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2014 0 Responses

[이데일리 칼럼] 식품회사의 ‘일구이언'(一口二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신선하다. 순수하다. 건강을 책임진다. 영양분을 골고루. 고품질의 재료. 유기농. 안심하실 수 있는. (나쁜) OO성분을 뺀’ 식품회사들이 평상시 반복 강조하고 있는 메시지들이다.소비자들은 식품회사들을 신뢰하고, 우리 몸을 챙겨주는 든든한 의사 선생님으로 생각한다. 대형 마트에서 대기업 식품에 소비자의 손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기대도 나날이 높아진다.

100만개 제품 중 결함 발생 수가 3.4개 이하로 관리된다면 이를 ‘식스시그마’라 부르며 우수한 품질관리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미 많은 식품회사들은 이를 상회하는 품질 관리 수준을 자랑한다.

식품 회사에서 오랫동안 생산품질관리를 하고 은퇴한 전직 임원은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식품회사들의 생산 위생 수준은 국제 수준에 못 미쳤다”고 회상했다. 우리 식품회사들의 생산 품질과 위생 수준은 지난 수십여 년간 괄목 할 만큼 성장했고 이런 수준 향상이 식품회사들의 확신 있는 메시지의 배경이라고 볼 수 있겠다.

평소 각종 논란이 있는 성분은 모두 빼내는 ‘마이너스’ 마케팅을 하고 있는 곳도 식품회사들이다. 새로운 건강 염려증을 만드는 부작용까지 낳을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위기 시에 목격된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단체나 규제기관이 유해성분을 지적했을 때, 일부 기존 생산 관행이 밝혀 졌을 때다. 이 사실이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 식품회사들은 평소 강조했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논란에 처한 식품회사들의 해명을 보면 이런 표현들이 눈에 띈다. ‘기준치 이하, OOO 음성 판정, 관행적 생산 방식, OOO 포함됐지만 인체에는 무해, OOO은 자연상태에서도 존재, 지나친 우려’

평소에는 의사 선생님 같이 세세히 보살피며 커뮤니케이션 하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국에서 머리카락을 손으로 건져 내며) 그냥 먹어!” 소리치는 성난 엄마 같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꼴이다.

왜 이렇게 일구이언 하는 식품회사들이 생겨날까?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러한 말 바꾸기는 위기관리 시스템 중 ‘취약성 진단 및 개선’이 미비한 회사들에서 목격된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메시지를 전달 하는 데는 열중하면서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혹시 우리 메시지가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내부 요인들이 존재하는가?’를 정기적으로 살펴 진단,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위기가 발생하면 기존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번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식품회사 내에도 두 가지 다른 입장들이 존재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 밖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안심’ 메시지가 생산품질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는 매우 불안한 메시지 일 수 있다. 반대로 그런 불안감을 제기하는 생산품질 담당 부서가 마케팅 부서 관점에서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취약성을 진단 개선해 내부의 실제적 눈높이를 서로 지속적으로 맞춰 나가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밖으로도 평시 메시지와 위기 시 메시지간 일관성이 생긴다. 항상 일관된 철학과 메시지를 반복 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업이 선진 기업이다. 때때로 낯설게 굴면 소비자들에겐 얼마나 충격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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