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월 202011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거대한 댐은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거대한 댐은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아무리 튼튼한 큰 댐이라고 해도 작은 구멍 하나가 생기면 그로 인해 일시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은 커진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그와 같다. 위기관리 활동을 실행했다 하더라도 일부 채널이나 이해관계자 대응관리에 빈 구멍이 생기게 되면 전체적인 위기관리 결과를 상쇄하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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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와 최고임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치자. 하루가 멀다 하고 검찰의 수사 방향들과 범위들이 언론에 회자된다. 핵심 임직원들이 하나 둘씩 출두요청을 받고 변호사들과 힘겨운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그들끼리 떠도는 최신 첩보들을 공유한다. 직원들은 여러 미디어와 들리는 소문들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회사가 어디까지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SNS에서 폭풍처럼 일어나는 부정적 여론들은 들여다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평소에도 시시탐탐 우리 회사의 지배구조와 투자활동 등에 문제를 제기해 왔던 NGO들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하나의 위기를 둘러싼 이 수 많은 ‘구멍’들을 누가 어떻게 막아내야 할까? 또 이 다양한 구멍들 중 어떤 구멍이 가장 위협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그나마 덜 위협적인가? 일단 급한 대로 또는 만만한 대로 출입기자들과 법조기자단에 대한 관리에만 돌입하면 다른 구멍들도 자연 관리가 되는 걸까? 커뮤니케이션 없이 변호사들과 밤들을 세우기만 하면 위기는 완벽하게 관리될까? 어차피 수많은 이해관계자 구멍들을 100% 관리할 수 없으니 일부 구멍들은 스스로 잦아들기만 기도만 하면 될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현실적 체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마인드가 전사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거나, 역할과 책임들의 배분에 있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존재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일단 OO에게만 우선 대응해, 그 다음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신경을 써야겠어”하는 위기관리 지시는 실패하는 지시다.

순차적이거나 차별적이거나 우선순위에 근거한 비중 배분 등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경계해야 할 실패의 효율성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개념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는 현실적 체념은 기업 위기관리 실패사례에서 가장 공통적인 변명이다. 위기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기업에게 부여한 후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는 그 준비할 시간을 허비하고, 대응 체계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다가오면 위기관리를 못한다 말하는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각각의 기업들이 위기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한 채널들을 모아 비교해보면, 각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전체 채널 수 대비 30%를 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은 그 공통적인(최소한의) 채널 30%만 활용하고 위기관리를 마무리한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 구멍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갈증을 느끼며, 위기관리 전반이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는다. 반면 어떤 기업은 70%이상의 다양한 채널들을 활용한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체계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열심히 했다는 판정을 받고는 한다. 하지만, 이 기업도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 30%가량의 채널들에서 위험한 구멍들을 발견하게 된다. 열심히는 했지만 완벽한 위기관리는 못한 셈이다.

A기업은 갑작스럽게 서비스 전반에 하루 가량 불통 문제를 겪었다. 서비스 사용자들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다 나중에는 극렬한 불평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은 빠른 시간 내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것이다. 핫라인은 대폭 증설해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듣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기업 홈페이지에 상황을 설명하는 해명문을 팝업창으로 올려 양해를 구했다. 이외에도 정부규제기관에게 소명자료를 보내고 커뮤니케이션 했다.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정상화에 대한 일정에 대해 공유했다.

문제는 기업 SNS라는 ‘구멍들’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 해당 기업의 SNS는 최초 위기상황이 발생한 직후 상황에 대한 간단한 안내만을 기업 SNS 채널들에 공지한 채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던 거다. 기업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는 그 이후 이틀간이나 침묵했다. 그 기간 동안 언론을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기업 SNS라는 큰 구멍들은 관리 없이 그냥 열려있었다.

각각의 SNS채널들 내에서는 해당 기업에게 상당한 분량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서비스 사용자들의 불만이 SNS 채널들을 통해 제기되고, 질문들이 쏟아졌다. 어떤 식으로라도 상황 업데이트를 해 달라는 애원이 SNS상에 쏟아져 들어왔다. ‘왜 침묵하느냐?’하는 힐난들이 쌓여갔다. 이틀간의 침묵의 구멍이 발생하는 동안 많은 SNS 공중들은 그냥 방치돼 있었다. 해당 기업이 다른 채널들을 통해 전달했던 자세하고 논리적인 설명과 해명의 기회를 SNS에서는 그대로 날려버린 결과를 남겼다. 성공한 위기관리로 판정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비록 그 기업 SNS는 이틀 후부터 지나간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포스팅을 올리면서 다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평소 커뮤니케이션을 해 오던 많은 소셜 공중들이 실망했고, 왜 이 기업 SNS와 더 이상 대화해야 하는지, 왜 이 기업 SNS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친절하게 자상한 대화를 이끌어 가던 이 기업 SNS가 왜 위기 시 큰 구멍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평소 디자인하고 점검할 때에는 특정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련 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규정해야 한다. 또한 그들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채널들을 미리 함께 규정해야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그들로 향한 채널들이 규정되면, 그 각각의 이해관계자와 채널망들을 위기 시 책임을 가지고 대응 역할을 진행할 부서를 선정 임명해야 한다.

내부의 이 모든 역할부서들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고 빈 구멍을 발견해 메우는 지휘센터가 설립되면 일단 체계화 작업은 마무리된다. 그 이후에는 실제적인 위기상황을 전제하고, 현실적으로 이 모든 이해관계자 채널들이 정해진 대로 운영되는지, 통제센터에 의해 통합적 조율이 가능한지 시뮬레이션을 해 구멍을 찾아내는 것이 그 다음 체계화 단계다. 준비하고 연습한다는 위기관리의 기초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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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2011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이해관계자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백본(backbone)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다. 문제는 이 이해관계자(stakeholder) 시각을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현장에의 적용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는 부분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업 조직 자체에 몇 가지 부족한 인식적 전제들이다.

첫째,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아직도 부족하다. 조직과 개인적 본능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평소 위기나 위기관리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위기 시에는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족하다.

둘째, 이해관계자에 대한 개념과 평시 관리 체계는 일부 존재하지만, 그 체계를 위기 시 통합해 관리하려는 더 큰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니즈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최상부에서 ‘위기시 기존의 체계들이 알아서 대응활동을 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데에도 기인한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왜 우리가 위기 시 이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한다면 무슨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하는 방향성에 목말라 한다. 통합적 관리라던가 일관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셋째, 이해관계자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데도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해당 위기를 둘러싼 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회사의 입장에서 주로 그들을 예상하고, 그들과 접촉한다는 것이 한계다. 평소 특정 위기요소에 대한 그들의 입장들과 그들 각각의 이해관계에 대한 더 깊은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니즈 형성,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한 큰 체계, 그리고 그들 각각에 대한 평소 분석과 이해, 대응연습 등이 좀더 나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백본(backbone)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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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일부 기업들의 위기관리 체계처럼 언론/미디어에 대한 대응 체계로는 360degree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든 이해 가능하다. [언론/미디어는 이해관계자 backbone 구조에서 보면 전체 backbone을 구성하는 ‘한 조각’의 등골뼈)

하지만, 그 부분까지 신경 써 이해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기업 위기에 있어 언론/미디어는 가장 강력한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이지, 이해관계자 그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전통적인 언론/미디어로부터는 damage를 입지 않아도,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는 최악의 damage를 초래하는 많은 기업들을 한번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

여기에도 사내의 정치적 역학들이 존재하겠지만, 기업의 위기관리 매니져라면 현재의 그 상태에서만 머무르는 체계에 만족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하루 빨리 벗어나 진화하고 성장하자는 이야기다.


11월 08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리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정보 통제

기업 리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정보 통제라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리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3가지 정보 통제가 필요하다. 첫째가 리콜 원인에 대한 정보 통제, 둘째는 리콜 정보에 대한 내부 정보/인력 통제, 셋째는 외부 리콜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통제다.

리콜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들을 정리해 보자.

  1. 최초 소비자 컴플레인이 발생한 싯점은 언제인가?
  2. 일련의 소비자 컴플레인이 접수된 이후 우리 회사가 취한 대응이나 개선활동은 무엇이었나?
  3. 소비자 컴플레인의 총량은 얼마 정도인가?
  4. 해당 소비자 컴플레인과 관련된 정부 규제기관과 법령은 어떤 것이 있는가?
  5.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어던 태도와 활동들을 보이고 있는가?
  6. 그들은 어떤 질문들과 주장들을 하고 있는가?
  7. A/S기사나 기타 소비자 접점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가?
  8. 그 과정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팀이나 위기관리 매니저와 활동사항들에 대해 공유/협의했었는가?
  9. 리콜을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유는 무엇인가?
  10. 리콜과 관련된 예산은 어느정도이고, 손해액은 얼마정도인가?
  11. 모든 정보들이 제3자 검증에 있어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은 정보는 무엇이고, 안전한 정보는 무엇인가?
  12. 해당 리콜 원인이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는가?
  13. 해당 리콜 원인이 소비자에게 유해한가? 무해한가? 주장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기술적, 과학적, 논리적]
  14. 리콜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무엇인가?
  15. 리콜 프로그램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어떤 미디어들을 사용할 것인가?
  16. 리콜 프로그램과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누구이며, 어떤 태도들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17.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리콜 선언 이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18. 각의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spokesperson은 누구로 정하며, 어떻게 트레이닝 할 것인가?
  19. 리콜 프로그램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성원들을 어떻게 트레이닝 해 어떤 모양의 체계를 갖출 것인가?
  20. 리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어떤 메시지들을 활용할 것인가?
  21. 리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Do’s와 Don’ts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22. 리콜 프로그램과 커뮤니케이션의 종료 기준은 무엇인가?
  23. 리콜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24. 이상의 모든 사항들이 로펌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 관련 기술 전문가, 의학 전문가. 독성 전문가 등등의 크로스 체킹을 득했는가?
  25. 충분히 검토하고, 검토하며, 검토했는가?


리콜 커뮤니케이션은 짧지만 굵은 기업 위기관리 프로젝트다. 이 의미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변수들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이 가운데에서 안전섬(Safety Island)를 찾아야 하는 아주 힘들고 전문적인 업무라는 의미다. 기업 리콜 이슈. 그냥 단순하게 준비할 일은 절대 아니다.

10월 182011 Tagged with , , 5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대한생명의 사과광고, 원칙을 강조하는 멋진 샘플

위기가 문제가 아니다.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위기를 잘 못 관리하는 것 바로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멋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례가 하나 생겼다.

대한생명의 18일자 조간 사과광고를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좀 더 세부적으로 사과광고)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멋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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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여러번 강조했었지만, 사과나 해명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해당 사건에 관련한 ‘기업의 원칙’을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원칙을 기반으로 해당 사건을 해석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위기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으로 부터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position)을 가지고 있는거야?’라는 부분인데, 많은 기업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기업의 원칙’은 언급을 회피한 채 말 그대로의 해명 또는 자기합리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대한생명은 사과문을 통해 그들의 ‘원칙’ 그리고 ‘신념’을 확실하게 언급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 이번 사건을 이렇게 해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그 원칙에 기반한 개선 계획과 약속을 제시했다.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의 원칙’을 기반으로 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사과문이다. 참 잘된 사과문이다.

이 사과문 메시지를 만든 분에게 상을 드려도 될만하다. 멋지다.

10월 142011 Tagged with , , , 0 Responses

[기고문] 위기 시, 수백 배 더 커뮤니케이션 하라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 기업의 특별 의뢰를 받고 쓴 기고문입니다. 위기를 잘 관리하시기를 기원하면서…
 

[기고문]

위기 시, 수백 배 더 커뮤니케이션 하라


개인이나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아픈 일이 있으면 ‘침묵’하려 하는 것은 똑같다. 우리 내 문화적으로도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자중하고 정신 사납게 떠들지 말라’는 공감대가 있다. 일부 이에 반해 ‘(좋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기’를 했다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신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일쑤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위기 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정보의 진공상태’인데 위기를 맞은 기업은 내외부적으로 ‘침묵’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중 일부는 ‘무슨 좋은 일이라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 저기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가?’라 생각한다. 또 일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딱히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라 푸념한다. 그 나머지는 ‘그냥 이렇게 조용히 지내다 보면 이 상황도 지나가겠지요’라고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모두 위험한 생각이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명구(名句)중에 이런 말이 있다. “기업은 절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다 (You Can Not Not Communicate)’ 즉, 기업은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라도 항상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노 코멘트(No Comment: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는 뜻)도 코멘트’라는 이야기다.

노 코멘트가 기업에게는 ‘코멘트’라면 어떤 의미의 코멘트가 될까? 맞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우리는 문제가 있다. 문제를 인정한다. 부끄러워 할말이 없다’는 코멘트가 된다.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는 기업들은 항상 위기 시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다. 그냥 조직과 개인의 ‘침묵’ 본능에 의지해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기업 위기에 대해 한 발자국 더 걸어 들어가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만 했었더라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케이스들이 매우 많다. 최근 발생한 전국규모의 순환정전 사태도 그렇다. ‘앞으로 십분 후인 오후 2시부터 전국에 순환정전이 실시됩니다. 놀라지 마시고 저희의 가이드에 따라 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전력거래소나 한국전력으로부터 적절한 타이밍에 전달만 되었었더라면 전국민의 혼란은 대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시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조직에 충만하지 않아 이런 재앙들은 여기저기에서 반복된다.

SK 최태원 회장은 몇 년 전 사내 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제가 가장 못하는 부분이 같은 이야기를 천 번 하기 입니다” GE의 전회장 잭웰치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만, 최고경영자나 일정직급 이상의 임원 및 매니저들은 직원들이 묻는 동일한 질문에 동일한 답변을 수백에서 수 천 번 반복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위기 시에는 이런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가치는 큰 빛을 발한다.

우리가 지금 어떤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지 직원들이 끼리끼리 모여 비밀스럽게 소근거리게 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어디로 우리 조직이 달려 나갈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채로 고요만을 강요해서는 더 힘들어진다. 우리의 최고 리더가 어떤 생각과 배짱을 가지고 계신지 직원들이 각자 추측하게 만들어서는 위기관리는 요원해 진다.

이심전심은 수 천 번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들어지는 힘든 결과물이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TV광고 카피는 분명 거짓말이다. 기업은 위기 시 최고경영자부터 일선 직원까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정해진 메시지들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정보의 진공을 우리 스스로의 전략적인 메시지들로 채워 불필요한 혼란과 추측들을 몰아내야 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최고경영자의 마음속을 경험하게 하는 방법은 ‘부단한 커뮤니케이션’ 밖에 없다. 최고경영자의 마음속에 ‘위기’가 없다면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자.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자. 그것이 곧 위기를 관리하는 아주 멋진 방법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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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2011 Tagged with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작은 식당에서 배우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직장인들이 종종 점심식사를 하는 설렁탕 집. 상당히 연력을 가진 집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북적인다. 거의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한자리에 몰려 앉아 그 목적(!)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를 찾는 것은 상당한 즐거움.

(연세 드신) 손님: “여봐~! 설렁탕에서 수돗물 냄새가 심하게 나잖아! 이거 왜 이래?”

(서빙 하시는) 아줌마 : “여긴 원래 물 냄새가 그래요. 이 동내가…”

손님: “뭔 소리야? 내가 여길 한두 번 와서 먹어? 벌써 30년짼데? 오늘 설렁탕 맛이 이상하다니까?”

아줌마: “………………..”

보고 있던 매니저가 다가온다.

매니저: (매우 작은 소리로) “죄송합니다. 오늘 물이 좀 이상하네요…이해해 주세요”

손님: “그러니까 정수기를 좀 쓰라고. 이걸 어떻게 먹어? 냄새 나서?”

매니저: “네…네…”




이 식당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들

1. 손님에 대한 철학과 설렁탕 품질에 대한 원칙이 없다. 그런 것이 있더라도 말단 서빙 아줌마에게 까지 확실하게 공유되지 못했다.

==> 만약 이 유명 식당이 철학과 원칙이 있었다면, 이 정도 이상취에 대해서는 다시 설렁탕을 만들거나 가게 장사를 하지 말고 개선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을까?

2. POC(Point of Connection)인 서빙 아줌마들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트레이닝이 되지 않아 있다. 물론 그 일선에 대한 위기관리 임파워먼트도 미비

==> 서빙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다 오래된 손님들에게 더욱 큰 재앙을 맞게 되었다. 해당 설렁탕에 대한 처리 방식도 문제.

3. 매니저가 책임감을 가지고 초기 위기 대응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매니저에게도 위기관리 임파워먼트가 있는지는 의문

==> 극한 컴플레인을 하는 일부 손님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접근해 로우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전술을 택했다. 하지만, 그 작은 가게에서 로우 프로파일이 유효할까?

4. 개선조치에 대한 원칙이나 플랜이 없다.

==> 정수기를 사용하라는 개선안을 화난 손님이 도리어 제시한다.

5. 상황관리에 대한 원칙이나 예산지원/인정/임파워먼트가 없다.

==> 컴플레인 하는 손님들에게 대해 설렁탕 값을 면해주거나, 다른 음식을 대신 제공하는 활동이 없었다.

6. 전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위기요소에 대한 관심, 고민, 대책이 없다. 핵심 메시지도 강구하여 공유되지 않고 있다.

==> 이런 이상취 발생이 하루 이틀이거나 오늘이 처음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식당의 대응은 ‘상황모면’으로 항상 동일 해 보인다.

7. 재발가능성이 높음에도 변화/진화/개선은 없다.

==> 손님이 개선안으로 제안 한 ‘정수기’사용에도 그렇게 큰 동감을 하거나, 약속하지 않는다. 재발이 뻔하다.

설렁탕 국물에 쓴 수돗물에서 강한 약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주방이 알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매니저와 서빙 아줌마들이 함께 고민하지 않았다면 문제다. 어떤 원칙과 메시지를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면 매니저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 원칙과 메시지를 따르지 않은 것이 서빙 아줌마라면 아줌마에게도 문제가 있다. 개선이나 상황관리 플랜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모면하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곧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가 된다.

이 식당은 오늘 어떤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을까?
 




어떻게 일부 기업의 모습들이 이 조그만 식당에서도 그대로 목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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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30) 위기는 있지만, 위기관리는 없는 한국

기업과 미디어에 지난 수년간 기고를 해왔었다. 이제 130번째 기고문을 썼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30)

 

위기는 있지만,
위기관리는 없는 한국

 

얼마 전 전국적인 정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조직들이 당황했고, 불편을 겪고, 고통을 받았다.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혀있어야 했고, 일부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횟집 수족관의 광어와 오징어 그리고 낙지들이 유명을 달리 했다.

하나의 상황이 여러 개의 위기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가나 정부입장에서는 국가차원의 위기였다. 한국전력이나 전력거래소 그리고 지식경제부와 같은 조직에게는 조직차원의 위기였다. 그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들에게는 개인적인
위기이기도 했다. 그 밖에 많은 기업들과 상점들 그리고 가정들이 위기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렇게 한국에는 다양한 위기들이 종종 발생하고 사라져간다. 이런 위기환경에서 우리 정부와 조직과 기업들은 어떤 관리활동을 전개하고 있을까? 함께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하여 그들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을까? 과연 그들에게 위기관리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일까?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방사포를 발사하면 발사 후 44초 만에 방사포탄이 서울에 떨어진다고 한다. 이 위기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위협에 대비하는 서울시민들을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도 우리모두는 위기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한발자국 더 나아가 대비하고자 하는 생각들이 없다. 그런 현실이다.

기업 위기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의 위기들이 유사하거나 동일한 유형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반복된다. 당연히 기업은
자신들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 올지 모르지 않는다. 평소에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다. 기업 차원에서 위기는 크고 작게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기업이 경험이 없어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직접적인 위기관리 경험 외에도 간접적인 경험과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여러 기업들의 실제 사례들이 이 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그 사례들을 통해 자신의 기업이 좀 더 대비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별반 기업 실무자들의 의욕은 없어 보인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한 사례를 가지고 그 경험을 토론하고자 해당 위기관리 실무자와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우리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습니까? 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있지요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말 못할 사정이 차후 개선이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에 있다. 만약 그 말 못할 사정이 개선의 대상이나 주제가 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힘든 조직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실무자들은 그 위기 관리 업무를 3D업무로 여기고 피해 나가려 애쓴다. 어차피 위기관리라는 것이 지는 게임이고잘해야 본전인 게임이라 굳이 관여할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거다. 왜 내가 퇴근도 하지 못하고 밤새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물으며 손사래를 친다. 그 누구도 위기관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기업 위기관리가 어려운 또 하나의 현실적 이유다.

이 모든 이유들로 인해 많은 기업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거나, 평소 고민을 하거나, 개선을 해나가는 데 매우 인색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위기관리는 하지 못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경험을 해도 별반 나아지지 못할 이유가 있으며,
사실 관련 업무를 떠 맡기도 싫은주제인 것이다.

우리에게 위기는 존재하지만, 위기관리는 존재하기 어려운 아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위기에 대해 평소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그 대응에 대해 지속적인 개선을 기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부터 올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위기관리를 통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없을까?

이는 기업문화와 철학 그리고 경영의 품질과 관련 된 이슈다. 단편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논의를 넘어 해당 기업이 어떤 생각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어떠한 팀워크와 가치들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더 선행되어야 하겠다.

CEO의 리더십과도 관련 된 이슈다. CEO가 위기관리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치들을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조직 전반에 투영하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평소 위기관리 리더십을 통해 CEO는 위기관리 체계가 실행형 체계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실무자들의 차원에서는 CEO나 오너들이 위기관리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신다 푸념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한국적 기업 환경에서는 CEO나 오너분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게 당연할 수 있다. 그들이 위기관리는 이해 못할지는 몰라도,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실무그룹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그룹들은 끊임 없이 자신들의 위기관리 업무들을 CEO나 오너분들에게 셀링 해야 한다. 그분들이 쓰는 언어로 위기관리를 설명하고 자신들의 개선활동들을 공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위기관리를 통해 조직의 품질을 투영한다. 평소 뽐냈던 조직의 품질이 사실과는 많이 달랐다는 평가가 위기 이후에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모든 부문들이 좀 더 관심과 고민과 개선노력을 기울이자.

 

10월 102011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는 훈련받은 프로여야 한다

해병대 출신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혹독한 훈련을 받은 해병의 ‘선택 받았다’는 자긍심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겠다.

일개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터인 기업 커뮤니케이터(Corporate Communicator). 기본적으로 이들에게는 어떤 훈련이 제공될까? 그 이전에 그들이 스스로 강한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기업 커뮤니케이터는 훈련 받아야 한다. 훈련 받지 못한 실무자들은 기업 커뮤니케이터라 볼 수 없다. 기업 위기 발생시 언론이나 여러 미디어들을 통해 전달되는 기업의 메시지들을 분석해 보라. 아무 의미도 없거나, 논리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단편적인 개인의 아이디어로 보이거나, 어떤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지 전혀 해석조차 불가능한 많은 메시지들을 보라.

과연 우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적절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가? 기업 명성에 대한 방어과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할 우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적절하게 훈련 받고 있지 않다면, 누가 기업 내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기업 커뮤니케이터의 증상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최대의 아이러니.
  • 홀로 일한다. 인원이 혼자뿐이라서가 아니다. 일을 혼자 한다. 평소나 위기시나 마찬가지.
  • 조직에서 리포팅 라인에서 제외되어 있거나, 리포팅 라인에 포함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 의사결정에 있어 익숙하지 못하고, 내부 코치로서의 자신감이 결여 되어 있다.
  • 자신이 개발 한 내외부 메시지가 전사적으로 공유 가능한 수준이 못 된다.
  • 애드립이나, 추측, 단언, 비논리적인 해명, 인간적인 사정에 주로 익숙하다.
  • 경쟁사나 동종업계 또는 다른 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들에 대해 벤치마킹 하지 못한다.
  • 기업의 메시지를 통제하려 하지 않고, 일단 채널을 어떻게든 통제해 보려 주로 애쓴다.
  • SNS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 출현에 대항 해 자신의 영역만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 전사적 전략 커뮤니케이션으로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지 못하고, 스스로 업무를 제한한다.
  • 외부 전문 컨설턴트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조언 받는 것을 불편/어색 해 한다.
  • 예산 확보와 관리에 있어 공격적이기 보다는 스스로 제한적이고 보수적이다.



더 현실적으로 보아 우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들 중 전문적인 대변인 훈련(spokesperson training)이나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받고 실무에 임하는 실무자 비율 조차 매우 적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프로세스 관리나 전사적인 팀워크를 베이스로 한 시뮬레이션(crisis management simulation)을 이끌어보거나 이를 위한 훈련을 받아본 실무자들이 적다.

기술적인 글쓰기(Technical Writing, 대언론 및 대 이해관계자 대상 작문) 훈련을 받거나, 팀내 리더십 및 R&R 디자인, 홍보 예산 관리, 홍보 업무 KPI, 홍보 측정에 대한 훈련도 부족해 보인다.

지금까지 선배들의 성장과정과 비슷하게, 홍보를 시작한 우리 실무자들은 복사기와 프린터기 앞에서, 가판 현장에서, 풀칠과 호치키스를 통해 실무를 견습 한다.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장소와 일정을 어랜지 하기 시작하고, 식당과 술집에서 폭탄주 잔을 세고, 술값을 계산하면서 예산을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조금 더 실무를 하게 되면 매번 반복되는 이슈와 위기 시 언론사 데스크를 찾아 뵙는 선배들의 뒷편에서 위기관리라는 것을 견습한다. 주말에 골프 일정을 어랜지 하고, 데스크 및 기자들과 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하면서 ‘이 좋은 세상, 꼭 홍보임원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한다.

더욱 시간이 흐르면 훌륭한 스펙에 빨리 크는 홍보실 후배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분발하기 보다는 ‘홍보 무끼’가 아닌 그들에 안도하면서 그들을 자연 ‘관리’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더 큰 시니어가 되면 업무 보다는 사내 정치를, 회사보다는 국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두게 되는 반열에 오른다. 심도 있는 정치, 연예 찌라시 내용들을 언급하면서 골프를 치고, 술을 마셔야 진짜 성공한 기업 커뮤니케이터가 되어 보인다.

이런 모든 현실 속 경험들과 견습들도 프로페셔널 한 훈련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러 홍보 큰 선배들이 은퇴 후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을 들을 때면 무척 쓸쓸하다.

“우리 때는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홍보했지. 공부는 무슨 공부야. 통금시간 피해 뛰어 다니고, 신문사 앞에서 뻗치기 하고, 술집에서 쓰러진 기자 친구 들쳐 엎기에도 바쁜 시절이었어…”

한국의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에게 이렇게 물어 보자!

“당신의 아들이나 딸에게 어떤 직업보다 홍보라는 직업을 적극 추천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라 답하는 후배들이 많아 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스스로 전략을 가지고 훈련했으면 한다. 프로라는 ‘선택받았다는’ 자긍심 없이는 우리 홍보가 꿈의 직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0월 072011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회장님의 경찰/검찰 출두 위기 관리 가이드라인

일반적으로 기업 회장님들이 경찰이나 검찰 출두 하실 때 참고하실 만한(?) 가이드라인을 한번 리스팅 해 본다. (일부는 약간 시니컬 하니 참고)

  1. 고용 가능한 최고의 로펌을 고용하라. (일단 비싼 로펌을 골라라)
  2. 전략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빨리 세워 시나리오 대로 관리 가능한 위기관리 컨설팅사를 고용하라
  3. 일반 홍보대행사 말고 검/경찰 출입 기자단과 잘 통할 수 있는 실행 대행사를 고용하라
  4. 가능한 다양한 여러 빨대를 꼽아라 ==> 법조브로커들 중 많은 수가 부정확한 정보를 딜리버리하고, 소설을 쓴다. 극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정확한 라인은 검찰 차부장들과 대면하는 법조기자들을 통해 전해 듣는 첩보.
  5. 홍보부문을 현장에 항상 파견하고, 기간 동안 대기 활동하게 하라
  6. 경검찰 관계자들을 화나게 하거나 부담스럽게는 하지 말아라
  7. 과도한 대경찰, 대검찰 언론 플레이도 삼가라. 단.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 사전에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 공손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라
  8. 지속적으로 경/검찰측과 커뮤니케이션 하라
  9. 일단 시간을 끌어라 (꼭 변호사와 상담 후)
  10. 일단 VIP를 입원시키라. 평소 지병이 있었다면 더욱 좋다. 그 지병을 확대 강화 강조하라
  11. 입원을 위해 환자와 증상에 대해 확실하게 보안을 지켜 줄 병원을 평소 선정 관리 해 놓아라
  12. 출두 일정을 고민해서 네고하라. 국내외 큰일이 있는 날로 가능한 골라라
  13. 출두 일정과 모든 사항들을 감안해 변호사와 위기관리 컨설팅 그룹이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따라 통합적으로 움직여라
  14. 출두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홍보실과 실행 대행사를 통해 출두 장면 취재 협조를 얻어라
  15. 협의 해 포토라인을 설정하라
  16. 포토라인을 지켜주면 가능한 정확하게 정해진 자리에 서서 단 한두 마디라도 하고 들어가시게 가이드하라
  17. 미리 기자들과 협의 해 질문과 답변 수준을 정리하라
  18. 출두 중 몸싸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준비를 하라. VIP의 출두 모습이 흉하게 비추어 지면 진거다
  19. VIP의 연세를 감안하고 가능한 ‘단정한 약자’로 코스프레 하라 – 각종 도구 및 복장 활용하라
  20. 단, 젊은 VIP는 가능한 소박 단정 한 양복 복장으로 출두하되 넥타이는 풀고, 표정은 담담하게 지어라
  21. 출두 시 자동차는 가능한 소박한 것으로 타라 – 평소 타던 마이바흐나 초대형 LUV는 집에 두라
  22. VIP의 폭행 관련 된 조사 시에는 가능한 단촐 하게 출두하라. 자칫 직원들을 여럿 동반하고 들어가면 조폭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니 삼가라
  23. 뒷문이나 다른 출구 등을 통해 숨어 다니지 말아라
  24. VIP가 출두하신 뒤 바로 조사관과 조우하지 않도록 배려하라. 가능한 내부 고위급 지인의 사무실에서 차한잔 하시고 직접 그 고위급 인사가 VIP를 조사관에게 인계하도록 디자인 하라
  25. VIP께서 조사받으실 때는 가능한 공손하시라고 조언하라 (조사 장소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습관을 들여라. 그 사람이 PC 수리공이라도…)
  26. 답변을 할 때에는 변호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에서 제안하고 연습한대로 최대한 따라 정확하게 이야기하라
  27. 연세 많으신 VIP의 경우에는 너무 세세하게 기억해 답변 하려 하시지 말라 (변호사와 협의)
  28. 장시간 조사 후 돌아가실 때에는 사전에 옷매무새와 헤어 스타일링을 해서 피곤하거나 수척해 진 모습을 가능한 커버하라
  29. 조사 후 상황이 안 좋아 지면 가능한 재 출두 일정을 미루면서 (변호사와 협의) 여론을 살펴라. 기억하라. 이슈는 진행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대중의 관심은 준다. 최소한 다른 중요한 이슈에 희석도 가능하다
  30.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해법을 빨리 내 놓아라
  31. 연로하신 현직 VIP에게는 ‘경영 일선 퇴진’이 활용 가능한 가장 큰 무기다. 이 무기를 가지고 가능한 네고하라
  32. 경영 일선 퇴진을 발표할 때는 가능한 하이프로파일로 하라
  33. 경영 일선 퇴진을 통해 이미 예정된 2세 또는 3세 경영 시대를 앞당겨라
  34. 하지만, 하이프로파일 메시지로는 ‘전문경영인 체제’ 또는 ‘집단경영체제’로 전달하라
  35. 최종판결이 나면 가능한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라. 이게 가장 이슈를 빨리 종결할 수 있는 전략이다
  36. 여러 관계 형성 이벤트(!)에 인색하지 말아라
  37. 일단 돈은 아끼지 마라. 비싼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다
  38. VIP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라
  39. 정확하게 경/검 조사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어라. 단어에 대한 이해. 법적인 규정에 대한 이해 필수.

[이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임]











10월 05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모든 기업 위기 속에는 ‘사람’이 있다.

기업의 모든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존재한다. 만약 관련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은 기업 위기로 정의되기 힘들다. 위기 속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해당 상황이 별반 부정적인 임팩트를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 위기관리에 신중하고 정교한 대비를 하는 기업에게는 이 ‘사람’에 대한 평소 관심과 철학 그리고 분석업무가 존재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에 몰두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그 상황을 둘러쌓고 연계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집에 화재가 났다고 치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아들딸들이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집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그려보자. 이 상황 속에도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인가?

  • 불 붙은 집의 가족들이 사람들이다.
  • 그리고 그 불을 끄러 달려오는 소방관들도 사람들이다.
  • 아파트 옆집과 윗집 그리고 아랫집들에 사는 주민들도 사람들이다.
  •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들도 사람이다.
  • 그 불 구경을 하고 있는 구경꾼들도 사람들이다.
  • 그 현장에는 없어도 집에 불이 난 가족들의 친인척 그리고 친구 지인들도 사람들이다.
  • 그 주택의 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보험회사 직원도 사람이다.

하나의 ‘주택 화재’라는 상황에 여러 사람들이 연계되어 있다. 준비된 기업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직 ‘불(상황)’에만 관리를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 소방관들은 “이 집 주인이 누구입니까? 왜 이 화재가 발생했습니까? 어떤 종류의 불입니까? 피해 상황은?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겁니까?” 묻게 마련이다.
  • 주변 집들의 주민들은 “우리 집까지 불이 옮겨 붙으면 큰일인데? 왜 이런 화재가 났지? 그 집 주인은 어디 있어? 정말 화가 나네…”하는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 아파트 관리인들도 구경꾼들도 수 없이 많은 질문들과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마련이다. “가족들이 저 안에 있다던 데요? 아녜요, 다 나와서 무사하데요. 집안 가재도구는 어떡해? 철수 집은 이제 망했네. 보험은 들어 놓았다나? 이제 이사 가겠구나…”
  • 그 밖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상황에 대해 각자의 생각들과 궁금증 그리고 주장들을 펼치게 마련이다.


준비된 기업들은 하나의 상황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과 하나 하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저희는 무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불이 갑자기 벽에서 불꽃이 튀어서 났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누전인 것 같아요”
  • “불은 곧 꺼진답니다. 소방관들이 와서 거의 다 끄고 있어요”
  • “가재도구는 문제인데…보험을 여러 개 들어 놓아서 아마 곧 해결이 될 겁니다”
  • “옆집 피해도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 “여보, 철수야, 영희야, 순희야…우린 괜찮다. 다 잘될 거야. 아빠만 믿어!”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은 그 상황에만 몰두하고 주변 사람들을 볼 여력이 없다. 여러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자기 설움에만 바쁘다. 당황스럽기만 하고 말문이 막혀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숨어만 있게 된다.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불은 꺼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고, 동네 방내 온갖 루머들은 이미 진실이 되어 버렸다. 친인척들과 지인들은 TV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생사 확인 전화들을 여기저기 해 댄다. 자기 가족식구들 조차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시름거리기 시작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을 놓친 뒤의 일이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위기에 대해 대화한다. 이를 위해 그 ‘사람들’을 공부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익힌다. 그들이 듣기 원하는 내용들을 그들이 기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위기 속 사람을 보자. 전국에 불을 꺼버리면서도 침묵하고, 살아 있지 않은 전기와 숫자만 바라보는 ‘상황관리’에만 몰두하는 위기관리 1.0적인 시각에서 좀 더 진화하자. 그래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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