 관계없이 항공사와 제휴카드사간의 계약사항임. 또한 제휴 카드사는 마일리지의 제공이라는 마케팅의 대가로 항공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제공 시 정산이 법 원리에 충실함.
▶ 보너스 사용시 정산과 좌석 보장에 대한 요구는 카드사들이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시장가격으로 구입하여 카드회원들에게 제공하면 되므로 별도의 계약이 불필요함.
▶ 제휴 마일리지의 선납 제도를 도입하면, 탑승 마일리지와 제휴 마일리지의 구별이 불가피하고, 각 제휴사 별로 적립내용을 구별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사용기회를 박탈하는 역효과가 발생함.  (이 표현만 보면 항공사측에서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사용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톤으로 들리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어디있냐는 것이다. 해명자료라면 문제의 핵심에 대한 자세한 반박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이슈를 단순한 논란으로 치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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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자료 분석 정리

  1. 너무 길다
  2. 너무 어려운 말이 많다. 자신들에게는 쉽겠지만 어렵다. 이게 또한 마일리지 제도의 헛점이기도 한다.
  3. 이번 이슈를 그냥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일어난 논란 또는 해프닝으로 간주하는 포지션이다.
  4. 커뮤니케이션 타겟인 소비자와의 공감이 전혀 없다.
  5. 소비자를 위한 마일리지 사용 기회의 보장과 보호에 대한 주장만 있지 실제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6. 기본적으로 마일리지를 해석하는 시각이 다름을 앞부분에서 제시하고 나옴으로서 소비자 이해와의 괴리를 철저하게 못 밖고 있다. (쉽게 말해서 무식한 소비자들과 일부 단체 언론들이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 선행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 나 스스로도 가장 많은 마일리지를 쌓아 놓은 항공사. 미국 유학시절 JFK 공항으로 향하는 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느낀 애국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만 해주었으면 한다. 

관련글: Bad Message는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한다

5월 252008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실제적인 고민

토요일 오후 기분좋게 산책을 하다가 압구정 모 유명 성형외과 앞을 지나가게 됬다. 상당히 연력이 있고 그 분야에서는 유명한 병원이다.

그 병원 앞에서 사람 몇이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아 하니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메이크업까지 한사람은 모 방송사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리포터였고, 6미리 카메라에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은 그 방송 촬영 VJ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심각하게 리포터의 취재 이유를 설명 듣고 있는 사람은 그 병원 사무장 정도가 되 보인다.

“이런 이런 제보가 있어서 그 제보에 대해서 입장을…”하고 설명을 하는 리포터를 바라보는 병원 사무장의 인상이 갑자기라도 한대 칠 태세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길가까지 그 취재진들을 끌고 나와 씩씩 거리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지난주 우리 클라이언트 중 하나도 불만제로 프로그램의 취재 대상이 되어 힘겹게 인터뷰를 마쳤다. 그 준비과정에서도 여지 없이 ‘실제로 부정적 취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예전 힘들었던 경험들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의 느낌도 들었다.

어제 그 병원측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가만히 보아하니 그 성형외과 시술자 중에 트러블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여러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방학 같은 성형 시즌을 맞아서 방송사에서는 성형 부작용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고, 그 취재 대상 병원 중 하나로 그 병원이 지목되었던 것 같다.

흔히들 이런 취재를 받으면 취재 거부를 한다. 그런데 이 취재 거부라는 것이 참 일방적인 개념이다. 이 세상에 취재거부에 성공한 기업들은 사실 극히 소수다. 그리고 기자나 PD측면에서도 취재 거부에 담담히 ‘네, 알겠습니다”하고 물러서는 선수들은 진정한 선수가 아니다.

일단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하기 싫어’ 라던가 ‘하지 말지’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취재 요청에는 단 두가지 대응방식 밖에 없다. ‘어둡고 우울하게 나오는가’ 아니면 ‘밝게 나오는가’다.

  • 어둡고 우울하게 나오는 방식: 얼굴에 안개 처리, 음성변조로 우스꽝 스럽게, 어두운 다리 샷, 정지화면, 땅에 밀려 떨어진 카메라 샷…
  • 밝게 나오는 방식: 대변인이 정상적으로 앉은 상반식 클로즈 샷, 음성변조 없는 전화 통화…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뻔하다. 일단 취재요청을 받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때 처럼’ 되지 않는다. 절대. 그런데…이런 현실을 애써서 눈감으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피하려 한다. 덮으려 한다. 어떻게 해서든 취재를 막으려 한다. 불가능하다.

요즘같은 세상에 MBC나 KBS에 누굴 안다고 전화를 해서 사정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윗사람이 한마디 해서 기사를 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 큰 일을 만드는 시초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면, 그 성형외과에서는 이렇게 하소연을 할 것이다. “아니, 입장을 바꿔 놓고 이런 보도가 나가면 어느 누가 우리 병원에서 시술을 받으려고 하겠어요? 우린 망합니다.” 이게 사실이다. 예전에는 병원 상호를 안개처리하고, 병원장이나 해당 의사 인터뷰에 음성변조를 해 주었었지만 요즘 영악한 소비자들은 어떤 병원이라는 것을 바로(순식간에) 안다.

그 병원 게시판에는 항의 게시물들이 들 끓을 것이고, 네이버 같은 곳에서는 수십개의 포스팅들이 올라갈꺼다. 취재 응대는 곧 망하는 길이다. 맞다.

그럼 어떻게 하나?

병원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걸 포지션이라고 하는데, 해당 성형 부작용 환자들에 대한 병원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거다. 입장을 정리해서 한번 돌려 읽어보자. 공감이 가는지를 확인해 보자.

그 입장이 ‘변명’으로 느껴진다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거나, ‘너무 병원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거나, ‘거짓말’이라거나, ‘무례하다거나’ ‘피해 환자에 공감하지 않는 면’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해서…’제대로 할말이 변변하게 없다면’

밝은 방식으로  당당하게 취재에 응해서 ‘사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담담하게 소비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기다리면 된다. 망할 것이 뻔하다? 그냥 진작 부터 망할 만한 일을 해 왔던 거라 생각하자. TV 보도 때문에 망했다 억울해 하지 말고.

이게 바로 실제적인 고민이다.  

이러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