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종종 점심식사를 하는 설렁탕 집. 상당히 연력을 가진 집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북적인다. 거의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한자리에 몰려 앉아 그 목적(!)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인사이트를 찾는 것은 상당한 즐거움.
(연세 드신) 손님: “여봐~! 설렁탕에서 수돗물 냄새가 심하게 나잖아! 이거 왜 이래?”
(서빙 하시는) 아줌마 : “여긴 원래 물 냄새가 그래요. 이 동내가…”
손님: “뭔 소리야? 내가 여길 한두 번 와서 먹어? 벌써 30년짼데? 오늘 설렁탕 맛이 이상하다니까?”
아줌마: “………………..”
보고 있던 매니저가 다가온다.
매니저: (매우 작은 소리로) “죄송합니다. 오늘 물이 좀 이상하네요…이해해 주세요”
손님: “그러니까 정수기를 좀 쓰라고. 이걸 어떻게 먹어? 냄새 나서?”
매니저: “네…네…”
이 식당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들
1. 손님에 대한 철학과 설렁탕 품질에 대한 원칙이 없다. 그런 것이 있더라도 말단 서빙 아줌마에게 까지 확실하게 공유되지 못했다.
==> 만약 이 유명 식당이 철학과 원칙이 있었다면, 이 정도 이상취에 대해서는 다시 설렁탕을 만들거나 가게 장사를 하지 말고 개선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을까?
2. POC(Point of Connection)인 서빙 아줌마들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트레이닝이 되지 않아 있다. 물론 그 일선에 대한 위기관리 임파워먼트도 미비
==> 서빙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다 오래된 손님들에게 더욱 큰 재앙을 맞게 되었다. 해당 설렁탕에 대한 처리 방식도 문제.
3. 매니저가 책임감을 가지고 초기 위기 대응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매니저에게도 위기관리 임파워먼트가 있는지는 의문
==> 극한 컴플레인을 하는 일부 손님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접근해 로우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전술을 택했다. 하지만, 그 작은 가게에서 로우 프로파일이 유효할까?
4. 개선조치에 대한 원칙이나 플랜이 없다.
==> 정수기를 사용하라는 개선안을 화난 손님이 도리어 제시한다.
5. 상황관리에 대한 원칙이나 예산지원/인정/임파워먼트가 없다.
==> 컴플레인 하는 손님들에게 대해 설렁탕 값을 면해주거나, 다른 음식을 대신 제공하는 활동이 없었다.
6. 전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위기요소에 대한 관심, 고민, 대책이 없다. 핵심 메시지도 강구하여 공유되지 않고 있다.
==> 이런 이상취 발생이 하루 이틀이거나 오늘이 처음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식당의 대응은 ‘상황모면’으로 항상 동일 해 보인다.
7. 재발가능성이 높음에도 변화/진화/개선은 없다.
==> 손님이 개선안으로 제안 한 ‘정수기’사용에도 그렇게 큰 동감을 하거나, 약속하지 않는다. 재발이 뻔하다.
설렁탕 국물에 쓴 수돗물에서 강한 약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주방이 알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매니저와 서빙 아줌마들이 함께 고민하지 않았다면 문제다. 어떤 원칙과 메시지를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면 매니저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 원칙과 메시지를 따르지 않은 것이 서빙 아줌마라면 아줌마에게도 문제가 있다. 개선이나 상황관리 플랜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모면하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곧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가 된다.
이 식당은 오늘 어떤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을까?
어떻게 일부 기업의 모습들이 이 조그만 식당에서도 그대로 목격되나?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2 Responses to [정용민의 위기관리] 작은 식당에서 배우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