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11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미디어 트레이닝을 준비하는 마음

보통 미디어 트레이닝을 하나 준비하려면 최소한 2주 가량의 스터디 기간이 필요하다. 만약 클라이언트사의 해당 이슈가 아주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거나 또 트레이닝을 받으실 임원분들의 담당 분야가 여러 개라면 그 기간 이상의 시간들이 소요된다.

오늘도 코치들에게서 미디어 트레이닝을 준비하고 있는 느낌을 들었지만, 거의 매번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게 재미있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받은 수많은 자료들과 우리 코치들이 입수한 여러 정보들을 하나 하나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꼭꼭 씹어 소화를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비밀준수계약서에 일일이 서명을 하고 들여다 보기 때문에 항상 조용한 스터디가 진행된다.

이 시기에 가지게 되는 느낌은…


세상에…(Oh My God…)”

열에 여덟 아홉은 이렇다. 이 세상 어느 기업이나 조직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지만…계속 스터디간에 흘러 나오는 혼잣말이 그렇다.

준비의 중반에 들어서서는 클라이언트에게 심화 브리핑을 받고 일반적인 대응 논리들을 접수하고, 검증하게 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한 절반 정도 클라이언트를 이해하게 된다. 왜 그런 논란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그에 대한 클라이언트 기업이나 조직의 개선 및 대응 활동들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보통 이런 느낌이 된다…


그럴 수도 있겠…”

하지만 완전히 개운하지는 않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하는 느낌이 아래에 깔리기 마련이다.

최종 준비기간 동안에는 완전한 하나의 그림이 형성되고 논란의 양측 논리를 분석하고 저울에 올려다 놓고 들여다보는 기간이다. 이 기간이 되면 거의 클라이언트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균형적인 이슈 파악을 완료한 상태가 된다.

이 시기가 되면 비로소 이렇게 느껴진다.


어쩔 수가 없네…”

클라이언트의 지금이 이해가 되는 단계가 된 거다. 논란 하나 하나를 클라이언트는 너무 잘 알고 있고, 그 직접 당사자로서 엄청난 고민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거다. 그리고는 특별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된다.

막상 미디어 트레이닝 당일에 임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회사를 위해 정말 고생들이 많으시다’라는 느낌을 더하게 된다. 회사를 위해 개인을 버리고 질문에 답하시고, 논리를 제시하시고, 설득을 시도하시는 임원분들의 열정에 놀라고 결국 박수를 드리게 된다.

점심 식사 이후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한마디를 더했다.


그 마지막 느낌을 20년 동안 가지고 있는 클라이언트 홍보팀 사람들은 심정이
오죽 하겠어? 어쩔 수 없다는 게
직한 거지…”

그렇다. 들어가보거나 들여다보지 못하면 말하기 힘든 부분들이라 그렇다.

4월 012009 Tagged with , , , , , , , , , , 7 Responses

무시하되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다

세스 고딘이 얼마전 아주 재미있는 insight를 포스팅했다.

비지니스를 하는데 있어서 무시해도 될 두가지 유형의 소비자들을 비판자들과 팬들이라고 지적했다. 상당히 놀라운 것은 팬까지 무시해라 하는 거다. 세스 답다.

그 이유는:

  • That’s a shame. The critics are never going to be happy with you,
    that’s why they’re critics. You might bore them by doing what they
    say… but that won’t turn them into fans, it will merely encourage
    them to go criticize someone else.
  • Your fans don’t want you to change, your fans want you to maintain the
    essence of what you bring them but add a laundry list of features. You
    fans want lower prices and more contributions, bigger portions and more
    frequent deliveries. [Seth Godin]



간단하게 말하면…

비판하는 애들은 어떻게 하든 비판 하고 설득해서 우리편으로 만들 수 없으니 차라리 무시하라는 말이다. 팬들이야 어떻게든 우리 회사를 좋아하는데…좋아한다고 하면서 계속 바라는 것들이 많아지고 높아지니 가능하면 무시하라는 거다.

여기서 ‘무시’라는 의미는 기존의 ‘무시’라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기업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열정’을 보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귀 기울임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라는 의미다.

PR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이러한 insight들은 현실적인 것이다. 이 세상에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규모로 비판자들을 우리 추종자들로 만든 사례가 과연 있었는지 궁금하다. 예를들어 스님들을 설득해서 대거 목사님들이 되게 한다던가, 한나라당 핵심 당원들을 설득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하게 한다던가…(순전히 커뮤니케이션만 가지고 말이다) 이건 넌센스다.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위기를 둘러 싼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 대부분이 공통으로 느끼는 점들을 공감하라고 하는데…이 ‘대부분’이 누군가?  바로 비판자들과 팬들을 뺀 일반 공중들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입장이 아직 확실하게 정리 되지 않은 많은 공중들을 커뮤니케이션 타겟으로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이런 의문이 드는게 당연하다.

우리 회사 제품에서 기괴한 이물질이 검출되었는데 그 다음날 부터 회사 블로그에는 아주 격렬한 항의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가정해 보자. 하루 이틀이 지나도 수천개의 욕설 댓글들이 달리는 데 과연 이 트리플X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은 어떤 부류로 분류할 수 있을까?

분명 팬은 아니다. 비판자들이겠다. 그 중에서도 극렬 비판자들이겠다. (사실 기업의 어떤 문제 때문에 평소에는 알지도 못하던 그 해당 기업의 블로그를 찾아와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배설하고 나가는…그리고 자신의 댓글에 그 기업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 하드코어 비판자들 또는 알바들로 구분되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세스의 지적에 의하면 기업은 이런 하드코어 비판자들과 열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업의 효율성 그리고 생산성 측면에서)

하지만, 세스의 지적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측면에서 하나의 insight를 더 더하자면…

과연 기업이 이런 위기를 맞았을 때 ‘누구를 바라보고 있나?’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다. 자사의 블로그에 공격을 해대는 극렬 비판자들을 바라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가…아니면 블로그 저 멀리서 침묵하는 수많은 네티즌들과 오프라인 공중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공감하고 있는 가 말이다.

전략이란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어떤 타겟 오디언스를 제일 우선 순위로 두고 그들과 공감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열정이 있는지?’ 그 선택이 중요하다는 거다.

문제가 있다면 극렬한 어느 한 부류의 공중들에게 기업이 본능적으로 치우치거나 집중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우는 아이 젖주는 스타일)  메이저 공중들을 보고 가능한 우선순위를 정렬해서 접근하자는 거다.

100% 찬성과 100% 반대가 있거나 위기관리 결과에 대해 100% 박수와 100% 손가락질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자는 거다.



1월 172008 Tagged with , , , , , , , , 3 Responses

PR Agency의 Workload에 대한 생각

PR 에이전시에 있을 때는 에이전시가 세상에서 일이 가장 많을 줄 알았더랬다. 뭐 PR 에이전시 AE의 일은 크게 기존 클라이언트 업무와 Potential 클라이언트 업무로 나눌 수 있겠다. 기존 클라이어트 업무는 매일 처럼 항상 쳇바퀴 돌 듯 해야 하는 일이다. 모니터링하고,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하고, 기자들 전화받고, 미팅하고, 기타 보고서 쓰고, 외국계 클라이언트라면 시놉시스나 영역작업 하고, 그외에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보고서나 플랜을 짜고…물론 힘들다.

Potential Client 업무란 갑작스럽게 생겨나고 짧은 시간내에 만들어 내야 하는 업무다. 보통 업무의 스트레스는 여기에 집중될 때가 흔하다. 비딩 준비를 하면서 제안서를 꾸미거나, 예산 작업을 해서 보내거나, Potential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을 하고, 연락을 하면서 이런 저런 요청들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

에이전시 AE생활을 할 때…’클라이언트는 참 좋겠다. 모든일을 다 에이전시에게 맡기면 되니까. 우리 클라이언트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참 편한 사람들이야…’했다.

인하우스로 일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내 AE 시절의 생각은 출근 그 다음날 바로 깨졌다.

모니터링…에이전시가 보내오는 시간이 늦는다. 피가 마른다. 보내왔다. 형편없다. 내가 이미 읽어본 기사가 빠져있다. 시놉시스는 영역이 형편없다. 폰트도 맞지 않는다. 기사 이미지는 형편이 없다. 에이전시 AE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이 쏙빠지게 혼을 내고, 제대로 된 모니터링 리포트를 30분내로 만들어 다시 보내라 했다.

기자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미팅일정을 잡는다. 주말만 빼고, 식사시간이 잡힌다. 저녁도 빼곡하다. 개인 스케쥴 프로그램이 까매진다. 하루에 주고 받는 전화만 60여통이다. 보쓰가 불러 사장 보고 일정을 잡으라고 한다. 엄청난 보고서를 대여섯개의 관련 부서와 조율을 해서 일주일안에 하란다.
 
브랜드팀에서 넘어온 브랜드 비지니스 플랜은 영문 폰트 11로 100페이지가 넘는다. 4명의 브랜드 매니저들이 자신들의 비지니스 플랜을 꼼꼼하게 읽고 브랜드 PR플랜을 달라고 한다. ASAP.

HR에서는 Internal Comm 플랜을 만들자고 회의에 들어오라한다. 브랜드 전략 회의에 들어가자고 한다. 닐슨이 조사결과를 브리핑하니 들어오라고한다. 웰콤이 브리핑을 한단다. 오리콤에서 브리핑을 한단다. 나인푸르츠가 온라인 마케팅 플랜 브리핑을 한단다. 모 브랜드 매니저가 새로운 레이블 디자인을 보고 PR매니저의 느낌을 좀 달란다.

사장이 새로운 신제품의 PR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서 올라오라고 한다. 기자가 사장 인터뷰를 하잔다. 모 기자는 회사앞을 지나가다 들렀으니 차나 한잔하잔다. 광고부 직원이 옆자리에 와서 인사를 한다. 전화로 소비자가 제품에 이상이 있다면서 컴플레인에 욕찌거리를 해댄다.

멍…

아니 에이전시 AE들은 뭘하는거지. 30분내로 해내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퇴근시간인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데드라인 마인드가 없다니…투덜대면서 기자와 석식을 하러 나간다. 남들은 혼자 한달간 마실 술을 기자와 단둘이 새벽까지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 에이전시는 오늘도 모니터링이 늦는다.

아…에이전시 AE 시절이 좋았더랬다. 업무의 량도 량이지만, 그 책임의 무게가 더욱 힘들다. 어리버리 에이전시는 나의 performance evaluation 결과를 완전 초토화하고 있다. 내 연봉이 증발하는 꿈을 꾼다.
 
정신력, 스피드, 관심, 데드라인 마인드, 열정, 책임감, 프라이드.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Workload의 뼈대다. 이 둘에 차이가 있다면 이 뼈대의 차이다. 에이전시에서 일 못하는 AE는 그럼 뭔가. 최하 아닌가…최하 골다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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