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에 대한 실무자들의 익스트림한 현실 이야기 10개
그 오해(?)와 실제(!)들
오해 1.
위기의 정의. 즉, 이 사건이 위기냐 위기가 아니냐,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주제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전사적 차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분석하고, 그 외 여러 가지 영향 받는 가치들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제 1.
에이…아니다. 실제로 기업 위기에 대한 정의는 내부 윗분들이 내린다. 그들이 위기라 하시고, 그분들이 우려하는 부분만 위기다. 일선 직원들의 위기 정의나 판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오해 2.
기업 위기 시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실제 2.
웃기는 소리다. 빠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내부 윗분들이 왜 아무 일도 안하고 있냐?하는 말씀만 나오지 않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된다. 상황파악을 위한 회의나, 대응책 마련 회의나, 보고서 작성이나 무언가를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윗분들을 대상으로 ‘빨리’ 해야 한다.
오해 3.
기업 위기 시 노코멘트는 곧 guilty를 인정하는 코멘트이기 때문에 절대 경계해야 한다. 숨지 말고 무엇이건 전략적인 메시지로 대응해야 한다?
실제 3.
큰일날 소리다. 사실 윗분들이 원하는 멘트만 곧 멘트다. 윗분들이 원하시는 것이 노코멘트라면 그것이 어떤 상황이건 내부에서는 최선의 전략이 된다. 섣불리 위기관리 교과서에 나온 대로 전략적이라는 멘트를 했다가는 윗분들께서 “쓸데없는 짓했다” 하시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 이후에는 실무자인 내 스스로 갈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오해 4.
기업을 대표하는 대변인을 미리 지정해 훈련하고 그들을 통해 준비된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실제 4.
아니라니까…자꾸 왜 이러나. 윗분들 중에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곧 대변인이다. 나서서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과 말씀 섞기 싫어하시는 분에게 어떻게 대변인을 하시라 하나? 나서서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시는 윗분들이 고마울 뿐이다. 어차피 그 분들의 메시지가 개인적이고 비논리적이라 할지라도 그분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시기 때문에 별반 문제는 없다. 괜히 그분들 커뮤니케이션 하시는데 이러 쿵 저러 쿵 했다가는 또 사단이 난다.
오해 5.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내부 핵심 인력들이 워룸에 모여 통합적인 보고와 공유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실제 5.
전략적이기 이전에 비현실적이다. 가장 윗분께 가장 빨리 보고하는 사람이 좋게 보이는 법이다. 빨리 보고하고 그 분께서 지시하시는 바를 성실히 실행하는 게 첫 번째다. 위기 발생시 다른 부서들이 우리보다 빨리 보고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일단 우리가 먼저 보고하고 대응 지시 받아 실행하고 나면 다른 부서들이 어떻게 뒷북들을 치는지는 관심 없다. 가장 윗분께서 우리를 알아주시는 데 감사해야 한다.
오해 6.
위기발생시 언론에만 포커스를 두지 말고, 폭 넓은 이해관계자들을 골고루 관리해야 한다?
실제 6.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이해관계자라는 정의가 뭔가? 우리 내부에서 공감하는 이해관계자는 윗분들의 직계존속과 지인 그룹이 가장 중요한 외부 이해관계자다. 그분들이 일단 윗분들에게 아무 말씀이 없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실무자들이 아무리 위기관리 잘했다고 해도, 그분들이 한마디 두마디 훈수를 두면 상황이 확 변한다. 절대 집중 관리해야 하는 분들이 그분들이다. 그 외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누군가? 떠오르지 않는데? 언론도 그렇다. 위기시라도 모든 언론에 대해 다 집중할 수는 없다. 일단 윗분들이 자주 접하시는 매체 중심으로 커버 들어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분들이 주로 접하는 매체들도 사실 너무 많다. 그게 현실이다. SNS? 글쎄다…
오해 7.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평소 위기관리 예산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 7.
무슨 소리냐? 위기가 발생했을 때나 한번 원 없이 돈 써보지 언제 또 써보겠나? 평소 기자랑 먹는 칼국수 값도 막걸리랑 같이 먹으면 액수 많다 지적 받는다. 소줏집도 한 기자랑 두번 연속 가면 윗분들은 큰일 나는 줄 아신다. 하지만, 일단 위기가 딱 터지면 윗분들이 어쩔 수 없이 후해지신다. 위기관리를 위해 룸싸롱도 좀 갈 수 있고, 노래도 부를 수 있다. 예산을 왜 평소에 우려하나? 윗분들이 어련히 결정해 주시겠나?
오해 8.
요즘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이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일부 결정이 된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 체계가 시스템적으로 흡수되어 있지 않으면 앞으로는 곤란을 겪을 일이 많을 것이다?
실제 8.
글쎄다. 모르겠다. 앞으로 10년 후 정도면 모를까. 지금 윗분들께서는 그런 거 잘 모르신다. 내부 보고하라는 말씀 안 하시고, 당연히 거기에 할애할 인력이나 예산이 없다. 일단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관심 둘 여력은 없다.
오해 9.
기업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는 이해관계자들이 판정한다?
실제 9.
푸하하하!!!! 대부분의 기업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는 내부에서 형성되는 공감대에 의해 판정된다. 외부에서 아무리 잘했다 해도 내부에서 ‘망쳐버렸다‘하면 해당 위기관리 관련자들은 모두 힘들어진다. 반대로 외부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아도 내부에서 ‘그 정도면 됐다‘하시면 위기관리는 결코 실패한 게 아니다.
오해 10.
위기관리 시스템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컨설팅이나 코칭을 좀 받아 놓는 게 좋겠다?
실제 10.
필요 없다고 본다. 우리 회사가 이런 저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수십 년간 성장한 회사다. 우리 윗분들도 모두 강하게 성공하셨다. 사실 위기관리는 짬밥으로 한다. 기자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그걸 시스템으로 푸나? 데스크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곧 위기관리 자산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서 홍보임원으로 월급 받는 거다. 아…저번에 위기 한번 겪고 나서 회장님이 지시하셔서 직원들 1천명 모아 놓고 위기관리 강의 한번 받은 적이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본다. 경각심은 중요하니까. 직원들은 겁 좀 줄 필요가 있다.
지난 14년간 위기관리에 대해 이상과 같은 실제적 답변들을 주신 지인 홍보 선배 임원들에게 감사하다. 그분들의 실제적인 경험과 생각 그리고 인사이트들이 실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에 있어 큰 이해의 기반이 되고, 어프로치에 도움이 된다.
그 분들의 생각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현실 그대로를 증언해 주시니 감사한 거다. 앞으로 10년간 극복해야 할 위기관리 인식의 갭과 현실간 괴리 그리고 조직의 문제들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심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