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발생하는 기업들의 위기사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다 보면 하나의 기업이 여러 개의 위기관리 활동을 동시 실행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 활동들간에 통합적 코디네이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기관리 실행도 많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즉,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개된 커뮤니케이션과 실행 활동들에 있어 각기 다름과 틀림이 있으면 분명 문제다.
이런 각기 다름은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부서들이 각기 다르고, 그 부서장들의 개인적 전략과 태도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도 오너 또는 CEO와 각 부서간에 silo들이 각기 형성되어 통합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들도 흔하다. 쉽게 말해 위기에 맞서 마케팅은 영업이 하는 일을 모르고, 영업은 법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다.
분명한 것은 위기 시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은 통합적 관점에서 하나의 기업 활동으로 이 모두를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그 기업 내부에서 어떤 부서의 누가 왜 이런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단지 이 기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금 이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지켜본다는 게 핵심이다.
한 회사가 고객 안전에 큰 위해가 갈 뻔한 안전사고를 경험 했다 치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더욱 간담이 서늘하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치자. 위기에 처한 이 회사는 언론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죄송하다’는 공식 메시지를 사용했다. 이 것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향한 이 회사의 입장(포지션)이라면 이 모든 포지션과 메시지가 이 회사의 모든 활동에 일관된 기반이 되는 게 맞다.
문제는 언론에게는 이런 포지션을 전달했음에도, 불평하는 고객에게는 ‘너무 컴플레인 하는 거 아니냐? 사실 이건 안전하고는 별 문제가 없는 그냥 해프닝이다’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다. CEO는 담당 안전 규제 기관을 향해 ‘아시겠지만,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거나 했으면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요’라 이야기 한다. 사내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인트라넷에는 ‘이번 사건으로 징계를 받는 직원은 OOO, OOO이다. 앞으로 이런 사소한 실수가 대형 위기로 비추어 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또한 입조심 할 것’이라는 취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 기업 공식 SNS에서는 ‘좋은 아침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도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아요. 자, 지난 퀴즈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추카 추카’하고 즐겁게 지저귄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 구석도 일관되거나 통합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느낌이 없다. 그냥 각 부서들이 최선(?)을 다해서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일 뿐. 내부 코디네이션이 없어서인지 중구난방의 느낌이 난다.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단순하지 않고 상이한 포지션들에 헷갈려 하기 시작한다.
‘이 회사가 이번 사건을 실제로도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걸까?’ ‘진짜 이 회사가 개선의 의지는 있는 것일까? ‘고객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나?’ 당연히 의심하게 된다.
단순히 속 다르고 겉 다르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속 다르고 겉에서도 앞면과 뒷면과 옆면이 서로 다르기에 문제다. 통합적이지 않은, 즉,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내부 코디네이션과 실행 모니터링이 없는 기업의 위기관리 활동들을 보면 마치 여러 죽은 자들의 시체부위를 조합해 놓은 원작 프랑켄슈타인의 몸뚱어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살아있는 기업이라면 내부에서 모든 위기관리 활동을 통합적으로 코디네이션 하라. 그리고 각 부서의 위기관리 실행을 객관적으로 외부 시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즉각 피드백을 받아 수정 개선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라. 멋지고 스마트 한 배우 같아 져라. 흉한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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