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월 062009 Tagged with , , , , , , 4 Responses

학부생들을 위한 보도자료 강의 중

살아 남는 보도자료

홍보담당자들이 매일 보도자료를 냅니다. 하지만 한 업계 출입에게 하루에 보내지는 보도자료들은
수십 개에 이르지요. 이 보도자료들 중 살아남아 기사화에 성공하는 비율은 십 분의 일 또는 수십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면 살아남지 못한 보도자료는 무얼까요?

쓰레기입니다. (학생들이 황당한 답변이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기자들의 이메일 휴지통 그러니까 지운 편지함에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쓰레기죠.

보도자료가 기자들의 이메일 받은 편지함에서 살아남아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의미 있게 살아 남아 있는 시간은 수십 초 가량입니다. 그 다음엔 쓰레기화 되지요.

어떤 부분이 보도자료를 최종적으로 살아남게 할까요? 이름입니다. 홍보담당자의 이름이 일선 요소지요. 일부에서 보도자료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사실 기자들이 자신에게 온 보도자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기는
힘듭니다. (학생들에게 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는 믿음)

단 한사람을 위한 보도자료

(학생이 보도자료 비평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어떻게 보도자료에 이렇게 자화자찬적 표현을
쓸 수가 있을까요? 대기업 치고는 보도자료 품질이 너무 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그것은 그 보도자료가 단 한 사람을 위한 보도자료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을 향하거나 이해공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보도자료는
품질을 떠나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때가 있습니다. 조직내적인 의미이지요.

전문용어와 유행어를 사용한 보도자료

이 보도자료는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전문용어와 생소한 조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 보도자료는 해당 기업이 릴리즈 한 게 아니랍니다.
이 보도자료는 해당 기업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광대행사의 PR팀에서 만들어 광고업계 출입
기자들에게 릴리즈 한 거지요. 광고계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고 일반화 되어 있는 표현들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신조어는 광고대행사에게 그 자체가 의미가 있고, 셀링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거지요.


항상 보도자료를 가르치면서 홍보담당자들이나 홍보업무 지원자들에게타겟 오디언스의 중요성, 보도자료 형식의 중요성 그리고 컨텐츠의 구조와 전략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설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보도자료 생성과 유통 프로세스들을
보면 그 이외의 많은 부분들이 다이나믹스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게 된다.

특히나 학생들에게 A가 원래 중요하지만 사실은 B
더 중요하다 말하기 뭐 한 거 아닌가





3월 132009 Tagged with , , , , , , , , , 9 Responses

체험과 insight의 상관관계

이번 학기에는 대학원 하나와 학부 하나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강의 모두 ‘위기관리’에 대한 강의다. 사실 ‘위기관리’… 더욱 정확하게 표현해서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 대학원 시절에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강의를 들어 보았지만…그 때도 상당히 아카데믹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었다. 보통 이루어지는 케이스 스터디도 학생들에게는 별반 큰 insight를 오랫동안 제공하지는 못한다.

케이스 스터디가 가장 좋은 학습 방법들 중 하나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위기관리의 경우 다양한 성공 케이스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별반 배움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보통 부러움과 배움을 혼동하는 데 이런 성공 케이스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지 바로 내가 써먹을 수 있는 배움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성공 케이스들을 보면 잘 된 것들에게는 잘 될만한 환경이 존재했다)

최근들어서는 차라리 성공 케이스에 대한 스터디 보다는 실패 케이스에 대한 스터디가 좀더 배움을 주는 듯 해서 몰입 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라면 이 보다는 낫겠다’는 깨달음을 주고 싶은거다. 그래야 실제 위기와 마주쳤을 때 ‘최소한 이러지는 말자…’하는 가이드라인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제는 학부 강의를 진행했는데, 개강 이후 2주간 고민이 많았다. 학생들이 일단 너무 어렸다. 위기관리라는 말을 태어나서 처음 듣는 학생들도 있을만 했다. 이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아주 어렵고 복잡하고 답답하고 어지러운 케이스를 하나 던져주고 브리핑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학생들을 회사측과 각 이해관계자 그룹으로 나누었다. 일정기간 각 이해관계자들의 생각들을 들어보고, 회사측의 입장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마치 공청회 같은 분위기였지만, 학생들은 참여라는 패러다임에 곧 익숙해 했고, 자신의 생각들과 메시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그 케이스 자체에 몰입하게 되었고, 각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에 공감 하게 되었다.

얼마나 자신들이 전략적이지 못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왜 내가 이렇게 성격이 급했었는지, 왜 이런 말은 우리 모두를 화나게 하는지 등에 대해 각자 경험을 하면서 insight들을 찾아나가는 모습이었다.

한시간 가량의 시뮬레이션 동안 이들 어린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이 실제 대기업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99% 이상 일치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주 정확한 실제감이었고, 결론적으로 대기업들도 이들 어린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본능에 충실한’ 커뮤니케이션만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 학생들을 통해 얻은 나의 insight)

학생들은 경험을 통해 insight들을 스스로 발굴했고, 공유했다. 느낌이 곧 학습이다. 다음주에는 또 다른 케이스를 가지고 똑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예정이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남보다 조금만 더 전략적인 메시징 스킬과 공감의 패러다임을 평생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1월 182009 Tagged with , , , , , , 5 Responses

KBS 퀴즈원정대: 어이 없는 합작의 부조화

최근 TV 프로그램들 중 가장 보기 힘든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KBS2 TV의 로드쇼 퀴즈원정대다.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예전 대학탐방 프로그램 처럼 전국 각 대학을 방문해 장기자랑과 퀴즈쇼를 진행 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미지출처: KBS]

전반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은 재미가 중심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방송사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는 듯 하다. 하지만, PR실무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정의하자면 ‘여러 개념 부족한 부문들의 실패한 합작품’이라고 하겠다. 어떤 부문들이 어떤 실패를 하고 있는지 보자. 커뮤니케이션의 전략 측면에서 말이다.

1. 대학홍보담당자

해당 대학교 홍보담당자는 과연 어떤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해당 방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방송에 대학교 이름과 학생들과 강당만 노출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일까.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을 레버리징해서 자신 대학의 Key Value와 Core Competence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의 교내 촬영을 허락하고 지원해야 맞는 것 아닌가? 혹시, 이런 프로그램 녹화 중 기분좋게 앉아서 빙그레 웃고 있는 해당 대학 홍보담당자가 있다면 그건 분명 직무유기다.

2. 학생

여장을 한 남자, 얼굴에다가 마요네즈류를 뿌리는 차력단, 이소룡 흉내내기, 각종 현란한 잡종 댄스에 홍보도우미라는 단체들의 어색한 마스게임. 개그맨을 지원하고 픈 일부 연예관련 학과와 댄스에 익숙한 체육 무용 관련 학과가 출연 학생들의 대부분이다. 간간히 언론영상이나 언론정보 학부 재학생이라고 나오는 학생들도 전공을 잘 못찾지 않았나 할 만큼 대학생 답지가 않다. 대학생 다운것이 무엇인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 학교내에서 촬영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길거리 장기자랑이 아니라는 거다. 해당 대학을 대표할 수 있는 학생으로서 학교의 Key Value를 보여주고 있냐 하는 것이 근본적인 질문이다. 자신을 망가뜨리는 재미는 그 다음이다.

퀴즈 코너를 시청하다보면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옴부즈만이 어느나라에서 시작된 제도인지를 언론영상학부 학생들이 모른다거나, 최근 중국산 분유에 함유되어 있어 문제가 되었던 유해성분을 묻는 질문에 뭔 이상한 프라스틱 용해제 이름을 댄다거나…일반상식이나 전공상식이나 아무 상식이 없다. 수준이 거의 타 방송국의 어린이 프로그램 ‘환상의 짝꿍’ 수준과 비슷하다. 이게 재미라면 할말이 없다. 

3. 총장님

학생들의 다양한 추태(?)와 퀴즈를 통한 밑천을 다 보여주고, 학교 홍보담당자가 빙그레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가운데 총장님이 단상에 오르신다. 그리고 학교의 Value와 Competence를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신다. 우리 OO대학은 한국 사학의 명문…글로벌 대학…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인재의 산실…뭐 이런 말이 안되는 이야기로 연설을 하신다. 차라리 이런 창피한 상황에서는 총장님이 단상에 오르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대학의 모습이다. 스스로도 이 녹화과정을 보시면서 그런 메시지가 통하리라 보시나.

4. 장학금

지루하고 아주 저급한 퀴즈가 계속되다가 어렵게 소 뒷걸음에 쥐밟듯 맞춘 답변을 모아 1등에게 장학금 몇백만원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방송사도 코미디다. 이 장학금을 술값에 쓰겠다고 소리치는 당첨자(?)도 안쓰럽다.

5.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일부 중고생

재미있게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중고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던 저 대학이 저렇구나…당연히 정머리가 떨어지고 다른 학교를 생각해 보아야 정상일 듯 하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보고 “와 멋있다. 재밌다” 생각하고 그 대학을 더 좋아해 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일요일 아침 정상적인 학부형들이 그 방송을 보고 있다. 정상적인 중고생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고있다. 그 학교를 자랑스럽게 졸업한 선배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고있다. 자식들이 나온 대학이라면서 자랑스러원 하시는 부모님들이 보고 계시다.

과연 이 프로그램은 누굴 위해 왜 만들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합작품 치고는 정말 실패다. 한국대학의 단면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치부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