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11월 1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대형 위기를 우리는 왜 항상 몰랐었다 할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항상 몰랐다. 항상 대부분이 몰랐었다 한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그렇게들 군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자들에게 “정말 몰랐던 것인가?” 물으면 이내 답이 궁해진다. “꿈도 꾸지 못했던 위기인가?”라고 물으면 침묵 한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에게 그 스스로 ‘몰랐던’ 그리고 ‘꿈도 꾸지 못했던 위기’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 가능할 것인가? 실제 현장에서 아무 전조(前兆) 없이 발생하는 위기라는 것이 대체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억지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 일지 모른다.

실제로는 ‘알고 있었다.’ 그랬을 것이다. 그 위기가 언젠가는 발생할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위기가 ‘언제’ 발생할지 정도는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위기를 몰랐었다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상당 수의 위기관리 주체는 ‘알았지만 관심 두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 이 말이 보다 정확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위기란 사전에 ‘알았다’ 또는 ‘몰랐다’의 주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조금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들켰다’ 또는 ‘들키지 않았다’의 주제가 아닌가 한다. 많은 조직들은 이미 해당 위기가 언젠가는 수면위로 떠올라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올 것이 왔다’는 표현도 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대형 위기가 발생해 알고 보면 그 위기의 뿌리는 깊고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몇 일에서 몇 주면 그 뿌리를 정확하게 캐내곤 한다. 만약 그 위기관리 주체가 그 보다 오랫동안 그 위기의 뿌리를 감지 조차 하지 못했었다면, 그것은 철저한 직무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완전하게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지 했었지만, 개선이나 관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왜 매번 그래야만 했을까? 이는 사회적 임팩트가 큰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누구든 자신 앞에 다가오는 위기를 알고 있다면, 스스로 재빠르게 그 위기를 완화시키려 하거나, 방지책을 찾아 나서거나, 관리 활동을 즉각 실행하는 게 정상일 텐데 왜 그러지 못할까?

첫째, 위기 전조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흘려 보낸 유형

일종의 무관심이다. 철저한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 문제가 눈에 보인다 해도 자신들은 보지 못했다는 경우다. 잘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300번의 전조와 관련된 이야기다. 큰 문제를 겪는 위기관리 주체들은 대부분 한번의 대형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행되는 전조들을300번씩이나 그냥 무시해 버렸다는 바보 같은 이야기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아주 일부 무능한 조직을 빼고는 전혀 일반적이지 못하다.

둘째, 위기 전조를 발견했지만, 이를 내부에서 공론화 하지 못한 유형

이 경우 위기관리 관점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위기 요소들은 직원들의 책상 속에 있다.”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 관점에서 보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직원들 관점에서는 ‘관심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는 조직내부적으로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경우에 종종 해당한다. 한마디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조직이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 상부로 위기 전조를 보고 해도 의사결정 중요도나 선호도에서 한참 밀리게 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해 버리면 그 때가서 경영자들은 “몰랐었다”하는 이유가 된다.

셋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관리 의지가 없었던 유형

이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에서 정치적인 행위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힘들다. 일부 부서에서 특정 위기의 전조를 발견했다고 치자. 이를 공론화 해서 문제 의식이 경영진 사이에서 형성 된다. 그 이후 일부 기업에서는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한다. 이 전조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왜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 두었는가? 이 전조를 지금이라도 해결하자 하면 어떤 부서와 누가 다치게 될까? 누가 제일 고생 하게 될까? 그런데 누가 왜 이런 공론화를 하고 있나? 그 의도가 뭔가? 이런 조직 내 고민이 길어진다. 결국 누구도 아무도 직접 관리하려 하지 않게 돼버린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이 경우에는 차라리 다 같이 몰랐다 하는 게 더 쉬워진다.

넷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관리 못할 이유가 더 컸던 유형

‘누가 함부로 이 위기를 관리하자고 할 수 있을까?’하는 위기다. 예를 들어 오너와 관련된 위기인 경우가 그렇다. 오너께서 앞으로 큰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고 계신다. 그 정황을 조직에서 감지했고, 그 심각성을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해당 조직이 정작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오히려 위기를 관리하자고 나서는 부서나 임원은 다른 마음이 있다고 비판 받고 오히려 그런 경고 행위가 문제가 되어 버린다. 전조는 공식적으로 무시된다. 몰랐던 것으로 추후 알려진다. 정확히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한다.

다섯째, 위기 전조와 심각성을 알았지만, 잘못된 대응책을 세웠던 유형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우 위기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이전에 실행된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위기를 더욱 더 키워 폭발 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감지된 문제를 정공법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무마나 은폐 시도를 통해 사전 대응 하려 했던 경우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해당 조직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을 크게 받게 된다. 실제로 사전에 실행했던 행위들이 일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도 해당 조직은 “몰랐다”고 한다. 팩트가 어떻게 드러나건 지속적으로 몰랐다는 포지션을 지키려 노력한다.

여섯째,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몰랐다는 택한 유형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당면하게 되는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 위기 발생 이후 많은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질문을 한다. ‘이 문제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이에 대한 조직의 질문은 “알고 있었다”와 “몰랐다”의 두 옵션으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해당 문제를 “알고 있었다”라고 답하게 되면 해당 조직은 그 심각한 문제를 알고도 수수방관했던 ‘악당’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 정상참작이나 사회적인 관용이 적용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다.

반면 “몰랐다” 답하게 되면 “어떻게 그런 큰 문제를 모르고 있었나?”는 비판은 받겠지만, 일부 책임은 면하게 된다. 대신 ‘무능한 바보’ 이미지를 떠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조직들은 ‘악당’으로 인정 받느니 ‘바보’라는 이미지를 택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조직들이 습관적으로 위기 발생 이후 “몰랐다” 이야기한다.

이상의 유형들은 다시 한번 살펴보자. 실제로 몰랐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 것이다. 몰랐다 이야기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보다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느끼기 때문에 몰랐다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몰랐다’는 조직의 포지션이 실제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다. 해당 조직이 “몰랐다”고 했지만, 언론이나 규제기관이 밝혀보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다. 이미 그 조직이 해당 문제를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문제를 수수방관 했으며, 오히려 그 문제를 덮고 숨기려 했고, 결국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니 단순히 몰랐다 주장 하고 있다고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이 스스로 투명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위기관리 환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비밀은 없다는 말도 요즘처럼 생생한 적이 없었다. 환경은 그렇게 훌쩍 변해 버렸다.

그에 비해 조직이 가진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 문화, 역량, 습관, 방식들은 별반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예로 든 여러 유형들을 골고루 답습하고 그를 반복하는데 익숙하기만 하다. 이미 여러 케이스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데도 계속 ‘몰랐다’는 포지션으로 일관한다. 최초 얻은 ‘바보’의 포지션이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결국에는 ‘바보 악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도 조직들은 계속 ‘몰랐다’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으려면 위기관리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위기의 전조를 실시간 감지하려 애써야 한다. 그 심각성을 입체적으로 논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하고, 위기관리를 위해 이를 쉽게 공론화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제대로 된 사전 대응을 통해 위기의 발생을 지금보다 더욱 더 제한해야 한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정확하게 책임 범위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살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추가한다.

일선 조직이 문제의 전조를 감지했다고 치자. 그 문제의 전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해당 조직이 어떤 대응을 기해야 하는가 고민 할 때 참고 해 볼 기준이 하나 있다. 의사결정 그룹이 다 함께 모여 해당 전조를 놓고 이렇게 스스로 물어 보길 바란다.

“언론이 이 문제를 세세하게 보도했을 때 우리 조직에게 어떤 상황이 예상될 것인가?”

언론이 해당 문제를 보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말이다. 일단 보도가 아주 자세하게 된다 가정하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 되었을 때, 고객, 직원, 거래처, 규제기관, 기타 정부, 국회,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로 인해 우리 조직이 어떤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까? 이런 질문을 해 보자는 것이다.

만약 그런 질문에 대해 “보도가 되어도 별반 우리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또는 “보도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어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조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룬다면 해당 전조는 아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반면에 보도가 되면 우리 조직에게 큰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던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고, 공격적인 영향력을 행사 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나오면 이 전조는 필히 신속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큰 문제인 것이다. 그 이전에 “이는 보도되면 안 된다”는 내부 느낌이 있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의 전조란 의미다.

사회에서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어도 문제 없는 일만 해야 맞다. 언론에서 보도하려 해도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이라 보도되지 못할 일들이 대부분인 게 정상이다. 만약 아주 일부의 경우 보도되면 민감할 전조들이 있다면, 필히 그 전조를 관리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지속적이고 민감한 감지와 개선 노력들이 있어야 위기는 관리 된다. 기존의 “몰랐다”는 비전략적인 노력은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경영 품질의 관점에서도 제대로 된 조직은 ‘몰랐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그럴 리가 없고 그럴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항상 ‘몰랐다’는 포지션 뒤로는 ‘숨는 실행’이 따라온다. 한마디로 쉬쉬하는 것이다. 해당 조직은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고 피해 다니게 된다. 이는 곧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길티(guilty)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셈이 돼 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전략적이지 못한 대응인가?

지금이라도 어떤 문제의 전조를 발견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이 것이 언론에 보도돼도 괜찮을 까?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진짜 그럴까? 이런 질문이 곧 위기관리의 시작이다.

 

# # #

1월 03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위기관리 프로세스] 1단계 감지단계 : 항상 알고도 당하는 이유

위기관리 프로세스 9단계
1단계: 감지 단계

사실 위기는 감지만 일찌감치 하면 상당부분을 완화, 방지, 대비 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나 조직들의 감지 기능은 왜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않았을까?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

일반적으로 감지 기능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나 조직에는 평소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나 보고 체계의 문제점들이 선행된다. 아주 흔한 현상이 조직 내 사일로(silo) 현상이다. 위기 감지는 특정 부서가 하지만 위기에 대한 대응은 전사적 또는 주관 및 유관부서의 협업에 의해 진행되는데, 이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이 이 사일로(silo) 현상이다. 왼손이 감지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는 현상이다.

실패를 경계하는 기업문화

또한 일부는 기업문화에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문제에 대해 항상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를 가진다. 모든 기업이나 조직은 실패하거나 실수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실패나 실수를 내부적으로 허용하고 개선하는 기업과 그런 실패나 실수를 비난하고 처벌하며 금지하는 기업들로 나뉜다. 어떤 기업에서 감지 기능이 충실하게 발휘될 수 있는가는 자명하다.

일선의 빠른 감지 능력을 정해진 의사결정그룹에 제대로 연결 시킬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일선에서 위기를 감지하는 빈도나 시기는 기업이나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높고 빠르다. 일선 직원들은 종종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선에서 발생하거나 감지되는 위기요소들을 빠짐없이 위에 보고하다 보면 아마 윗분들은 다른 일도 못하시고 잠도 못 주무실걸요?” 이를 위해 해당 조직은 보고 필터링 기준 체계를 만들거나 보고 대상에 따른 단계를 설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제2, 제3의 문제들을 초래한다.

보고는 정치 행위, 이 딜레마를 풀어야

기본적으로 감지는 보고를 전제로 하는데, 이 ‘보고’라는 행위 자체가 조직 내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주제다. 보고에는 기본적으로 상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할수록 완벽성을 기하게 되는 습성이 있다. 또한 보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게 된다. 이 부분이 감지 기능의 속도나 정확성을 제한하는 또 다른 문제다.

일부는 조직의 위기 민감성 떨어져

“우리에게 뭐 특별한 위기요소라는 게 있을 수가 있나?”하는 기업이 있고 “사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문제는 많을 겁니다” 말하는 기업간에는 어떤 다름이 있는 걸까?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조직내의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시켜야 실제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들을 한다. 민감해야 적시에 제대로 감지해 낼 수 있고, 위기로 전이 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평시 방지 및 완화 노력들이 수반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문제가 될 일들은 그 이전에 하지 않거나, 진짜 문제가 되지 않도록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부서와 해결 부서가 달라

위기관리 전담 부서를 만들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소방서가 존재한다 해서 가정집이나 사무실의 화재 안전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직 내 위기관리 전담부서가 따로 존재하고 위기 발생 시 모든 프로세스를 전담해 처리한다면 분명 많은 사업 부서들의 위기 민감성은 물론 관여나 책임은 상호 전가되기만 할 것이다. 위기관리 조직은 위기 발생시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관제하고 통합 해 관리해 주는 코디네이터와 코치의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 즉, 문제 해결은 해당 위기의 주관과 유관 부서들의 몫이어야 한다.

감지가 느린 것이라기 보다는 보고와 공유가 느린 것

뜨거운 난로에 팔 뒤꿈치가 닿았다고 해도, 팔 뒤꿈치 피부와 조직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이 대뇌로 전달 되어야 이에 대한 대응 행동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정상인의 경우 피부에서 감지된 뜨거움을 대뇌가 감지 해 대응하는 시간은 불과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부드러운 촉각자극은 초당 70 미터의 속도로 전달되고, 통증자극은 초당 0.5~35미터의 속도로 전달] 반면 몸집이 30m에 이르는 고래의 경우에는 꼬리부근에서 감지된 통증을 머리로 느끼는 데에는 최대 1분 정도가 걸린다. 감지가 느린 것이 아니라 보고와 공유가 느린 것이다.

조직 내부 보고와 공유보다 위기의 전개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

단순 통증이라면 그렇게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느리게 전달된 통증이 치명적인 것이라면 문제다. 내부 보고가 이루어지는 그 시간에도 해당 통증이 빠르게 증가 전이 변화한다면 문제다. 통증의 변이를 시시각각으로 지속 감지 하고 보고와 공유가 연 이어지는 것도 대뇌에는 큰 부하로 작용한다. 분절적 보고와 공유들이 종합적으로 판단될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지에서 보고와 공유로 이어지는 체계가 기존에 존재하고 정상 운용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감지, 일선 직원들만의 몫일까?

물론 군의 전방 감시와 경계를 보더라도 그 행위의 절반 이상은 일선 감시병들의 몫이다. 전투에 진 것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서 적을 놓친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들의 책임과 역할은 대단히 크다. 하지만 그들의 책임과 몫은 경계와 즉각적 보고 (단순 조치 포함)에 한한다. 그 상황에 대한 공유와 의사결정의 역할과 책임은 그 상위 매니져들과 주관 유관 부서들의 협업체가 져야 한다. 더 나아가 심각한 위기의 경우 감지에서 의사결정에 이르는 프로세스 전반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위기관리위원회가 지는 것이 맞다. 즉,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책임은 모든 협업체 자체의 몫이다.

현실은 어떤가?

홍보실이 알지 못하는 회사의 문제를 언론이 ‘갑자기’ 기사화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기업내에서는 감지 실패를 언론이 기사화하는 과정을 홍보실이 감지 못했다는 것에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언론이 부정적으로 지적한 그 사실에 대해 홍보실을 포함 최고의사결정기구 구성원들이 별반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근본적으로 더 큰 감지의 문제다. 미리 알아 이해했었더라면 전사적으로 적절한 완화나 방지, 대비 활동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이나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를 보자. 현실적으로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발생에 있어 ‘갑자기’는 그리 흔하지 않아 보인다. 조직내의 아주 극히 일부만 해당 위기를 감지하고만 있었다는 게 문제다. 이런 경우에도 대관이나 법무관련 부서들은 이미 일정 시간 전에 (불과 몇 시간전이라도) 감지를 했었어야 당연한 것이었다. 보고나 공유는 그 다음이다.

소비자로부터의 불만이 극대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불만이 있는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최초로 불만을 제공한 해당 업체를 먼저 컨택하게 마련이다. 업체로부터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그들의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다른 기관으로 해당 불만을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일선의 고객상담 또는 고객만족팀은 매뉴얼이나 경험적 감을 통해 대형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비자 불만사례는 감지와 동시에 우선순위를 부여 해 관리한다. 흔하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채 소비자관련 위기를 ‘갑작스럽게’ 맞았다면 이는 명확한 감지 기능의 문제다.

안전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안전사고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안전사고가 (갑작스러워 보이게) 발생하는 좀더 현실적 이유는 평소 안전사고 발생 요소들에 대한 인지나 관리가 적절하게 행해지지 않은 경우이거나, 외부요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감지는 민감성을 전제로 한다. 민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것이다.

위기를 경험 한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 이후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한다. “사실 이런 일이 언젠가는 발생할 것 같았어요.” “우리는 솔직히 훨씬 예전에 알았었죠…근데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실제 겪어보고 나니까 평소에 좀 민감성을 키워야 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감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 # #
사전 감지의 중요성 관련 사례
호텔신라 발칵 뒤집은 사건 발생했다 [한국일보 2013. 1. 2.]
사라진 100억…공무원 사상 최대 횡령 사건 [SBS 2012. 10. 28]
고리원전 뇌물 사고은폐 이어 마약사건 ‘충격’ [연합뉴스 2012.9.26]
`미국판 도가니’ 사건에 美 발칵 [연합뉴스  2011.11.09]
[2012 스포츠 키워드](2) 반성… ‘고의 볼넷’ ‘고의 패배’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 [경향신문, 2012.12.27]










5월 272009 Tagged with , , , , , , , , , , 2 Responses

위기요소진단 워크샵에서 배운 insight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 중에서 우선 하나만 먼저 하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위기요소진단을 하세요’라고 말하겠다.

위기요소진단은 마치 건강검진과 같다. 해당 기업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기 요소들은 물론 기존에 경험했던 위기요소들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PR을 하면서 그리고 위기관리를 하면서 이 시스템 관리 부분이 의학적인 것들과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보통 기업의 위기의 경우에 다음과 같이 네가지 정도의 위기들로 단순하게 나눌 수 있다. (의학적 비유)

예측과 사전통제가 가능 했었던 위기
뻔히 알면서도 당하는 위기. 이런류의 위기와 맞닥뜨리고 나면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럴줄 았았어. 진작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 놓을껄 그랬지….진짜 아쉽네~” 유전적으로 일부 장기가 좋지 않은데도 몸을 혹사하다가 병에 걸리는 케이스와 비슷하다.

예측은 가능했지만 사전통제는 어려웠던 위기
이런 위기가 발생 할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사전에 발생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었던 위기다. “예상은 했었지만…어쩔 도리가 없었어…” 이런 말을 하게 하는 위기다. 원체 장기가 약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에 실려온 케이스 같다.

예측은 불가능했지만 사전통제는 (어렵지만) 가능할 수도 있었던 위기
멀쩡하다가 갑자기 얼토당토 하지 않은 위기 상황에 맞닥뜨린 케이스다. 이전에 알았더라면 대비를 할 수 있었는데 한다. 몰라서 대비를 못한 거다. 보통 이런말을 하게 한다. “누가 그럴줄 알았나?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대비를 했지…” 건강했었기 때문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자신을 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갑자기 병에 걸리는 케이스와 비슷하다.

예측과 사전통제가 모두 불가능한 위기
아무런 예측도 못하고 또 딱히 미리 대비도 할 부분이 없었거나 했어도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었던 위기. 보통 이런말을 하곤한다. “어짜피 알았어도 수가 없었어…팔자지…” 열심히 운동도 하고 평소에 건강했다가 갑자기 쓰러져버리는 환자와 비슷하다.

이 중에서 가장 황당한 위기는 마지막 위기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기업의 위기 발생 빈도로 보면 맨 앞의 위기 케이스가 가장 많다. 그리고 다음은 두번째 위기다.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상황들임에도 미리 대비하지 않아서 생기는 위기들이 제일 많다는 거다. 무관심 또는 배째라 현상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사전통제할 방법이 없어 그냥 ‘운’에 맞기면서 지내다 맞는 위기가 그 다음이다. (Ostrich 현상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기관리 시스템으로 흡수를 해야 하는 위기 유형은 이 두번째 위기 요소들이다. “만약에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껀데?”하는 사후 대응책을 철저하게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맨앞의 케이스들은 시스템으로 흡수 하기전에 완화(mitigation)하면 거의 대부분 문제들이 방지되곤한다. 보통 클라이언트 기업을 대상으로 위기요소진단을 하면 나타나는 사소한 위기 요소들은 거의 다 여기에 포함된다. (모든 위기요소들을 다 시스템에 집어 넣을라고 하다가는 체한다!)

클라이언트와 장기간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 첫단추로 어제 위기요소진단 워크샵을 진행했었는데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회사만의 특성인데…

사소한 완화대상 위기요소들이 극히 드믈게 나타났다는 부분이다. 이 결과 부분을 좀더 깊이 탐구해봐야 하겠지만, 현재 우리가 세운 가설은 ’10여년이상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다른 회사들 보다 훨씬 많고,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개선이 소규모이지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큰일을 시작하기전에 이미 생존과 비지니스의 차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개선활동들을 해왔을 것이다. 위기요소진단과 함께 기업문화 그 안에 들어가 느껴보니 더욱 확신이 간다.

즉, 좋은 기업문화가 곧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이야기겠다.  

 

12월 142008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뭐가 다른가?

도요타, 대형 투자 속속 보류 [연합뉴스]

중국, 브라질의 공장 신·증설 연기

  • 도요타는 230억엔을 들여 중국측과 공동으로 텐진(天津)에 추진중이던 자동차 생산 공장의 건설을 일단 보류
  •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주력 소형차인 카로라 등을 증산키로 했던 계획도 보류
  • 미국 미시시피주에 건설중인 신공장의 가동도 당초 예정이던 2010년에서 2011년이후로 연기 검토

일본내 주력 공장에 대한 투자 보류

  • 일본 내에서도 아이치(愛知)현 다카오카(高岡)공장에서 진행중이던 로봇 도입을통한 생산 라인 개선 작업 보류
  • 수백억엔을 들여 아이치현 도요타시본사 공장내에 건설중인 생산기술연구동의 가동도 내년에서 2010년으로 연기

임원 보너스 삭감

  •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1천억엔의 적자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임원들의 보너스를 전액 삭감
  • 이는 적자 반전에 대한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성역 없는 비용 삭감’이란 원칙을 사내외에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것
  • 동시에 도요타측은 임원들의 보수 삭감도 검토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토요타가 최근 위와 같은 위기 대응책을 내 놓았다. 그렇지만…가만히 보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이미 토요타는 수년간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경영전략이었다. 토요타의 노조는 수조엔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임금동결을 선언해 왔고, 토요타 경영진은 토요타의 위기 의식을 경영전략과 철학으로 설파하고 다녔었다.

그러한 토요타의 PR 활동에 한국의 언론들과 대기업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을 하려 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요타는 지난해 120억 달러의 사상 최고 이익에도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고 의식개혁과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윤 부회장이 월례사마다 성과가 좋을수록 도요타를 배우라고 강조하고있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 2004. 6. 29. 도요타 배우기 열풍]

토요타는 위기의식에만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도전해 왔다. 1950년대부터 일찌기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제너럴모터스(GM)와 차이를 손익으로 인식해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방법으로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는 경영을 해왔다. GM을 따라잡자 원가절감의 목표를 한국으로, 최근엔 중국으로 바꿨다. [머니투데이, 2004.7.29. 체질 강한 기업이 되려면-LG경제硏]

도요타위기의식 배워라”  헤럴드경제 경제 | 2005.10.24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잘 나갈때 위기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토요타는 이 점에서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업이다. [머니투데이, 2006.12.10, 잘 나가는 토요타 “신발끈 더 조인다”]

잘나갈 때도 노사가 위기의식 공유. 끊임없는 위기의식도 ‘도요타 파워’의 원천으로 꼽힌다. 도요타 노조는 이익이 최고치 경신행진을 하는 2003~2005년 3년 연속 ‘춘투(일괄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요구를 포기했다. 2005년 초에는 순이익이 2년 연속 1조 엔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됐으나 한국과 유럽계 자동차들이 도요타를 급격히 ¤아오고 있어 경쟁 환경이 밝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동아일보, 2007.5.9, 자동차업계 세계최강 ‘눈앞’ 도요타 왜 강한가]

하지만, 최근과 같은 상황에 처함에 있어서 수년간 위기의식을 가져오고 그에 대한 완화작업을 했다는 토요타는 그와 반대되던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 별반 다른 대응책을 내 놓지를 못한다.

간단히 말해서…그 만큼 의기 의식을 가지고 완화작업을 해 왔었다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및 브라질의 생산 시설을 꿋꿋이 증설하고, 일본내에서도 변함없는 활동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러한 위기 의식을 꾸준히 고취해 오고 완화작업을 이끌어 온 임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이라도 퍼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럴려면 왜 위기의식을 고취 해 왔나?

그렇지 않은가..사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