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봄·가을… ”날씨 마케팅” 뜬다
[세계일보 2006-10-31 09:48]
#사례1=여성의류 업체 A사는 이달 초 가을 상품 추가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한 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8월 중순 매장에 내놓은 가을 신상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가을 신상품 상당수를 수도권 일대 아울렛 매장으로 긴급 출고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10월 초쯤 인기 품목별로 추가 생산에 들어가야 하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면서“내년부터는 봄·가을 상품 제작을 크게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례2=해태제과의 2007년 경영전략은 차별화된 신제품을 통해 ‘긴 여름’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올해의 경우 무더위가 예년보다 한달가량 길어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 소성수 과장은 “제품 판매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8월 초에서 올해는 9월 초까지 연장되면서 판매량이 40%가량 증가했다”면서“내년엔 이상고온에 대비한 날씨 마케팅을 적극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바뀌고 있다. 주로 의류·식품·빙과·음료 등 날씨에 민감한 업종들로 이들 기업은 현재 이상고온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계획을 수립 중이다. 현재의 경영전략으로는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속수무책 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의류·식품 업계 비상=30일 업계에 따르면 생산한 지 1∼2년 지난 재고 의류를 주로 취급하는 아울렛매장에 올해 출시된 신상품이 넘쳐나고 있다. 정상가 매장의 실적 부진에 다급해진 의류 업체들이 30∼40% 할인 판매하는 아울렛을 통해 신상품 재고 처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의류업체들의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24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신원의 3분기 매출액은 877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7.4%, 67.2% 줄어들었다. 다음 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섬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베이직하우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20%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코오롱패션 관계자는 “이상고온으로 봄·가을이 짧아져 이들 계절 상품은 줄이는 대신 여름·겨울 상품에 주력할 계획”이라면서“하지만 여름 옷의 경우 단가가 낮아,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겨울 옷 판매에 비중을 둔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반갑다 더위=반면 이상기온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업체도 있다. 9월보다 10월의 낮기온이 더 오르는 등 이상기온 현상으로 음료, 빙과, 맥주 등 여름상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가을 더위’의 영향으로 음료 매출이 지난해(8∼10월15일 기준)에 비해 33.3% 증가했고, 빙과류도 41.6% 늘었다.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해태·롯데·빙그레 등 빙과업계의 8∼10월(15일) 매출이 작년에 비해 30∼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맥주 판매량도 증가했다.
오비맥주 정용민 차장은 “‘따뜻한 가을’ 덕분에 예년 보다 매출이 10%가량 증가했다”면서“이상 고온의 수혜 업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이제 기업은 날씨를 중요한 경영정보의 하나로 인식하고, 날씨 마케팅, 날씨 경영을 단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면서 “날씨정보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