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7월 21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8편] VIP와 관련 된 의혹이 불거졌는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검찰에서 A회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데요. 그 회사와 저희 VIP가 관계가 조금 있으신 모양입니다. VIP께서는 관련한 의혹이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회사 차원에서 이 의혹을 좀 확실하게 털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개념을 다시 정리해 보시지요. 해당 의혹이 회사와 관련된 사업적 의혹인 경우인가요? 아니면 VIP의 개인적 관련 의혹인가요? 만약 회사와 관련된 사업적 의혹이라면 회사 홍보팀이 창구가 되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VIP의 개인적 의혹이라면 회사 홍보팀이 창구 역할이 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종종 국내 기업들에서 VIP가 오너인 경우 VIP의 아주 개인적 의혹에도 회사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오너 개인과 법인의 이슈를 분리하지 않는 관행입니다. 그 개인이 오너이기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정상적인 관여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특히, 위 질문과 같이 자사 이슈가 아니고 VIP께서 현재 조사 대상인 A사와의 개인적 관여 의혹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회사 차원의 개입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홍보팀이나 관련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사실 “이번 이슈는 VIP 개인 이슈입니다. VIP께서 이슈관리 대행사를 고용하시면서 개인적으로 대응하시죠. 저희 회사차원에서는 개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VIP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회사 차원에서는 가능한 그런 경우 VIP에게 ‘침묵’을 조언해야 합니다. 사법적으로 의혹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실제 사법기관의 조사를 위한 요청을 받기 전까지는 침묵하시는 것이 좀더 안전합니다. 일부 언론 기사를 통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해도, 개개적 대응과 장황한 해명 보다는 침묵을 유지하시는 것이 자신을 위해 낫다는 것을 지속 조언해야 합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VIP께서는 사법기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자문을 받으시고 변호사 선임준비를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그 의혹이 단순 의혹으로 끝난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사법기관에서 그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출두 요청을 해오는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회사의 홍보팀입니다. 기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받고 취재를 받고 하니 “이 의혹에 대해서 우리도 무언가 확실하게 해명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해명하자’는 충정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해명 활동은 더욱 더 사법기관의 주목을 끄는 밑밥이 되곤 하니 문제입니다. 마치 “여기 좀 더 봐주세요. 저희 VIP는 아무 잘 못이 없는걸요? 지금 오해하고 계시는 거예요!”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법적 문제는 법적인 절차와 대응을 통해 푸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적인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적인 절차와 대응을 통해 푸는 것도 기본입니다. 이해관계자 관점에서도 기본은 동일합니다. 고객과 관련된 이슈는 고객을 중심으로 푸는 것이 맞습니다. 직원은 직원을 중심으로, 언론은 언론을 중심으로, 거래처는 거래처를 중심으로 푸는 것이 기본입니다.

문제가 커지거나 장기화 되는 경우는 고객과 관련된 이슈를 관리한다고 언론을 동원하는 경우입니다. 언론관련 이슈를 관리하기 위해서 검찰과 법원을 동원하는 경우입니다. 거래처를 관리하기 위해서 다른 이해관계자를 활용하는 경우도 한번 상상해 보시죠.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고도 하지요. 접근 방식이 잘 못된 케이스들입니다.

사법기관의 수사과정에서 어떻게라도 의혹 선상에 올라 있다면 ‘침묵’하십시오.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별반 얻을 것이 없습니다. 홍보팀은 일단 뒤로 빠지고, 법무팀이나 VIP가 고용한 로펌이 대응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십시오. 관련 이슈에 대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 하나 하나를 관리하면서 전반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하는 포지션을 선택하십시오.

무조건 나가서 떠들며 소리지르는 것이 홍보팀의 역할은 아닙니다. 전략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하이 프로파일 할 것인지, 로우 프로파일 할 것인지를 고민해 선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선 대응에 있어 스스로 통제 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VIP에게 조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VIP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연락 해 오는 기자들에게는 어떤 답을 해야 하는가? VIP인 내가 억울해 미치겠는데, 이 억울함을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가? VIP께서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출두 요청을 받으셨는데 이 경우 출두 당시 기자들에게는 무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어떤 절차에 따라 현장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어떤 모습으로 청사에 입장해야 하는가? 이런 절실한 질문들에 대해 적절한 답변과 조언 그리고 활동 지원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이는 곧 동중정(動中靜)의 준비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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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7편] 전략적 침묵도 필요한 거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에 최초 이상이 발견된 게 작년 이맘때입니다. 기술팀에 의하면 해당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데, 고객 컴플레인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문제입니다. 해당 제품을 접는 것은 현 상황에서 불가능하고요. 수가 없으니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해 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략적 침묵이란 정의는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때가 오면 즉각 개입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개입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핵심 포인트는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가 됩니다. 대부분 전략적 침묵을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혼동하는데 문제는 그 차이에 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략적 침묵이라는 개념은 이상과 같습니다. 그 외 전략적 침묵이라는 개념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만 ‘일부’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법적으로 자사에게 유리한 팩트들이 극히 제한되는 경우입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같은 검찰출두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그런 전략적 침묵을 의미합니다. 사법기관이 수사중인 상황에 대해서 왈가왈부 미리 떠들어 보았자, 유리할게 없는 경우 전략적 침묵이 일부 유효하다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시장 루머와 관련된 경우입니다. 근거 없는 루머, 어이없고 황당한 루머, 아주 민감한 M&A관련 루머 등에 일일이 대응 하고, 구체적 해명을 하다 보면 더욱 부정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 상황에 적용됩니다. 이 때 “코멘트 할 것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는 형식의 전략적 침묵이 있겠습니다.

세 번째, 발생 이슈가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별반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수준에서의 전략적 침묵입니다. 해당 제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관련 컴플레인 고객이 소규모고, 그 컴플레인 수준도 별반 심각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전략적 침묵은 일부 유효한 대응이 됩니다. 물론 원점관리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겠지요. 아주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대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 아닐 때 적용됩니다.

네 번째, 내 외부 상황이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서, 해당 이슈에도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입니다. 불미스러운 이슈가 발생했고, 그와 관련 일부 이해관계자 인지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국가적으로 더욱 더 큰 이슈가 여기저기 발생해 자사 이슈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우입니다. 이때 ‘날 좀 보소~”같은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자제한다는 대응입니다.

어려운 것은 이상과 같이 전략적 침묵이 일부 또는 상당수준 유효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칼로 자르듯 정확히 판별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시장 루머 같은 경우도 최초 전략적 침묵을 하다 보니 점점 루머를 실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져, 부랴 부랴 해명하고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도 루머가 사라지지 않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가서 “왜 최초 전략적 침묵을 했습니까? 그 때 바로 대대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요..”하는 조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무조건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 하고 나가야 한다면서 ‘초전박살론’만을 조언하는 것도 실제 현장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조언입니다. 스스로 떠들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실수들도 꽤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에서 설명한 제한된 상황이라면 오히려 전략적 침묵을 조언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고 전략적으로 보여집니다.

다시 최초 조언으로 돌아가면, 전략적 침묵이냐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냐 하는 판단은 지속적 상황 변화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조언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준비를 다 완료하고 개입 시점을 가늠하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입니다. 최초 전략적 침묵이 유효했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더 이상 전략적 침묵이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 왔다면 ‘바로’ 개입해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전략적 침묵으로 실패한 케이스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초 일부 의사결정권자의 감에 의지해 전략적 침묵을 선택합니다. 그 후 상황변화를 적절하게 따라가지 못하고 최초 침묵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악화되어 무언가 커뮤니케이션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그 때부터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때는 때대로 놓치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전혀 보지 못하고 맙니다. 그와 함께 최초 전략적 침묵에 대해 ‘쉬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최악의 위기관리 결과를 얻게 되는 거죠.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개입 시점을 가늠하는 것. 그것만이 전략적 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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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7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6편]대표님이 기자와 통화 중 실수를 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큰일이 났습니다. 대표님께서 오늘 출근 중 기자 전화를 받으셨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30분 가량 통화하시면서 몇몇 민감한 주제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 하신 모양입니다. 사후에 대표님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홍보실에 연락 해 기사를 못 나가게 하라 하시는데요? 가능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불가능 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대표님께서 확실하게 기자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그런 중요하고 민감한 취재를 하고도 기사를 쓰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격이 없는 셈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리더들의 말실수 케이스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일단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관리에 최선은 다해 보시되, 차후 이런 유사 상황이 재발되지 않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시기를 조언 드립니다. 이번 케이스에서 문제와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요?

첫째, 기자로부터의 갑작스러운 전화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대표님과 모든 임직원들이 가져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위험합니다. 둘째, 예상치 않았던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을 꼭 상세하게 해 줄 의무가 없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이 조언은 무조건 기자의 질문에 묵비권이나 노코멘트를 행사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신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요청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셋째, 어렵게 어렵게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버셨다면 신속하게 홍보실과 답변 방식과 메시지에 대해 상의 하셔야 합니다. 위에서 문제는 기자의 전화에 대해 리더께서 선 조치 하신 후, 후 내부 공유하신 것입니다. 상당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기자의 전화에 대해서는 어떤 리더시더라도 (답변을 위한 시간을 벌은 후) 선 내부 공유하시고, 후 조치 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위의 질문과 같이 오랫동안 민감한 주제로 인터뷰 하시고, 홍보실에게 “기사를 못 나가게 하라” 지시 하시는 것은 리더로서 참 창피한 행동입니다. 리더 스스로 특정 내용이 ‘기사로 나가서는 안 된다’ 생각하시면 그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시지 않으면 됩니다. 이건 당연한 상식입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취재 대상 조직의 최고의사결정자가 한 말에 대해 재차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 조직의 리더가 주장한 의견은 곧 그 조직의 공식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리더가 기자에게 설명한 정보는 그 조직이 기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작심한 정보라고 간주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해당 정보를 기사나 보도에 써도 된다는 허락을 상당 수준 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가끔 기자에게 말실수 하신 리더께서 이런 요청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기자…생각해 보니 아까 한 이야기는 민감한 것 같으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기사로는 쓰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기자는 아마 몸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 될 겁니다. ‘아, 특종이구나’ 취재대상인 조직의 리더가 그런 말씀을 하실 정도면 큰 선물을 받은 셈이 됩니다.

일부 리더는 이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기자…이 정보는 자네만 알고 있어. 다른 사람한테는 이야기 말고. 그러니까….” 이 또한 위험한 행동입니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이분이 나를 신뢰하시는구나.’하는 생각보다 ‘이 분이 참 순진하시구나’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리더는 이렇게도 말하십니다. “이런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기사는 쓰지 마시고요. 혹시 기사를 쓰시더라도 제 이름이나 신분은 노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독특한 요청은 기자들에 의해 어떻게 해석될까요? 이분이 조직에 무슨 악감정이 있나 보구나. 이렇게 내부고발을 해 주시는걸 보니.’하는 생각을 할겁니다.

리더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기자들이 해석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리더는 기자에게 부주의해 보이거나, 순진해 보이거나, 조직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져서는 안됩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아주 당연한 원칙과 생각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합니다.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공유하시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실행 원칙을 강하게 재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적 경험이 필요하다면 반복해서 훈련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십시오. 왜 우리 조직 내에서 당연한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지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차후 유사한 해프닝들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한번은 실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실수는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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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5편] 성공한 위기관리 케이스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저희 회사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를 심어주라 하셨습니다. 담당 임원으로서 제가 준비하는 데 힘든 게 많네요. 혹시 성공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아시나요? 어떤 회사가 가장 위기관리를 잘 하나요? 몇 개 알려 주실 수 있으시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한 케이스를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곤란해 집니다. 정확하게 말해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관리’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 케이스는 어떻게든 성공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위기가 곧 성공적 위기관리의 작품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어떤 문제를 수면 하에서 시스템적으로 방지 완화 시켰다는 의미거든요. 소리소문 없이 말이죠.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알 방법이 없는 그런 위기가 성공적이라면 성공적인 위기관리라 하겠습니다.

공장 화재 같은 경우는 어떨까요? 화재가 일어나지 않게 평소 안전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화재 발생 가능성은 최소화되겠지요.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진화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떠들썩하게 알려지지는 않을 겁니다.

제품 하자는 어떻습니까? 제품에 발생한 하자가 있다면 그 문제를 스스로 신속히 해결해 고객들에게 대규모 컴플레인을 받거나, 규제기관으로부터 리콜 권고를 받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죠. 스스로 해결해서 고객들을 잘 관리하면 그 외 여러 사람들이 해당 제품하자 문제를 알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거래처 이슈는 어떻습니까? 제대로 된 거래처 관계를 관리하고 있으며, 간간히 발생하는 거래처들과의 갈등을 제대로 풀어 나가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갑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일부 악의적인 거래처가 시끄럽게 해도 회사를 잘 아는 다른 많은 거래처들이 문제가 커지도록 놓아두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어떤 암묵적인 의도를 가지고 발생시킨 위기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사내에서 암묵적으로 업계 경쟁사들과 가격담합을 하면서 발생시킨 공정위로부터의 대형 과징금 폭탄 케이스를 상상해 보시죠. 분명히 범법의 의도가 있었던 케이스입니다. 이런 케이스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연이은 행정소송을 통해 과징금액을 최소화 하는 것이 성공일까요? 고객들에게 각인된 ‘나쁜 회사’ 이미지는 관리대상이 아닐까요?

임직원들이 대규모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다 내부고발이 들어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사내 고질적 성희롱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고, 가해자들을 감싸다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의해 문제가 되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요? 식중독균이 우글거리는 아이들 먹거리를 만들어 속여 팔다 걸린 회사는 어떻습니까? 이런 회사들에게 성공적 위기관리란 어떤 의미이겠습니까? 그들의 그 생각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 볼 수 있을까요?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서 발생시키지 않는 관리입니다. 그 다음으로 그나마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위기관리는 위기가 피치 못하게 발생했을 때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관리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간’입니다. 위기상황의 지속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회자되는 연예인의 스캔들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A라는 연예인과 B라는 연예인은 인기도 비슷하고, 발생한 스캔들도 비슷한 유형이라고 전제해 보시죠. 연예인 A는 스캔들의 상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언론과 온라인으로부터 엄청난 관심과 비난을 10일간이나 감수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공방전으로 위기관리를 지속 해 결국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부담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받은 엄청난 비판과 이미지 손실로 복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겁니다.

반면 연예인 B같은 경우에는 최초 스캔들 상대를 압도적으로 관리해서 사건이 보도된 이틀만에 문제를 해결해 버립니다. 언론에서 후속 취재를 하는데 아무도 해당 스캔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잠깐 들끓었던 온라인이 점차 잠잠해 집니다. 팬들이 해당 스타를 지원하고 나섭니다. 일부 자극적 기사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해당 연예인은 정상적인 활동을 개시합니다.

이 둘 중 ‘비교적’ 성공한 위기관리는 어떤 것인지는 분명합니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성공적 위기관리지만,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초전에 승리를 거두는 체계와 역량을 가진 곳이 성공합니다. 그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 목적입니다. 비교적이라도 위기관리에 성공해 보자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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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4편]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는 누가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라 하셨습니다. 들어보니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을 먼저 찾아 보는 것이 그 첫 걸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작업을 어떻게 누가 해야 하나요? 저희 부서에서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처음에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왜 힘들어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 해 현장에서 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깨달은 답이 있습니다. 위기관리와 그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은 실행하는 동시에 그 주체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질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그러면 쉽게 설명 해 보겠습니다. 회장께서 지시하신 위기관리 시스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회장 및 최고경영진은 자사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나 첩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뭐라 구체적으로 찍어 설명해주긴 뭐하지만……’ 다가오는 그런 류의 위기에 우리 회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거죠.

회장 및 최고경영진이 감지하고 있는 그 ‘위기’란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실무그룹이 ‘회장님 혹시 감지하신 위기라는 게 A관련 인가요?”라 물을 수 있겠습니까? 힘들죠. 한 임원이 실무그룹에게 ‘A를 포함해 봐.’라는 간접적 언질을 주지 않는 이상은 구체적으로 감지된 위기 유형을 실무그룹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부터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시작됩니다. 사내적으로 대규모 위기요소진단을 진행하기도 하죠.

실무그룹이 고생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유형을 여럿 도출했다고 치죠. 그 리스트를 정리하는 데에도 이 ‘정치적 부담’은 작용합니다. 상위 다섯 A들이 회장 및 경영진만 아는 대외비적 문제들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내적으로도 ‘그럴 거야…그렇지 않겠어…당연하지’ 하는 주제들입니다. 실무그룹이 이 주제들을 보고하며 “이런 것들이 향후 우리에게 발생할 위기유형입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 불가능합니다. 그런 민감한 유형들은 뒤로 좀 밀어놓고, 실무그룹에서 해결해야 할 일반적 위기유형들이 상위로 올라가곤 합니다. ‘정치적 부담’의 결과죠.

일부 최고경영진이 회장의 감지 내용을 이해하고 “A라는 위기유형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보도록 하세요”라 했다고 해보죠. 실무그룹은 더더욱 고민에 빠질 겁니다. 그 위기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죠. 그 내용을 알아야 대응 방안과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짤 텐데 위기 자체에 대한 내부 정보가 없습니다. 실무그룹이 그 내용을 알려면 기획, 감사, 재무팀 등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한데, 그들이 자신의 목숨(?)과 같은 비밀내용을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은 실무그룹과 공유할 리 만무하죠.

어쩔 수 없이 실무그룹은 A라는 위기유형 ‘일반’을 상상하면서 대응 방안을 만듭니다. 타사들에게는 유사한 A 위기유형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조사하죠. 그 감지는 어땠고, 초기 대응 방식들은 어땠는지 궁금해 합니다. 마치 같은 병을 앓은 여러 타인들만 진맥 하면서 자기 자신의 병을 간접 진단하고 치료 하려 하는 것처럼 되는 거죠.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이 ‘정치적 부담’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최고의 대응은 현 시점에서 A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발하지 않도록 ‘발생 방지’를 하는 것인데요. 실무그룹이 생각하는 것 보다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대응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들 핵심이 움직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경우죠. 이 절실하고 중요한 요청을 대응 방안이라 정리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결국 대응방안도 실무 차원에서 가능한 ‘일반적’ 방식들로만 구성 됩니다. 곧 15m짜리 쓰나미가 올걸 뻔히 알면서도 5m짜리 방파제를 쌓은 형상이죠. 실무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실제 A라는 거대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회장님 지시로 회사 실무그룹이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할까요?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작동하더라도 효과가 모자를 겁니다. 무언가는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게 느껴집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 뛰쳐나온 열명의 어린 아들 딸들이 집 주변을 뛰어 다니며 불이야 소리만 지르는 모습과 같아 집니다.

오랜 시간 후 위기가 마무리되어 내부적으로 살아남은 임직원들이 ‘왜 우리가 실패했나?’ 평가 하게 되면 어떤 의견이 나올까요? 이때도 ‘정치적 부담’은 살아 있을 겁니다. 결론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형편 없었다!”로 끝날 겁니다. 문제의 핵심인 ‘상위 1%’가 곧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 품질이 곧 시스템의 품질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죠. 그 부분을 먼저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구축은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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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3편] 위기관리 매뉴얼은 수명이 얼마나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요. 사내 조직변경도 빈번하고, 임직원들의 입퇴사가 잦아서 그때마다 매뉴얼을 바꾸는 게 참 힘듭니다. 조금만 내버려두면 완전히 쓸모 없는 문건이 되어 버리거든요. 어떤 묘안이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에서 보면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6개월 가량인 듯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잦은 조직 변화들과 인력 변경들이 매뉴얼을 금새 현실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죠.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매뉴얼을 온라인화 해서 인트라넷과 연동해 관리하기도 합니다.

조직 변경이나 인력 변동에도 각 임무 고유의 역할 값을 부여해서 자동으로 변경된 인사조직구조에 연동되게 만들어 놓는 거죠. 그러나 이 것도 완전하게 매뉴얼을 생생하게 살아있게는 못합니다. 중요한 건 변경된 역할을 개개인이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온라인상에 떠있는 매뉴얼만 시시각각으로 바뀐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위기관리 매뉴얼만 지속 업데이트 하는 전담자를 뽑아 앉혀 놓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매뉴얼을 비롯한 위기관리 체계를 잘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현장에서 그런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위기관리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뭐든 ‘정기적’으로 하다 보면 형편없이 체계가 구식으로 몰락하지는 않겠지요.

일년에 한번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 본다 생각해 보시죠.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면 그 전부터 일정기간 동안 모두가 매뉴얼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조직 변경이 있었다면 그 변경을 적용하기 위한 토론이 진행되겠지요. 최소한 새로운 인력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을 읽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 시뮬레이션 때가 되어 위기관리 활동에 참여해 보게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자신과 전사적인 체계를 업데이트시키는 셈이죠.

분명하게 이해하셔야 할 것은,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의 단계상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많은 기업들이 안도의 숨을 쉬곤 합니다. 자사에게 위기관리 체계가 수립되었다는 자신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과연 이 매뉴얼이 실제로 작동 할까?’하는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이게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두려움입니다.

매뉴얼을 살아있게 만드는 방법은 정기적으로 이를 기반으로 훈련 해 보는 것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시뮬레이션은 가장 상위 개념으로 아주 장기간 숙련된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합니다. 만약 자사의 위기관리팀이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여러 워크샵과 기본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 중 가장 권장 드리는 것이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 워크샵’입니다. 자사는 물론이지만, 동종업계와 타업계를 막론하고 최근 발생한 기업 위기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는 세션입니다. 자사의 위기관리팀에게 계속 질문해보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이런 류의 위기가 발생하면 이들보다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그보다 잘할 수 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주 실제적인 이유 말이죠. 만약 그들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체계를 지금이라도 고안해 보자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시나리오 워크샵’도 추천 할만 합니다. 대부분의 위기관리팀은 자신에게 어떤 역할이 맡겨져 있는지를 이해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개인 역할과 책임에는 충실할 수 있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팀워크와 일사불란함을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감이 없습니다. 위기관리 시나리오 워크샵은 “우리회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위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하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 위기가 발생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형태로 발전되고 전개될 것인가?”하는 그림을 함께 미리 그려봅니다.

그 워크샵을 통해 자사의 위기관리팀이 보다 현실적인 위기관리관을 가지게 되고, 실제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신은 물론 전조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외 다양한 워크샵과 트레이닝들을 위기관리팀에게 제공해 체계를 업데이트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상의 노력들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뉴얼이 노화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기 보다는, 정기적으로 그 매뉴얼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경되는 조직과 새로운 인력들에 대해 혼동을 느끼기 보다는, 새로운 훈련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그 변화를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지속적 관심으로 업데이트 해 주어야 하는 것이 꼭 위기관리 체계만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 내 모든 기능들과 체계들은 그렇게 관리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정기적인 훈련. 어떻게 보면 쉬운 업데이트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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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9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2편]부정기사 소나기가 장마처럼 계속되는데 어떡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대한 사법기관의 수사로 연일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죄다 부정기사인데요. 기사가 한두개정도는 어떻게 해 보겠는데, 몇주간 하루 수 백 건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본으로 돌아가 보시죠. 평소 회사가 자사관련 부정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는 이유가 뭘 까요? 부정 기사 하나 두개가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부정기사들이 제기하는 논란과 관련 해 진정으로 회사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생각들을 다시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론에서 표출하는 수많은 기사들 중 자사에 부정적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회사마다 해당 언론의 형태와 특성에 따라 그 대응의 수위를 결정합니다. 해당 언론사가 기존에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해당 기사의 내용이 향후 어떤 영향을 누구에게 끼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분석이 있어야 대응을 결정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 별반 근거 없거나, 사회적으로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지닌 타입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해당 언론사가 별반 영향력이 없는 타입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석이 나온 경우 대부분의 회사들은 적극적 대응을 생략하거나, 제한적 대응으로 마무리 짓기도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대응 패턴에서 답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기사에서 회사가 우려하는 것은 그 ‘영향력’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해당 보도 하나, 기사 하나를 우려하기 보다는 그 각각이 가져올 영향력을 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과 같이 수없이 많은 부정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진다면, 회사는 무엇을 우려해야 할까요? 기사의 수를 우려 해야 할까요? 기사의 다양한 내용들을 우려해야 할까요? 주요 영향력 있는 매체의 주목에 대해 우려해야 할까요? 그들 중에서 끈질기게 특종만을 찾아 경쟁하는 일부 매체들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상당한 패닉이 내부적으로 존재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관리위원회 자체로는 이제 더욱 큰 그림을 보는 수준으로 한단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순간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부정 기사들을 통합적으로 비교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 상당수 유사한 내용을 반복해 기사량을 채우는 복제기사들을 찾아내십시오. 별반 의미가 없습니다. 그 다음 남은 기사들 중 다른 언론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해당 언론사만의 독특한 정보를 품고 있는 기사들을 찾아 보십시오. 그 독특한 정보들 중 유의미한 내용을 다시 한번 걸러 내십시오. 향후 영향력은 그들에게서 생성됩니다.

이상의 분석업무들을 일선 홍보팀을 통해 반복하면서 꾸준히 트레킹 해 나가도록 지시하십시오. 이와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인 사법기관, 그 주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모니터링/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t)를 더욱 더 강화하십시오. 언론 모니터링이란 언론에서 게시한 기사나 보도에 대한 모니터링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 기사나 보도를 개발하는 기자들과 데스크들에 대한 모니터링/휴민트는 기본입니다.

여러 핵심 이해관계자들간의 교류 정보들과, 언론 모니터링/휴민트 분석 결과들, 그리고 내부에 구성된 위기관리위원회의 전문 분야 정보들(법, 규제, 기술, 의학, 예산, 재무, 여론, 대관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활동이 지속되도록 위기관리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위 전면전 이후에 운영하는 ‘통합전력 상황실’과 같은 의미를 실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기사들로 인해 어떤 사회적 영향력이 생겨날 것인가? 그 기사들로 인해 해당 사법기관은 어떤 부담이나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일부 기사들의 경우 그 개발 주체(소스)가 누구인가? 그 주체는 왜 해당 언론사를 통해 특이한 앵글을 촉진시켰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논란 각각에 대해 우리 회사가 내부적으로 파악한 사실관계는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수사 프로세스가 예상되는가? 그 각각에 대한 법적 대응은 어떤 것들이 가능한 것인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에 대한 방지 및 완화 대책은?

이런 많은 전략적 대응 관련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면적이 시작되면서 보다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생겨야 합니다. 기사 하나 하나에 대응하러 언론사를 돌아다니던 홍보실은 더욱 분석적이며 수비적으로 자세를 변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쏟아지는 기사들 전체와 하나 하나를 비교 분석해 가면서 앞으로 어떤 영향력이 새롭게 생겨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위원회 자체가 외부에 주로 집중되어 있던 역량들을 내부로 변환해 집중해 보는 기간이 될 것입니다. 지나가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면서, 소나기가 그친 이후를 대비하기 위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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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62016 1 Response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1편] 시나리오를 전혀 모른 채 시뮬레이션이 가능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려 하는데요.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미리 위기 발생 시나리오를 다 알려주고 나서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임원들이 알아야 시뮬레이션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데요. 그렇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실제 위기와 최대한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여 실제와 동일한 대응으로 진행되는 훈련입니다. 실제적 위기상황에 맞닥뜨려서 실질적인 위기관리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실제 위기상황과 같은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개발 시 어떤 부분이 고려되어야 할까요?

첫번째는 현실성입니다. 해당 위기 상황이 우리 회사에게 발생할 수 있겠다 하는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공감대라고 하면 흔히 ‘발생 가능성’에 많은 비중을 두곤 하는데요. 발생 가능성과는 그리 큰 관련은 없습니다. 발생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으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주제로는 적합합니다. 물론 이왕이면 발생가능성이 큰 위기 유형을 가지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지요.

발생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더해 보겠습니다. 전체 위기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모든 팩트들이 ‘실제와 동일’하다면 해당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어렴풋하게 주장하는 발생가능성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일부 임원들이 “그런 위기상황은 발생 할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위기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러면 컨설턴트는 그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팩트 하나 하나를 점검해 어떤 팩트가 현실과 다른 팩트인가를 꼽아 봐야 합니다. 만약 그 모든 팩트들이 실제 발생가능한 것들이라면, 그 총합인 전체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한 것입니다.

반대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구성 팩트들이 현실과 전혀 다르다고 하면 (팩트가 현실에서 전혀 발생 불가능하다면), 해당 위기관리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와 별개로 개념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지…’ 또는 ‘너무 황당한 시나리오군…’하는 생각으로 해당 시나리오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블랙스완(black swan)’ 현상이 실제 발생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라서 그렇습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를 위한 두번째 고려사항은 ‘관리 가능성’입니다. 만약 시나리오 전체가 발생 가능하고 현실적이라고 해도 관리가 아예 불가능 한 재앙적 시나리오로 진행되면 시뮬레이션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재앙 같은 상황을 조성한 후 이에 대응해 보라고 한다면 훈련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뉴얼상으로 정해진 대응 방식들을 조합해서 제대로 된 관리 활동들이 일부 또는 대부분 가능해야 훈련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중요 고려사항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이 부분이 오늘 답변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실제 위기를 한번 생각해 보시죠. 그 발생 시간이나 계기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일부 전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조를 미리 관리하더라도 완전하게 해당 위기의 발생 시기와 전개 방식 전반을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위기관리는 훨씬 수월하겠지요. 실패할 가능성도 확실하게 줄어들겠고요.

잘 구성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이 훈련에 참석하는 위기관리위원회 전원이 어떤 위기유형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게 될지 미리 알지 못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첫번째 시나리오 하달 후 이어지는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 될지에 대해 몰라야 합니다. 그 방향을 예상해 대응해 보는 훈련 목적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뮬레이션상으로 어떻게 해당 위기가 결말 지어 질지에 대해서도 몰라야 합니다. 자신들의 대응으로 어떻게 결말지어야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기존 위기관리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미리 다 알려져 있는 시나리오로 진행되어, 대응팀이 이미 다 숙지한 대응 방식을 확인하는데 머무릅니다. 태권도로보면 일종의 약속 대련(맞춰 겨루기) 형식이죠. 정확하게 구성원들이 집중만 하고 정해진대로 따르면 대부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구조의 훈련입니다. 편하기는 하지만, 실전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설명 드린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반대로 ‘자유 대련’ 형식입니다. 올림픽이나 여러 경기에서 태권도는 모두 자유 대련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아무것도 짜인 것이 없이, 순수하게 상대방과 맞서 자신의 실력을 겨루는 거죠. 기업에서 진행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궁극적으로 이런 형식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사의 강함과 약함을 다 같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알면 편하지만, 모르면 강해집니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실무자분들이 참고하여야 할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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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62016 1 Response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0편]기업 위기대응 시스템은 어떻게 점검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어떤 수준인지 평가 해 보라 하시는데요. 저희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있고요. 년간 정기적으로 위기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도 진행합니다. 그 정도면 위기대응 시스템은 괜찮은 거 아닌가요? 그 외에 어떻게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기본적 위기관리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는 듯 합니다. 굳이 평가를 위해 외부 컨설턴트를 부르고 여러 기준에 따라 시스템을 평가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내부적으로 간단하게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평가해 보는 몇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으니 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매뉴얼을 보세요. 매뉴얼에서 역할과 책임이 나뉘어진 페이지들이 있을 겁니다. 그 담당 임직원들의 성명과 소속, 직급, 연락처들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 일부에 퇴사 하신 분도 있고, 직급이나 소속이 변경된 정보들이 나올 겁니다. 매뉴얼의 첨부 부분에 들어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리스트들도 들여다 보세요. 현재 상태와 다른 정보의 수가 많고 복잡하게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다면 해당 시스템, 특히 매뉴얼에는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불시에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 위원회를 대상으로 ‘비상발령’ 해 ‘워룸(위기관리통제센터)’에 집합하는 테스트를 해 보세요. 연락 과정에서 누락이나 혼선이 있다거나, 매뉴얼 상 정해진 임직원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집합에 불응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 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긴 시간 이후에도 고위 임원들이 듬성듬성 소집되지 않았다면 그 위기대응 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 번째, 위기발생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어서 일선 직원 몇 명에게 이메일과 SMS를 통해 상황 전파를 해 보세요. 그리고는 본사 최고위 임원들에게 해당 상황 보고가 어떻게 올라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취합된 그 보고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도 살펴보세요. 만약 최초 시나리오 전달 이후 최고위 임원에게 보고 되는 시간이 상당시간 소요되거나,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그 정확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문제가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주 단순한 상황 보고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보고 계통의 문제 때문이겠지요.

네 번째, 워룸으로 불리는 위기관리 통제센터 장소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안에서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이 모여 원활하게 통제센터 운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해 보시는 겁니다. 통신 및 인터넷 라인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랩탑으로 다 모여서 상황을 분석하고 보고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지 (모든 인원이 데스크탑을 가지고 모일 수는 없으니.) 워룸 내 여러 수많은 설치장비들은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해 설치할 수 있는지. 상황 발생 직후 몇 시간 만에 완벽한 워룸 세팅이 마무리 되는지 측정해 보는 겁니다. 한번도 세팅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제대로 된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워룸 환경 세팅에 여러 부실과 누락들이 발견된다? 문제입니다.

이 정도 체크 해 봐서 복수 이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해당 위기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는 좀더 심각하게 실제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겁니다. 위기 대응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은 ‘사람’입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은 ‘누가?(Who?)’라는 질문입니다. 즉, 위기대응 시스템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누가(who) 위기에 대응하는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질문은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떻게(how)?’가 되겠습니다.

잘되어 있는 위기대응 시스템은 ‘누가?’라는 질문에 ‘제가 담당입니다’ ‘제가 속해 있습니다.’ ‘제가 대응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이런 역할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매뉴얼 상 규정된 자들이 각자 낼 수 있는 체계입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평소에는 막연히 ‘잘 될 거야’ 라고 믿던 믿음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매뉴얼상에 정해진 역할을 할 사람이 현직에 없거나, 현장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임직원들이 소집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선과 위기관리통제센터간에 이상하게도 시원하게 정보공유가 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통제센터는 그냥 황량한 장소만 덜렁 있을 뿐, 인터넷이나 휴대폰도 사용이 어려운 난감한 곳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점검과 체크리스트 활용을 통해서 이런 ‘놀라움’을 실제 위기 시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놀랄만한 일이 없는 상태가 바로 이상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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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49편] 일단 대표가 언론사를 찾아가야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지방 공장에서 생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집중 보도한 지방 방송사가 있어요. 일단 보도가 나가고 저랑 대표이사가 바로 내려갔죠. 가서 방송사 보도국장이랑 다 만났어요. 살려달라고 했죠. 그런데 별로 통하지가 않네요…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질문을 들어보면 지방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지역 방송사가 취재를 해서 특종을 한 모양이군요. 해당 공장에는 적절하게 언론창구 역할을 할 조직이나 직원이 없는 것 같고요. 본사에도 홍보조직이 없나 봅니다. 대표이사와 임원이 직접 지역 방송사까지 내려가신 걸 보니까요.

일단 빠르게 방송사 보도라인을 만나신 건 잘하신 일입니다. 회사가 얼마나 본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대로 보여 줄 수 있으셨으니까요. 단, 문제는 대표이사와 임원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언론을 만나셨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기업이나 사회의 문제를 지적해 그 문제를 ‘공공의 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는 그룹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지적 받은 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맞을까요?

언론에서 지적한 문제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일방적 오해에 따른 것이라면 그에 대한 해명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해명은 그러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누가 봐도 해당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로 정확한 팩트들을 정리해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팩트들만 잘 준비해서 제시한다면 일반적으로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겁니다. 더 이상 부정적인 보도가 나갈 이유는 없게 될 거구요. 물론 그 심각성에 따라 정정보도 또한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만약 언론에서 지적한 그 문제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까요? 아니면 강하게 법적 대응을 한다 으름장을 놓아야 할까요? 사실을 인정하면 회사가 위태로운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었다면 어떤 준비를 해 언론을 만나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집에서 가장 큰 창문유리를 떠 올려 보시죠. 그 창문이 깨진 겁니다. 주먹만한 구멍이 나고 그 주변이 쩍쩍 갈라져서 불안 불안합니다. 당장 저 창문이 깨져 주저 앉아 버린다면 대책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 찬바람을 다 맞고 태풍이라도 오면 집안이 물바다가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러면 이 창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창문이 깨지기 전으로 되돌아가 달라고 기도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마법이 생겨나 깨진 창문이 새 유리창문으로 스르륵 바뀔 가능성도 없고요. 그때 가장 첫 목표는 창문의 구멍을 더 크게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 하는 겁니다. 그리고 창문이 저 상태에서 견뎌내면서 와장창 내려 앉지 않게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가 됩니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일단 견뎌야 하는 거죠.

언론을 찾아가신 것은 좋습니다. 만약 언론의 지적이 일부나 전부 팩트라면 회사의 창문에는 큰 구멍이 하나 난 것입니다. 그 언론사가 더욱 더 문제를 반복해 지적하고, 다른 언론이 그 지적을 받아 더 크고 다양하게 보도 하게 되면 회사의 창문은 더 더욱 위태로워 집니다.

그렇다면 언론을 찾아가 보도 내용과 관련한 회사의 문제를 적절하게 ‘규정해 인정’하셔야 합니다. 지적해주신 부분 중에 우리도 ‘이 부분과 이 부분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이 문제들을 이렇게 저렇게 개선하고, 재발방지 하겠다. 빠르게 조치해서 더 이상 문제 없도록 대표이사부터 모두 노력하겠다. 이렇게 언론과 대화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언론을 적으로 생각하여 대응 하지 마십시오. 어려울수록 언론을 우리편으로 만들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응대’ 하셔야 언론은 이해합니다. 물론 전략에 기반한 ‘준비된 응대’여야 합니다.

무조건 찾아가보자 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거기에 더해 광고를 지원하면 언론이 좀 움츠려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팩트나 논리 없이, 문제 인정도 없고, 개선이나 재발방지 의지도 없이 언론을 ‘무조건’ 만나면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더할 조언은 빨리 내부에 홍보조직을 제대로 갖추시기 바랍니다. 위기가 있는데, 위기관리를 할 조직이 없다는 건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홍보조직을 하루 아침에 만들기 힘들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을 활용 하십시오. 홍보조직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준비입니다. 준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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