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월 17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깨진 유리창을 이전의 깨끗한 유리창으로 되돌리기?

언론을 통해 (최근에는 SNS나 소비자 방송 등을 통해) 회사 제품의 치명적 문제를 지적 받았다고 치자. 보도의 톤앤매너는 물론 제시 된 모든 조사결과들이 해당 제품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외부 전문가들과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의 밑단을 보면 종종 해당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다시 예전의 소비자 인식과 환경으로 어떻게 다시 회귀할 수 있을까?’라는 이상적 니즈를 깔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기업에게 전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위기에 있어 일단 발생한 위기는 ‘깨져버린 유리창’ 상황을 기업에게 선물한다. 쇼윈도와 같은 대형 유리창이 야구공 등의 강한 충격으로 구멍이 뚫리며 단박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 아파트 유리창이 작은 구슬 등에 의해 구멍이 뚫리면서 사방으로 금이 간 채 흉측한 모습을 띠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깨진 유리창을 먼저 상상하는 것이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자들이 공유해야 하는 하나의 상(像)이 아닐까 한다.

일단 유리창은 깨졌다. 금이 갔다. 비와 바람이 그 구멍으로 들어온다. 언제든 자칫 잘 못하면 와르르 무너져 위험하고 결국 창틀만 남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위태위태한 상황이 위기 직후 남겨지는 모습임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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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안전필름‘이 부착된 채 깨진 유리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사후 위기관리 옵션은 3가지로 나뉘겠다.

1.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마다 혹시 무너져 내릴까 조마조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 달려있던 유리 조각들이 방안으로 날아와 떨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두고 본다. : 방치 전략, 노코멘트전략, 무시전략

2.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뚫린 구멍은 가능한 테잎으로 막고, 주변 금 간 부분들도 가로 세로로 테잎을 붙여 무너져 내리지 않게 유지한다. 일단 그렇게 겨울을 견뎌 본다. : 미봉책. 단편 대응. 모면. 로우 프로파일 전략.

3. 깨진 유리창의 유리를 새 유리로 갈아 끼운다. 세찬 비바람과 강풍에 유리창틀 마저 망가질까 두려워서다. 갈아 끼운 반짝이는 새로운 유리창으로 겨울을 난다. : 하이 프로파일 전략. 위기 후 개선.

이상의 옵션들 중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 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변수들이 존재할 것이다. (상당히 비유적으로 묘사했다)

  • 집주인의 의중 (세입자의 컴플레인에도 절대 유리창을 갈아주지 않는 집주인들도 있다)
  • 실제 구멍의 크기와 주변에 금이 간 범위
  • 새 유리창 교환 비용
  • (유리 교체 시) 깨져버린 헌 유리조각들의 조치/폐기 어려움
  • 주변 환경 (바람이 세게 부는 태풍 시즌, 강추위, 세찬 장마 철)
  • 유리창을 바라보는 내부 구성원들의 심미감(審美感)


최근 발생한 모 기업 위기를 분석하면서 이 분들은 과연 앞으로 어떤 유리창을 가지게 될까 궁금해진다. 원래 그랬던 이전의 맑은 유리창으로 스스로 ‘뾰로롱~’ 돌아가 달라 모여 기도하는 중은 아니었으면 한다.


1월 16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 지나친 Guilty Mind도 경계 대상이다

위기발생 원인과 과정에 있어 기업의 실수나 잘못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내부에서 판단할 때의 이야기다. 들어가보면 내부 의사결정과정이나 의사결정자 분들의 마음에 상당 수준의 guilty mind를 목격할 수 있다.

“우리 신제품 론칭 일정을 조정해야 하진 않을까?”
“이번 사건으로 이 브랜드 광고는 잠정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루머 때문에 온라인 프로모션 테마를 좀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일정기간 다들 잠자코 있자고…조용하게 일 벌이지 말고 말이야”

물론 해당 위기와 관련 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이나 입장들을 감안해 보면 위기의 책임이 있는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guilty mind를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도리어 guilty mind 없이 섣불리 진행하다 또 다시 역풍을 맞게 되는 경우도 심히 경계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제3자인 외부 카운슬이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심각한 guilty mind는 위기관리 프로세스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들이 많다. 위기직후 진행되는 모든 대내외 커뮤니케이션들과 일상 프로그램들에 있어 상당한 민감성을 투영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견된다.

기업들은 이러한 내부 정서와 guilty mind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해소하는 데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 정도까지 민감하게 의사결정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던가, “그 프로그램의 경우 해당 위기상황과는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계획대로 진행하시면 되겠다” 조언 받는 거다.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를 경험 한 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 상황과 환경을 재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노력의 과정에 있어 기업 내부에서 공유되는 guilty mind는 이러한 노력들을 상당 부분 제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이 희석될 수 있어 일부 경계해야 한다.

보수적이고, 민감하며, 착한 기업들이 이러한 기업 정서적 경험들을 하곤 하는데, 이 또한 외부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가능한 빨리 진단받고, 빨리 개선해야 하는 관리 대상이 아닐까 한다. Post-Crisis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1월 13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 로펌과 일하기

위기 시 클라이언트들께서는 거의 대부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과 로펌을 함께 불러 대응책을 논의하시고 조언을 청취하시는 게 일반적이다. 여러 로펌들과 함께 클라이언트 이슈를 함께 바라보면서 일을 해 보면 항상 로펌측과 부딪히는 포지션들이 생기곤 한다.

물론 각 변호사와 상황과 이슈에 다라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상 충돌되었던 공통적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1.    로펌은 해당 이슈에 대해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라 종종 조언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에서는 위기 시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라 칭하면서 가능한 해당 기업이 해야 할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하자 하곤 하지만, 로펌들은 대부분 ‘도망치고, 그 이후에는 부정하라’는 조크처럼 가만히 있는 게 전반적인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보는 듯 하다.

2.    로펌, 더욱 정확하게 말해 담당 변호사들은 직접 외부로 나서기를 꺼린다. 대변인 역할을 의뢰하면 더더욱 난감해 한다. 연예인들이나 개인 소송 등에 있어 대외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해달라 의뢰인들이 요청하면 대부분 로펌들은 고사한다. 이를 잘해주는(?) 변호사들이 일부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가 되겠다.

3.    로펌은 법정에서의 승리 및 정상참작을 통한 감형에 중점을 두지만, 여론에 대한 고려 비중은 그리 균형적이지 않아 보인다. 사실 그 부분을 로펌이 깊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계약서에 쓰여진 대로만 일하면 되는 법.


4.    그러나 일부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들은 자신이 경험한 언론관계 (검찰 재직 시절, 법조출입기자들과의 밀땅 경험)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려 한다. 일부는 방통위 재직/자문경험 등을 가지고 여론관리 전문가라 생각한다.


5.    로펌의 변호사분들은 기업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계 및 입장들에 대한 통합적인 부분에는 사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세부 시각을 가질 이유가 없다. 계약서에 명기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


6.    로펌 변호사들은 안전함을 주로 추구한다. 어찌 보면 전문업무 성격상 당연하다. 위기 시 risk taking이라는 부분에서 협상의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risk를 감수하고 베팅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를 상당히 거북해 한다.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많이 갈등을 겪는 이유다.


7.    대부분 로펌의 변호사들은 기업 오너 및 CEO의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따라서 그들 대부분의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오너 및 CEO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이 부분은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에 있어 상당히 큰 장애물이 되곤 한다. 순수 내부의 시각과 의중이 대부분 여과 없이 또는 안전성을 가미했다는 이유로 실제 실행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로펌이 과연 여론 측면에서 devil’s advocate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까는 의문이었다.


이상은 로펌들과의 위기관리 협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다. 어느 로펌이나 변호사분들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 클라이언트들께서 위기 시 의사결정을 하실 때 좀더 균형 있는 시각과 큰 관점의 높이를 가지셔야 한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다. 하나 확실한 것은 로펌과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펌이 이음새 없이(seamless) 협업을 해 지원하게 되면 해당 클라이언트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다.




1월 11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는데…

통합하라. 그리고 경영하라.



올해 기업소셜미디어 화두라고 생각한다.

기업 위기관리 자문에 들어가보면 최근 기업 위기시 소셜미디어 활용을 놓고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심한 것을 목격한다. 위기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기업 SNS에 대해서는 기업들에게 흔히 이런 질문들을 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그리 넉넉하지가 않다.

현재 귀사에서 운용하고 계신 기업용 SNS어카운트는 총 몇 개이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까?

“글쎄…우리 마케팅에서도 주로 하고 홍보팀에서도 몇개 가지고 있을 텐데. 근데 대부분 그냥 활동들이 미약해서 딱히 몇 개가 의미 있다고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말씀 드리기가….아마 20-30개는 되지 않을까? 50개는 안 넘겠지?”

(기업SNS 총괄 업무도 겸직하시는) 상무님께서 전체적으로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 및 브랜드 SNS 맵을 가지고 계신가요? 한 눈에 보실 수 있는 맵 말입니다.

“뭐 하도 많아서. 그걸 좀 그려서 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얼마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운영하고 계시는 수십 개 이상의 기업 및 브랜드 SNS 각각의 R&R이라던가 성격들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나요?

“전체 개수 파악을 일단 하고 확인해 보아야 하겠네요…”

그러면 현재 지주사와 계열사들에서 기업 및 브랜드 SNS들을 운영 관리하는 인하우스나 에이전시들의 통합적인 정기 미팅은 있습니까? 상호 조율이나 가이드라인 공유들을 위한?

“아직…”

통합적으로 상무님이 총괄하시는 전체 기업 SNS 각 채널들의 활동이나 메시지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체계도 아직 없으신거지요? 담당자들이 각자 자율적인 운영을 할 뿐이고요?

“그렇죠. 외부 소셜미디어에 대한 모니터링은 좀 하고 있는데…우리 자체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은 아직…”

마지막으로 위기 시에 상무님께서 전체적으로 모든 기업 및 브랜드 SNS 채널을 일사불란하게 가이드 하시고, 우리가 정한 전략에 따라 채널링을 할 수 있는 역량이 귀사에 존재한다 생각하십니까?

“그게 필요하니 컨설팅을 좀 받겠다고 하는 겁니다”

국내기업들에게도 이제는 SMMS에 대한 이해와 니즈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SNS에 대한 확산과 성장기가 무르익음에 따라 기업 하부에는 수많은 사생아들과 고아들 그리고 적자와 서자들이 탄생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SMMS에 대한 이해와 니즈 없이 아직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체계에 안주하는 기업들에게 일어난다. 더 궁극적으로 SMMS는 오프와 온라인전반을 통합하는 경영체계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우선 기업SNS라도 빨리 통합 관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현 시점에서는 위기관리를 위한 기업 SNS 통합경영이 하나의 촉매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랜드나 일반 경영적인 목적을 가지고 서라도 기업 SNS는 하루 빨리 통합 경영되는 것이 맞다.

관련 이슈를 직접적으로 제기 한 보고서

1월 102012 Tagged with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에 철학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기업

누가 봐도 성공한 가정이 하나 있다. 아빠는 사회에서 존경 받는 일을 하고 있고, 엄마 또한 주변에서 커뮤니티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 아이들도 공부도 잘하고 누가 봐도 멋진 가족이다.

어느 날 이 집의 막내 아들이 같은 반 ‘혼혈’ 친구 하나에게 “더러운 튀기 새끼”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런 심한 욕을 들은 아이와 아이의 부모도 그렇고, 담임선생님, 같은 반 아이들 전부가 이 아이의 욕설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당장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 아이가 왜 이런 심한 욕설을 하게 되었으며, 이 아이의 아빠와 엄마는 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이 성공한 가정의 아빠 엄마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옵션들은 다음과 같다.

[옵션1] 아빠와 엄마가 아이의 실수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맞서 싸운다. “겨우 일곱살 밖에 안된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난리들인가? 우리 가정의 성공에 대해 무슨 시기나 질투라도 하려는 것인가?”하며 싸운다.

[옵션2] 아빠와 엄마는 아이의 실수가 부끄러워 그냥 침묵한다. 이해관계자들을 피하고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도 학교에 일정기간 보내지 않는다. 조용하게 여행을 간다.

[옵션3] 아빠와 엄마는 아이의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 이야기하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자’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와 그 부모에게도 전화해 ‘실수니까 이해해달라.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에게 ‘그냥 실수였을 뿐이야’ 말해준다.

[옵션4] 아빠와 엄마는 아이에게 엄격하게 잘못을 지적한다. “아빠와 엄마는 너희들에게 모든 친구들은 소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었다. 그런 가르침에도 이번에 네가 그런 잘못된 말을 해 친구에게 상처를 준 것은 정말 잘 못한 일이다. 아빠와 엄마는 네가 그런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찾아가 사과하고,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일정기간 벌을 주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것을 알리고, 재발방지를 다짐 한다.

이상의 어떤 옵션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첫 번째 중요한 단계다. 상황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기존에 우리가 가졌던 철학을 그 상황에 대입해보면 즉각적인 답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의 철학을 직접적으로 위기상황에 투영하는 데에는 여러 용기와 철학에 대한 집착, 실천 의지, 내부 공감대 등의 변수들이 작용한다. 기업에서는 이런 고민의 과정을 내부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이라 칭한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은 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해당 기업이 어떤 확고한 의사결정을 내릴지를 예상하고, 기대할 뿐이다. 위 사례에서도 평소 성공적이고, 존경 받았던 책임 있는 가정으로서 위대한 아빠와 엄마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예측은 가능하다.

이해관계자들의 예측에 합당한 위기관리 옵션을 택한 가정은 해당 위기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고, 당황스러운 옵션을 택한 가정은 해당 위기로 가정 전체에 대한 명성의 가식과 철학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재앙을 맡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위기가 해당 조직의 철학 수준에 대한 중요한 리트머스 기회가 된다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올바른 기업상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실수는 더 많아 져야 한다.

관련 케이스: ‘찢어진 눈의 여성’ 논란…파파존스 사과 “근무자 실수, 교훈 삼을 것”






 

1월 092012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가 발생했다? 빨리 마주 앉아라!

한 명보다는 두 명의 머리가 낫다. 두 명보다는 세 명이나 네 명의 상황분석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내부 사람들만으로는 절름발이 관점이 위기에 투영될 수 있으니, 외부에 믿을만한 카운슬과 함께 여러 시각을 검토해 보라. 그래야 안전하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처음 해야 하는 일이 ‘서로 마주 앉는 것’이다. 대형위기에는 기업에서 미리 위기관리 체계 중 하나로 지정한 멤버들이 위기관리 위원회(위기관리팀)를 가동해 마주 앉는다. 중형위기에는 관련 부서들이 하나의 대응 그룹을 만들어 마주 앉아 회의를 하고 대응한다. 소규모 위기에는 하나 또는 두 개의 부서가 부서장의 지휘하에 마주 앉아 대응책을 마련한다. 빨리 ‘마주 앉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의 큰 역량이다.

이 ‘빨리 마주 앉아라’ 하는 주문에는 몇 가지 현실적 제약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을 소집할 때 체계에서 정한 해당 주관/유관부서 핵심 인력들이 정해진 시간에 마주 앉지 못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모든 조직원들이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위기만을 기다리며 상시 소집 대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일단 마주 앉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감 없이 무조건 소집되는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기업에서 ‘A라는 위기가 발생하면 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에 속해 소집에 응한다’는 R&R을 보유/인지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 체계라 불린다. 그런 체계하에서도 특정 의사결정 장소에 소집된 구성원들은 소집에 응할 뿐 소집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보를 가지지 못한 경우들이 많다.

셋째, 마주는 앉았는데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적절하게 취합되지 않았고, 계속 업데이트를 받고 있어 실무자들이 앉아는 있지만 집중할 수 없는 경우다. 실무 핵심들이 위기관리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는 기업들이 이렇다. 이들은 계속 위기관련 전화를 받아야 하고, 이메일과 인트라넷으로 상황을 컨펌 해야 한다. 문자는 쏟아지고, 반복적인 통화들이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여럿이 한자리에 앉아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

넷째, 마주 앉은 이유가 ‘빠르고 통합적인 의사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핵심 임원들과 CEO들은 초기부터 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경우다. 빠르고 통합적인 의사결정이 될 리가 없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실무자 중심으로 꾸며 놓으면, 위기관리 위원회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은 또 다른 상위 의사결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당연히 한번의 의사결정으로 상황이 초기 관리되지 못하고, 여러 번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부에서는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만사는 아니다’는 주장을 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빨리 마주 앉아라’하는 주문은 충분한 (완벽하지는 않아도) 체계를 갖춘 기업에게 향한 성공적 위기관리의 주문이다. 체계를 갖춘 기업이란 앞의 네 가지 현실적 제약과 장애물들을 평소에 고민해 해결 또는 완화한 기업이란 뜻이다.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이런 문제점들을 평소에 공유하고 개선한 노력이 있었던 기업들이다.

보통 그런 진지한 고민을 해 보지 않은 기업들이 ‘마주 앉아 있으면 뭐하나?’하는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주 앉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위기 시 마주 앉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에 체계를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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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

기업에게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에도 진화 단계가 존재했다. 십여 년 전 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원하는 위기관리 카운슬은 소위 ‘매체 모니터링과 기사 빼기’에 대한 의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대기업은 강력한 홍보부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 기자들을 접촉 네고하고 기사의 수위를 조절하는 활동들에 익숙했었지만, 그 당시 중소기업이나 일부 국내 주재 글로벌 기업들은 그럴 역량이 부족했었다.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카운슬’ 보다는 ‘실행’이었다.

지금은 기업들이 여러 부문에서 진화를 했다. 이제는 ‘기사를 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던가 ‘보도를 안 나가게 하는 방법’을 묻는 기업들을 거의 보기 힘들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런 노력이나 접근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자체가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생각들도 일반화 되었다.

이제 기업들이 외부 위기관리 카운슬을 고용해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들은 주로 다음과 같다.

  •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외부 모니터링/피드백
  •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위원회에 참석하여 전략 시나리오 개발에 인풋 및 조언
  • 통합적 위기관리 실행을 위한 내부 코디네이션 지원
  • 부서간 위기관리 활동 배분 프로세스 지원
  • 평소 위기요소 진단 작업에 대한 의뢰
  •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분석과 업그레이드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에 대한 대응 준비 작업 및 협업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분석 및 접근 전략 개발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를 기반으로 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훈련 (미디어트레이닝 포함)
  • 평소 주요 위기요소를 시나리오화 하여 진행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 위기 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모니터링 및 대응 설계, 조언
  •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위기관리 카운슬 (위기관리 위원회 및 CEO대상)


전반적으로 보아도 기업들이 많이 고민하고, 니즈에 있어 선진화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근 수년간 이렇게 빠르게 진화한 원인은 전반적으로 기업들간에 위기와 위기관리 라는 주제에 대한 관점들이 많이 선진화 되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기업들의 위기 사례들과 위기 발생 빈도, 수위들이 점차 확대 생산되고 있다는 점. 소셜미디어등의 뉴미디어를 통한 위기 발생의 혼돈성이 극대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압력이 기업들에게 적정 수준이상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기업들이 무서워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별반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체계적인 위기관리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당히 진화한 기업들인 셈이다. 반면 ‘왜 우리가 위기관리에 투자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도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 아직 이해관계자 관점과 그들로부터의 사회적 압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앞으로 소셜미디어 환경이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압력을 강화 시키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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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5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 자사의 위기관리 실행도 적극 모니터링하라

매번 발생하는 기업들의 위기사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다 보면 하나의 기업이 여러 개의 위기관리 활동을 동시 실행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 활동들간에 통합적 코디네이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기관리 실행도 많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즉,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개된 커뮤니케이션과 실행 활동들에 있어 각기 다름과 틀림이 있으면 분명 문제다.

이런 각기 다름은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부서들이 각기 다르고, 그 부서장들의 개인적 전략과 태도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도 오너 또는 CEO와 각 부서간에 silo들이 각기 형성되어 통합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들도 흔하다. 쉽게 말해 위기에 맞서 마케팅은 영업이 하는 일을 모르고, 영업은 법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다.

분명한 것은 위기 시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은 통합적 관점에서 하나의 기업 활동으로 이 모두를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그 기업 내부에서 어떤 부서의 누가 왜 이런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단지 이 기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금 이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지켜본다는 게 핵심이다.

한 회사가 고객 안전에 큰 위해가 갈 뻔한 안전사고를 경험 했다 치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더욱 간담이 서늘하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치자. 위기에 처한 이 회사는 언론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죄송하다’는 공식 메시지를 사용했다. 이 것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향한 이 회사의 입장(포지션)이라면 이 모든 포지션과 메시지가 이 회사의 모든 활동에 일관된 기반이 되는 게 맞다.

문제는 언론에게는 이런 포지션을 전달했음에도, 불평하는 고객에게는 ‘너무 컴플레인 하는 거 아니냐? 사실 이건 안전하고는 별 문제가 없는 그냥 해프닝이다’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다. CEO는 담당 안전 규제 기관을 향해 ‘아시겠지만,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거나 했으면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요’라 이야기 한다. 사내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인트라넷에는 ‘이번 사건으로 징계를 받는 직원은 OOO, OOO이다. 앞으로 이런 사소한 실수가 대형 위기로 비추어 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또한 입조심 할 것’이라는 취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 기업 공식 SNS에서는 ‘좋은 아침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도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아요. 자, 지난 퀴즈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추카 추카’하고 즐겁게 지저귄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 구석도 일관되거나 통합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느낌이 없다. 그냥 각 부서들이 최선(?)을 다해서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일 뿐. 내부 코디네이션이 없어서인지 중구난방의 느낌이 난다.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단순하지 않고 상이한 포지션들에 헷갈려 하기 시작한다.

‘이 회사가 이번 사건을 실제로도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걸까?’ ‘진짜 이 회사가 개선의 의지는 있는 것일까? ‘고객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나?’ 당연히 의심하게 된다.

단순히 속 다르고 겉 다르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속 다르고 겉에서도 앞면과 뒷면과 옆면이 서로 다르기에 문제다. 통합적이지 않은, 즉,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내부 코디네이션과 실행 모니터링이 없는 기업의 위기관리 활동들을 보면 마치 여러 죽은 자들의 시체부위를 조합해 놓은 원작 프랑켄슈타인의 몸뚱어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살아있는 기업이라면 내부에서 모든 위기관리 활동을 통합적으로 코디네이션 하라. 그리고 각 부서의 위기관리 실행을 객관적으로 외부 시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즉각 피드백을 받아 수정 개선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라. 멋지고 스마트 한 배우 같아 져라. 흉한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말아라.





1월 042012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매니져들은 회사 내부를 먼저 보라!

기업 위기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 생각들 상호간에 공통적인 면들이 많다. 그 중 하나의 공통점이 기업 위기 매니저들이 주로 ‘밖을 먼저 본다’는 부분이다. 위로부터 “위기관리 체계를 세우라” 지시 받은 분들도 계시고, 반복되는 위기로 인해 회사에 위기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스스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앞으로 조만간 다가올 위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급히 궁금해 하시는 분도 계시다. 또 어떻게 더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할 것인지 진지하게 문의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분들의 공통점이 주로 위기와 관련해서 ‘밖을 먼저 보신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한번 자신이 관리한 또는 관리하려 했었던 ‘위기’에 관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면에서 좌절하거나 한계에 부딪혔는가? 어떤 것 때문에 성공했으며, 실패했는가? 몇 십 분만 그 때 함께 위기를 관리했었던 동료들과 기억을 나누어 보면 좀더 명확한 답이 나온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가 좀 더 성공적이 될지에 대해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계속 기억하거나, 고민하거나, 좀 더 심각히 생각해 개선 발전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겠다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는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 거야?’하는 기업 임원 선배나 동료들의 ‘백지’ 질문이 참 불편하다. 그 만큼 그 분들은 ‘위기’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기업 위기 매니저들이라면 먼저 ‘속안을 보는 것‘이 맞다. 우리 회사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이 먼저다. 위기요소진단 측면에서도 위기의 발아점들은 대부분 내부에 있다. 위기를 센서링 하거나 모니터링하고, 발생직전이나 직후에 전조나 상황을 내부 보고 공유하는 체계도 내부 체계다. 상황분석을 종합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내부 구성원들의 임무다. 위기 발생시 그렇게 우리 위기 매니저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빠른 의사결정’도 내부의 역량이다.

기업 위기관리 실행은 이 모든 것들이 선행되어야 구현될 수 있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이 단계에서도 실제 실행을 하는 주체들은 내부 구성원들인 경우들이 많다. 이들이 바깥의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을 관리(management)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를 위한 대부분의 프로세스들은 ‘내부를 보는 데’에서 시작한다.

일부 위기 매니저들은 ‘밖을 보고 밖을 움직이는 것’이 ‘자사의 내부를 보고 움직이는 것’보다 쉽다 생각하기도 한다. 일종의 패배의식이다. 일개 스텝 부문 임원인 내가 어떻게 전사적 변화와 체계 구축을 시도하느냐 묻기도 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단순(!) 위기관리 이기 때문에 그냥 맡겨진 데로 위기 시 충실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데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또 일부는 수십 년간 밖을 보면서 일했기 때문에 임원이 된 지금 위기관리 체계를 위해 ‘안을 먼저 들여다 보라’는 주문에 낯설고 불편해 하기도 한다.

“그걸 내가 왜 해야 하지?” – 모든 기업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이런 기초적 질문이 스스로에게 생기면 해당 프로젝트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익숙했던 ‘위기’와 ‘위기관리’ 그리고 ‘그를 위한 체계’라는 이슈에 있어 고개를 180도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위 질문에 대해 경험했던 예전의 답들이 기억난다. 답은 대부분 내부에 있다. 이 또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1월 03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두려워 하는 이유 : 밀린 숙제가 문제다

위기관리를 힘들게 하는 기업의 미디어관(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업의 리더들이 가지는 미디어觀에 대한 이야기다. 왜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무시하거나 또는 두려워하는지 근본적인 이유가 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먼저 결론적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업 구성원들 대부분의 미디어관이 진화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혼돈(chaos)라 생각한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주제가 바로 ‘환경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들 스스로 피부 깊숙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혼돈(chaos)를 느낀다는 이야기다.

기업 오너, CEO 그리고 임원들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보자.

그들이 대학에 들어와 미디어를 공부하거나 제대로 바라보았을 때는 70~80년대였다. 당시의 미디어와 미디어 환경에 대해 기억해 보자. 지금 그분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와 그 당시의 미디어간에는 어떤 변화와 진화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

1.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란 엘리트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보수적 오피니언 리더들이 소셜미디어를 배척하고 이 환경에 반감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이 이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왈가왈부하는 일반인들이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대화들을 미디어 현상이라 조차 보지 않는다. 그냥 일반인들의 경박하고 수준 낮은 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 위기 시에도 이 ‘무매 한 사람들의 난장판(!)’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묻고는 한다.

2.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가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느리다 생각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해도 신속함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이유다. ‘내일 아침까지만’ ‘오늘 중으로’하는 생각이 아직도 뿌리 깊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빛의 속도라 하는 소셜미디어 환경은 ‘오버’이며 ‘아직 까지는 무시해도 별반 문제 없을 듯 한’ 것처럼 느낀다. 일부는 절대 따라 갈 수 없으니 차라리 쿨 하게 포기하자 한다.

3.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란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라 생각한다.

아직도 배포, 전파의 도구로 미디어를 이해한다. 이런 부족한 진화 단계에서 소셜미디어는 당황스러운 대상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상상만 하던 소비자들이 실제 살아 움직이며 피드백을 해오고, 말을 걸어온다. 비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이 새로운 환경이 과연 미디어 환경인가에 대해서도 헷갈려 한다. 미디어와 광고에 대해 배울 70~80년대 당시만 해도 이런 혼돈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시적으로 혼돈이 다가오니 더욱 두렵다.

4.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생각한다.

PR적인 환경에서 또 위기관리적인 관점에서 아직도 전통 미디어는 관계와 커넥션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부터 위기 시 종이신문과 TV방송사를 일부 컨트롤 해 본 경험들이 겨우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따라서 이런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그들에게는 새로운 자신감을 금새 버리기에는 너무 큰 미련이 남는다. 소셜미디어도 나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된다 하니 소셜미디어가 낯설고 싫다.

5.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상호간 소셜 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이전에 저 사람들은 우리 기업과 같이 전통 미디어의 오디언스였을 뿐이었더라 기억한다. 전통미디어 환경에서 오디언스간에 실시간으로 상호 소셜 할 수 있는 환경은 없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은 그냥 일부의 것일 뿐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공유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 보지 않았다. 기업이 사람들의 소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이 소셜 하는 것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환경은 무조건 두려운 법이다.

6.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에 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다운 미디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어떤 미디어는 미디어답고, 어떤 미디어는 미디어라 칭할 수도 없다고 급(level)을 정한다. 평소에도 종이신문 OO일보가 온라인의 루머보다 쎄고 훨씬 의미 있다 생각한다. 문제는 기업 위기 시 이런 자의적인 급수 정하기는 의미를 잃는다는 부분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미디어라 볼 수 없는 미디어에 당하게(?) 되니 화만 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힘들어 진다.

7. 그들은 아직까지도 전통 미디어 조차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전통 미디어만 해도 그들에게는 상당히 낯설고 신기한 대상이었다. 기자들의 생활과 취재 프로세스가 어떤지, 기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기업들을 취재하는지, 그들의 취재기법은 무엇인지, 왜 기업이 미디어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생각들을 심각하게 해 본적이 별로 없다. 아직도 전통적인 미디어 개관에 대해 흥미로워 하는 많은 분들이 기업에 있다. 이전의 것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움은 낯설고 두려운 대상일 뿐이다.

8. 기업 또한 미처 진화하지 못했다.

일찍이 서구 기업들은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전제했었다. 따라서 스스로 투명해지고, 철학과 진정성을 가지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대하며 그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생각했다. 우리 스스로 제대로 하는 것이 위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비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 조차 우리 기업들이 따라가기에는 너무 버거운 주문이었다. 이런 뒤쳐진 상황에서 새로운 쓰나미가 들이 닥쳤다. 밀린 숙제도 못 한 채 다른 더 큰 숙제를 떠 안았다. 좋을 리 없다.

빨리 기업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들을 한다. 이런 주문이 통하려면 기존 또는 이전의 미디어 환경이라도 먼저 이해했었어야 했다. 아직 기업의 리더 대부분은 미디어觀에 있어 70~80년대 끝자락의 미디어 환경까지만 겨우 진화한 듯 보인다.

완벽하진 않아도 기업 구성원 전반이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0여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에는 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정착해 있을 것이다.

왜 기업이 미디어 환경을 실시간으로 이해해야 하냐 물을 수도 있다. 기업들의 이런 기초적인 질문이 계속 되는 한 기업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계속 고통스러워 할 것이고, 답답해 하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을 등질 것이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것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생존’하는 방법이라는 부분에도 밑줄을 그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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