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

12월 18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8편] CEO의 부적절함에 읍참마속으로 대응했다, 보잉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회사를 살린 구세주에게 회사를 나가라 했다. 잘나가는 CEO에게 윤리강령을 들이대며 책임을 물었다. 성공한 CEO라도 회사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원칙에 의한 결정이었다. 숨기거나 감싸지 않았고 기업 스스로 나서서 CEO를 대신해 변명하지도 않았다. 큰 원칙을 위해 아끼는 말(馬)을 단칼에 베었다. 보잉사의 이야기다.

2005년 3월 7일. 미국 1위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사는 당시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를 퇴진시켰다. 해임된 스톤사이퍼 CEO는 위기에 빠진 보잉사를 위해 사장으로 컴백 한 사실상 회사의 구세주였다. 이미 2003년 보잉사는 전임 필립 콘디 CEO 시절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만큼 큰 위기를 맞았었다.

미 국방부의 전직 고위 관료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무기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등 보잉사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추락을 경험했었다. 위기 상황에서 다시 CEO에 오른 스톤사이퍼는 ‘도끼 해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특유의 신속하고 강력한 결단력을 발휘, 영업 실적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취임 이후 보잉사 주가를 50% 이상 끌어올렸고 군납 로비 관행 파문 후 박탈당 했던 국방부 입찰 자격도 되찾아왔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분야는 보잉사의 도덕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력한 윤리강령을 마련한 것이었다. 스톤사이퍼 CEO는 취임하자 마자 전직원들에게 매년 윤리강령에 서명토록 하며 경각심을 고취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항상 “직원은 회사를 난처하게 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사소한 규정 위반도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feb_i_nan2

Boeing President and CEO Harry Stonecipher (left) and Chairman Lew Platt signed their Code of Conduct forms last month during the annual Boeing Leadership [source : Boeing Frontiers]

그러나 그를 사장으로 영입한 지 15개월 만에 루 플래트 보잉 이사회 의장은 스톤사이퍼 CEO가 회사 윤리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를 퇴진시켰다고 발표했다. 스톤사이퍼 CEO가 사내 여성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플래트 의장은 “이런 관계는 스톤사이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회사를 이끌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보잉 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과 언론들은 보잉사의 이런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목격하고 크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들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경영인이라면 사생활 측면의 문제는 적당히 눈 감아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었기 때문이었다. 주주들도 성공적 CEO에게는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개인 사생활로 인한 보잉사의 전격적 CEO 해임은 충격이었다.

플래트 의장은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해 “CEO는 나무랄 데 없는 직업윤리와 사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회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보잉사 이사회는 스톤사이퍼 CEO가 직접 사내 윤리강령에 대한 엄격함을 설파한 주역이었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 경영자였고, 위기에 빠진 자사를 구하려 노력하던 구세주 CEO를 단박에 해임해 버리는 과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사회 많은 구성원들은 말 그대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며 심각히 고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잉사는 문제의 CEO를 해임시킴으로써 보잉사 내부의 윤리강령을 더욱 강화시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또한 CEO의 문제를 눈감아 주다가 외부로 문제가 드러나면 그 후에는 보잉사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CEO 해임의 큰 이유였다.

이 케이스는 우리 기업들과 경영자들에게 많은 생각의 주제를 던져준다. 기업 명성을 훼손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영자들을 바라보는 기업 내부 시각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간 편차에 관한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경영자가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 경영자로서 적절히 사과 하고, 해당 기업은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믿는다. 하지만 실제의 경우 일반적 기업들은 사과보다는 먼저 해당 논란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변명한다. 홍보실은 그 경영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논리를 개발하고 여러 해명들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한다. 사과하는 방식이나 취하는 조치들도 해당 경영자의 눈치를 살피는 기반으로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어 버린다. 위기관리를 스스로 포기 해 버리는 것이다.

반면 보잉사는 이해관계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엄격했다. 윤리강령을 말하고 다니던 CEO가 윤리적이지 못했다면 이는 곧 자사 명성에 대한 큰 부담이자 위기 그 자체라 판단했다. 직원들로부터 “CEO는 그런 짓을 하면서 우리에게만 윤리강령을 적용하다니. 불공정한 것 아닌가?’하는 말을 듣기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다른 기업들 같이 기업 스스로 문제의 경영자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직원, 투자자, 거래처, 정부, 언론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더 경외했기에 가능했던 ‘읍참마속’의 위기관리였다.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 철학과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라 의미가 있다.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12월 10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7편] 나침반을 읽고 투명하게 결정했다, 한화 이글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있듯 오래 전부터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는 나침반이 있었다. 바다나 사막에서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시 기업에게도 나침반은 꼭 필요하다. 여론의 나침반을 읽는 체계를 만들어 놓은 기업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어렵고 혼돈스러운 시기. 여론을 읽어 성공했다. 한화 이글스 이야기다.

2014년 10월. 2012년부터 내리 3년 동안 정규시즌 꼴찌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응용 감독이 사퇴하면서 만년 꼴찌팀을 재건할 새로운 감독을 선임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한화 이글스는 팀을 잘 아는 코치 중에서 내부 승진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소위 ‘보살팬’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의 충성도 높은 팬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한화 이글스는 한화그룹과 함께 온라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그리고 오프라인 상에서 결집되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청취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가 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오프라인과 일부 언론에서는 ‘가짜 뉴스’가 떠돌았다. ‘대전 모 호텔에서 김성근 감독을 봤다’, ‘김성근 감독 지인이 대전에서 집을 알아봤다’, ‘김성근 감독이 김승연 한화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김성근 감독 영입에 대한 바람들이 기사화 되었다.

본사 앞에서 시작된 1인 시위에도 한화 이글스는 예의 주목 했다. 서울 한화 본사 앞에서 ‘한화 팬, 7년의 한. 회장님(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성근 감독 영입으로 풀어주세요’라고 적은 피켓을 든 1인 시위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에서는 다음 아고라의 인터넷 청원이 모니터링 되었다. ‘한화의 모든 팬들에게 바랍니다. 제10대 감독은 김성근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인터넷 청원은 김성근 감독 영입을 간절하게 주장했다. 댓글 게시판에는 수백 건의 찬성 의견들이 달렸다. SNS에서도 압도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도 한화 이글스 팬들의 희망을 담은 동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23일에는 한화 이글스 팬들이 유튜브에 ‘한화 이글스 10대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입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야구 관련 사이트,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이틀 만에 12만 뷰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한화 이글스는 그룹 차원의 모니터링팀과 내부적으로 팬심을 분석한 결과 김성근 감독이 가장 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견을 모았다. 이 보고를 받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결국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화 이글스를 재건하기 위해 김 감독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man-holding-compass

한화 이글스 사장과 단장이 25일 계약서를 들고 김 감독을 찾아갔다. 김 감독은 그 다음날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에 한화팬들은 환호했다. 구단주가 현장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전통인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의 영입 결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하기 보다 빠르고 깨끗하게 처리 해 팬들과 성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팬들 사이와 일부 보도에서는 김 회장이 직접 김 감독에게 영입 제안 전화까지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에 대해 엄청난 감사와 결정에 대한 팬들의 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그 또한 각각이 모니터링 되었다. 팬들의 여론을 모니터링 해 분석 후 의사결정에 정확하게 반영한 내부 체계와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몇몇 구단의 감독 선임 사례들과 비교하여 전문가들은 프로야구계에 팬들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구단 최고의사결정자들에 의해 결정되던 감독 인선이 팬들의 여론을 감안하게 되는 감독 인선 스타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일방향적인 의사결정에서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단과 팬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위기 시 많은 기업들은 전문가들에게 헤쳐나갈 길을 찾곤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얻어야 하는 하는 것은 해당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 여론의 내용과 방향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과 SNS 그리고 여러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여론분석에 많은 투자와 인력들을 투입한다. 구조적인 체계화를 통해 이를 일상화, 자동화, 신속화, 전문화 해 놓은 기업들도 많아졌다.

리스닝(듣기) 없이 위기를 올바로 관리해 성공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 여러 미디어 덕분에 더욱 가시적이고 세부적으로 여론을 읽을 수 있는 훌륭한 나침반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를 충분히 읽고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성공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12월 0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6편] 정확하고 풍부하게 소통했다, 애플 CEO 팀 쿡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꿀 먹은 벙어리라는 말이 있다.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매우 훌륭한 경영자이자 혁신가였다. 하지만, 중국 생산 업체의 노동 문제 등 일부 부정적 이슈에 대해서는 가끔 주저함을 보였다. 새로 부임한 팀 쿡은 이런 애플의 전통(?)을 정확하고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개선해 성공했다.

2010년 1월.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팍스콘 선전공장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최초 사고일인 1월 23일 이후 4개월만에 투신 12건을 포함, 모두 13건의 종업원 자살 기도가 이어져 1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해당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직원들의 연이은 자살을 초래 했다 보도 했다.

세계 언론들과 정부, 노동단체 그리고 소비자들은 생산 업체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애플의 입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고 초기 애플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같은 해 6월경에야 당시 CEO 스티브 잡스가 해당 이슈에 대해 첫 언급을 하기에 이르렀다. 잡스는 정보기술(IT) 업계 모임인 D8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개입해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앞서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팍스콘에 대해 “노동 착취업체가 아니다”라고 언급 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심각한 시각에 비해 이 메시지는 흐릿하고 팍스콘을 옹호하는 듯 한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 CEO에 오른 팀 쿡은 그 이듬 해 초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중국을 방문 한 팀 쿡은 팍스콘 공장을 몸소 찾아 근로 환경을 점검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전 CEO가 보여 주었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전세계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다. 팀 쿡은 같은 해 6월에는 이례적으로 투자자들 앞에 서서도 팍스콘을 둘러싼 논란과 자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10874-3330-141022-Cook_China-l

Photo Source : Here

이 행사에서 팀 쿡은 “납품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시설을 계속 감사하면서 문제를 찾고 해결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납품업체가 미성년자에게 작업을 맡기면 사업 관계를 끊겠다며 미성년자 고용이 드문 일이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애플의 최우선 순위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미국 등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모두 소중히 대할 것”이라며 그간 많은 의문과 논란을 일으켰던 애플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이 후 애플의 의뢰에 따라 노동환경 감시단체 ‘공정노동위원회’는 팍스콘의 중국 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 전문가들이 팍스콘 공장 근로자를 면접하는 등 종합적 감사를 벌였다. 이러한 애플의 정확한 입장 정리와 소통은 이미 팍스콘에서 여럿의 자살 소동이 났었던 2010년 당시 팀 쿡의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받은 바 컸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팀 쿡을 팍스콘 공장에 급파 해 노동환경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겼었던 것이다.

2010년 6월 명령을 받은 팀 쿡과 일행들은 팍스콘 공장을 방문해 카운슬러에 대한 교육 개선방법 등을 포함해 각종 조언들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팀 쿡 일행은 공장 직원 1천명 이상과 면담했으며 24시간 비상센터 개설 등을 포함해 팍스콘 공장의 대처조치 등에 대해서도 평가했었다. 팀 쿡은 애플 CEO가 된 후 이전에 목격했었던 팍스콘 공장의 근로 환경들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엄격한 원칙과 개선 방향들을 정확하게 정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은 꿀 먹은 벙어리로 남지 않게 되었으며 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주목했다.

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행태를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습성과 상당 부분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전략에 반하는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최고경영자가 ‘침묵’을 원한다면 기업은 그 어떤 이슈나 위기 속에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좀 더 확실한 정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기업도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행하는 이슈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 또는 최고의사결정자가 그대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2014년 8월 최근 발표를 보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조립공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벤젠, 노멀 헥산 등 두 가지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애플의 조치는 올 초 ‘차이나 노동 감시단(China Labor Watch)’과 미국 환경단체 ‘그린 아메리카’가 애플에 벤젠과 노멀 헥산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 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애플이 변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들과 결정들이 이전 보다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습성의 변화와도 큰 관련이 있어 이슈관리 관점에서 기업들은 주목해 볼만 하다.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11월 25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5편] 재발하는 위기의 싹을 잘랐다, CJ CGV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영화 상영관 의자에 진드기가 나온다고 언론이 보도 했다. 상영관들이 나름 청소 관리 한다고 했는데도 문제가 있단다. 자극적 보도 이후 점점 더 많은 지적들과 우려들이 생겨났다.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계속 엎드려 침묵 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 개선책을 제시 할 것인가 기로에 섰다. 이 때 침묵을 깨고 개선책을 만들어 떠든 회사가 있다. CJ CGV 이야기다.

2014년 3월 5일. 멀티플렉스 사업자 CJ CGV는 특이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내 대표 방제기업인 ‘세스코’와 함께 자사의 전체 영화관에 진드기 방제시스템을 도입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 회사는 갑작스럽게 진드기 방제시스템 도입 선언을 한 걸까? 그 이유는 일찍이 2013년부터 언론이 지적하기 시작한 상영관 실내 위생 논란에 뿌리는 둔다. 그간 보도들은 국내 멀티플렉스 여러 상연관내의 비위생적 환경들을 지적하면서, 가장 자극적 비주얼로 상영관 의자 시트에서 검출 된 진드기들을 보여주며 고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당시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대부분 “기존보다 청소 등을 더욱 강화하고 자주하겠다”는 메시지들을 언론에 전달하면서 대부분 로우 프로파일 했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래 봐야 뻔한데 이런 로우 프로파일 전략이 과연 효과적 위기 대응 방식인가에 대한 의문들이 생겨났다. 반대로 업계 일부에서는 ‘어차피 업계 공통 이슈인데 혼자 나서 하이 프로파일 하면 더 큰 주목만 받을 뿐’이라며 다른 사업자들과 보조를 맞추는 게 현명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14년 새해가 되고 봄이 시작되면서 이 상영관 위생 이슈도 다시 새싹을 키웠다. 몇몇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전국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을 대상으로 ‘진드기 및 먼지’ 고발 취재를 다시 시작했다. 일부 상영관에서 실제로 취재진이 상영관 의자 먼지를 채취하는 활동들이 감지 되었다. 이 보고를 받은 CJ CGV는 내부 대응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업계 대표 회사가 이 이슈에 있어 반복적으로 언론의 비판에 끌려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한 대응은 아니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CJ CGV는 수 년 전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실내 공기질 인증’을 받아 이미 실내 공기 부문에서 친환경적 공간으로 인정받기도 했었지만, 당시 언론의 지적을 수용해 의자를 포함한 실내 위생에 더욱 더 가시적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결심 했다.

소비자들이 찜찜해 하는 ‘진드기’에 대한 방제 방안을 주로 고민했다. 그리고는 대표적 방제업체와 협업하기로 결정 했다. 직후 CJ CGV는 재빠르게 움직여 세스코와 협의해 전국 전체 극장에 순차적으로 진드기방제시스템을 적용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극장에 대해서는 세스코 인증마크를 붙일 것이라 발표 하게 된 것이다.

CJ CGV는 이와 함께 매 영화 종료 시 각종 이물질 제거, 매일 영업 종료 후 진공 청소 및 세부 기물 청결 관리, 연 4회 전문청소업체를 통한 특수 살균 세척 등 청소 프로세스 인력과 시간 투입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의 비위생적 실내 상황을 취재하고 있던 몇몇 TV 고발 프로그램은 당황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대표적 취재대상 중 하나가 방송 전 이렇게 강력한 개선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몰랐던 것이다. CJ CGV측에서는 개선안 발표 전 이미 사전에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해 취재진들과의 감정적 갈등 또한 최소화 했다.

TV 고발 프로그램은 CJ CGV외에 다른 멀티플렉스들에 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계속 이전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로우 프로파일 하고 있는 다른 일부 멀티플렉스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주목 하게 되었고, 각 사 비중을 달리 한 방송이 제작 방영 되었다.

CJ CGV의 이 케이스는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회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많은 기업들은 초기부터 가능한 방송내용에 노출되지 않으려 하고,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로 침묵하려 애쓴다. 고발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 스스로도 찜찜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발 프로그램 대응에 가장 유효한 전략은 빠르게 가시적 개선책을 만들어 핵심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해 버리는 전략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해당 개선책에 대해 취재진에게 충분하게 설명하고 ‘개선의 공(功)’을 프로그램측에 돌려주는 것이다. 취재하는 측과 취재 당하는 측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윈윈(win win)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head-in-the-sand

문제는 가시적 개선책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기업들이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어가면 개선에 들어갈 많은 노력과 재무적 부담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 주판알을 튕기기 때문이다. 고객들을 위해 스스로 미리 개선 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이지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 때 재빨리 개선해 언론 및 고객들과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기관리다. 둘 다 마다하고 침묵하며 언론을 피하기만 해서는 위기가 근본적으로 관리 될 가능성은 영원히 없다.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11월 20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4편] 거대 신문을 단박에 없애 성공했다, 루퍼트 머독 회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도 그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 누구는 다른 신문들도 다 그러는데 홀로 극약처방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사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사과광고 하단에 싸인 하면서 치욕을 삼켰다. 중대한 실수에 맞서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경쟁사들 그리고 독자들과 국민들을 한꺼번에 놀래 켜 성공했다.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이야기다.

2011년 7월 4일. 영국의 가디언의 보도를 따라 텔레그래프, BBC 등에서 집중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이 보도는 9년전 당시 신문사의 요청을 받고 죽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했었던 한 사설 탐정의 경찰 진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에 뉴스코프 계열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News of the World, NoW)’가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그 동안 유명배우, 스포츠맨, 정치인은 물론 영국왕실까지 휴대폰해킹을 통해 쇼킹한 뉴스를 파헤쳐 온 혐의도 받게 되었다. 이 신문사 전 편집인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영국은 물론 전세계가 언론의 해킹 및 도청 취재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캐머런 총리는 이틀 후 이 이슈에 대한 정식 조사를 지시했다.

뉴스코프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만일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인 것이고 회사가 갈 곳이 없다”는 성명서로 심경을 토로했다. 긴급히 영국에 도착한 루퍼트 머독 회장은 사내 대책회의를 열었다.

머독 회장은 즉각 문제를 일으킨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 신문은 168년의 역사를 자랑했었고 구독부수는 최소부수만으로 한국 최대 신문의 부수의 2배에 달하는 260만부를 넘지만 머독 회장은 폐간을 명령한 것이다.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직원들도 동시에 모두 해임되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10일 “감사 드리며 작별을 고한다(THANK YOU & GOODBYE)”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1면에 내건 마지막 호를 발행하고 168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The-final-edition-of-the--007

7월 15일. 머독 회장은 자신의 사인이 담긴 사과 광고를 영국의 7개 일간지에 게재했다. ‘미안합니다(We are sorry)’로 제목 붙여진 이 사과광고에서 머독 회장은 “그간 잘못됐던 것들을 바로잡겠습니다(Putting right what’s gone wrong.)”라고 약속하며 싸인 했다.

0716-murdoch-us-connections.jpg_full_600

또한 머독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이 소유한 다우존스 CEO 레스 힌튼을 전격 해임했다. 힌튼은 ‘뉴스오브더월드’의 영국 내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을 역임했으며, 머독이 뉴스인터내셔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다우존스 CEO를 맡았었다. 그는 파문 초기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와 함께 머독 회장이 딸처럼 아끼던 뉴스인터내셔널의 CEO 레베카 브룩스도 이날 해임시켰다. 브룩스는 2000년부터 4년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는 당시 이러한 언론의 불법, 탈법 행태가 그리 생소한 논란은 아니었다. 이미 2011년 이전에도 본격적 경찰조사가 두 번이나 있었다. 당시 30여 언론기관들이 사설 정보원이라는 루트를 통해 정보를 사서 기사에 사용했음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이나 사법당국도 이를 부도덕하다고 느끼거나 사법 처리로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도 머독 회장은 갑작스럽게 경쟁 언론인 가디언스에 의해 제기 된 ‘미스터리 한’논란에 더 이상은 말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어난 우파와 중도좌파간의 알력에 해당 이슈가 끼어 들어가는 것을 극약처방으로 방어 하려 했다. 자신이 의회에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위기관리 조치들을 챙겨 행하므로 해당 이슈와 자신의 연결 고리를 잘라 버렸다.

우리나라의 언론 기업들을 한번 돌아보자.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정정보도 등으로 단순 사과하는 언론은 많지만, 자신들의 실수와 책임을 인정 하고 그 수위에 따른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하는 언론들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168년의 역사에 260만부를 발행하는 잘나가는 신문이라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충격적 교훈이 우리에겐 그리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루퍼트 머독 회장은 이후 하원 청문회에 나가 증언 했던 순간을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의 중대한 실수에 사과하기 위한 광고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을 하는 순간도 그는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관행 화 된 실수에 안주 했었던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기자와 제작진들도 마지막 폐간호를 마감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경쟁사 언론들도 그렇고 ‘뉴스오브더월드’의 700만이 넘는 구독자들과 영국 국민들 모두 머독 회장의 치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번 이러한 압도적인 조치만이 중대한 위기를 관리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11월 12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3편] 일간지 기고문 사표에 사내 메모로 대응, 골드만삭스

 

기업 임원이 일간지에 사표(?)를 냈다. 개인이 기고문을 통해 회사를 욕 하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퇴직을 발표한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어이없는 기고문을 접한다면 어떤 대응들을 할까? 이 와중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를 빨리 생각해 낸 기업이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해 지지를 이끌어 냈다. 지적 받은 일부 문제는 자신 스스로를 바꾸어 개선에 나섰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이야기다.

2012년 3월 14일 아침. 뉴욕타임스(NYT)에는 이상한 기고문이 하나 실렸다.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증권회사 골드만삭스의 그렉 스미스라는 이사가 보낸 기고문이었다. 이 임원은 놀랍게도 이 기고문에서 고객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부도덕한 골드만삭스 문화를 고발했다.

골드만삭스에서 12년간 일한 그는 이날 회사를 떠나면서 일간지에 회사의 내부 실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고객과의 명예와 믿음을 중시하는 143년간의 골드만삭스 문화는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오직 고객을 이용만 하는 ‘악독하고 파괴적인’문화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leaving Goldman (1)

이 기고문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에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었다. 골드만삭스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과 동종업계 기업들에게 까지 널리 회자가 되며 언론으로부터 집중적 관심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가만히 있지 않고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고객이 성공해야만 회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며 골드만삭스는 이런 원칙하에 경영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이 기고문을 즉각 반박했다.

같은 날 바로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C. Blankfein) 골드만삭스 회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메모를 배포했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오늘 자 뉴욕타임즈 기고문에 대한 우리의 답변(Our Response to Today’s New York Times Op-Ed)’라는 제목의 내부 메모를 통해 “우리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은 전직 직원이 쓴 주장을 읽고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주장이 자사 골드만삭스 3만여 직원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반영 할 수도 없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기존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원 서베이 결과를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뉴욕타임즈 기고문 주장에 대해 반론을 폈다. 전직원의 85퍼센트가 회사 자체와 회사가 일 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고객들의 89퍼센트가 골드만삭스가 그들을 위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고객 서베이 결과도 언급했다. 그는 “이 긍정적 답변 비율은 오늘 자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쓴 전직 임원과 비슷한 직급인 사내 1만 2천명 부사장들의 긍정적 의견 비율과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골드만삭스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주 심각하고 근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좀더 소통을 강화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약속했다. 이 내부 메모는 자연스럽게 언론에서도 주목을 했고, 주주들과 고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공유가 되었다.

이후 블랭크페인 회장은 180도 태도를 바꾸었다. 고고하게 어깨에 힘을 주던 월가 CEO의 모습을 싹 빼버렸다. 이전에는 거의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비밀주의를 지키던 블랭크페인 회장이 대외 활동을 강화하면서 언론과의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게 변화 한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즈 기고문 파동 직후부터 CNBC, 블룸버그 등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확대하고 골드만삭스의 홍보맨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각종 포럼, 컨퍼런스 등에도 얼굴을 적극적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논란 이후 땅에 떨어진 회사의 평판 개선을 위해 그 동안 비판을 받아 왔던 실적위주의 임직원 성과보상 시스템도 확 바꿔버렸다.

자사 핵심 임원이 유력지에 기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는 이슈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충격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충격에 대응 해 골드만삭스는 숨거나 침묵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경영진은 정신을 차리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서 ‘기업 평판은 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다시 기억했다. 이들을 향한 내부 메모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직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베이 결과들을 적극 인용해 퇴직 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개 해프닝에 대한 대응과 논리적 반박에만 위기관리를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회장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기자를 연이어 만나고 밖으로 나가 연설 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위기관리 전략은 그 대부분이 회장 스스로 자사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 핵심 타겟은 일관되게 임직원들이었다. 위기 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리더십이다. 이런 리더십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한다.

 

[참고] 골드만삭스 경영진의 내부 메모

March 14, 2012
Our Response to Today’s New York Times Op-Ed
By now, many of you have read the submission in today’s New York Times by a former employee of the firm. Needless to say, we were disappointed to read the assertions made by this individual that do not reflect our values, our culture and how the vast majority of people at Goldman Sachs think about the firm and the work it does on behalf of our clients.

In a company of our size, it is not shocking that some people could feel disgruntled. But that does not and should not represent our firm of more than 30,000 people. Everyone is entitled to his or her opinion. But, it is unfortunate that an individual opinion about Goldman Sachs is amplified in a newspaper and speaks louder than the regular, detailed and intensive feedback you have provided the firm and independent, public surveys of workplace environments.

While I expect you find the words you read today foreign from your own day-to-day experiences, we wanted to remind you what we, as a firm – individually and collectively – think about Goldman Sachs and our client-driven culture.

First, 85 percent of the firm responded to our recent People Survey, which provides the most detailed and comprehensive review to determine how our people feel about Goldman Sachs and the work they do.

And, what do our people think about how we interact with our clients? Across the firm at all levels, 89 percent of you said that that the firm provides exceptional service to them. For the group of nearly 12,000 vice presidents, of which the author of today’s commentary was, that number was similarly high.

Anyone who feels otherwise has available to him or her a mechanism for anonymously expressing their concerns. We are not aware that the writer of the opinion piece expressed misgivings through this avenue, however, if an individual expresses issues, we examine them carefully and we will be doing so in this case.

Our firm has had its share of challenges during and after the financial crisis, but your pride in Goldman Sachs is clear. You’ve not only told us, you have told external surveys.

Just two weeks ago, Goldman Sachs was named one of the best places to work in the United Kingdom, where this employee resides. The firm was the highest placed financial services company for the third consecutive year and was the only one in its peer group to make the top 25.

We are far from perfect, but where the firm has seen a problem, we’ve responded to it seriously and substantively. And we have demonstrated that fact.

It is unfortunate that all of you who worked so hard through a difficult environment over the last few years now have to respond to this. But, our response is best demonstrated in how we really work with and help our clients through our commitment to their long-term interests. That priority has distinguished us in the past, through the financial crisis and today.

Thank you.

Lloyd C. Blankfein
Gary D. Cohn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10월 252014 0 Responses

[이데일리 칼럼] 식품회사의 ‘일구이언'(一口二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신선하다. 순수하다. 건강을 책임진다. 영양분을 골고루. 고품질의 재료. 유기농. 안심하실 수 있는. (나쁜) OO성분을 뺀’ 식품회사들이 평상시 반복 강조하고 있는 메시지들이다.소비자들은 식품회사들을 신뢰하고, 우리 몸을 챙겨주는 든든한 의사 선생님으로 생각한다. 대형 마트에서 대기업 식품에 소비자의 손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기대도 나날이 높아진다.

100만개 제품 중 결함 발생 수가 3.4개 이하로 관리된다면 이를 ‘식스시그마’라 부르며 우수한 품질관리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미 많은 식품회사들은 이를 상회하는 품질 관리 수준을 자랑한다.

식품 회사에서 오랫동안 생산품질관리를 하고 은퇴한 전직 임원은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식품회사들의 생산 위생 수준은 국제 수준에 못 미쳤다”고 회상했다. 우리 식품회사들의 생산 품질과 위생 수준은 지난 수십여 년간 괄목 할 만큼 성장했고 이런 수준 향상이 식품회사들의 확신 있는 메시지의 배경이라고 볼 수 있겠다.

평소 각종 논란이 있는 성분은 모두 빼내는 ‘마이너스’ 마케팅을 하고 있는 곳도 식품회사들이다. 새로운 건강 염려증을 만드는 부작용까지 낳을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위기 시에 목격된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단체나 규제기관이 유해성분을 지적했을 때, 일부 기존 생산 관행이 밝혀 졌을 때다. 이 사실이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 식품회사들은 평소 강조했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논란에 처한 식품회사들의 해명을 보면 이런 표현들이 눈에 띈다. ‘기준치 이하, OOO 음성 판정, 관행적 생산 방식, OOO 포함됐지만 인체에는 무해, OOO은 자연상태에서도 존재, 지나친 우려’

평소에는 의사 선생님 같이 세세히 보살피며 커뮤니케이션 하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국에서 머리카락을 손으로 건져 내며) 그냥 먹어!” 소리치는 성난 엄마 같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꼴이다.

왜 이렇게 일구이언 하는 식품회사들이 생겨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러한 말 바꾸기는 위기관리 시스템 중 ‘취약성 진단 및 개선’이 미비한 회사들에서 목격된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메시지를 전달 하는 데는 열중하면서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혹시 우리 메시지가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내부 요인들이 존재하는가?’를 정기적으로 살펴 진단,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위기가 발생하면 기존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번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식품회사 내에도 두 가지 다른 입장들이 존재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 밖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안심’ 메시지가 생산품질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는 매우 불안한 메시지 일 수 있다. 반대로 그런 불안감을 제기하는 생산품질 담당 부서가 마케팅 부서 관점에서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취약성을 진단 개선해 내부의 실제적 눈높이를 서로 지속적으로 맞춰 나가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밖으로도 평시 메시지와 위기 시 메시지간 일관성이 생긴다. 항상 일관된 철학과 메시지를 반복 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업이 선진 기업이다. 때때로 낯설게 굴면 소비자들에겐 얼마나 충격이겠나?

# # #
10월 22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0편] 회장의 수치감으로 위기를 관리했다, KT

정용민 스트래지샐러드 대표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 어떻게 보면 위기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하지만 그들 중 약속했던 정확한 수준과 의미의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실행하는 기업들은 드물어 보인다. 위기 직후 고개를 숙이며 ‘수치스럽다’한 기업 회장이 있다. 이 기업은 이 수치스러움을 적극적 실행으로 연결했다. KT의 이야기다.

2014년 3월 6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KT 홈페이지를 해킹,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휴대전화 개통·판매 영업에 사용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문해커 2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KT의 고객 정보 1200만건이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KT는 지난 2012년에도 전산시스템 해킹을 통해 고객정보 870만건이 유출된 바 있었다. 유사한 정보보안 위기가 1년 8개월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황창규 회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부임 후 아직 기자들에게 정식 인사도 하지 못한 회장에게 너무나 부담이 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인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는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12년 정보보안 사고 때는 사고 발생 후 10여일이 지난 후에야 가능했던 사과 기자회견이 이번에는 하루 만에 신속하게 개최되었다. 기자들은 지난 기자회견 때 당시 KT 회장 대신 사장이 사과한 것을 기억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KT 최고기술책임자인 부사장이 나와 사과 할 것이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는 황창규 신임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황 회장은 “2차례에 걸쳐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IT전문기업인 KT로써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3번 가량 고개를 숙였다.

황 회장은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력하게 책임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보안 시스템에 대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 빠른 시간 내 혁신할” 것이라며 “과거 잘못은 철저하게 매듭 지겠다”고 약속했다. 황 회장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강한 어조에 기자들은 놀랐다.

그로부터 3일 후. 황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 이메일에서도 황 회장은 “2년 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이후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임직원들을 질타했다.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일 위기의 재발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내부적으로 정보보안 체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5개월 후 KT는 더욱 강화된 고객정보보안 체계를 발표했다. 통신업계 최초로 사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Chief Information Officer)에서 분리해 정보보안단을 신설했다. 또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직급을 기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했다.

이와 함께 보안 전문가인 신수정 전 인포섹 대표를 정보보안단장(전무)으로 영입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및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Chief Privacy Officer) 직책을 맡겼다.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정보보안 실행력의 강화를 위해 정보보안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는 의미다. 위기 발생 후 황 회장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과 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그대로 실행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재발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는 기업이 많은 이유는 딱 한가지다.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해당 기업이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개선과 재발방지는 구조적 변화를 전제로 한다. 기업들이 위기가 발생하게 된 그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기 때문 비슷한 위기는 자꾸 반복 발생한다.

반대로 일부 동일 또는 유사한 위기를 더 이상 겪지 않거나, 미리 방지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공히 존재한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동일 또는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내부에 이런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겠다.

KT의 황창규 회장은 고개를 숙이면서 스스로 ‘수치스럽다’ 했다. 임직원들에게도 ‘어영부영 하는 행동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일갈했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곧 위기를 관리했다. 이 강력한 의지로 약속을 정확하게 실행 했다. 큰 위기가 발생했을 때 뒤로 숨는 최고의사결정자들과는 다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실행이었다.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9월 262014 0 Responses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1-4편

오늘부터 기업들과 조직들을 이끄는 CEO 및 임원분들과 미디어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눈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정리 해 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들이라서 향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들간에 토론의 주제도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지] 어떤 내용에서도 해당 회사와 개인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개인과 사업 그리고 상황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1편

CEO에게 이런 조언 “심각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홍보실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몰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홍보실이 충분한 정보를 구하지 못해 애드립으로 상황을 모면하게 놓아두지 마세요”

어떤 CEO들은 이렇게 반응 “근데 홍보실이 좀 몰라야 위험한 정보가 기자에게 새 나가지 않는 것 같아요. OO그룹이 보통 그런 전략을 쓰던데…홍보쪽에서 아주 모르니 그냥 어중간하게 상황을 넘기곤 하는거죠”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2편

임원께서 질문 “우리회사는 현장 업무들이 많은데요. 기자가 낌새를 눈치 챘는지 사이트에 와서 뭘 좀 확인하자 했는데…이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대로 팍 드러나 버린 겁니다. 문제가 바로 드러난 거죠. 그런 순간에는 어찌해야 할까요? 찍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변명도 안되고…”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3편

지역 공장장이신 임원이 질문 “지금까지 미디어트레이닝 세션에서 저에게 가이드 주신 부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근데 고민이 있어요. 저희 공장이 있는 지역에는 각종 지역지들이 있습니다. 특히 환경관련 신문들이 아주 골치 아픈데요. 그 친구들은 항상 공장에 와서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몇 장 던지고 기사 나간다고 알려주고 돌아 갑니다. 이 기자들에게는 지금까지 알려주신 핵심 메시지나, 대응 전략이나, 논리화와 근거 준비 등이 통하지 않아요.

광고비와 협찬비를 뜯기 위해서 부정적 취재를 하는 골치 아픈 일부 지역 언론들에 대한 대응 전략이나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지 좀 조언을 부탁합니다. 죽겠어요…”

 

미디어트레이닝 현장 딜레마 4편

한 임원께서 미디어트레이닝 중 질문 “제 지난 경험인데요. 지금 기자에게는 핵심메시지를 반복하라 하시니까 생각이 나서요. 예전에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어디서 알았는지 어떤 사실을 제게 확인 요청을 하더군요. 근데 그게 그때 나가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그런 이슈였어요. 그래서 모른다…그런 일 없다. 말도 안 된다 딱 잡아 땠죠. 자꾸 기자가 물어봐서 저도 반복적으로 그렇게 계속 강조 했어요. 근데 그게 한 일주일 지나서 바로 공식 릴리즈가 된 거야. 홍보실에서 한 거죠. 참 난처 하더라고요. 그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막 화를 내고 섭섭하다 하던데…이런 경우에는 어떡해야 하나요? 그냥 처음부터 노코멘트하고 침묵해야 하나? 사실을 이야기하고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해야 하나?”

 

[계속]

8월 182014 0 Responses

[원칙이 빠져있는 사과문들] 우리에게 과연 원칙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2014081700861_0

Souce: 남경필 경기지사 페이스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남경필 경기지사의 사과문을 분석해 보자. 남 지사 자신에게 해당 이슈의 핵심은 명문 정치가의 자제인 자신이 정치 리더로서 자식을 어떻게 평소 가르쳐 왔는지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자식의 불찰을 부모가 대신 사과하거나,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사과하는 일반적인 아버지의 사과하고는 그 핵심이나 의미가 분명 달라야 한다.

셀러브리티를 기업으로 대입할 수도 있지만, 기업들도 사과하는 방식은 대부분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많은 셀러브리티들이나 기업들이나 한결같이 사과를 할 때 원칙을 잘 강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선 사과를 하고 본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사과를 할 때 자신이 무슨 잘 못을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define)’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핵심이 빠져있는 사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스스로 핵심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밖에 보기 힘들다.

남 지사가 해당 이슈에 있어서 정확하게 책임을 느끼고 사과를 해야 하는 부분은 ” 사회지도층의 한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점” 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국민들이 정치 지도자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수신제가 하지 못한 일반 아버지의 사과가 아니라 해당 명망있는 정치인이 평소 자식들에게 어떤 원칙을 가르쳤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는 향후 정치 리더십과도 관련된 이야기라 아주 중요하고 궁금한 대목이다.

“저는 제 자식들에게 항상 주변사람들을 존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들에게 상냥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선후배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고 가르쳤습니다. 알량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겸손하라 가르쳤습니다.” 이런 어떤 원칙을 사과문에 확실하게 언급했었어야 했다. 정치인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아들은 이런 가르침에 반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는 분명한 잘못입니다. 따라서 이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는 원칙과 반칙에 대한 지적 그리고 그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사과가 정치인에게는 더욱 어울리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선과정에서 아들의 실언으로 사과를 한 정몽준 후보의 사과문도 똑같다. 원칙이 강조되지 못했다.

 

2014042201002374900153891

 

Source: 정몽준 후보 홈페이지

이 메시지를 보면 정치지도자로서의 사과 메시지라고 보기 보다는 그냥 일반 옆집 아버지의 사과와 유사한 스타일이다. 메시지에서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남지사와 유사한 메시지를 했는데, 그 ‘가르치지 못했던 가르침’이라는 것이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었었던 것이다.

그 가르침이라는 것이 “국민적 비극에 대해서는 항상 공감하라” 였는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을 하지 말라”였는지 “선거기간 같이 민감한 기간에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는지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그냥 “가르치지 못했다”는 메시지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원칙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표현은 아니었다.

 

기업들의 사과문에서도 원칙의 언급 부재는 자주 목격된다. 일부에서는 원칙이 없었기 때문에 언급할 것도 없었던 것이 아니냐 하는 반응까지 나온다. 사실 기업들은 그렇지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임직원의 일탈행위나 위법적인 행위로 기업이 사과를 할 때도 그렇다. “우리 OO사는 임직원들에게 모든 사업상 활동들에 있어 그 각각이 합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OOO사례는 지금까지 우리가 강조해 왔던 원칙을 위반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적인 판단과 처벌을 요청합니다. 다시는 이런 임직원들의 불법적 행위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____________부분에 대한 가르침들을 더욱 더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와 같은 원칙 강조 사과 보다는…

 

“이번 OOO사례에 대하여 저희 임직원 일동은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___________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하는 사과 형식을 택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과연 당신 기업의 원칙은 뭐야?하는 궁금증이 들게 마련이다.

 

외국 셀러브리티 및 기업들의 사과 방식을 보자. 이들이 어떤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지 세세하게 살펴보자.

 

article-2015013-0D077C3B00000578-414_634x634

 

루퍼트 머독의 사과문이다. 케이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사과문을 읽으면 어떤 논란으로 인한 사과인지, 그리고 We로 표현된 루퍼트 머독이 가지고 있던 원칙이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세세히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루퍼트 머독이 언급한 원칙은 “”Our business was founded on the idea that a free and open press should be positive force in society. We need to live up to this.” 이 부분이다. 이 부분이 강조되지 않았었다면 이 사과문은 그냥 “우리는 아무 원칙 없이 일을 저지른 바보였어요”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홍콩 매장에서 인종차별적인 논란에 휩쌓였던 패션브랜드 돌체 가바나의 사과도 한번 보자.

 

272317

 

돌체 가바나의 사과에서 강조된 원칙을 찾아보자. “We strongly reject any racist or derogatory comments” 또한 “our company has not taken part any action aiming at offending the Hong Kong public” 부분을 보자. 한두문장이라도 자신들의 원칙들을 공유하며 사과하고 있다. 사과의 주제가 아주 명확하고, 그와 동시에 문제와 자사를 완전하게 분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도미노 피자 직원들의 비위생적인 행위가 유투브에 올려진 뒤 행해진 도미노 피자 CEO의 사과를 들어봐도 그들의 위생원칙과 소비자 신뢰에 대한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기업의 원칙 강조 사례 : 대한생명

 

대한생명

 

원칙 부분: “이번 사안은 한화그룹의 정신인 신용과 의리, 핵심가치인 도전, 헌신, 정도에 반하는 것으로”

 

또 다른 원칙 강조 케이스:

<2012년 영화배우 송혜교에 대한 세무조사 및 추징세액 납부와 관련하여> 제하의 사과문에서 5번과 6번 항목을 통해 배우 자신이 강조할 원칙을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2012년 영화배우 송혜교에 대한 세무조사 및 추징세액 납부와 관련하여>

법무법인 더 펌(대표변호사 정철승)은 송혜교의 법률 대리인의 입장에서, 대리인과 관련하여 2012년 종료된 세무조사 건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혀 드립니다.

우선 2년 전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입장표명이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사실 관계>

1. 송혜교는 2012년 8월 30일, 2009~2011년 과세분에 대한 비용처리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서울지방국세청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2. 이에 따라, 송혜교는 2012년 8월 30일부터 2012년 10월 8일까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개인사업자 통합 세액에 대한 신고 내용의 적정성‘에 대하여, 당시 송혜교의 세무관련 업무 처리 및 기장을 대리했던 T회계법인의 C사무장을 통하여 조사를 받았습니다.

3. 2012년 10월 11일 국세청으로부터 ‘그간의 세무 기장에 문제가 있으며, 기장된 자료와 증빙을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2008년~2011년 귀속 소득에 대한 무증빙 비용에 대하여 소득세를 추징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4. 이에 송혜교는 2011년도 수입에 대해서는 소득율 95.48%(연간수입액 중 과세가 제외되는 비용이 4.52%밖에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 2012년 수입에 대해서는 소득율 88.58%로 산정된 소득세 및 지연 납세에 따른 가산세 등 약 31억원을 2012년 10월 15일자로 전액 납부하였습니다.

5. 위 4의 소득세율은 일반적인 서울지방국세청 추계소득율 56.1%에 비하여 매우 높게 책정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혜교는 과거 세무기장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한 책임감으로 아무 이의제기 없이 추징금과 벌금을 포함한 제 금원을 납부했습니다. 이어 세무기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T회계법인과 C사무장을 해촉하고 새로운 세무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으로 당 세무조사 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6. 한편, 2014년 4월 경 송혜교는 서울강남세무서로부터 ‘감사원의 지적으로 송혜교의 2008년도 귀속분에 대하여 추가징수를 해야한다’ 는 내용을 통보받았습니다.

7. 이에 송혜교는 새로 선임된 세무대리인을 통하여 2014년 소득세를 납부하면서, 2008년도 귀속분에 대하여도 추징금과 세금을 포함하여 통보받은 세금 약 7억원을 전액 납부 완료했습니다.

<해당 세무조사에 대한 송혜교의 입장>

1. 여느 납세자들과 마찬가지로, 송혜교는 세무 관련된 일체의 업무 및 기장 대리를 세무법인에 위임하여 처리하여 왔습니다.

2. 송혜교는 2012년 국세청으로부터 ‘비용에 대한 증빙이 적절치 못하여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기 전까지 세무대리인에 의하여 부실한 신고가 계속되어 왔던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3. 통상적인 연예인의 연간 수입 대비 과세대상 소득율은 56.1%인데, 당 세무조사를 통하여 송혜교는 세무신고를 대리하는 세무사 직원의 업무상 잘못으로 통상적인 소득세의 2배 가까운 중과세와 가산세까지 납부하였습니다.

4. 이처럼 소속 직원의 업무태만을 감독하지 못하여 의뢰인에게 큰 피해를 발생시킨 담당 세무사(T회계법인 P회계사)는 현재 기획재정부의 세무사징계절차에 회부된 상태로 알고있으며, 송혜교는 세무조사 직후 담당 세무사를 해임하였고, 담당 세무사 및 소속 회계법인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5. 비록 세무 대리인을 선임하여 일체의 업무를 위임하였더라도 모든 최종 책임은 납세자 본인에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6. 대중의 주목을 받는 배우로서 세금과 관련해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7. 송혜교는 비록 2년 전에 세무조사를 통하여 부가된 추징세금 및 가산세를 모두 납부하였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세무처리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8. 다시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Souce: http://www.huffingtonpost.kr/2014/08/19/story_n_5690328.html

****************************

결론 : 원칙을 강조하지 않은 이유가 원칙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냐, 아니면 원칙을 강조하는 법을 몰라서였느냐 하는 가름 보다는 좀더 전략적인 사과에 있어 실제로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작용하는 가에 대한 고민들이 좀 있었으면 한다. 특히 셀러브리티나 기업들과 같이 사회적 책임이 큰 주체들의 사과에서는 이 원칙의 중요성이 항상 강조되었으면 한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공적 사과라는 의미를 잘 받아 들였으면 한다.

 

관련 포스팅: 우선 회사의 원칙을 말하라 : MBC의 연평도 술회식 논란

관련 포스팅: [정용민의 위기관리] 대한생명의 사과광고, 원칙을 강조하는 멋진 샘플

1 2 3 4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