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4편]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는 누가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라 하셨습니다. 들어보니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을 먼저 찾아 보는 것이 그 첫 걸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작업을 어떻게 누가 해야 하나요? 저희 부서에서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처음에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왜 힘들어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 해 현장에서 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깨달은 답이 있습니다. 위기관리와 그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은 실행하는 동시에 그 주체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질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그러면 쉽게 설명 해 보겠습니다. 회장께서 지시하신 위기관리 시스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회장 및 최고경영진은 자사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나 첩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뭐라 구체적으로 찍어 설명해주긴 뭐하지만……’ 다가오는 그런 류의 위기에 우리 회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거죠.

회장 및 최고경영진이 감지하고 있는 그 ‘위기’란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실무그룹이 ‘회장님 혹시 감지하신 위기라는 게 A관련 인가요?”라 물을 수 있겠습니까? 힘들죠. 한 임원이 실무그룹에게 ‘A를 포함해 봐.’라는 간접적 언질을 주지 않는 이상은 구체적으로 감지된 위기 유형을 실무그룹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부터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시작됩니다. 사내적으로 대규모 위기요소진단을 진행하기도 하죠.

실무그룹이 고생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유형을 여럿 도출했다고 치죠. 그 리스트를 정리하는 데에도 이 ‘정치적 부담’은 작용합니다. 상위 다섯 A들이 회장 및 경영진만 아는 대외비적 문제들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내적으로도 ‘그럴 거야…그렇지 않겠어…당연하지’ 하는 주제들입니다. 실무그룹이 이 주제들을 보고하며 “이런 것들이 향후 우리에게 발생할 위기유형입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 불가능합니다. 그런 민감한 유형들은 뒤로 좀 밀어놓고, 실무그룹에서 해결해야 할 일반적 위기유형들이 상위로 올라가곤 합니다. ‘정치적 부담’의 결과죠.

일부 최고경영진이 회장의 감지 내용을 이해하고 “A라는 위기유형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보도록 하세요”라 했다고 해보죠. 실무그룹은 더더욱 고민에 빠질 겁니다. 그 위기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죠. 그 내용을 알아야 대응 방안과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짤 텐데 위기 자체에 대한 내부 정보가 없습니다. 실무그룹이 그 내용을 알려면 기획, 감사, 재무팀 등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한데, 그들이 자신의 목숨(?)과 같은 비밀내용을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은 실무그룹과 공유할 리 만무하죠.

어쩔 수 없이 실무그룹은 A라는 위기유형 ‘일반’을 상상하면서 대응 방안을 만듭니다. 타사들에게는 유사한 A 위기유형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조사하죠. 그 감지는 어땠고, 초기 대응 방식들은 어땠는지 궁금해 합니다. 마치 같은 병을 앓은 여러 타인들만 진맥 하면서 자기 자신의 병을 간접 진단하고 치료 하려 하는 것처럼 되는 거죠.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이 ‘정치적 부담’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최고의 대응은 현 시점에서 A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발하지 않도록 ‘발생 방지’를 하는 것인데요. 실무그룹이 생각하는 것 보다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대응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들 핵심이 움직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경우죠. 이 절실하고 중요한 요청을 대응 방안이라 정리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결국 대응방안도 실무 차원에서 가능한 ‘일반적’ 방식들로만 구성 됩니다. 곧 15m짜리 쓰나미가 올걸 뻔히 알면서도 5m짜리 방파제를 쌓은 형상이죠. 실무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실제 A라는 거대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회장님 지시로 회사 실무그룹이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할까요?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작동하더라도 효과가 모자를 겁니다. 무언가는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게 느껴집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 뛰쳐나온 열명의 어린 아들 딸들이 집 주변을 뛰어 다니며 불이야 소리만 지르는 모습과 같아 집니다.

오랜 시간 후 위기가 마무리되어 내부적으로 살아남은 임직원들이 ‘왜 우리가 실패했나?’ 평가 하게 되면 어떤 의견이 나올까요? 이때도 ‘정치적 부담’은 살아 있을 겁니다. 결론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형편 없었다!”로 끝날 겁니다. 문제의 핵심인 ‘상위 1%’가 곧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 품질이 곧 시스템의 품질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죠. 그 부분을 먼저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구축은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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