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턱(Glass Jaw)이 되버린 기업들의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상당히 많은 비율이 ‘극단적 결과’를 얻고 완전 KO패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영진들이 책임을 묻는 기소, 구속, 유죄 판결 등등에 종종 연결됩니다. 납품거부와 불매운동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었구요. 회사 주가는 물론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엄청난 배상과 소송에 시달리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간지를 중심으로 약 3일 정도 이상 연속 보도 되는 기업 위기들이 년간 10여개 정도 되는 되요. 이런 대형 기업 위기들의 결과들이 점점 더 안 좋아 지고 있다는 게 좀 문제입니다.
왜 그렇게 거대한 기업들이 종종 유리턱으로 쓰러져 갈까요?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었던 Glass Jaw Maker들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어 일부 기업들은 공통적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유리턱이 되어 버리곤 하죠.
1. 온라인+소셜미디어+모바일+매스미디어X이해관계자. 죽음의 칵테일에 대응하는 방식
아직도 실패하는 기업들은 이런 생각들을 내심 하고 있습니다. ‘매스미디어만 어떻게든 막아내면 큰 문제는 없을거야’ ‘온라인도 좀 막을 수 있지 않겠어? 실무자들이 좀 아이디어를 내지 그래?’ ‘시끄러운 사람들? 조금 후면 잠잠해 질거야.’
사실 어디에서 그런 희망과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뒤 후회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만한 환경이 아니라서 입니다. 일단 논란이 발화되면 그 논란은 끊임없이 나선형 상승을 하는 것이 최근 추세입니다. 매스미디어만 막아서 되는 환경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OO일보 기자와 데스크에게 달려가 기사 좀 싣지 말아 달라 사정을 하곤 했었지만, 이제는 OO일보가 친절하게 그 기사를 게재하지 않아주더라도 다른 XX일보와 ## 일보들이 쓸겁니다. **온라인 매체들이 어뷰징을 할 거구요. 그걸 트위터, 페이스북, 각종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금새 확산할겁니다. 카카오톡에서 광범위하게 회자 될 거구요. 이런 죽음의 칵테일 쓰나미 앞에서 어떻게 막연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2.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위기의 스피드에 대응하는 방식.
아직도 내부 의사결정 타임라인에 외부 환경을 맞추려 시도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도 실무그룹들이 CEO를 직접 알현하는 것이 어려운 기업들이 있습니다. 통합적으로 한자리에 모두 모여 앉아 신속하게 의사결정 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 해도 그게 참 힘듭니다.
마케팅 임원-홍보임원-법무임원-영업임원-기획임원등이 줄을 서서 회장님께 일대일 보고하는 형식으로 위기관리 시간을 소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임원들 상호간에 당연히 손발이 맞지 않고 메시지도 중구난방이 되곤 하죠.
일부는 일간지 마감시간에 위기관리 타임라인을 맞추는 습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행에 필요한 준비시간을 아주 넉넉하게 가져가는 거죠. 온라인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하나 띄우는데도 엄청난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 동안 온라인 매체들은 안달을 내면서 어뷰징을 하는데도 말이죠. 안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뛰고 하니 위기관리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침묵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이유가 이런 경우들입니다.
기본적으로 조직은 위기보다 느립니다. 그러니 스피드에 강박을 좀 가질 필요가 있죠.
3. 기업의 위기는 어떤 이들의 식권(meal ticket), 조직적인 위기생성 세력에 대응 하는 방식.
한마디로 준비없이 흥분해서 대응합니다. 상대방은 프로들인데, 10년만에 위기를 맞는 회사가 그런 프로들에게 정면승부를 하려 합니다. 당연히 승률이 떨어지죠. 그렇다고 그런 프로 세력들에게 당하고만 있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 편향적인 부분, 악의가 있는 부분들은 다양한 대응을 통해 회사의 입장과 목소리를 내야지요.
문제는 준비입니다. 평소 우리 회사에게 위기를 선물(?)할 수 있는 어떤 조직들이 있는지 알고 있는게 좋다는 겁니다. 어떤 이해관계자가 현재상황에서 위기요소로서 가장 불안한 상황인지 미리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거죠. 더 나아가서 그 이해관계자가 위기를 만든다면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지, 그에 대한 대응 사례들은 실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등등을 알아 준비 하면 됩니다.
준비에 대해서 또 한말씀 드리자면, ‘보이지 않는 위기를 준비’하려는욕심 까지는 부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를 미리 예상하자…하는 것 만큼 공허한게 없거든요. 그냥 ‘조만간 발생 가능한 위기_ 즉 보이는 위기만 먼저 준비하자’하는게 전부입니다. 보이는 데도 준비하지 않고 ‘좀 더 두고 보자’ 하는게 정말 문제입니다.
4. 냄비여론에 대한 대응 방식
욕을 합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면 기업 임원분들 중 일부께서 ‘한국의 저널리즘의 문제’를 장황하게 지적하십니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해 주지 않는 언론이 문제라 하시죠. 언론이 뭔데 그렇게 감사 기능 같은 것을 하려 하느냐 비판하십니다. 취재를 목적으로 함부로 본사를 방문하는 기자는 불법침입 아니냐 문제라 하시죠. 거기에 기자들이 썩었다고 일갈하십니다.
온라인에 대해서는 더합니다. 특히 회장님과 대표님께서 온라인과 SNS를 하지 않으시는 기업에서는 더욱 더 온라인 여론에 대한 반감이 심합니다. 아이들 장난에 회사가 놀아난다거나, 익명 여론도 여론이냐 하시는 등. 이런 사회적 냄비여론들을 평가하시는 임원들과 워크샵을 하면 ‘신문방송학과 교수님들과의 매체 비평 세미나’ 같은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문제는 그런 냄비여론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입니다. 비판이나 성찰은 그 다음이고…우리 눈 앞에서 끓고 있는 저 거대한 냄비물을 어떻게 핸들링해야 하느냐 하는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정확하게 ‘인정’ 하고 그 원인을 찾아 ‘공감’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전에 필요한 게 있다면 ‘존중’이죠. 싫으면 관리 할 수 없습니다.
5. 정치권과 규제기관들의 여론 민감성에 대한 대응 방식
아직도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하시며 실패하십니다. 최근 발생했었던 모 기업 사례에서도 ‘대관 업무 프로세스’ 하나 하나가 모두 공개되는 경악할 일들이 있었잖습니까? 실무자들로서 우리 회사의 대관업무가 전부 공개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언론관계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하나 하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공개된다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겠습니까?
근데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공개되곤 합니다. 위기대응 위한 내부 회의록도 공개가 가능합니다. 회의록을 압수받죠. 홍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기도 했었습니다. 내부 보고내용을 CEO가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규제기관이 확인하려고 한다네요. 일선 팀장들과 임원들이 상황보고를 위해 올린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보고서, 통화내역등등도 모두 공개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과 규제기관을 어떻게든 움직여 볼 수 있다…고 믿는게 참 대단한 거죠.
이전의 거의 모든 대응 방식들이 이제는 올디스가 되어 갑니다. 올디스 벗 구디스…라고 생각하시면 위험하죠.
막연한 희망, 느린 대응 속도, 준비 안 된 대응, 환경에 대한 혐오, 올디스에 대한 미련 등이 최근 우리 기업들의 유리턱입니다.
정용민 씀, 201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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