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프로그램들 중 가장 보기 힘든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KBS2 TV의 로드쇼 퀴즈원정대다.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예전 대학탐방 프로그램 처럼 전국 각 대학을 방문해 장기자랑과 퀴즈쇼를 진행 중이다.
[이미지출처: KBS]
전반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은 재미가 중심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방송사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는 듯 하다. 하지만, PR실무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정의하자면 ‘여러 개념 부족한 부문들의 실패한 합작품’이라고 하겠다. 어떤 부문들이 어떤 실패를 하고 있는지 보자. 커뮤니케이션의 전략 측면에서 말이다.
1. 대학홍보담당자
해당 대학교 홍보담당자는 과연 어떤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해당 방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방송에 대학교 이름과 학생들과 강당만 노출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일까.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을 레버리징해서 자신 대학의 Key Value와 Core Competence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의 교내 촬영을 허락하고 지원해야 맞는 것 아닌가? 혹시, 이런 프로그램 녹화 중 기분좋게 앉아서 빙그레 웃고 있는 해당 대학 홍보담당자가 있다면 그건 분명 직무유기다.
2. 학생
여장을 한 남자, 얼굴에다가 마요네즈류를 뿌리는 차력단, 이소룡 흉내내기, 각종 현란한 잡종 댄스에 홍보도우미라는 단체들의 어색한 마스게임. 개그맨을 지원하고 픈 일부 연예관련 학과와 댄스에 익숙한 체육 무용 관련 학과가 출연 학생들의 대부분이다. 간간히 언론영상이나 언론정보 학부 재학생이라고 나오는 학생들도 전공을 잘 못찾지 않았나 할 만큼 대학생 답지가 않다. 대학생 다운것이 무엇인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 학교내에서 촬영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길거리 장기자랑이 아니라는 거다. 해당 대학을 대표할 수 있는 학생으로서 학교의 Key Value를 보여주고 있냐 하는 것이 근본적인 질문이다. 자신을 망가뜨리는 재미는 그 다음이다.
퀴즈 코너를 시청하다보면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옴부즈만이 어느나라에서 시작된 제도인지를 언론영상학부 학생들이 모른다거나, 최근 중국산 분유에 함유되어 있어 문제가 되었던 유해성분을 묻는 질문에 뭔 이상한 프라스틱 용해제 이름을 댄다거나…일반상식이나 전공상식이나 아무 상식이 없다. 수준이 거의 타 방송국의 어린이 프로그램 ‘환상의 짝꿍’ 수준과 비슷하다. 이게 재미라면 할말이 없다.
3. 총장님
학생들의 다양한 추태(?)와 퀴즈를 통한 밑천을 다 보여주고, 학교 홍보담당자가 빙그레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가운데 총장님이 단상에 오르신다. 그리고 학교의 Value와 Competence를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신다. 우리 OO대학은 한국 사학의 명문…글로벌 대학…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인재의 산실…뭐 이런 말이 안되는 이야기로 연설을 하신다. 차라리 이런 창피한 상황에서는 총장님이 단상에 오르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대학의 모습이다. 스스로도 이 녹화과정을 보시면서 그런 메시지가 통하리라 보시나.
4. 장학금
지루하고 아주 저급한 퀴즈가 계속되다가 어렵게 소 뒷걸음에 쥐밟듯 맞춘 답변을 모아 1등에게 장학금 몇백만원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방송사도 코미디다. 이 장학금을 술값에 쓰겠다고 소리치는 당첨자(?)도 안쓰럽다.
5.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일부 중고생
재미있게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중고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던 저 대학이 저렇구나…당연히 정머리가 떨어지고 다른 학교를 생각해 보아야 정상일 듯 하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보고 “와 멋있다. 재밌다” 생각하고 그 대학을 더 좋아해 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일요일 아침 정상적인 학부형들이 그 방송을 보고 있다. 정상적인 중고생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고있다. 그 학교를 자랑스럽게 졸업한 선배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고있다. 자식들이 나온 대학이라면서 자랑스러원 하시는 부모님들이 보고 계시다.
과연 이 프로그램은 누굴 위해 왜 만들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합작품 치고는 정말 실패다. 한국대학의 단면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치부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