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7편] 왜 “모른다, 기억 안 난다”만 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도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을 앞두고 계신데요. 다른 기업 회장님들의 이전 출석 답변들을 분석 해 보면 ‘모른다. 기억 나지 않는다’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게 법적으로 전략적인 것이라 그런 건가요? 왜 이런 답변들이 많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특정 기업 경영진에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이 왔다면 그건 대부분 해당 기업에게‘법적 여론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청문회’니까요.

당연히 회장님께서는 법적 취약성을 적절히 커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합리적 의심까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지시게 됩니다. 이 부분이 경찰이나 검찰 조사 환경과 다른 점입니다. 이를 위해 로펌이나 법무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보다 전략적인 답변을 준비 하시는 것이죠.

가장 좋은 답변은 이 둘을 동시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법적 취약성 커버에 더 현실적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둘 다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순서에 있어서 법적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여유가 생깁니다. 반대로 여론 관리를 우선으로 두게 되면 법적 대응 여지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완전한 유죄를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혁명적 개선을 하겠다며 선처를 구하지 않는 이상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특수 환경에서 대부분의 답변자가 택하는 포지션은 ‘바보(fool)’와 ‘악당(bad guy)’의 양대 포지션 중 ‘바보(fool)’의 포지션입니다. 이 포지션은 유효 시 법 및 여론상 비판과 책임을 두루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보(fool)’ 포지션에 의거한 핵심 메시지들은 답변자인 경영자분들이 암기 전달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답변자가 최대한 질의자의 의도를 통제할 수 있어서 선호됩니다. 주로 이런 포지션에 의거한 답변 메시지는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가 됩니다.

단, ‘바보(fool)’ 포지션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자들이 그 포지션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기술적으로 ‘바보(fool)’ 포지션은 공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다면 모를 수도 있겠군’ ‘저것까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공감이 있을 수 있으면 이 포지션은 유효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답변자들이 ‘바보(fool)’ 포지션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그 포지션에 대한 상식적,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무조건 모르쇠’나 ‘꼬리 자르기’ 등등으로 비추어지게 되니 문제가 됩니다. 아주 위험한 답변 결과죠.

질문자인 국회의원들은 이 포지션을 흔들기 위해 여러 질문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답변자들을 단순한 ‘바보(fool)’로 비추어 지게 하기 보다는, ‘악당(bad guy)’ 또는 최소한 ‘바보인척 하는 악당’으로라도 보여지게 만들려 애를 씁니다.

청문회란 항상 이렇습니다. 답변자 입장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준비된 핵심 메시지에서만 머무르고, 끝까지 체력과 멘탈 관리에만 이상이 없었으면 최소한 ‘지지 않은 게임’ 이라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사전에 준비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합니다. 예상되는 주요 핵심 질문들을 답변자인 경영진들에게 이해시키고, 쟁점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적인 핵심 메시지와 그 기반이 되는 논리에 대하여 충분한 숙지가 진행됩니다. 이와 더불어 실제 청문회장 분위기와 유사하게 질문자들이 질문 하고 답변자들이 답변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시청하는 청문회 답변은 이런 준비에 의해 전달되는 ‘연출’입니다.

단, 한가지 전략적인 답변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논란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경영 정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적절한 팩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바보’ 포지션은 결코 ‘무능’과 동의가 아닙니다.

# # #

1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6편] 내년에는 뭘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 해에는 조금 힘들 것 같고요. 내년에는 저희 회사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업데이트 했으면 하고요.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받았으면 하고요. 다른 기업들은 보통 무엇부터 시작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자사의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체크하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른 회사 각각에는 다양한 현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PT를 받을 때도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몇 킬로 덤벨을 가지고 훈련하나요?” 물어서 덤벨의 무게를 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들어보고 힘들면 무게를 줄여서 시작하고, 너무 가볍다고 느끼면 그 이상의 덤벨을 선택 해 운동을 하죠.

“남들이 요즘 필라테스라는 걸 많이 하던데, 저도 필라테스를 먼저 해야 하나요?”하는 질문도 좀 우습습니다. 각각의 사람에 따라 필요하고 유효한 운동 타입들이 있는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 시작해서는 반대로 몸을 망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의 업종을 볼 때 어떤 취약성들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에 발생해 왔던 이슈나 위기 유형들을 검토 해 보았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체계라는 것이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감도 내부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취약성 진단작업은 사내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분들이라면 누구든 고민이 가능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에서 보는 취약성들도 청취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여러 시각들과 자체적인 평가들 그리고 정보들을 취합해서 내부 논의를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새해부터 이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며 열심히 운동 하면, 연말에는 이런 이런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야. 몸무게, 체지방, 근육은 이렇게 변화시켜야 하겠어. 나아가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등등에도 이런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군” 이런 그림이 회사 내부에서 그려져야 좀더 발전적인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가 개시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만약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무언가 방향이나 절차를 잘 못 수행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트레이닝은 갑자기 왜 하게 된 거지?” “이 작업은 누가 지시한 거죠? 바빠 죽겠는데…” “이걸 해서 뭐하게요? 이런 거 예전에도 몇 번 했었는데? 효과가 없었거든요?” 내부 공감대가 없다는 의미죠.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 잘 못된 처방을 받아 들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과의 접촉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임직원들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습니다. 매장이나 지점 등의 일선 창구들이 취약하게 열려 있는 상태에서,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에 집중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의 위기관리 경험 수준이 비교적 낮아 실제 위기 발생 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지역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만 실행합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본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빠집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홍보팀에서 과장 하나와 대리 두 명이 모여 만듭니다. 그나마 과장도 타사에서 입사한지 3개월된 분입니다. 실제 위기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의식 고취를 위한 조찬 강의를 6개월마다 어랜지 합니다.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를 강화하라고 하셔서 포탈에서 밀어내기 대행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체계 강화 결과 보고를 합니다. 위기 발생 시 내부 알러트와 상황공유를 위해 모바일 알러트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 알러트를 받는 분들이 대응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 알러트에 매번 홍보팀만 움직입니다.

요즘 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누가 만드냐고 하면서, 사내 인트라넷에 연결된 쌍방향식 위기관리 매뉴얼을 디자인합니다. 그러나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몇 년째 프로젝트 개시가 지연됩니다.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라도 먼저 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예전에 만들어진 매뉴얼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실무자들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이유들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통 받습니다. 자사에 대한 정확한 사전 진단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내년 플랜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까(what)’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왜 해야 할까(why)’를 먼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 # #

11월 302016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75편] 공장 사고 발생을 대비 해 필요한 준비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장이 전국에 여러 곳 있습니다. 막상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관리 매뉴얼에 따라 해당 사고 관리는 어떻게든 진행됩니다. 문제는 공장 주변 언론을 포함 한 이해관계자 관리인데요. 기본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국 각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사고 발생 시 주변 이해관계자 관리에 대한 이슈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사고 상황 등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해당 상황에서 어떤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에 대해 미리 훈련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 생산시설에서 사고 발생 시 발견되는 공통적 대응 상황을 한번 둘러 보죠. 먼저, 공장으로 밀려오는 지역 언론과 주민들을 공장 직원들이 최대한 차단하곤 합니다. 이게 기본적으로는 안전확보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취재방해나 은폐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면 문제입니다. 공장 입구에서 기자들을 밀치고,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고 때리고 하면서 초기 대응에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언론이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황 브리핑에서도 종종 문제가 목격됩니다. 평소 훈련 받지 못한 공장장이나 안전 팀장 등이 과도하게 자세한 브리핑을 시도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말려 들어갑니다. 이를 들은 화난 지역 주민들에게 곤욕을 치릅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대형 사고의 경우 언론 취재가 이어지면,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머물 수 있는 기자실을 설치해 주도록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장 현장에 가보면 실제 기자실 설치 운용이 가능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기, 인터넷, 통화장비시설 등등이 전혀 여의치 않는 곳들이 많습니다. 적당한 공간이 아예 없는 기업도 있습니다.

지역 공장마다 훈련 받은 언론 대응 담당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평소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홍보성 언론 대응은 본사 홍보실에서 처리 가능하지만, 위기 시에는 초기부터 본사 홍보실이 직접 관여 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본사 홍보실 직원들이 지역으로 파견 되기 전까지라도 초기 대응을 담당 하는 공장 내 직원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정해져 있어도 적절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당연히 초기 대응 실수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의사결정 하기에 충분한 현장 정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지역 공장들도 꽤 많습니다. 현장에서의 사고는 대부분 사후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보고를 하더라도 상당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되거나, 누락이나 생략이 발생합니다. 본사에서 생각하는 사고와 현장에서의 실제 사고간에 갭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공장 내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집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공장장이나 핵심 임원들은 언론, 지역주민, 관공서, 조사 기관, 노조, 피해자들 등등에게 이러 저리 불려 다니게 됩니다. 매뉴얼상으로는 현장의 위기관리 센터를 안정적으로 지휘하게 되어 있는데, 이해관계자들의 호출과 문의와 연락, 보고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됩니다. 거기에 본사 보고까지 여기저기 챙기다 보면 실제 현장의 위기관리가 진행은 되고 있는지 지휘라인이 모호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업의 공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관리에만 집중하고, 이해관계자 관리에서는 발을 빼려 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소극적이고 반응만 하는 대응으로 민감한 시기를 일단 모면해 보고자 합니다. 창구 통제도 잘 되지 않아서 여러 직원들이 갖가지 메시지들을 전파 합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계속 희박해 지는 것이죠.

일단, 이상의 모든 공통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본사 차원에서 설치 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이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가서 눈으로 현장을 보고, 현장에서의 한계와 어려움을 들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간단한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현장의 직원들이 사고 발생 시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할 수 있을지, 언론 대응 역할을 맡은 현장 직원은 잘 훈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실이나 피해자 캠프 등은 정확하게 어느 곳에 설치 가능한지, 설치에 필요한 구체적 설비와 물품들은 무엇인지 같이 들여다 봐야 합니다. ‘잘 되어 있겠지…’ 하는 막연함이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큰 적입니다.

# # #

11월 232016 Tagged with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4편] 비선(秘線)에 의한 위기관리라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모 규제기관이 저희 회사를 조사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관련 부서들이 사실을 확인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조사 대비를 개시했습니다. 그런데, 대표께서 아무일 없을 것이라 자신하시더군요. 이게 말로만 듣던 비선(秘線)에 의한 위기관리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대기업은 물론 중견이나 일부 중소기업에게 까지 소위 말하는 ‘비선(秘線)’들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비선(秘線)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몰래 맺고 있는 관계’를 뜻하는데요. 위기관리 관점에서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공식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지 않은 인사나 조직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선의 유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 ‘고문’ ‘자문’ 등의 비상근 인사들도 그 일종입니다. 그나마 이들은 대부분 특정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나 명성 그리고 커넥션들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다른 비선 유형으로는 전혀 회사와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오너의 지인’들도 해당합니다. 수면 하에서 움직이는 유형들인데요. 전현직 사법기관이나 규제기관장, 정치인, 언론인들이 주로 이에 해당합니다. 아예 그 배경이 미스터리인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물론 전직 인사라고 해도 실제 그 이름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특징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비선 유형으로는 지인들로부터 소개 받은 외부 전문가 그룹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일정 시간이 흐르면 내부 임직원들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지곤 합니다. 사내 위기관리 조직과 갈등이나 충돌이 벌어지기도 하죠. 때때로 중간지점에서 협업이 시도되기도 하고요.

이 비선들이 실제 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전적들이 있으니 회사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신뢰하는 것이죠. 사실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인 대응은 위기 자체를 사전에 방지 차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일부 강력한 비선은 그 효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그러나 비선에 의한 위기관리는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첫 번째 가장 큰 문제는 ‘위기 시 공식 조직의 위기관리를 무력화 또는 활동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비선이 움직이면, 항상 공식 위기관리 조직들과 활동이 상호 충돌하거나, 오버랩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때대로 반대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공식 조직은 움츠려 들게 마련입니다. 위기대응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도 공식 조직은 종종 무시됩니다. 동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공식 조직이 표류하게 되는 것이죠.

비선의 두 번째 문제는 위기관리의 투명성을 제한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위기관리 예산의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예산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명하거나 합법적인 예산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전략에도 투명성이 없습니다. 무언가는 진행되는 데, 공식적으로 회사 조직에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도 빈약하고 불투명해집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 그 회사는 불투명한 위기관리 주체가 됩니다.

비선의 세 번째 문제는 위기관리 실패 시 책임에 대한 것입니다. 당연히 위기관리 과정에서 투명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도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비선이 움직여서 문제가 해결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작용한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패 했을 때 비선보다는 가만히 있었던 공식 조직이 그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비선의 문제는 사내 공식 위기관리 조직의 역량 성장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비선’만을 신임하는 오너나 대표이사가 있다면, 공식 조직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가끔 홍보실장들이 모이면 “우리 홍보실은 별 힘이 없어요. 위기 시 오너나 대표이사를 만날 수도 없어요. 그들이 홍보실 의견을 듣지 않아요.” 하는 하소연들을 하곤 합니다. 공식 조직인 홍보실은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 ‘신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오너나 대표이사들은 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 홍보실은 엉터리에요. 전략도 없고. 허구한날 기자들 접대나 하는 사람들인 걸요.” 이쯤 되면 이는 상호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선이 설치게 되기 좋은 토양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환경은 오너나 대표이사가 사내에서 공식적인 위기관리 조직을 키워 지속가능 한 체계로 위기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더 좋은 환경은 그에 더해 현존하는 공식 위기관리 조직들이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 완전하게 신임 받을 수 있도록 평시 역량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비선은 항상 그 사이를 노립니다. 빈자리를 채우려 하는 것이죠.

# # #

11월 17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3편] 가시 많은 생선을 발라 먹는 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께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각종 온라인과 언론에서 별별 루머와 추측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정말 말도 안되고, 어떤 건 좀 근거가 있고 하지만 이 걸 각각 대응하기는 불가능할 정도네요. 정신 차리기도 힘든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가시 많은 생선을 발라 먹는 법’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식탁에 올라 있는 생선에 가시가 많은 경우 그 생선을 경험상 어떻게 먹게 되나요? 무조건 머리부터 꼬리까지 씹어 먹다가는 큰 고생을 할 것입니다. 생선살을 먹기 보다는 목에 걸린 가시들 때문에 고생만 하게 되겠죠.

그럴 때 생선을 먹는 사람은 당연히 가시들을 하나 하나 들어냅니다. 가장 먼저 큰 생선뼈를 잡아 들어 내죠. 그 후 살 속에 남아 있는 잔가시들을 최대한 제거합니다. 못 먹을 머리를 떼어내고 꼬리와 날카로운 지느러미도 필요 없으니 발라내죠. 이후 남는 것은 대부분 살점들뿐입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으라고 하죠. 가끔은 그래도 조심해서 가시를 신경 써서 먹으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현재 질문하신 회사가 처한 상황이 그와 같습니다. 대표님과 관련한 사정기관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살점’과 ‘가시’를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죠. 루머나 추측 보도들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모든 분석은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그 루머나 추측 보도들 중에서 단순 ‘가시’가 무엇인지 발라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시’라는 것은 현재 조사 과정을 통해 사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혐의에 관한 내용들 ‘이외의 부가적 이슈들’을 의미합니다. 실제 근거가 있고, 증거가 살아 있고, 검찰에서 혐의를 둘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내용들은 곧 ‘살점’입니다. 이슈관리 하는 측에서 필히 취해 소화시켜야 하는 주제죠. 반면에 단순하고 자극적인 해프닝들, 뒷이야기들, 카더라 내용들, 곧 증거도 없고 입증이 불가능한 대부분의 것들이 ‘가시’가 됩니다. 이슈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장애가 되는 것들이죠. 발라내야 합니다.

평소 홍보를 할 때는 이 ‘가시’들에게 큰 신경을 써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홍보를 담당했던 이슈관리팀원들은 그 ‘가시’에 많이 주목하고 아파하고 힘들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법적인 이슈관리를 함에 있어서는 그 ‘가시’는 최대한 걸러 내져야 하는 ‘대응 의사결정의 장애물’입니다. 현재 법정에 까지 상황이 연결 진전되었다면, 이미 거실(living room)을 지나왔다는 의미입니다. 거실(living room) 단계에서는 그 ‘가시’들이 곧 ‘살점’의 의미를 일부 가질지 몰라도, 그 이후 법정(courtroom)에서는 일단 그 ‘가시’들 보다는 실제 ‘살점’들에 대한 준비된 대응이 필요합니다.

여러 의혹과 루머 그리고 추측들 중에서 실제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이슈들을 가려내시기 바랍니다. 그 ‘살점’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각각에 대응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이에 대응 하는 활동들을 벌여 나가면 됩니다. 법정 전략을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루머 하나, 의혹 하나, 추측성 보도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대응해야 할 ‘살점’들을 정확하게 골라 선별적으로 준비된 대응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일부 이슈관리를 하면서 목격되는 이슈관리팀의 대응 방식은 연이어 제기되는 거의 모든 의혹과 루머 그리고 추측들에 전부 반박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일종의 흐름에 편승하는 많은 언론 보도들 하나 하나에 반박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그 반박 활동을 그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살점’을 발라 보고 그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언론을 따라가면서 ‘가시’ 하나 하나에 대응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이슈관리 주체의 ‘반박’이 또 기사를 양산합니다. 그 기사들에 대해 또 반박이 진행됩니다. 이슈는 더욱 더 커지고, 광범위하게 두루 퍼집니다. 나중에는 언론조차도 무엇이 실제 ‘살점’인지 ‘가시’인지를 헷갈려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슈관리 주체는 이에 반해 무엇이 ‘살점’인지 ‘가시’인지를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초기의 조건반사적 대응으로 그럴 기회를 가지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슈관리는 엉망이 됩니다.

끊임없이 ‘살점’만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법 적용에만 신경 써왔던 법정에서는 여지 없이 대응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일단 법적 부분에만 주목하시고, 나머지 논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극단적(?) 처방을 내 놓는 이유가 그들이 ‘살점’만을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그룹도 마찬가지가 되어야 합니다. 진짜 ‘살점’은 무엇인지 알아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대응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입니다. ‘살점과 가시’를 분별할 수 있어야 ‘통제’도 가능해 집니다.

# # #

11월 17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2편] 간단하게 위기 대응 전략을 세울 방법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하면 저희가 정신을 차리는 게 일단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어서도 사실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서 말이죠. 좀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 위기 대응 전략을 정리 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병(病)에 대해 한번 생각 해 보시죠. 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다고 설정 해 보시죠. 그렇다면 여러 증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특정 부위가 일정 기간 아팠다거나, 어떤 이상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거나 하곤 하죠. 물론 갑작스럽게 병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위기 발생 전조나 상황, 감지도 이와 유사합니다.

일단 병이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이나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어떤 조치를 먼저 취하게 될까요? 우선 해당 질병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게 됩니다. 그래야 해당 병을 치료 또는 수술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해당 질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식을 구상하게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상황파악과 대응 전략 도출 단계가 되겠습니다.

그 후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와 의사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이런 치료 방식이 있는데,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의사로서 이런 방식을 권장 드립니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게 되겠죠.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의사결정 단계가 됩니다.

의사와 환자가 치료 방식에 대해 동의가 이루어지면 정해진 치료 프로세스에 따라 치료 작업이 실행됩니다. 약이나 주사를 투여 받게 되고, 수술이 필요하다면 수술이나 여러 가지 조치들이 진행되죠. 이 단계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위기 대응 실행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까요?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죠. 여러 측정 방법으로 그 이전의 질병 상태와 치료 후 상태를 지속적으로 비교 합니다. 만약 치료 후에도 해당 질병이 사라지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는 추가적인 치료 실행을 계획합니다. 반대로 치료 후 상황이 호전되고 이제 질병 수준으로 환자를 해하지 않는 결과가 얻어지면 의사는 환자에게 퇴원을 주문하죠. 이 단계가 실행 후 평가 및 위기 종료 단계가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기업 위기를 바라보는 단계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발전단계에 있어 원점(source)-거실(living room)-시장(market)-법정(courtroom)의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원점(source)라고 불리는 것은 해당 위기나 이슈를 발아시킨 사람이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어떤 작은 최초 사건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성패를 기반으로 보면 대부분 이 원점(source)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 대응 하는 것이 성공가능성은 가장 높습니다.

원점(source)에 대한 초기 관리가 실패하게 되면 해당 위기나 이슈는 거실(living room)로 갑니다. 즉, 여론화를 의미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해당 위기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의견들을 만들어 교환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중요성은 최대화됩니다. 여론을 제대로 관리 대응 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여론(living room)이 악화되어 그 다음단계로 전이 되는 곳은 대부분 시장(market)이 됩니다. 팔리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안 팔리게 되죠. 제품이 회수 되거나 매장에서 철수 명령을 받습니다. 가시적으로 불매운동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재무적 충격이 가시화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기존에 진행하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당연하고, 실제적인 시장 대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발적 리콜이나 판대 중단 또는 배상 및 파격적인 시장 활동 등이 병행되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market)에서까지 완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그 다음 단계는 법정(courtroom)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위기는 거의 법정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피해자들이나 규제기관, NGO등이 이전 단계들에서의 문제와 책임을 따지면서 소송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시장활동은 법적 대응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됩니다. 법적 책임을 최소화 하는 전략이 생겨나게 되죠.

위기는 이렇게 생겨나서 이렇게 사라집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위기 발생 후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을 중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 단계가 어떤 단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다음 단계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점, 거실, 시장 그리고 법정의 4단계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 #

11월 082016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You Can not NOT Communicate”라는 명언을 남긴 학자가 있다. 한국말로는 “누구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도로 직해가 되겠다. 쉽게 이야기하면 “세상 모든 것들은 항상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존재하고 있는 그 자체가 곧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논란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침묵’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사실 ‘침묵 할 것이냐?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별 효과 없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신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제(control)’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상황에 대한 통제가 그 첫 번 째다. 위기나 이슈를 관리하는 주체가 해당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해당 상황 자체를 통제하고 있는가? 이 첫 번째 통제에서 대부분의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스트래티지샐러드의-위기관리-6대-통제론

상황에 대한 통제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던 경우들은 수 없이 많다. 우리가 기억하는 상당수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상황을 우선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말로는 ‘원점 관리’라고도 하는데, 항상 실패하는 케이스들을 보면 해당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대신 그 외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회사의 오너가 자신의 운전사를 폭행 해 놓고, 그에게 향한 사과 대신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원점관리 실패 케이스다.

생산시설이나 기타 인명사고 등에 있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나 조직이 “현 상황을 우리가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그러지 못하다면 “현 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통제해서 추가 피해 확산을 막겠다”는 확신이라도 주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창구에 대한 통제

그 다음 중요한 통제 대상은 바로 ‘창구’다. 흔히 말하는 ‘창구 일원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 했을 때 해당 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이 여럿 존재하게 되면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은 그 만큼 커진다.

실제로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같은 레벨의 임원들끼리도 한가지 이슈에 대해 메시지가 서로 서로 다르다. 상호간에 해당 이슈에 대한 이해와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상호간 메시지가 많이 다른 것을 발견한 임원들이 이렇게 묻는다. “이런 이슈에 대해 우리 회사의 공식 메시지는 어떻게 되는 것이 좋을까요?”

“위기가 발생하면 전 조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실제로는 실행 불가능한 조언이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라 수준의 의미로 받아 들여질 순 있겠지만, 조직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조직 내에서 단 두 사람이 창구 역할을 해도 서로 말이 안 맞을 가능성이 높을 정도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조직 내에서 여러 개의 공식 및 비공식 창구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이 조직 구성원 개인들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함부로 전달 된다. 루머가 루머를 낳고, 설화가 설화로 이어진다. 홍보실보다 외부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결국 공식 창구로 정해진 홍보실은 아무 쓸모가 없는 창구가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이해관계자별 한 개씩으로 일원화 시키는 것이 맞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이 창구가 된다. 규제기관이나 정부 커뮤니케이션은 대관그룹이 창구가 된다.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인사부서가 창구 역할을 한다. 이런 창구들을 정해 놓고, 창구에서 대변인 역할을 할 분들을 훈련 하는 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화 작업이다.

메시지에 대한 통제

메시지에 대한 통제 또한 매우 중요하다. 흔히 핵심 메시지라고 불리는 정리 된 메시지가 바로 그런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위기 시 메시지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메시지 몇 개로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문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통제하려면 우선 앞에서 제시한 모든 통제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 전제 없이 메시지만 통제하려고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서는 성공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결과적으로 메시지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있지 못하면 메시지도 통제할 수 없다. 오락가락한다. 우왕좌왕한다. 함구령을 내린다. 거짓말 한다. 말을 번복 한다. 이런 평가들이 모두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채 메시지를 통제하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결과들이다.

확실하게 창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도 유효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들이 충돌하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공식적으로 정리된 메시지가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언론이나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심리적으로 비공식 창구를 좀더 신뢰한다. 공식 창구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필터링 되고, 팩트를 가공했으며, 자신이 유리한 논리를 포함한다’는 의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식 창구 외에 비공식 창구들이 여럿 존재하는 기업이나 조직이 메시지를 통제하긴 힘들다.

위기 지속 기간의 통제

어느 기업이나 조직이 자신을 괴롭히는 위기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겠나? 하지만 실제로 많은 곳들이 스스로 위기 지속 시기를 연장시키는 우를 범하곤 한다. 사과를 여러 번에 나누어서 길게 한다. 크게 한번에 사과 하고 털면 이내 잊혀질 이슈를 지속적으로 되살린다. 한번에 끝내 버리면 될 리콜을 여러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한다.

수없이 걸려오는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 하나 하나 다 대응하면서 반복 해명 한다. 해명에 해명이 다시 붙는다.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반복 해명을 한다. 그러니 기사 보도량은 하늘을 찌른다. 자꾸 논란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위기의 지속기간이 몇 주에서 몇 달을 넘어가게 된다.

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의 지속 기간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다. 신속 대응하라는 조언들이 이래서 나온다. 기업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위기 지속 기간이 길어 질 수록 맨 마지막에 결정 해 전달했던 위기관리와 메시지가 ‘정답’인 경우들이 많다.

위기 지속 기간 동안 정답을 찾아 왔던 셈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그 정답을 초기에 정리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오래 끌어 피해를 더 크게 키운 후 결국 정답을 정리하는 우는 더 이상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이내 잠잠해 질 꺼야’ 이 포지션은 모든 상황에서 유효한 전략이 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신속하게 전략을 결정해서 대응해 위기 지속 기간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 일종의 전격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다. 상황을 통제하고, 창구를 통제하고, 메시지를 통제해야 위기 지속기간의 통제가 가능하다. 이 각각의 통제는 상호간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어느 하나만 부실해도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상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이상의 것들을 통제하기 보다 대신 다른 것들을 통제하려 노력한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메시지가 아니라 다른 논란을 만들어 이번 논란을 덮으려는 시도를 한다. 권모술수가 곧 잘하는 위기관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접근하려도 한다.

실패한 많은 위기관리에서 배우자. 그들 각각이 어떤 통제 기능을 상실했었는지 분석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이는 곧 경영의 품질하고도 맞닿아 있는 이슈다. 위기 발생 후에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되거나, 창구 관리가 엉망이거나, 메시지 품질과 위기 지속 기간 관리 전략이 없다는 것은 경영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수 많은 관련 케이스들이 떠오르지 않나?

# # #

11월 05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1편] 저희 위기관리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희 회사에도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여서 위기관리 매뉴얼도 교육하고 하긴 했었는데, 그게 몇 해 뜸하면서 거의 위기관리팀이 유명무실 해 졌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실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명무실하다는 자평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찌 보면 위기관리팀을 사내적으로 ‘방치’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부 위기관리팀원들은 이제 회사 직원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모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 예산 부분을 한번 살펴 보시죠. 회사에 정해진 위기관리 예산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광의의 개념이라 찾기가 어렵다면,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보시죠. 그리고 그 예산을 가장 먼저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특별하게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임직원들에게 의식 고취 차원에서 한 두 시간짜리 ‘위기관리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일반교육예산 몇 십만 원~백만 원 정도를 보유한 회사들은 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액수나 방식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의 기능적 개선을 위한 수준은 아니죠.

몇 천만 원대의 예산을 임원교육예산으로 잡아 신임임원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 같은 임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그룹사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위기관리팀의 기능 강화와 직접적인 연결을 짓기는 힘들겠습니다.

실제로 아주 일부 자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같은 훈련 예산을 책정한 기업들도 있지만 그 예산의 규모는 천차만별입니다.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에서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시뮬레이션 예산을 약 천만 원 정도로 잡아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매출이 몇 천억 원 정도인 어떤 중견 기업은 앞 대기업의 그것보다 몇 배의 예산을 위기관리팀 기능 강화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매출과 위기관리팀 훈련 예산은 상호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행 간격도 해당 위기관리팀 강화 프로그램을 매년 반복 실시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2-3년에 한번씩 잊혀질 만하면 진행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정기나 부정기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내부 위기관리 마인드가 어느 수준 이상 존재하는 곳들입니다.

한 시간에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명강사들을 초청해서 ‘인문학’ ‘척추 건강법’ ‘커피 브루잉 기법’ 등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기업 임원 프로그램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임원들에게 풍부한 감성과 삶의 여유를 찾게 해 주는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위기관리 팀을 훈련하는 기회와 예산과 비교해 보면 상호간 균형이 맞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 같은 어렵고 따분한 주제는 임원들이 싫어합니다.” “가능하시면 오늘 임원 조찬 위기관리 강의는 재미있게 해주셨으면 해요. 나중에 재미없으면 저희가 힘들어 져서요.” “임원분들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강의는 40분 정도로 마무리 해주시고, 나머지는 질문을 받아주세요” 뭐 이런 사전 요청들이 임원 대상 단순 강의에도 쏟아집니다. 실무자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나 비중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해 집니다.

한번 회사 내에서 ‘위기관리팀을 위한 교육 훈련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팀이 어떻게 작동될지도 상당부분 미리 예측 가능할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실제 업무 기능입니다. 교양이나 재미로 배울 주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 되어야 하는 실무 역량 훈련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살펴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평소 관련 예산을 잘 살펴 보십시오.

 

# # #

10월 19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0편]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말이 많은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에서 일부 문제가 있어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다 화상을 입은 고객들이 생겼거든요. 내부에서는 이 이슈가 제품하자다 또는 악의 없는 실수다 하구요. 한편에서는 이건 안전 문제다 라고 이야기하거든요. 내부적으로 이런 논란이 있는데 어째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으로 위기관리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해당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의 내리기(define)’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내리게 되는 이 정의(definition)는 향후 전개될 위기관리 근간을 이르게 되므로 아주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보면 리콜을 이야기하셨는데요. 해당 리콜 원인과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 해 보시기 바랍니다. 해당 리콜의 원인이 사용자 불만, 사용자 불편, 일부 기능의 오작동, 소비자들의 정서적/감정적 불만이나 불안 등이 원인인가요? 그렇다면 이는 ‘소비자 불만’ 또는 ‘제품 단순 하자’로 해당 위기를 정의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내부 정의가 결정되고 공유되면 그에 따른 정해진 리콜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반면에 해당 리콜이 소비자 안전 사고, 제품 위해성 논란, 실제 신체적 피해 발생이 상황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소비자 안전 위기’로 정의하는 게 더 적절해 보입니다. 당연히 우선 소비자 안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신속한 조치는 필수가 되겠지요. 리콜 프로세스 진행에 있어서도 보다 전격적이고 적극적인 리콜 활동이 필요할 것입니다. 리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보다 잦은 소비자 안전 커뮤니케이션과 리콜 참여 독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앞의 위기 정의와는 완전하게 다른 대응 기반이 필요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러한 초기 ‘정의 내리기’에 혼선이 있거나, 일방적 정의가 내려지거나,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먼저 대응에 나서거나 하게 되면 큰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어떻게 해당 위기를 정의 내리는 가에는 물론 지난한 상황 파악 과정과 내부 토론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에는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철학과 주요 핵심 가치에 연결을 해 보면 좀더 확실한 시각이 정리 될 수 있습니다.

해당 문제 상황이 품질에 대한 것인지, 서비스에 대한 것인지, 소비자 불만에 대한 것인지, 소비자 안전에 대한 것인지, 전혀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한 것인지, 공격적인 이해관계자에 의한 것인지, 기업 정체성에 관한 것인지, 기업 거버넌스와 관련 된 것인지, 사회적 감정이나 공분과 연계된 것인지 등등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현 상황을 정의 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위기에 대한 정의 내리기에는 당연히 내부시각을 포함 해 외부 시각이 균형 있게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족 이야기에 비유 해 보아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면 당연히 그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족 내부 시각에서만 해당 사건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원래 좀 성격이 다혈질이라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절대 남이 먼저 때리기 전에는 남을 때리는 법은 없는 아이인데…’ 이런 내부적 생각에 주로 의지하게 된다는 거죠.

이럴 때는 아이를 중간자적 입장에서 보아온 선생님이나 다른 친한 친구들의 시각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에게서 직접 보지 못했던 부분이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과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알게 되면 보다 나은 상황 판단이 될 수 있겠습니다.

외부 위기관리 카운슬을 평시에 유지 관리하는 것은 많은 유명 기업들에게는 일반적 체계가 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상황에 대한 외부의 관점을 신속하게 내부 의사결정에 일부 반영하여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외부 카운슬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면 해당 위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노력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더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이 강화됩니다.

위기관리는 한 회사 내부에서만 이루어지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닙니다. 수많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게임입니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 해당 기업의 눈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왜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지?’ ‘우리가 볼 때 별 것 아닌데 왜 저렇게 난리들일까?’ ‘뭐가 뭔지 헷갈리는 군. 누군가 배후 세력이 있는 거 아닐까?’ 이런 오해들이 일어난다면, 그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 # #

10월 19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69편] 위기관리 자문의 성패는 어떻게 갈리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난번 저희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 해 당시 모 펌으로부터 위기관리 자문을 받아 보았습니다. 근데 그 성과나 내부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사실 위기가 발생하면 좀 경험 있고 시각이 넓은 외부 자문이 절실한데, 어떻게 해야 좀 더 나은 자문을 얻어 낼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자문에서 그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들 중 하나는 의사결정권자와 해당 위기관리 자문사간의 ‘거리’에 있다고 봅니다. 저희의 많은 경험에서도 클라이언트 내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자문사간의 거리는 항상 중요한 성공 기준이었다고 기억됩니다.

거의 유사한 유형의 기업 위기관리 두 케이스를 동시에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A라는 회사에서는 직접 회장께서 저희 자문사를 불러 상황 설명을 해 주시고, 의견을 물으시고, 적절한 대응 전략과 방안을 지시하시면서 비교적 신속하고 정확한 위기관리 실행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사내에서 자문사를 관리하는 임원도 자문사와 함께 회장님 및 주요 핵심 임원 미팅에 참석 해 의견을 청취하고 자문사와 연장해서 실행 논의를 하는 등 상당한 관여와 리더십을 보여주었지요. 이 케이스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 그룹과 자문사간의 거리는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B라는 회사는 저희와 함께 일하는 실무그룹이 미팅 대상의 전부였습니다. 자문사가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 갭과 정보갭이 발생했습니다. 최고의사결정 그룹에서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실무그룹은 상당부분 모르고 있었고, 그 실무그룹만을 상대해야 하는 자문사에게는 더더욱 블라인드 스팟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로 느껴졌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위기관리 자문은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실무그룹의 장도 사내 최고의사결정권자와 마주 앉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최고의사결정그룹은 자신들이 외부 자문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듯 했습니다. 회사 위기관리에 있어 자문사로부터 별반 도움이 없었다고 평가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였죠.

외부 위기관리 자문사를 왜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들을 종종 받습니다. 기업 내부에 있는 자신들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대응 해 봤던 경험도 더 많아 보이는데, 외부에서 들어와 왈가왈부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일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그럴 수도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다양한 위기관리 실제 경험 했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모인 기업에게는 자문사가 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기관리 실행 임원들이 최고의사결정 그룹에게 직접 보고하고 어느 정도 정치적 발언권과 신뢰를 받고 있다면 더더욱 외부 자문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위기관리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위기관리는 어찌 보면 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그룹들 중 실제로 다양하고 유효한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한 그룹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선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는 빈도가 그리 잦지 않은데 원인이 있습니다. 20여년 동안 팀장과 임원을 거친 분도 그간 회사에게 닥친 대형 위기를 대여섯 번 이상 경험해 본 경우들도 흔치 않습니다. 그 각각에서도 단순 목격이나 실행단의 부분 대응 경험이 대부분입니다.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통합적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 본 적이 많지 않은 거죠.

위기관리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이나 팀장들은 어떻습니까?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그룹에 직접 연결되어 본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사일로와 첩첩 산들에 둘러 쌓여 있죠. 당연히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받는 신뢰의 수준이나 깊이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과도하게 불안해 하는 경우들이 그런 경우들입니다. 실제 실행그룹의 역량이 매우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역량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하니 문제입니다.

외부로부터의 위기관리 자문은 역량 있는 실행그룹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과 전달하고픈 의견을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하는데 핵심이 있습니다. 이는 정치적 이슈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닙니다. 이런 외부 조력은 예상외로 역량 있는 내부 실행 그룹들이 더 적절하게 활용합니다. 자문사를 말 그대로 ‘제대로 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위기관리 경험이나 인사이트도 부족하고, 실행그룹이 내부 최고의사결정그룹과 격리되어, 신뢰도 제한적임에도 홀로 무언가 해 보겠다는 생각이 어찌 보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자문사를 왜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상태에서 ‘뭐든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도 매우 위험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역량 있는 지혜로운 실무그룹이 외부 자문사를 쓸 때 성공 확률은 높아 집니다. 해당 실행그룹과 자문사가 직접 최고의사결정그룹에 참여하거나 자유롭게 대면 할 수 있어야 더더욱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집니다. 예외는 거의 없습니다.

# # #

1 41 42 43 44 45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