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8월 082009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중요한 원칙이 무시되는 프로세스

이에 대해 토론토 스타는 민간분야 대기업의 임원들도 한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는 관례를 지키고 있는데 한 나라의 군 수뇌부들이 같은 비행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군에는 어떤 지휘관들이 한 비행기에 동시에 타면 안 되는지에 대한
정책이 없기 때문에 군부가 심각한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여행전문가는 “군 주요 지휘관들을 한 비행기나 차량에
동시에 태우지 않는 것은 상식 수준”이라며 “이것은 정부가 민간분야의 여행정책에서 배워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이 또한 상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캐나다는 이럴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만…그건 일부만의 상식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일부 외국기업은 본사차원의 규정이 있는 경우가 있다. 지사 자발적 차원에서는…글쎄다)

몇몇 클라이언트에게 기본적인 질문을 해 본다. “CEO 및 임원분들이 단체 이동 하실 때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게 하는 그런 규정이 있나요?”

10중 7-8은 ‘뭔 소리야?’하는 표정으로 상당히 아카데믹한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맞다. 위기관리 원칙들은 실제 발생되기 이전에는 모두 아카데믹하다.

또 이런 반응도 있을 수 있다.

  • 일주일에 한번밖에 연결편이 없는 항공 스케쥴에 있어서 40명의 임원들을 어떻게 여러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나? 3박 4일간의 컨벤션일정을 이 항공 스케쥴 때문에 2-3주간으로 늘려야 하나? 가장 먼저 도착한 임원은 그러면 1주간 이상 다른 임원들을 기다리면서 쉬란 말인가?
  • 임원들에게 개인 비서들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우리 회사의 경우 누가 어떻게 전체 임원들의 출장 일정을 하나 하나 갈라 어랜지 하고 티켓팅을 하나?
  • 하루 일정이라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이동편을 나누면 아무래도 신속하지가 않을껄?
  • 요즘 녹색에너지다 지구온난화 방지다 하는데…우리 임원 40명이 잠깐 이동하기 위해 헬기 10대를 어떻게 따로 따로 띄우나? 또 그 예산은 어쩔껀데?


현실적으로 논의되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아무래도 위와 같은 위기관리 원칙들은 그냥 교과서속 이야기일뿐이라는 변화된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기업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이 이외에 좀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중요한 원칙이 무시되는 프로세스가 그렇다.



 

2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이상적 위기관리와 현실적 위기관리

쥬니어 시절 선배들로 부터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들 중 하나가 ‘너무 이상적이야’하는 투의 말들이었다. 꿈을 꾸고 있다는 비아냥(!)도 술자리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말씀을 해 주신분이 나와 가장 가까운 분들 중 한분이 되어 있지만…)

그당시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다. ‘이상적인 것이 곧 현실적인 거야. 두고봐. 언젠가 그게 맞다고 생각할 날들이 올꺼니까.”

그리고 이런 말들을 싫어했다. ‘너무 교과서적이야. 현실은 교과서와 틀려’ 그때는 이런말을 하는 사람들과 싸웠다. ‘이론과 현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당신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하면서 클라이언트들의 마음속을 읽다보면 위와 똑같은 갈등을 함께 읽게된다.

이상적인 위기관리 그리고 현실적인 위기관리 사이의 갈등이다.

‘내가 위기관리에 대해서 배웠을 때는 기업이 항상 고객과 소비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배웠지. 그러면 이번 이슈에 대해서는 고객과 소비자들을 생각해서 자발적 리콜을 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되는 것 아닐까?’

‘말도안되. 올 한해 장사를 다 해도 그 비용을 감당 할 수는 없어. 회사가 망한 후에도 위기관리 타령을 한껀가? 현실적인 위기관리는 이번 사안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거야.’

‘만약 그냥 넘어가려다가 이 일이 더커지고,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면 어쩔라고 그래? 이번이 우리가 고객과 소비자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강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쓸데없는 소리. 우리가 그들에게 우리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다른데도 많아. 일단 이번 것은 그냥 넘어가자구. 왜 그렇게 일을 벌릴라고 그래?’

‘아냐…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아.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거든.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이번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우리가 선수를 치자는 거야.’

‘말이 안 통하는구나. 당신은 너무 이상적이야. 이론적이구. 왜 현실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나? 하루 이틀 사업한 것도 아니고.’

‘나도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항상 왜 그렇게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지 몰라. 저번에도 그렇게 당하고 나서는 말이지. 실패에서 배우는 학습이 없는건가?’

이런 갈등들이다.

위기관리 코치는 이 갈등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 할까? 정답은 항상 클라이언트의 마음 속에 있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위기관리 방식을 원하는 가를 읽는 것이 코치가 해야 할 가장 첫번째 일이다. 일단 클라이언트가 어떤 방식을 원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런 클라이언트의 방식에 어떤 pros와 cons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그 다음단계다. 선택은 클라이언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치는 그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하게 클라이언트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코치는 실행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측은 한다. 그 예측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선택을 하는 클라이언트는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위기관리 코치가 할 수 있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거의 유일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와 싸우는 코치가 가장 저급이다.

 

 

2월 042009 Tagged with , , , , 4 Responses

말을 더 할게 없다

오바마는 이날 CNN 등 5개 방송사와의 연속 인터뷰에서 “호되게 벌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가 망쳤다”(CBS
인터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CNN 인터뷰), “내가 이 상황에서 실수했느냐고요? 물론이다”(NBC 인터뷰)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책임의 시대엔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2주만에 언론을 통해 사과 했다. 탈세 문제로 자진 사퇴한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때문이다. 사과하는 타이밍과 메시지에 있어서 말을 더 할 게 없다. 책임과 실수를 인정하는 데서 끝맺지 않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는 강력한 키메시지를 던졌다.

상당히 교과서적이지만, 그래서 효과가 있다. 교과서가 시시하다 무시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답을 쓰는 우리나라 일부 리더들 보다는 낫다. 

3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허둥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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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위기는 예견이 가능하다. 심지어 자연재해도 각종 예보 시스템을 통해 많은 부분 예견은 가능하다. 기업의 위기의 경우 전문가들은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 강조한다. 한번의 위기가 발생하기 까지는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 이면에는 300번의 이상징후가 감지됐었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한 법칙이다.

 

그러면 이 300번의 이상징후에 왜 미리 주목하지 않았을까? 항상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듣는 비판이다. 기업 홍보담당자들은 위기 요소에 항상 주목하고 모니터링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 위기요소에 대해 기업내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평소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더 나아가 공식적/비공식적으로라도 그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정립과 플랜을 짜 놓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당위성이다. 실제로는 자주 허둥댄다. 당황하고, 긴장하고, 메시지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주저한다. 이게 현실이다. 홍보담당자의 위기 대비 유형들을 세가지로 나눠본다.

 

전혀 정보가 없는 유형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홍보담당자가 기자로부터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유형이다. 전혀 징후를 모니터링 하지 못했고, 관련 부서로부터의 사전 정보가 없는 유형이다. 이 때 가장 큰 원칙은 기자와 오랫동안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기자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먼저 입수해서 무기가 많다. 반면 홍보담당자는 그 무기에 바로 대항할 힘이 없다. 일단 숨을 돌리고, 사건에 대해서만 묻자. 기자는 우리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설명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았을 때 그에 답변을 하면 안 된다. 물론 답답해 보인다. 그래도 책임질 수 없는 실언을 하는 것 보다는 낫다. 자세하게 기자로부터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해서 빠른 시간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물론 전화를 끊고 나면 바로 CEO에게 보고를 하고 공식적인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 가능한 빨리 답변을 주어야 한다.

 

사전 징후를 알고 있었으나 대비를 하지 못한 유형

이런 경우는 보통 홍보담당자들은 속으로 전화를 받으며 이렇게 생각한다. ‘! 올 것이 왔구나물론 앞이 깜깜해진다. 긴장을 하게 되고, 자꾸 변명을 하게 된다. 보통 훈련 받지 않은 홍보담당자들의 경우에는 전화를 할 때 진짜 이 사람이 해당 사건에 대해 예견을 하고 있었던 건지 아닌지를 순간적으로 기자들이 판단할 수 있다. 기자에게 홍보담당자가 이미 그 사건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면 좋지 않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으면 항상 후퇴하자. 기자의 전화 대응은 앞서서의 사례와 같이 일단 숨을 돌리고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벌자. 준비가 되었으면 그 때 빨리 다시 통화를 하자.

 

어느 정도 시간이 두고 준비를 해온 유형

이런 유형은 조금 대응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일단 기자에게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인터뷰 자세로 돌입한다. 책상을 정리해 놓고 그 위에 우리의 공식 입장을 정리한 공식 발표문(official statement)과 예상질의응답(expected Q&A) 팩을 가져다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단어의 표현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은 그대로 핵심 메시지 내에서만 머물러야 하고, 예측이나 예단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예상질의응답에서 예측해 놓지 못한 돌발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일단 미루어야 한다. “그 사항에 대해서는 제가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이미 준비가 되었을 때는 항상 홍보담당자에게 애드립의 유혹이 따른다. 절대 금물이다. 자극적인 비유나 표현도 자제하자.

 

일단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위기가 발생되면 홍보담당자는 수 십에서 수 백 통의 전화를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한 매체에서 한 명의 기자가 한 통의 전화만 걸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일종의 패닉 상황에서 일대일로 답변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위험스러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한꺼번에 입장을 공개하는 공식 발표문 (official statement)를 배포하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해야 한다.

 

물론 두 방식 모두 철저하게 준비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N사의 과자 이물질 파동은 약 한달, 그리고 모 참치 캔의 이물질 파동에도 약 2주간의 준비기간이 홍보담당자들에게 있었다. 준비 기간이 없는 위기는 없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잘 준비하는 것이냐가 문제다. 그래야 허둥대지 않는다.

1월 212008 Tagged with , , , , , 6 Responses

삼성중공업과 위기관리 교과서

삼성重, 태안사고 47일만에 대국민 사과

연합보도에 따르면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의 한 당사자 삼성중공업이 사고 발생 47일만에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의 메시지는:

  •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 21일 검찰이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예인선단 및 유조선 쌍방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양쪽의 관련 피의자 5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게 됐다.
  • 유조선에 의한 해상오염은 ‘무과실책임주의’로 사고책임과 관계없이 유조선측에서 일차로 배상하게 돼 있다
  • 따라서 이번 사고도 유조선사가 우선 배상하고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과실 정도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뿐
  • 도의적 책임에 관한 문제는 현단계에서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 메시지와 포지션을 해석해 보면 기존의 ‘위기관리 교과서’에 나오는 대응방식과 완전히 일치한다.

위기관리 교과서들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 법률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일방적 과실을 인정하면 안된다. (특히 이번 중과실이 인정될 때에는 무한책임 수준까지 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일단 법률적인 결정이 나면 즉각적으로 기업의 포지션을 밝혀야 한다.
  • 공표하는 기업의 포지션은 법률적 결정에 근거하여야 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안된다.
  • 법률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교과서의 이런 부분들은 간과했다.

  • 위기가 발생한 후에는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기업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 공중에게 큰 피해를 끼친 재해에는 먼저 ‘Deep Sympathy’를 적절히 표현해야 한다.
  • 때때로 법률적인 판단에 의한 입장 표시보다는 국민의 감정을 읽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국민감정법이 헌법에 우선한다)

종합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위기대응 방식의 이유는;

  • 모기업 삼성그룹의 위기와 맞물려 그 시기가 안좋았다. 따라서 잘못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기존의 위기들과 시너지를 일으키게 될 개연성도 있다.
  •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모든 관련 위기 상황을 희석하는 것인 전반적인 기본 전략일수도 있다.
  • 국민감정법에 따라 휘둘리는 잘못된 사례를 남기면서까지 부담을 떠 앉을 필요가 없다는 내부 판단일수도 있다.

삼성이 고민없이 이런 장기전을 택한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름대로의 전략적인 판단이었으리라 본다. 아무튼 참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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