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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미의 아침이 밝았다. 새벽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간단한 차림으로 호텔내를 걸었다. 어제 저녁과 야간에 걸친 파티 때문에 자세히 볼수 없었던 호텔내의 곳곳이 흥미롭다. 일본인들에게는 여기가 황혼여행 장소인 듯 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것들을 놓고 파는 모습도 일본이다.
일찍 정장을 차려입고 아침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몇몇 부지런한 기자들은 숙취에도 아랑곳 않고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메뉴는 벤또. 도시락이다. 몇몇 기자들은 골아 떨어졌나보다. 얼굴이 안보인다. 프론트에서 하나하나 컨펌콜을 한다. 주인을 만나지 못한 도시락을 세워보니 10여개. 모두 들고 버스에 올랐다. 완전 노가다다. 이번엔 벤또 딜리버리맨.
그래도 자기를 놓고 갈까봐 버스에 올라 졸고 있는 기자들. 식당에서 안보인 기자들의 무릎위에 도시락을 하나씩 놓아준다. 그냥 앞의 의자그물에 꼽아 놓는 기자. 젓가락을 부비며 꾸역꾸역 먹는 기자. 총 26명이다. 고.
오늘 코스는 타하라 플랜트 (공장) 견학이다. 나고야시 근교의 토요타 시티까지 가야한다. 이동시작. 역시 멀고 차는 막힌다. 가는길에 몇번 휴게소에 들렀다. 거기서 집사람과 아이에게 줄 일본과자박스를 샀다. 각 박스마다 모양과 맛 포장이 달라 골고루 사다보니 8박스. 수두룩 박스를 안고 버스에 오르니 또 몇몇 기자들은 힐끔힐끔 박스를 처다본다. 자기네들 선물이 혹시 아닌가 하는 눈치. ‘그냥 벤또나 까먹어…’
토요타 시티에 있는 토요타 본사에 들렀다.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치고는 소박하다. 꼭 군대의 사단 사령부 같은 분위기. 건물과 복도 공간들이 무척 낡았다. 토요타.
광장관계자들과의 기자간담회. 일본사람들 특히 토요타 사람들은 뭐 하나에도 항상 열심이다. 답답할 지경이다. 기자들은 토요타의 경쟁력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JIT(Just in Time)생산 관리나 신기술등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기자들은 이때 기사를 위해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추후에라도 토요타나 일본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에 대한 글을 쓸때 참고하려 하는 듯하다. 교육부나 건설담당 기자들로 땜빵 참석한 모 일간지 기자들은 코구멍을 후비고 있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오전시간은 지루한 질의와 응답으로 끝이났다. 모 일간지 기자는 더 알고픈게 있다는 표정으로 한 기술중역을 붙잡고 이야기를 한다. 꼭 저렇게 티를 내야하나. 다른 기자들이 쌩깐채 버스쪽으로 이동한다. 그는 맨 마지막 버스에 올랐다. 한국토요타 일본인 사장은 항상 “나리타 공항의 그 문제의 방송기자”만을 챙긴다. 그가 왔냐고 묻는다. 왔습니다. 오케이 다 왔군. 이런식이다.
타하라 공장으로 이동하면서 또 벤또를 먹는다. 기자들이 투덜대기 시작한다. “어이 소화안되” “김치없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또 말나온다. 그러나 어쩌랴. 시속 80km로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려 김치 사러 갈수도 없고.
타하라 공장에 도착. 울산 현대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기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울산보다 깨끗하고 시설이 기계화되어 있다고 한다. KBS 카메라가 시동을 건다. 공장 홍보담당자가 플랜트 내에서는 촬영이 안된다고 한다. 난감한 KBS. 내가 야외는 어떻냐고 했다. 야외는 괜찮단다. 오케이 그럼 인터뷰랑 몇개 밖에서 따지. 고.
공장 홍보담당자를 따라 기다랗게 줄을 서서 공장내부를 견학한다. 여러명의 홍보담당자들이 앞뒤에서 친절히 설명을 한다. 모든 것들이 기계로 움직인다. 사람들은 마지막 완제품의 표면 검사정도만 담당하고 그 완제품을 창고로 옮기는 운전을 하는게 전부다. 꼭 과자 공장처럼 처음 강판상태 부터 완제품의 렉서스가 한라인에서 움직인다. 몇십분에 한대의 LS430이 만들어 진다. 기자들이 놀란다. 어떤 기자들은 샘이난 모양이다. “일본놈들 이란..”
KBS 카메라가 타하라 공장 바로 옆 부두에 대어 놓은 수출용 대형 선박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따고 있다. 별내용은 아니다.
어는 덧 해가 진다. 오늘밤은 토요타시티의 닛꼬호텔이다. 이제 기자들은 숙박 프로세스에 능수능란하다. 호텔에 도착하면 내 앞에 줄을서고 키를 받아 자기방으로 향한다. 20분 후 식당에 집합이라고 외치는 나를 뒤로 한채.
저녁메뉴는 샤브샤브. 들어가는 호텔내 식당 메뉴판에 보니 1인당 5000엔이다. 센데. 하루종일 벤또에 지친 기자들이 샤브샤브고기를 대패밥 먹듯이 삼킨다. 나중에 보니 1인당 3인분씩은 먹은 셈이다. 끓어오르는 육스와 난무하는 고기들 그리고 야채들. 여지없이 그 식당의 김치는 동이난다. 사계와 양주병이 돈다. 기자들도 토요타 사람들도 기본좋게 취했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떠나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자는 분위기다.
기자들은 뭔가 아쉽다. 밤10시가 넘은 시간에 호텔 주변을 무리지어 떠돈다. 호텔내에 뭐든지 먹을수 있다고 하지만 배가 불러 못먹는다. 빛좋은 개살구다. 기자들이 갑자기 몰려간다. 뭔가 빠찡고장이다. 손창규 부장은 슬슬 꽁무니를 뺀다. 게임비를 줘야 할까봐 소심해서다. 나는 개인돈으로 20000엔을 잔돈으로 바꿨다. 기자들의 눈빛을 보고 조금씩 나누어 주련다. 기자들은 기껏해야 3000엔정도 바꾸어 빈약하게 베팅을 한다.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 프레스 투어시 기자들에게 현지용돈을 준다. 50만원정도일때도 있다. 토요타는 현금지급은 안된다. 엄격한 회계때문이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근데 토요타는 길을 찾지 않는다.
기자들이 금세 심드렁하다. 그렇지 가난한 기자들…나도 바꾸어 놓은 동전을 다시 지폐로 바꾸어 기자들과 함께 빠찡꼬를 나섰다. 마지막 밤이다.
에라 모르겠다 피곤에 지쳐서 내방으로 돌아 왔다. 야경이 좋다. 집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일본에는 몇번 왔었지만 항상 혼자다. 다음에는 집사람과 아이를 데리고 올 계획이다.
잠이들었다. 기자들이 신경쓰이지만 미리 한번 주변을 돌아본 결과 위험한 장소는 없다. 잘 놀아라 기자들.
한국에 전화를 걸어보니 기사들이 많이 났단다. 몇몇 기사가 나지 않은 매체들이 있는데 해당 기자에게 압력을 넣기로 했다. 어떻게든 풀어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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