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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2015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네번째: 기업 위기관리의 독수독과론(毒樹毒果論)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4번.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위기관리 전략.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근데 막상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걸 들어보면 어떤 이벤트나 술수를 지칭하는 경우들도 흔합니다. 회장님이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을 위기관리 전략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행동에서 위기관리 전략은 “왜 회장님이 현장으로 몸소 빨리 날아가셔야만 했는가? 왜 자신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어야 했는가?”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 회장님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회장님이 고개를 숙이시는 것이 전략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확고한 위기관리 의지를 빨리 보여주어야 하겠다”는 것이 회장님의 전략이라 이야기하는게 맞습니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해당 위기를 타개할 전략이 없거나 부실할 때 발생합니다. 일단 상황에 접한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만 합니다. 그 불이 꺼지지 않고, 여기저기 불을 확산시키는 근본 요인들을 보지 못하게 되는거지요. 불만 끄면 된다라고 아주 제한적인 위기관리 업무관을 가진 실무자들도 있습니다. 그 불을 만드는 요인까지는 우리가 관리 불가능하다고 아예 포기 하는거죠. 하지만, 여기 저기 불만 끄려고 해서는 관리가 되질 않으니 문제입니다.

보통 기업 위기 발생 시 기업이 정확하게 여론을 읽고, 최고의사결정자에게 그 여론의 청사진을 그대로 전달 해 전략적인 기조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VIP께서 충분히 여론을 읽고 계시다 추측해서도 안됩니다. VIP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조언을 하고 자의적 상황 해석을 해드리는 여러 인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물론 종합적 상황과 여론분석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따르게 됩니다. (일부 로펌 시니어 변호사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요)

여론은 들끓어 금새 냄비 바깥으로 거품을 쏟아내려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 VIP 귀에 대고 이런말을 합니다. “회장님, 사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서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다 가려질겁니다. 아마 그때에는 회장님이 옳으셨다는 걸 만천하가 다 알게 되겠지요. 대담하게 마음가지시고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시지요” 이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입니까?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반대로 “회장님, 저희가 예상하고, 많은 언론 데스크들이 조언하는 것에 따르면 오늘이라도 당장 회장님께서 직접 언론을 불러 놓고 사과 기자회견을 좀 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기관부터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히 부정적인 자세로 돌아 설 것 같습니다. NGO 고발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짜증나고 열받는 조언입니까? 다 인지상정이지요. 전략은 선택의 문제거든요.

여론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힘.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대표적 SNS들을 읽고 분석하여 여론의 향배를 점치는 기업들도 많아 졌습니다. 그 점에서 온라인과 SNS는 참 고마운 대상들이죠. 물론 온라인과 SNS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죠. 기존 전통 언론들도 분석 하고, 소비자 접점에서의 리스닝도 하고요. 각종 전문가들과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도 청취하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여론을 읽으려 합니다. 이 모든 노력이 전략을 위한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은 언뜻 별반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반대로 상당한 문제점들을 나타내고 있는 게 우리 기업들의 현실입니다. CEO나 임원들을 만나보면 “언론 대응은 홍보실 소관”이라 합니다. 자기는 모르겠다 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는 임원들도 많습니다. 자신과 자신 부서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조직전반에 걸쳐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언론과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평소 홍보실에게 언론 대응을 전가하는 가이드라인에만 익숙한 임원들의 많은 수가 실제 언론과 접촉 하면 많이 무너집니다. 적극적으로 대쉬 해 오고, 기술적으로 취재 하는 언론이 자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거죠. 홍보실을 이야기하다가…이내 그대로 넘어갑니다. 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임원들과 중요 직책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시킬까요? 홍보실이 모든 언론 대응을 핸들링하는 데 왜 귀중한 시간을 내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며 힘들어 할까요? 다 전략에 관한 것입니다.

한번도 대규모 위기 상황을 경험 해 보지 못한 CEO와 임원들도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30년을 근속해 임원이 되었는데도 돌아보면 별로 몇번 큰 사고나 이슈에 휩쌓여 본적이 없는거죠. 기억 나지를 않는 걸 보면 그리 큰 문제들은 없이 아주 순탄하게 잘 회사가 이어져왔나 봅니다. 근데 오늘 밤이라도 갑자기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 보죠. 개개인은 경험이 없습니다. 위기관리 전략을 세워야 하는 건 아는데…이상하게 이벤트가 떠오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려면 여러 고려들이 전제되고, 논리와 핵심 메시지들이 구성되어야 하는데…한번이라도 해 봤어야죠. 그냥 변호사가 써준 입장을 그대로 기자에게 읽어주며 설명하는 걸 상상합니다. 기본적 Q&A도 진행하기 힘들어하지요.

그런 경험을 주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CEO와 임원들에게 아주 실질적인 위기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사실 그런 세션들은 교양이나 알아두면 좋을 그런 학습이 아니죠. 어떻게 보면 생존 연습니다. 국내 기업 CEO들과 글로벌 기업 CEO들(외국인)을 비교해 보면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련 훈련 시간이나 경험치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차이가 벌써 위기 요인인 셈이죠.

회사에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일원화 해 놓았는데. 그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경우도 꽤 많습니다. TV보도등을 보면 하루에도 몇명씩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우스꽝스러운 변명과 메시지로 뉴스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하고, 분노하게 합니다. 그 메시지가 진짜 위기관리를 위한 핵심 메시지팩에 들어 있던 메시지 그대로인지 물어보면 아니라고 합니다. 훈련되지 않아 제대로 이야기를 못하고, 정확한 메시지 대신에 자신의 애드립이나 생각을 언론에게 발설하는 거죠. (홍보실 시니어 임원분들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자들과 너무 친해서 메시징에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케이스들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위기 상황에 개입하는 임원들이나 관계자들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초기 SNS(트위터 시절) 성장 시절에는 대단했지요. 대표가 직접 자신의 트위터로 위기에 개입해 싸우기도 하고, 임직원들이 자사의 위기를 놓고 온라인공중들과 전면전을 벌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게 기존에 있던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이라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

위기관리 전략은 사실 평소에는 상당히 고민 해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과 체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원보이스 전략, 창구 일원화 전략, 멀티 대변인 전략, 워룸을 베이스로 한 신속히 마주 앉기 전략, 성실 정확 보고 공유 전략, 위기관리 매니저 활용 전략, 1시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룰, 관제탑 전략, 보험 및 대비 예산 확보 전략 … 지금이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실행 가능하도록 미리 갖추어 마련해 놓은 체계들 말입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정확한 상황 파악과 분석을 통해 상황과 여론을 정확하게 읽고, 최악의 상황과 여론을 방지하는 ‘결단’이 곧 위기관리 전략이 됩니다. 하이프로파일로 난관을 헤쳐 나갈것이냐. 일단 로우프로파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냐. 특정 대변인을 활용할 것이냐. 제3자 인증이나 지원그룹을 활용할 것이냐, 어떤 라인을 탈 것이냐, 온라인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이냐 등 이런 것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됩니다.

중요한 것은 앞에 제시한 체계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존재해야 그나마 뒤에 나오는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 전략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지만 보고서도 그 기업이 어떤 수준의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아무 체계나 가이드라인 없어도 전략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은 그 자체로도 위험합니다.

재미있게 표현하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毒樹毒果 [독수독과] 론이라고 할까요?

기업이 위기 시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체적인 이유들입니다.

  • 정확하게 여론을 읽는데 실패 해서
  • 위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서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내부에 존재하지 조차 않아서
  • 훈련 받지 않은 창구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 경험 없거나 잘못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창구들이 커뮤니케이션 해서
  • 완벽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팩을 기반으로 해서
  • 정치적으로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상황에 개입해서
  • 대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법적 고려가 부족해서
  • 법정 논리만 가지고 싸우려 해서 (나중에 변호사들은 여론의 법정 패배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정용민 씀. 2015.2.17

 

 

 

 

 

2월 162015 1 Response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세번째: 정확하지 않으면 모두 거짓말!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3번.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사실 위기가 발생하면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인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것인지 현장에서도 헷갈림이 좀 있습니다. 상황이 정형적으로 고체화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상황인지도 헷갈립니다. 제한된 상황 파악과 여러 경로로 내려진 취합 분석 작업으로 인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확률상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배경이나 사정을 공중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은 결코 충분히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세월호 사고때도 그렇습니다. 탑승자 수를 선박회사도 모르고, 정부도 몰랐었습니다. 그럴 이유가 있었지요. 물론 그런 후진적 탑승객 관리가 핵심 문제이기도 했었지만,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분들은 또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갔겠습니까?

이후에도 헷갈림은 계속되었습니다. 구조 한 탑승객수도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고. 나중에는 전체적 정부발표의 신뢰가 바닥을 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과연 정부가 이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고는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떠오른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지요.

시스템적으로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128명이 사고를 당했다. 이중 오후 OO시까지 까지 구조된 사람의 수가 111명이다. 이 중 중상자는 99명, 경상자는 12명이다. 이런 정도 정확성을 가지게 되면 또 상황은 달라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서 ‘아…이 회사는 그래도 상황을 통제하고는 있구나. 더 이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구나…”하는 이해를 도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 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경우. 우리 회사 인력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내부 상황파악이 안되는 거죠. 무슨일이 있었는지 자사 관련 인력들이 모두 수소문이 안되는 것 같은 경우입니다. VIP들이 언론의 포화를 받기 시작했는데…왠걸 VIP들 중 한분도 연락이 불가능합니다. VIP께서 관련되신 사안을 아는 사람이 사내에 없습니다. 당연 이런 상황에서 홍보실은 ‘정확하지 않은 팩트에 확신을 실어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아니면 ‘잠깐 기다려달라’는 홀딩을 하게됩니다. 이 경우 언론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저 회사가 내부적으로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평을 받게 되지요.

최초 거짓말을 한 경우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최초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런일 없다’ 또는 “우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상대방에서 음해 하는 것이다”는 입장을 내 놓은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언론이 계속 취재 하고 규제기관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다 보니 여러 문제와 사실관계들이 파악되고, 각종 제보들이 잇따르면서 최초 이 기업의 입장이 ‘상당부분 오리발’이라는 게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결국 얼마가지 않아 이런 기업들은 “죄송하다” 또는 “일부 불미스러운 행위들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드린다”는 변경된 입장을 다시 내 놓게 됩니다. 결국 이 기업은 자신의 문제를 숨기려 했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위기관리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거죠.

내부적으로 보고와 공유가 왜곡되어 발생하는 아주 불행한 경우도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구성원들이 ‘정치적’ 입장이 생기게 됩니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고, 자신이 감방에 가야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후 인사 조치로 개인적 어려움을 겪게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부 정보 공유와 주장은 상당부분 왜곡되곤 합니다. 이 왜곡된 정치적 정보들을 외부에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홍보실이나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부서들은 내부 공유받은 정보를 ‘확신을 가지고’ 타겟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사실과는 다른 반응이 오는거죠. 간단히 해당 기업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됩니다.

케이스들을 보았을 때 언론에서 최초 상황 이후로 ‘오락가락’ ‘오리무중’ ‘말바꾸기’ ‘허둥지둥’ ‘거짓말’ 이런 평가와 기사 제목들을 선물 받게 되면 해당 위기관리의 성공가능성은 확실하게 떨어집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이런 변명도 먹히지 않습니다. 아마 위기 때 홍보라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상황이 이런 경우 아닌가 합니다.

이런 치명적 상황을 경계하기 위해 기업들은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한 시스템 구축 노력에 많은 정성을 쏟습니다. 지속적인 위기 시 보고 가이드라인과 타임라인 관리, 정확성의 우선순위에 대한 교육과 훈련 등등을 시행합니다.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위원회 차원에서는 크로스 체킹을 통해 취합된 정보의 정확성을 부단하게 점검합니다. 이는 기업이 살고 죽는 2차적 위기관리 이슈이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직도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은 ‘무슨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모른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곤 합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죠!)

기업들이 위기 발생 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기타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확한 상황파악에 실패해서
  • 일선 보고가 여러 이유로 정확하지 않아서 (정치적 이유, 조직적 중복 등)
  • 전략적으로 두리뭉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자 해서
  •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전문성이 없어서
  • 아무나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입이 서로 맞지 않아서)
  • 최초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을 해서
  • 최초 입장정리가 제대로 정확하게 되지 않아서

원인들은 많은 데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 할 수 없는 영역이라 매번 클라이언트들과 논의를 하면서도 골치 아픈 그런 영역입니다.

 

정용민 씀. 2015.2.16

2월 122015 2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두번째: 신속함에는 적이 없다.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2번.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위기 상황에 처해 본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공감할 텐데요. 얼마나 스스로가 느립니까? 평소 같은 의사결정 단계와 속력으로는 어떤 위기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깨닫게 되죠. 일선에서는 항상 “위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우리가 대응을 하고 말고 할 것 아닌가?”하며 불평합니다. 반대로 위에서는 “우리가 실행을 지시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것이 없나?”하며 화를 내죠.

양쪽 모두에게 랙이 걸린 꼴입니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확한 정보들이 취합 분석되어야 하는데, 위기라는 것이 그렇게 종합선물세트 같이 단박에 충분한 정보를 허락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단편적 정보들과 그 정보들을 딜리버리 하는 많은 관련 직원들의 해석과 의견들이 뒤섞여 취합된 채 의사결정을 종용합니다. 당연히 우물쭈물하게 되죠.

CEO 의사결정을 앞에 두고도 일부 임원은 맞다, 다른 임원은 아니다 논쟁을 하게 마련입니다. 부서장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왜 문제를 만든 거냐 비판도 하고, 일부는 서로에게 하소연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CEO는 점점 더 두려움과 혼동의 나락으로 빠져들죠.

병목현상도 늦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큰 이유입니다.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가 되는 과정에는 항시 병목이 있습니다. 그 병목이 긴 조직의 경우에는 보고라인도 층층입니다. 또한 보고방식이 상당히 권위적/형식적입니다. 급박한 위기 시에도 잘 정리된 보고서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쁜 폰트와 형식을 맞춘 보고서들을 놓고 수정과 수정을 반복하죠. 팀장이 임원에게 임원이 또 상위임원에게 상위임원이 최고임원에게…줄줄이 이어지며 상황은 더욱 더 왜곡되고, 시간은 시간대로 늘어납니다. 결국 상당시간이 흘러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 되었을 때는 이미 해당 보고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역사 기록이 되어버린 거죠.

빠르게 대응하길 원하는 기업/조직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워룸(war room)을 만들어 한자리에 빨리 마주 앉는 훈련을 하곤 합니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평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그 역할을 상실합니다. CEO와 임원들간에 휴대전화 통화가 여의치 않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화를 돌리다 보니 출동이 쉴새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위기 시 물리적 공간에서 모두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은 수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소중한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자, 그러면 의사결정이 어떻게든 빨리 내려지면 상황은 금새 달라질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대응 전략이 세워지고 이런 저런 실행 명령이 담당 부서들에게 떨어 집니다. 그 다음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다들 인상을 찌푸립니다.

법무팀에게 “관련해서 대응 할 로펌을 빨리 선정하세요”라는 긴급한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보죠. 법무팀장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슈를 가장 잘 아는 로펌을 수소문합니다. 각각 로펌에 지인들을 찾아 또 전화를 합니다. 미팅을 의뢰하고요. 미팅을 해보고 견적이나 제안을 받아보거나 하는 일상적(?)인 프로세스들이 진행됩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하는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홍보팀은 어떤가요? “홈페이지 팝업으로 일단 해명문을 띄우고, 고객들의 불만사항들을 접수하도록 어랜지 하세요”라는 아주 간단한 명령을 받았다고 해보죠. 홍보임원이 홍보실에 내려옵니다. 홈페이지는 누가 관리하는지 물어봅니다. 과장급에게 보도자료 해명문을 한번 써오라고 하죠. 과장이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청취 하고 감을 잡아서 해명문 초안을 씁니다. 부장이 또 수정과 수정을 하고 임원에게 가지고 올라갑니다. 이후에도 여러분들의 의견이 포함되어 해명문이 완성되죠. 근데 불행하게도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명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해명문을 줍니다. 디자인을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 로고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폰트는 어떻게 하고, 팝업 사이즈는 어떤 사이즈로 해야 하는지, 홈페이지 어느 섹션에 넣는 것이 좋은지 등등의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해명문을 배달했던 홍보실 대리는 수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홍보부장에게 대시 보고 하죠. 또 왈가왈부가 이어집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 팝업은 어떠냐? 아니다, 게시판 속에 심자. 아니다, 고객들이 아이디를 치고 로그인 하면 그 때 팝업으로 하자…논란은 이어집니다. (읽기만 해도 지루해 지죠???)

여기에서도 끝이 안 납니다. 일단 어떻게 해서 반나절 시끄럽게 준비 해 팝업을 올렸습니다. 근데 또 문제가 있네요. 모바일로는 팝업이 깨져 보인다는 겁니다. 또 난리가 납니다. 모바일 버전을 또 만집니다. 시간이 갑니다. 중간 중간 실행 프로세스 보고를 하곤 했지만, CEO께서 외부 미팅 나가시면서 모바일로 체크하신 바 엉터리 같은 해명문 팝업이 뜬다고 전화 하셔서 홍보임원에게 싫은 소리를 하십니다. 제대로 일하라고요. 실행 명령이 떨어지면 이렇게 실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니 문제입니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한나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볼 때 대응 시간을 많이 체크합니다. 해당 기업이 상황 발생 이후 빠르게 잘 대응한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 역량이 발전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행준비도 최대한 사전에 가이드라인과 훈련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의미죠. 불필요하게 왈가왈부하는 시간을 평소에 미리 제거해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빠르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가집니다.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정말 이 보다 더 한 ‘참극’이 벌어집니다. 해외본사와의 시차, 사용하는 언어의 다름, 로컬에 대한 이해 부족, 대응 전략에 대한 시각차, 정치적 역학관계 등 여러 이슈들이 더해져서 한국기업들 보다 훨~~~씬 더 많은 대응 시간을 소모합니다. [참고 포스팅: 위기관리 국내기업 VS. 외국계기업]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이렇게 푸닥거리가 생기고 어느 한 명 할 것 없이 패닉에 빠져 여러 활동들을 하는데요, 밖에서 보면 해당 기업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내부에선 준비라 부르지만, 밖에서는 그걸 침묵이라고 부릅니다. 느려도 너무 느리게 보여지는 거죠.

얼마전 해외에서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했을 때 종편의 한 앵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OO항공은 왜 이 시간에도 아무런 발표나 상황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언제까지 우리가 기다려야 할까요?” 이런 상황을 의미합니다. 늦는다는 것은 성공과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기타 기업/조직이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에 있어 늦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지가 늦어서
  • 일선 정보보고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상 병목이 있어서
  • 위기관리 위원회가 의사결정에 시간을 끌어서(경험 부족 등)
  • 실행 그룹이 여러 문제로 실행까지 준비시간을 과도하게 소모해서
  • VIP께서 침묵하셔서
  • 초기에 침묵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해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종종 위기관리 매니져들이 하는 질문입니다. “대응이 완벽하지 않아도 빠른 게 낫나요?” 근데 이건 전략의 품질에 대한 이슈입니다. 신속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일단 최초 대응이 빠르면, 수정 대응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으니 형편없이 늦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대응이 완벽에 가까우면서 빠른 게 당연히 최고죠.

 

정용민 씀. 2015. 2.12.

2월 112015 1 Response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조직들의 공통적 실패공식

 

수많은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패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들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실패 케이스들이 이 중 한 두 개 또는 전부에 해당 되는 실행을 했을 것입니다.

  1.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2.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3.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4.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5.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6.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흔히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짓말 하지 말아라’하는 조언도 3번,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거나, 4번,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과 연결된 것입니다.

참고로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거짓말 하지 말아라’는 조언에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습니다. “(제3자 검증이 가능한 팩트에 대해서는 절대) 거짓말 하지 말아라”는 게 좀더 정확한 조언입니다. 모든 거짓말은 제3자에 의한 아주 쉬운 검증이 가능했던 팩트에 대한 것이어서 문제였습니다.

먼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는 실패 공식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기업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종종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먼저 커뮤니케이션 하고 나가야 성공하는 걸까요? 침묵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있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침묵도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___ 사실 이 전략에도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모든 개입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전략이자 조언이 되겠습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침묵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은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요? 어떤 경우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면 안될까요?

이에 대한 답은 ‘핵심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할 때’입니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묻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하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이에 대한 답을 위해 기업은 위기발생시 모니터링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추적을 하는 활동입니다. 학문적으로 여론조사 같은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태핑하는 활동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실패 공식에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의 경우에는 곧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는 기업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시민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질의가 오고, 규제기관이 원인 조사를 하고, 언론에서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온라인에서 갖가지 이야기들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합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인 그 기업이 침묵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보고와 공유 되지 않는 경우도 이 실패공식과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일부 CEO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음부터 내게 공유해 주지 않고, 왜 문제가 무르익어서 손 쓸 수 없을 때가 되야 매번 나에게 보고 하는가?” 아래 임직원들은 또 반대로 이렇게 항변합니다. “매일 매일 자잘하게 발생하는 해프닝들을 다 보고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이해가 되는 입장들이다.

내부적으로 어떤 상황을 어떻게 어느 선까지 보고하고 공유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은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이슈 트레킹 미팅’을 진행하곤 합니다. CEO와 임원들이 모여 일선에서 올라온 ‘잠재 이슈’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부여 해 다 같이 들여다 보는 세션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미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미팅이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문화가 바뀌는 결과를 만드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미팅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CEO와 핵심 임원들이 올라오는 잠재 이슈들을 ‘문제 관련 직원을 탓하고 벌하는 기회’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잠재 이슈를 먼저 발견해 공유한 뒤 안전하게 관리 된 결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조직이 침묵하는 이유라고 보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몰라서 침묵하는 것처럼 보임
  •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서 침묵
  • 좋은 이슈가 아니니까 일단 침묵하자 해서 (전략적 침묵?)
  • 신경을 미처 못 쓴 일부 채널이 방기 돼서
  • 대응 메시지는 있는 데 적절한 창구가 없어서
  • 열심히 대응 하려 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 VIP가 아무런 결정을 안 해 주셔서
  • 법무나 로펌이 ‘대응 하지 말라고’ 조언 해서

마지막으로 이 공식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끝까지 일관성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입장을 바꾸는 거죠. 밀리고 밀리다 겨우 커뮤니케이션하는 겁니다. 결국 “왜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는가?” “왜 함구했는가?” “왜 쉬쉬한 건가?” 하는 질문에는 할 답이 없어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안타까운 실패공식이죠.

 

 

정용민 씀. 2015. 2. 11.

2월 032015 1 Response

글로벌 기업 본사와 한국간 위기관리의 차이, 그 이유는?

Interbrand-Best-Global-Brands

기업들이 위기 앞에서 유리턱(Glass Jaw)이 되는 현상들을 보다 보면, 그 중 눈에 띄는 주제가 ‘글로벌 기업’들에 관한 것입니다. 대형 글로벌 기업으로서 본사 차원에서는 상당한 수준과 철학을 보여주던 위기관리 역량이 한국법인에서는 충분하게 보여지지 않는 그런 현상에 주목하게 됩니다.

같은 회사이고, 본사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한국법인인데 왜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서 차이가 날까요? 그 이유는 뭘까요? 그간 외국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발견한 그 원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본사의 위기관리 시스템 자체가 그리 명확하지 않는 경우

글로벌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본사에 가보면 소박한 형태의 기업도 있습니다. 전통을 가지고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 왔고, 세계 각지에 판매법인들을 두고는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도 위기관리 경험이 별로 없고 해서 이를 체계화하거나 하는 수준까지 가지 못한 기업의 경우입니다. 당연히 한국법인도 판매법인으로서의 핵심 임무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1. 본사의 위기관리 철학이나 시스템이 본사 리더십에게만 한정되는 경우

위기 시 위기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철학과 시스템이 본사 최고경영진 개인들의 것인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들이 꽤 있습니다. 본사에서 발생 한 위기시에 본사 CEO가 여러 채널에 나가서 진솔되게 사과 하고, 여러 체계들을 통해 빠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걸 보곤 하는데. 유사한 상황이 한국법인에게서 발생하면 영 본사와 다른 철학과 체계로 허둥지둥하는 케이스들입니다. 본사는 잘하지만 한국법인은 못한다는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1. 본사의 위기관리 철학이나 시스템이 글로벌적으로 체계화되어 공유되지 않는 경우

본사의 위기관리 철학이나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구조화되어 기본이 되면, 본사 차원에서는 일정 수준이 되어 글로벌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곤 합니다. 어찌 보면 기업 진화단계에서 글로벌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가 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상당수준 글로벌화 되어 있고, 그간 세계 각지에서 반복적 위기들을 자주 경험했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니즈가 있는 기업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단계이거나, 구축은 했는데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글로벌화 하여 로컬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생각 외로 이런 수준의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그 와중에 위기 가 발생하니 본사와 한국법인은 따로 놀게 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1. 본사로부터의 체계화 된 공유가 있지만, 한국법인에서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경우

상당한 글로벌 경영 내공이 있어서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차원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세계 각지 법인들에게 내려 보내고 공유하고 심지어 정기 훈련까지 진행하는 수준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이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법인이 이를 그대로 수용해서 내재화 하는 노력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딱히 리더십을 가져가야 할 경영진들의 출입이 맞고, 실무자들에게 까지 역할과 책임이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인력이 교체 되다 보니 본사에서 공유된 글로벌 위기관리 체계 자체를 담당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못해 조마조마 하고만 있는 경우들입니다.

  1. 본사에서 한국법인에게 당면한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 경우는 실무적인 딜레마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항시 본사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은 어떤 글로벌 기업에게도 101적인 기본 중 기본입니다. 문제는 보고를 하면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적 위기관리 경험을 통해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한국법인에게 주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아쉬움들이 많습니다. 일단 한국의 사회구조나 이해관계자 구조 그리고 해당 사건이나 사고 논란 이슈 등에 대한 이해를 본사 위기관리팀이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 수많은 컨퍼런스콜을 하고 해당 상황을 한국법인 위기관리팀이 설명 해도 “우리는 그 이슈가 왜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원론적인 의문만을 만들곤 합니다. 이해할 수 없다. 이 의미는 관리할 수 없다 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여러 정치적, 실무적, 언어적 장애들이 있기도 합니다)

  1. 본사에서 해당 위기에 대해 로컬에 대한 존중 없이 일방적 리더십을 보이는 경우

본사 위기관리팀의 자신만만함이 한국법인을 실패로 이끄는 경우입니다. 자신들이 글로벌 차원의 위기를 관리한다는 자신감이 있는 경우입니다. 한국 사회나 여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줄 테니 그렇게 따르도록 하세요”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웃지 못할 실행들이 발생합니다. 언론을 차별하고요. 사과광고나 해명광고도 일부에만 합니다. 당황스러운 선별적 인터뷰로 돌파구를 만들려고 하고요. 주요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소송을 겁니다. 맞서 싸워 이기겠다는 전략을 본사의 젊은 경영진들이 한국법인을 내세워 진행하는 거죠. 유명 로펌들이 외국기업들에게 돈을 버는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중간에서 정확한 시각을 가진 한국법인분들은 참 고생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물론 본사에서 지시한 그대로 ‘자신만만함’을 보여주는 한국법인 실무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야 내부적으로라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죠.

  1. 본사나 한국법인이나 실무자들이 위기관리에 대해 경험이 없는 경우

본사나 한국법인이나 실무그룹들이 위기관리를 위해 컨퍼런스콜을 하는데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본사에게 해명 보도자료를 검토 요청해도 2~3일이 걸리고, 해명 보도자료나 논리가 너무 아마츄어스러운 경우입니다. 해당 이슈에 적합하고 논리적인 반박이 필요한 싯점인데도, 본사의 철학이나 신조들을 그대로 적은 보도자료와 Q&A 답변을 내려 보냅니다. 한국에서 활용하려 해도 한 문장도 건지기 힘들죠. 언론의 데드라인은 맞추기 불가능하고, 본사와 한국법인 실무자들간에 빨간펜으로 점철된 문서들만 오고 가다가 운 좋게 위기를 종료하게 되는 경우들입니다. 의외로 많습니다. 물론 A급 위기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종료는 불가하죠.

  1. 한국법인의 리더십이 너무 강해서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경우

한국법인의 리더십이 너무 강해 본사 철학이나 체계를 그냥 무시하고 한국적인 위기관리를 하는 경우입니다. 결과로 승부하겠다는 한국법인 리더십의 자신감이 반영되기도 하지요. 본사에서는 고객이나 여러 사회적 가치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이를 위기관리 시에 반영하여 순리대로 문제를 해결 하는데 반해. 한국법인은 매우 한국적으로 언론에 접근하고, 의례적 대응을 하고, 규제기관과 정치권에 좀 더 많은 중심을 두어 위기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는 경우입니다. 본사에서는 한국법인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좋거나 한국법인 리더십이 본사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경우 이런 로컬화를 (일시적으로) 용인합니다. 중립적으로 해당 글로벌 기업을 보는 전문가들은 상당히 이질적인 로컬라이제이션에 고개를 갸우뚱 하곤 하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기관리라는 것도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무조건 잘한다. 우리 한국 기업들은 못한다. 이런 구도는 현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도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그들 각각의 위기관리 철학이나 시스템의 품질도 천차만별입니다. 최근에는 차라리 그룹 규모의 한국기업들이 훨씬 더 유연하고 체계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온라인과 SNS를 통한 위기관리 체계(모니터링, 감지, 공유, 체계대응…)에 있어서는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들은 투자와 관심에 한계를 느끼는 데 비해 한국의 그룹사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보입니다. (위기관리에는 항상 막대한 돈이 든다는 것이 인사이트죠)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화가 되가면서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대해 본사가 어떻게 가이드를 해야 하고, 로컬을 어떻게 존중하면서 지휘 감독해야 하는지 그 체계를 고민하는 그룹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진화 수준을 밟고 있는 것이지요.

앞으로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에서 일하시는 많은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10-20년전과 같이 ‘우리는 위기관리 체계가 잘 되어 있어요’라는 생각으로 안주하시기는 힘든 케이스들이 많아 질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본사만 잘 되어 있거나, 한국법인만 잘되어 있거나.  모두 문제거든요.

이전 선배들이 참 행복한(?) 위기관리를 해 왔었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하시고, 다시 준비하시고 준비하시고 준비하시는 위기관리 원칙에 충실하셔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용민 씀, 2015. 2.3.

1월 222015 1 Response

기업들을 유리턱으로 만드는 최근 위기 생성 프로세스

 

 

기업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상황이 위기로 성장되는 프로세스를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위기의 유형별로 각기 조금씩 다른 성장 프로세스를 보이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을 유리턱으로 만들어 버린 ‘사회적’ 위기 유형들을 보면 아주 공통적인 프로세스가 눈에 들어 옵니다.

첫번째 단계는 상황이 발생하는 단계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집니다. 이때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일반 공중들의 인지는 없습니다. 발생된 상황은 그 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극소수 이해관계자와 위기관리 주체 이렇게가 인지자들의 전부입니다. 기업에서는 대부분 이 때부터 위기관리 대응이 시작됩니다. 대응 준비라도 시작하는 거죠.

두번째 단계는 해당 상황에 직접 연결된 이해관계자들간에 해당 상황이 회자되는 단계입니다. 상황과 관련하여 자기끼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비판을 하거나, 문제를 삼아야 하겠다는 의지들을 모으지요. 집단행동이 준비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해당 상황이 온라인, SNS등으로 초기 유출되는 단계입니다. 때로는 직접 오프라인발로 노출되기도 하지요. 그 소스는 대부분 상황과 관련되어 있는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집단행동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당 문제 상황이 노출시키기도 하지요.

네번째 단계는 오프라인/온라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이슈를 받아 기사화 하는 단계입니다. 보통 이 기간이 연속 3일 이상 지속되면 해당 위기는 대형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머리속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대형 기업 위기들이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언론에 연속 회자되던 건들입니다.

다섯번째, 해당 언론기사들이 다시 온라인과 SNS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되는 단계입니다. 아주 예전에는 없었던 단계죠.  이때부터는 모니터링이 완벽하게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너무나 온라인상 접점들이 많아 트래킹하는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여론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어떻게 보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폭발적 공유 상황을 당혹스럽게 여깁니다.

여섯번째, 온라인, SNS와 오프라인에서 추가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단계입니다. 제3의 이해관계자들이 속속 나서면서 문제 상황을 더 크게 증폭 시키기도 합니다. 사회적 논란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이 단계가 되겠습니다. 숨겨진 뒷 이야기들이나, 비밀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추가적인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한 마디씩 하다보니 그 중에 또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일곱번째, 이해관계자들의 추가 목소리들을 언론이 재 기사화 하는 단계입니다. 상황에 대해 최초 보도 이후 재보도들이 이어지는 단계지요. 기자들은 더이상 동일한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새로운 화두들을 건져내면서 기사를 이어 나가게 마련입니다.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공격적인 기사 보도들은 더욱 더 풍성해 지고, 분량들도 풍부해 집니다.

여덟번째, 시민단체 NGO들이 개입하는 단계입니다. 최근에는 중소형 로펌들이 소송을 리드하겠다고 나서기도 하지요. 일단 시민단체 NGO들은 사법부나 규제기관들을 압박합니다. 고소, 고발, 소송을 하겠다고 나서지요. 불매운동이나나 제품 사입거부를 독려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온라인에서도 이런 활동들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됩니다.

아홉번째, 경찰, 검찰, 공정위, 국세청, 식약처, 각종 규제 감독기관들과 관련부처들이 개입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부터 기업은 자체적 위기관리 리더십을 이들에게 념겨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기 진행 프로세스 말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압수수색, 조사방문, 소환, 체포, 수사 및 조사 착수등이 이 단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열번째. 정치권 및 국회의 개입 단계입니다. 언론을 열심히 보는 부류들이 정치인들입니다. 규제 감독기관들이 이미 관여를 시작 한 사회적 위기에 대해 정치권이 모른채 하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되는 겁니다. 정치인 특성상 이 사회적 위기를 자신들의 프레임에 맞추어 해석하고 비판 합니다. 그 프레임으로 규제 감독기관을 압박하죠. 언론 플레이도 합니다. 기업 대표를 국회로 부릅니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미 일당 백으로 싸우고(?)있는데, 이 단계쯤 되면 거의 대응을 포기하는 수준이 됩니다.

모든 위기들이 틀에 박힌 듯 이런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밟지는 물론 않습니다. 선후관계자 바뀌거나, 프로세스가 생략 또는 동시 발생도 합니다. 그냥 위의 프로세스는 아주 일반적인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위의 열단계 이후에는 사회적 공분을 만든 관계로 해당 기업의 책임자가 사법적 처벌을 받거나, 과징금 및 벌금을 뭅니다. 각종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소송이 전개 됩니다. 규제기관의 감시가 더 심해집니다. 해당 기업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평생 가는 낙인을 새기게 됩니다.  이미지 뿐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핵심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대략적으로 기업이 얻는 타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기관리 기간 동안의 업무 마비
  • 자산, 시설, 장비, 인력 손실
  • 매출 하락, 회원탈퇴, 제품 회수, 재고부담
  • 막대한 초기 위기관리 비용 지출
  • 직원 사기 저하 / 불만/피로/충성도 약화
  • 사내 책임자들의 사법적 처벌
  • 소송 대응 비용 발생
  • 과징금, 손해배상금, 합의금 부담
  • 경영진 교체
  • 사후 개선 및 재발방지 투자 비용 발생
  • 사후 이미지 회복 투자 비용 발생
  • 기타

이런 타격들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킵니다. 이게 어찌보면 더 큰 문제지요. 실적부담으로 연결이 되면서 비즈니스 핵심이 흔들리게 됩니다. Operational impact는 물론 Performance impact까지 맞게 되면 아주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게 되는 셈입니다.

유리턱 기업들은 이 프로세스를 짧게 몇주에서 몇달만에 빛의 속도로 경험합니다. 실제 위기를 관리 하는 실무자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신이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정말 형편없다. 합리적이지 않다’ ‘억울하다.’ 네, 위기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실무자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이며,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 자사가 억울하지 않으면 위기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빨리 이 프로세스의 맥을 끊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해 얻는 결과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의 사례들에서 그런 현상들과 환경들을 충분히 목격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평소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위기라도 미리 챙기고, 개선하고, 방지하고, 완화시키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피치 못할 위기라면 미리 관리 방안을 찾고 최대한 준비된 상태에서 초전 대응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듯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정용민 씀. 2014.1.22

1월 202015 0 Responses

기업 위기 시 통제가능한 것과 통제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점점 사회 환경이 변화해 가면서 기업이 통제가능한 대상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기업 위기관리 환경에 있어 주목 해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예전에 우리 직원들은 최대한 통제가능하다고 기업들이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훈련을 시키고, 원보이스 체계를 갖추고, 입단속도 하고 했었지요. 이제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습니다.

위기 시 젊은 직원에게 핵심 메시지팩을 내려보내고 ‘이에 따라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전략적으로 임하라’하면 금새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하소연을 합니다. ‘회사에서 입단속에 나섰네요…에휴’하는 식이다. 인트라넷에 올린 내부 문서가 외부 기자에게 그대로 토씨하나 안 바뀐채 전달되곤 합니다. 직원들을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난게 아닌가 합니다.

고객, 거래처들도 이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이나 거래처들이 조직적인 힘을 가지고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외 언론, 지역공중, 국회, 규제기관, 검찰 및 경찰, NGO, 노조…등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중 통제가능한 이해관계자 그룹은 거의 다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 이해관계자들이 온갖 온라인, 소셜미디어, 모바일, 오프라인 매스 미디어와 칵테일을 이루면서 더욱 더 통제가능성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최악을 각오’해야만 하는 걸까요? 자포자기하고 그냥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이제 기업 스스로 통제가능한 것은 두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 시 해당 위기를 따라가면서 관리할 수 있도록 빨리 움직이는 것입니다. ‘자사의 대응 스피드’. 이 부분은 스스로 통제가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 대응에 있어서 빨라서 손해보거나 실패하는 법은 없습니다. 빠르다는 것은 정확한 상황파악과 전략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빠른 스스로의 체계를 갖추는 것. 이 부분은 통제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둘째 통제가능해야 하는 것은 ‘여론에 기반한 전략적 의사결정‘입니다. 최근들어 위기관리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는 트렌드와도 연결이 됩니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만 내려진다면 위기관리는 가능합니다. 많은 위기 사례들에서 실패의 중요한 원인들은 위기관리 리더십이 부실하거나 심지어 부재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최고의사결정자의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런류의 의사결정 자체는 영원히 통제가능해야 합니다.

국내와 해외를 통털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위기관리에는 대부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존재했었습니다. 그것도 위기 발생 이전과 초기에 존재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위기를 전사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거대한 빙산을 한번 상상해 봅시다. 수면 위로 솟아 있는 빙산 부분은 사실 전체 빙산의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물위 빙산 부분을 보면서 전체 모습을 예측하지만, 바깥의 모습과는 꽤 다른 부분들이 물속에 존재할겁니다.

그림1

위기관리를 빙산에 비유해 보았을 때 물 아래 거대하게 잠겨있는 부분은 상황관리 부분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 경영적으로 문제를 풀어 해결 해야 하는 부분이 더 거대한 셈이지요. 이 부분이 위기 때 제대로 해결이 안되면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힘들게 됩니다.

물위에 떠올라 있는 작은 부분은 위기관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토릭이죠. 사과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부분이 레토릭의 영역입니다. 물 아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의지나, 해결할 묘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고개만 숙이는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힘든거죠.

반면 수면 아래 거대한 문제가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지에 기반해서 화끈하게 해결 되어 버리면 수면 위에 떠있는 레토릭들을 금새 활기를 찾습니다. 여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이 다양하게 주어지고,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을 참작 받을 수 있게 되지요. 당연히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위기관리 잘 했다’합니다.

사실…여기에서 위기관리 잘했다. 위기관리에 성공. 뭐 이런 말도 어떻게 보면 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정말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들은 위기 자체를 이해관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들입니다. 그런 기업들은 문제가 있으면 평소 바로 해결을 하거든요. 개선을 하고, 의견을 들어 문제가 될 듯하면 바로 개입 해 버립니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폭 넓게 알려지거나 공분(public angry)을 형성할 시간을 주지 않는 거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예측가능했었던 상황을 위기로 까지 만들고, 수많은 공중들로 부터 공분을 만들고,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초래하는 과정을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인 셈입니다.  일단 위기를 만든 기업은 대부분 다소간 실패기업이라는 의미죠.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성공적 위기관리의 핵심 요소를 꼽으라면, 첫째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올바른 문제 해결 ‘의지’를 꼽겠습니다. 둘째를 꼽으라 해도 ‘의지’를 꼽겠습니다. 셋째 핵심요소요? 그것도 ‘의지’입니다. 그 만큼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는 중요합니다. 곧 위기관리 리더십이죠.

그 다음을 꼽으라고 하면 그 때가서 ‘전략’을 꼽습니다. 그 후 체계나 실행 역량 등등을 논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소유 지배구조들을 들여다보십시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강한 의지만 가지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순순히(?) 해결됩니다. 해결 되기 힘든 문제들도 해결될 정도의 리더십이 이미 존재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이없이 맞아 쓰러지는 ‘유리턱’ 기업들에게 의아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래서 그렇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는 대체 어디있었을까 하는 거죠.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나중에라도 동일한 KO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용민 씀 2015. 1.20

1월 192015 0 Responses

최근 유리턱이 된 기업들의 공통적 위기대응 방식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턱(Glass Jaw)이 되버린 기업들의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상당히 많은 비율이 ‘극단적 결과’를 얻고 완전 KO패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영진들이 책임을 묻는 기소, 구속, 유죄 판결 등등에 종종 연결됩니다. 납품거부와 불매운동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었구요. 회사 주가는 물론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엄청난 배상과 소송에 시달리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간지를 중심으로 약 3일 정도 이상 연속 보도 되는 기업 위기들이 년간 10여개 정도 되는 되요. 이런 대형 기업 위기들의 결과들이 점점 더 안 좋아 지고 있다는 게 좀 문제입니다.

왜 그렇게 거대한 기업들이 종종 유리턱으로 쓰러져 갈까요?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었던 Glass Jaw Maker들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어 일부 기업들은 공통적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유리턱이 되어 버리곤 하죠.

1. 온라인+소셜미디어+모바일+매스미디어X이해관계자. 죽음의 칵테일에 대응하는 방식

아직도 실패하는 기업들은 이런 생각들을 내심 하고 있습니다. ‘매스미디어만 어떻게든 막아내면 큰 문제는 없을거야’ ‘온라인도 좀 막을 수 있지 않겠어? 실무자들이 좀 아이디어를 내지 그래?’ ‘시끄러운 사람들? 조금 후면 잠잠해 질거야.’

사실 어디에서 그런 희망과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뒤 후회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만한 환경이 아니라서 입니다. 일단 논란이 발화되면 그 논란은 끊임없이 나선형 상승을 하는 것이 최근 추세입니다. 매스미디어만 막아서 되는 환경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OO일보 기자와 데스크에게 달려가 기사 좀 싣지 말아 달라 사정을 하곤 했었지만, 이제는 OO일보가 친절하게 그 기사를 게재하지 않아주더라도 다른 XX일보와 ## 일보들이 쓸겁니다. **온라인 매체들이 어뷰징을 할 거구요. 그걸 트위터, 페이스북, 각종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금새 확산할겁니다. 카카오톡에서 광범위하게 회자 될 거구요. 이런 죽음의 칵테일 쓰나미 앞에서 어떻게 막연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2.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위기의 스피드에 대응하는 방식.

아직도 내부 의사결정 타임라인에 외부 환경을 맞추려 시도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도 실무그룹들이 CEO를 직접 알현하는 것이 어려운 기업들이 있습니다. 통합적으로 한자리에 모두 모여 앉아 신속하게 의사결정 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 해도 그게 참 힘듭니다.

마케팅 임원-홍보임원-법무임원-영업임원-기획임원등이 줄을 서서 회장님께 일대일 보고하는 형식으로 위기관리 시간을 소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임원들 상호간에 당연히 손발이 맞지 않고 메시지도 중구난방이 되곤 하죠.

일부는 일간지 마감시간에 위기관리 타임라인을 맞추는 습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행에 필요한 준비시간을 아주 넉넉하게 가져가는 거죠. 온라인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하나 띄우는데도 엄청난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 동안 온라인 매체들은 안달을 내면서 어뷰징을 하는데도 말이죠. 안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뛰고 하니 위기관리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침묵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이유가 이런 경우들입니다.

기본적으로 조직은 위기보다 느립니다. 그러니 스피드에 강박을 좀 가질 필요가 있죠.

3. 기업의 위기는 어떤 이들의 식권(meal ticket), 조직적인 위기생성 세력에 대응 하는 방식.

한마디로 준비없이 흥분해서 대응합니다. 상대방은 프로들인데, 10년만에 위기를 맞는 회사가 그런 프로들에게 정면승부를 하려 합니다. 당연히 승률이 떨어지죠. 그렇다고 그런 프로 세력들에게 당하고만 있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 편향적인 부분, 악의가 있는 부분들은 다양한 대응을 통해 회사의 입장과 목소리를 내야지요.

문제는 준비입니다. 평소 우리 회사에게 위기를 선물(?)할 수 있는 어떤 조직들이 있는지 알고 있는게 좋다는 겁니다. 어떤 이해관계자가 현재상황에서 위기요소로서 가장 불안한 상황인지 미리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거죠. 더 나아가서 그 이해관계자가 위기를 만든다면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지, 그에 대한 대응 사례들은 실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등등을 알아 준비 하면 됩니다.

준비에 대해서 또 한말씀 드리자면, ‘보이지 않는 위기를 준비’하려는욕심 까지는 부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를 미리 예상하자…하는 것 만큼 공허한게 없거든요. 그냥 ‘조만간 발생 가능한 위기_ 즉 보이는 위기만 먼저 준비하자’하는게 전부입니다. 보이는 데도 준비하지 않고 ‘좀 더 두고 보자’ 하는게 정말 문제입니다.

4. 냄비여론에 대한 대응 방식

욕을 합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면 기업 임원분들 중 일부께서 ‘한국의 저널리즘의 문제’를 장황하게 지적하십니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해 주지 않는 언론이 문제라 하시죠. 언론이 뭔데 그렇게 감사 기능 같은 것을 하려 하느냐 비판하십니다. 취재를 목적으로 함부로 본사를 방문하는 기자는 불법침입 아니냐 문제라 하시죠. 거기에 기자들이 썩었다고 일갈하십니다.

온라인에 대해서는 더합니다. 특히 회장님과 대표님께서 온라인과 SNS를 하지 않으시는 기업에서는 더욱 더  온라인 여론에 대한 반감이 심합니다. 아이들 장난에 회사가 놀아난다거나, 익명 여론도 여론이냐 하시는 등. 이런 사회적 냄비여론들을 평가하시는 임원들과 워크샵을 하면 ‘신문방송학과 교수님들과의 매체 비평 세미나’ 같은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문제는 그런 냄비여론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입니다. 비판이나 성찰은 그 다음이고…우리 눈 앞에서 끓고 있는 저 거대한 냄비물을 어떻게 핸들링해야 하느냐 하는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정확하게 ‘인정’ 하고 그 원인을 찾아 ‘공감’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전에 필요한 게 있다면 ‘존중’이죠.  싫으면 관리 할 수 없습니다.

5. 정치권과 규제기관들의 여론 민감성에 대한 대응 방식

아직도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하시며 실패하십니다. 최근 발생했었던 모 기업 사례에서도 ‘대관 업무 프로세스’ 하나 하나가 모두 공개되는 경악할 일들이 있었잖습니까? 실무자들로서 우리 회사의 대관업무가 전부 공개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언론관계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하나 하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공개된다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겠습니까?

근데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공개되곤 합니다. 위기대응 위한 내부 회의록도 공개가 가능합니다. 회의록을 압수받죠. 홍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기도 했었습니다. 내부 보고내용을 CEO가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규제기관이 확인하려고 한다네요. 일선 팀장들과 임원들이 상황보고를 위해 올린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보고서, 통화내역등등도 모두 공개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과 규제기관을 어떻게든 움직여 볼 수 있다…고 믿는게 참 대단한 거죠.

이전의 거의 모든 대응 방식들이 이제는 올디스가 되어 갑니다. 올디스 벗 구디스…라고 생각하시면 위험하죠.

막연한 희망, 느린 대응 속도, 준비 안 된 대응, 환경에 대한 혐오, 올디스에 대한 미련 등이 최근 우리 기업들의 유리턱입니다.

 

정용민 씀, 2015.1.19.

1월 162015 0 Responses

기업들의 위기관리와 유리턱(Glass Jaw) 현상

오랫만에 블로그를 위한 글을 써봅니다. 2015년에는 예전 같이 블로그만을 위한 글들을 종종 정리 해 올려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유리턱(Glass Jaw)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유리턱이라는 개념은 원래 권투경기에서 사용되는 속어라고 합니다. 덩치는 크고 싸움을 잘하게 생긴 선수인데, 쬐그만 선수에게 한방 제대로 맞으면 나가 떨어지는 그런 선수를 보고 ‘유리턱’이라고 한답니다.

그림1

이 개념을 위기관리에 사용한 선수가 있는데, 미국에서 위기관리 펌을 하고 있는 에릭 데젠홀(Eric Dezenhall)입니다. 작년에 ‘Glass Jaw’라고 이름 붙인 책을 냈습니다.

그런 개념을 기반으로 우리 기업들을 보면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턱’현상이 자주 발견됩니다. 그렇게 크고 위대해 보이던 회사가 ‘녹취’ 한방에, ‘소송’ 한방에, ‘몰래 카메라’ 한방에, ‘VIP의 어떤 행위’ 한번에… 그로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링위에 나가 떨어지는 현상말입니다.

이런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니..저렇게 큰 회사가 어떻게 저리 무력할 수 있지?”

기업이고 개인이고 ‘유리턱’들은 공통적인 내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천적 유리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말이죠.

1. 자신의 덩치와 맷집을 혼동합니다. 자신의 큰 덩치를 믿고 어떤 위기라도 만만하게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평소 자신만만해 합니다. 일부는 아예 신경도 안쓰고 있지요.

2. 자신의 취약 포인트를 평소 잘 모르고 있습니다. 유리턱은 실제 경기에 나가서 펀치를 맞아보기 전에는 자신이 유리턱이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지요. 평소 잘 모릅니다. 어디를 맞으면 바로 링위에 누울 수도 있다 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죠.

3. 리턱들은 평소에 취약 포인트를 강화하거나 보호하는 훈련도 하지 않습니다. 어디가 약한지 모르니 커버할 부분도 경기 때 잘 모르죠. 약한 부분을 평소 단련해서 맷집을 키우거나 정상화 시키려는 노력도 부족합니다. 항상 자신만만하거나 관심이 없죠.

4. 일부 자신의 취약 포인트를 알고 있는 유리턱들은 항상 조마 조마합니다. 유리턱 기업들도 이렇습니다.  경쟁사가 특정 위기에 휩싸이면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봐 안절부절하죠. 그러면서도 유리턱에서 벗어날 노력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경쟁사가 경기에 나가 링위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서 ‘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죠.

5. 모든 유리턱은 경기 시작 후 금방 쓰러져서 재기하지 못합니다. 경기가 끝날때까지 누워만 있죠. 경기중에 다시 일어서 싸울 용기나 체력이나 가능한 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포자기죠.

기업들이 최근 위기 발생 직후 ‘유리턱’현상을 보이는 내적인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인 위기관리 환경도 예전 처럼 만만하지가 않다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불과 몇년전과도 싸움의 룰이나 펀치의 강도와 빈도들이 전혀 달라진거죠.

최근에 유리턱 기업들을 양산해 내는 외부의 위기관리 환경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온라인+소셜미디어+모바일+오프라인미디어(전통적인 매스미디어)X 이해관계자들. 일명 죽음의 칵테일로 불리는 강력한 적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합니다. 20~30년전 종이신문 몇개와 싸우던 기업 홍보실을 추억 해 보면 후배들은 부러울 따름입니다. 상대적으로 그때는 한산했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위기가 발생하면 ‘모니터링’ 하기도 벅찹니다. 대응 이전에 현재 상황이 어디에서 어디로 번지고 있고, 얼마만큼 확산되고 있으며, 하나하나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바라보기에도 벅찹니다.

평소 위기 환경을 팔팔 끓고 있는 기름 냄비라고 상상 해보시죠. 위기의 발생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옵니다. 소줏잔 정도의 찬물을 소리없이 끓고 있는 기름냄비에 조르륵 부어보는 상상을 해 보세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참극’이 최근 죽음의 칵테일이 만들어 내는 현상 바로 그대로 입니다. 통제요? 관리요? 대응이요? 불가능합니다. 인정하셔야 합니다.

2.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위기의 스피드. 예전에는 일간지 마감시간에 맞춘 위기대응이 기본이었던적이 있었습니다. 일이 발생하면 회의를 집합시켜서 논의 하고 결정 해서 실행을 준비하고…이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홍보실 임원이 문제를 제기한 신문사 데스크를 만나러 고즈넉하게 택시 타고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이젠 그럴 겨를도 없습니다. 헬리콥터가 아파트에 충돌한 뒤 추락 했을 때. 사고 직후 불과 10분여만에 수많은 트위터 사진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시대입니다. 말 그대로 주말 경기도 골프장에서 새벽 골프를 치는 홍보임원이 본사로 돌아와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기전 대부분의 초기 상황은 프레임이 잡혀버린다는 의미입니다. 홍보라인이나 직원들을 통한 정보라인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은 정보소스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번쩍이고 있습니다. 당할 수가 없습니다.

위기 시 CEO의 의사결정을 위해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CEO가 참석하시는 대책회의를 위해 음료수를 세팅하고 재떨이를 임원 서열에 맞추어 정렬하는 그럴 시간이 이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걸어다니시던 CEO들이 위기 시에는 뛰어 다니셔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속도를 반이라도 따라가야죠.

3. 기업의 위기는 어떤 이들의 식권(meal ticket)이 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밥을 벌기 위해 위기를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신들의 식권을 만들어 내는 거죠. 소비자단체들을 보시죠. 기업의 문제들에 주목하는 수많은 언론들을 보십시오. 기업의 작은 흠이라도 잡으려는 소비자들은 어떻습니까. 자신그룹의 정체성을 위해 피케팅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밥먹듯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매운동을 자극하면서 활동하는 활동가들도 수없이 많아졌습니다. 온라인과 SNS에서는 어떻습니까? 기업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기도하는 사람들 보다, 기업이 무엇을 잘 못하나 지켜보고 항상 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온라인 공중들이 실재합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상당한 수준으로 훈련받았고, 수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 내부 위기관리팀들 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입니다. 중장기 공격 전략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언론과 법 그리고 규제기관들을 통합적으로 핸들링합니다. 준비 없이 무조건 대응하려 하다가는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유리턱이 됩니다.

4. 여론 정서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회적 성숙도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하게 되다가도, 어떤 때 보면 공중들이 마치 유치원 아이들 처럼 유치할 때가 있습니다. 몇몇 정보에 부화뇌동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증거나 반론을 제시해도 잘 이해도 못하고요. 금방 끓다가 금방 가라 앉는 양은 냄비 같은 여론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의 위기관리도 종종 이런 냄비 환경에 맞추어 초기 하이프로파일로 맥을 끊어 버리는 대응을 하게 됩니다. 무조건 잘못했다. 최대한 배상하겠다. 이런 식이죠. 왈가왈부하다가는 쓸데 없이 더 끌려 다니고 상처만 오래간다. 그러니 끊자. 이런 전략이죠.

이런 여론정서법을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런 소득이 없습니다. 언론이 썩었다고 이야기해 보았자입니다. 온라인에는 쓰레기 같은 여론들이 넘쳐난다 귀를 막고 눈을 막아도 도움은 안됩니다. 비판과 하소연 이전에 무언가는 해서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유리턱이 되시지 않으려면요.

5.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규제기관들의 여론 민감도가 극대화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겁니다. 괜히 없던 일을 만들어 내는 걸 제일 싫어 합니다. 현재 자신들이 할일들로도 바쁘죠. 기업의 위기상황은 그 자체로 정치권과 규제기관에게는 골치 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냥 단순 사건 사고라면 그리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게 사회적인 논란과 연결된 것이라면 다른 문제입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 간단하게 다루고 하는 기업 위기는 그래도 조금 무시하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끓는 기름 냄비에 계속 찬물을 붓고 있는 기업입니다. 저러면 안되는데…하는데도 사회적으로 참극까지 가고 공분(public angry)을 만들어 내는 대형 기업 위기에는 어쩔수 없이 정치권과 규제기관이 개입을 하게 됩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프레임을 잡아 이를 더욱 재앙으로 끌고 가죠. 규제기관도 일단 사회적 논란이 된 건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다’는 평을 받기 싫어하는 게 당연합니다. 경영진에게 출두명령을 내리고, 압수수색을 하고, 조사를 하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게 마련입니다. 정치권과 규제기관이 동시에 들이닥치면 그 다음에는 어느 한 곳도 예외없이 자신들만의 업적을 남기려합니다. 그 와중에서 기업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되버리는 거죠. 요즘엔 그 두 그룹들이 상당히 민감해 졌습니다. 언제든 개입 할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리턱들은 조심해야죠.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준비가 평소에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클래식 자동차들의 최고 속력은 시속 75km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이 당시 큰 대로를 건너는 사람은 그렇게 쎈 훈련이나 노력이 필요 없었습니다. 대로라고 해도 돌아 다니는 클래식 자동차들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었고요. 다가오는 자동차를 그냥 살짝 살짤 피해 걸어 건너면 충분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비유가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를 건너야하는 기업의 상황으로 비유 될 수 있습니다. 왕복 10차선에는 쉴새 없이 시속 200-300km의 슈퍼카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상황이죠.  1개 차선을 운 좋게 극복했다고 해도 다음 차선에선 어떤 사고가 날지 모릅니다. 그 많은 슈퍼카들을 요리 조리 피해 10개 차선을 무사히 건너려면 그 만큼 기업은 빨라야 합니다. 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경험도 많아야 합니다. 체력과 판단력은 당연하겠지요. 위기관리 리더십이라는 이런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평소에 챙기고, 키우고, 유지하는 노력이 바로 위기관리 리더십입니다.

챔피언이 되느냐? 유리턱이 되느냐? 모든게 이 위기관리 리더십의 이야기입니다.

 

정용민 씀. 2015. 1. 16.

 

1월 052015 0 Responses

위기관리 인사이트 [에릭 데젠홀의 책 Glass Jaw를 읽고]

 

  • 논란에 대응 하는 오래된 무기들은 이제 한 물 갔어. 새로운 미디어들의 영역에서 오래된 무기들은 소용이 없어보여. 오래된 무기들을 계속 사용하다가는 계속 낭패의 소용돌이(Fiasco Vortex) 속에서 고생하고 말거야.
  • 예전 느리게 달리던 클래식 자동차와 부딪히는 상황과 요즘 새로나온 슈퍼 스피드 자동차에게 무딪히는 상황을 비교 해 상상해 보자. (의역)
  • 유명인이나 기업들에게 닥친 위기는 또 다른 사람들에겐 식권(meal ticket)과 같아. 그 만큼 최근에는 위기들이 체계적으로 지속 창조되고 있다는 이야기지.
  • 투명성, 스토리를 가지고 싸우기, 위기란 곧 기회, 하나의 보이스를 가지기, 즉각 응답하기, 깨끗하게 밝히기, 대화, 사과하기, 담론을 변화시키기, 신뢰, 네 자신이 구멍속에 있으면 구멍을 깊이 파지마, 이해관계자들을 잘 관리 해, 우리에게 유리한 스토리를 (제3자들에게) 이야기 하게 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타이레놀, 핵심 메시지에서 머물러. (이런 모든 게 다 이젠 클리쉐가 되어 버렸어, Crisis Cliche’, 함부로가 아니라 상황과 케이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거야. 자칫 큰일 나)
  • 사과라는 건 말이야. 위기 시 회복의 시작 정도를 의미해, (네가 바라는 바와 같이) 위기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 논란 대응의 메트릭에서 위기관리자들이 희망하는 기대치와 조직에서 실행 가능한 수준이 상호간 만나는 부분이 실행 포인트야. 기대치를 넘어서는 실행이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행들은 소용 없다는 의미지. 실행할 수 없는 기대치도 마찬가지.
  • 인간이라는 게 원래 ‘편견 없는 데이터 프로세서(unbiased data processor)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위기 때 넌 항상 인간들을 그렇게 간주하는거니?
  • 위기관리란 스토리텔링이야. 근데 그게 폭포처럼 쏟아지는 스토리에 대응하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즉, 커뮤니케이션의 분량이 많다고 무조건 변호가 되는게 아니라는 의미야. 입을 닥치고 있을 때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때를 아는 것. 그 능력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되.
  • 롤링스톤스의 Keith Richards가 이런 말을 했어. “나는 drug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경찰과는 좀 문제가 있네” 기업이나 유명인들 위기관리를 할 때 이 이야기를 기억 해.
  • 성공적으로 해결된 대부분의 위기는 비즈니스나 운영적인 고려들로 인해 해결된 것들이지. 논란이라는 빙산의 수면하에서 이루어졌다는 거야. 별로 재미 없고 보이지도 않는 활동들이 위기를 관리한 셈이지. 재미있는건 빙산의 수면위에서 오고가는 커뮤니케이션이 데미지컨트롤 솔루션으로 너무 과장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거야.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역할이기는 하지만, 원칙의 건전성에 기반한 거대한 의사결정의 문제나 비판까지 전환시키거나 할 수는 없다는 걸 명심 해.

 

인사이트 메모 [Glass Jaw, Eric Dezenhall]

 

 

Done by James Chu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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