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 삭제 |
최근 언론훈련을 마치고…
지난주에 언론훈련을 하나 프로젝트로 했습니다. 진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실감이 날정도로 긴급한 언론훈련이었습니다.
마치 태풍 매미가 이미 상륙했는데 물막이 공사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지요.
클라이언트는 참으로 거대한 회사였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능력있는 회사였지요. 그러나 위기 또는 이슈에는 무기력한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 언론훈련을 받거나 이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신 경영층이 않계신 그런 모습이었지요. 참으로 일반적인…
열심히 준비를 해서 거의 세미나 수준으로 즐겁게 일을 마쳤습니다. 그쪽 경영진분들도 상당히 흡족해 하시는 것 같고, 저도 오랬만에(?) 인텐시브하게 일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 내었고, 저희 회사측에서는 적정 수익을 거눌수 있어서 좋은 그럼 기분좋은 프로젝트였습니다.
경영진 인터뷰 훈련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것을 몇개 말씀드리면…
1. 참 이야기라는 것이 힘든 것이다. 이걸 느껴야 제대로 된 인터뷰 전문가가 되는 것이지요. 직장동료와 상사와 또는 아내와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얼핏보면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 행동에 어떤 목적과 전략이 들어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말한마디가 식은땀이 되는 것이지요. 말하기는 쉬운데 제대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키 포인트입니다. 이는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얼마나 훈련을 했는가 안했는가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2. 내가 얼마나 소심한가. 카메라나 낯선 상대가 질문을 해대기 시작하면 굳어지는 입술과 목, 그리고 꿈쩍도 하기 힘든 양팔이 마치 스핑크스 미이라 처럼 자신을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그래 진정하자. 릴렉스…릴렉스…심호흡을 하세요. 따뜻한 물 한잔은 어떠신가요…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목을 푸세요. 얼굴은 웃으셔도 됩니다.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여 표현을 하세요…마치 유치원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발표회를 연상하게 하는 언론훈련. 그러나 이 진땀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침내는 사장님들이 연예인 같은 여유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훈련은 이래서 좋은거지요.
3. 중얼중얼…중얼중얼…한국말은 끝가지 들어야지…중얼. 그게 아닙니다. 사장님 하시고 싶은말을 맨 앞으로 끌어내세요. 메인 포인트가 뭡니까. 그걸 말씀해주셔야죠. 사례라든가 비교같은 것은 나중에 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끌어내세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진짜 하고싶은말”을 말 맨 앞머리에 끌어낸다는 것. 10년 묵은 이삿짐 속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 내는 것 같이 힘듭니다. 뭘 버릴까?….아니 사장님…뭘 버릴까 보다는 무얼 말씀하시고 싶은거죠? 음….사실 모르겠는데. 전부다라서.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내셔야 합니다. 사장님.
4. 성질같아서는 화-악. 사장님 참으세요. 기자들이 아무리 속을 긁어대도 무심하셔야 합니다. 속시원하게 말씀하시다가는 속시원하게 당하십니다. 기자들이 인터뷰를 마치고 “김사장은 똑똑한 사람”이라는 소리보다는 “김사장은 노련한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사장님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든 지적능력을 발휘하셔서 답변을 하시되, 머릿속에 있는 모든 팩트를 끌어내 보여주실 필요는 없답니다. 참으세요…
5. 이렇게 답변하면 기자들이 바보취급하지 않을까? 물론 평상시 호재를 퍼블리시티하실 때는 자상하게 전부 또는 그 이상을 이야기해 주실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시에는 말을 아끼시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한말씀 한말씀은 어떤 규정된 사고의 프로세스와 한계를 넘어서서는 않되지요. 가자들이 10을 물어도 위기시에는 4-5만 대답하고 넘어가시는 게 좋습니다. 구태여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부분은 넘어가시는 게 바로 테크닉이지요.
6. 기자에게 전화가 오면? 절대 직접 준비없이 받지 마세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단 1분이라도 시간을 번 인터뷰와 그렇지 않은 인터뷰는 천지차입니다. 비서가 기자들의 전화를 받게되면 매체명, 기자명, 연락처, 질문내용을 받아 놓고 5-10분정도 후에 사장님이 연락하세요. 그때부터 인터뷰를 통제하고 들어가시는 겁니다. 명심하세요. 인터뷰는 ‘하는 것’이 하니라 ‘관리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관리죠.
7. 시간이 없다고 하세요. 시간 많은 CEO는 매력없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들이 닥친 기자들이나 위기시 원치 않은 인터뷰는 결국 하게되더라도 시간을 제한하세요. 비서와 사장님이 입을 맞추어(?) “사장님은 앞으로 30분후에 중요한 모임에 참석하셔야 합니다.”하고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장님도 허둥지둥 인터뷰에 응하시는 것 같이 하시면서 인터뷰 시작전에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있다가 사무실을 떠나야 합니다 가능한 빨리 해주시죠.”라고 전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공손하고 공감이 가는 매너이어야지요.
8. 서면으로 할 수 있으면 서면으로 안될까요? 예. 서면인터뷰 좋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언론 시장에서의 관행입니다. 한국에서는 약간 다르지요. 우선 일간지 기자들이나 TV기자들의 경우 서면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간이나 월간류의 경우에는 가능할찌 몰라도, 하루 하루 마감을 맞추는 기자가 그것도 위기시에 서면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인터뷰 후나 간단한 전화취재 이후에 서면으로 정리를 하거나 Fact sheet을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인터뷰 답변이 광범위하고 핵심메시지 위주면 이 fact sheet은 더욱 유용한 기사꺼리가 되지요.
9. 죽어도? 핵심메시지안에서 머무르십시오. 핵심 메시지는 사장님의 회사가 사장님에게 딜리버리를 의뢰한 것입니다. 퀵서비스가 목적지에 의뢰물건이 없이 다다르면 어떻게 됩니까? 아무 의미가 없지요. 핵심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달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느냐구요? 훈련을 하셔야지요. 핵심 메시지를 정확하게 저항없이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10. 기자가 이상한 이야기를 드고 요상한 질문만하네? 성질이 나도 참으시고 기자의 부정적이고 불확실한 팩트를 교정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지요. 팩트를 제시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교정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서로 성질을 자극하거나 인신공격을 하거나 기자의 저널리즘적인 자긍심을 건드리면? 뭐….그 다음은 운에 맡겨야지요.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논의 주제들이 있는데, 다음을 기약하지요.
평소 홍보담당자라면?
일단 자사가 아니더라도 신문상에 수많은 인터뷰 기사들을 평소 꼼꼼히 읽고 분석을 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실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해보아야 합니다. 여러가지 이슈에 따라서 다양한 인터뷰이들을 매체에 소개하면서 기자들과 함께 인터뷰 현장에서 숨을 쉬어보아야 합니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빈번하게 언론 인터뷰를 진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들과 사고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네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처음에는 모방을 하다가 나중에는 앞서나갈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회 트렌드와 사회적 공감대 그리고 이슈분석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를 통해 “왜 이 이야기는 꼭 해야 하는가? 왜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모시는 사장님과 홍보담당 윗분들의 스타일을 잘 분석해서 익숙해 놓아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눈을 껌벅이시며 기자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는 그 ’10초’의 의미를 알아야….홍보담당자는 그 답변을 제한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인간적이고 친근해야 합니다. 위기시에도 처음보는 기자들의 마음이 풀어지도록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인격의 소유자이어야 합니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은 자신이 상당히 로지컬한 홍보를 하고 있다고 믿으며, 한국적(?) 홍보는 혐오하기 때문에 기자들을 대할 때 “공과 사를 구별하며” “기브 앤 테익의 분위기를 못참아하고”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지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가 “인간미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미는 홍보담당자의 가장 큰 가치중 하나일 수도 있을 꺼라는 생각입니다.
암튼 기분 좋은 클라이언트 만나서 오랬만에 행복했습니다. 모든 기업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