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조금 큰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는데요. 하필 그 때가 주말 아침이었거든요. CEO께 보고 드리고 상황을 여기 저기 확인하고 하는 임원들이 여럿 엉키면서 서로 통화가 안 되는 거에요. 몇 시간 동안 계속 상대방들이 통화 중이더라고요. 그게 정말 더 큰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갑갑해지죠. 위기 발생 시 좀더 효과적인 보고 공유 방식은 없을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운(down)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1급 위기가 아니다.’ 여기에서 ‘다운(down)’이란 기계나 채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거나, 부하가 걸려 제 구실을 못한다는 거죠. 한번 생각해보세요. B2C 기업 대표님들은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제품에 어떤 큰 문제가 있어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면 그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요?
일단 대표 상담 전화에 불이 납니다. 갑자기 수천에서 수만 명의 고객들이 항의와 반품 등을 동시 요청하는 거죠.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은 어떻게 됩니까? 말 그대로 다운이 됩니다. 접속량 폭증으로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거죠.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건재할까요? 글쎄요.
홍보실을 비롯 영업 부서들의 전화는 어떻게 되나요? 말 그대로 불 난 호떡집이 되죠. 아마 주요 임원들과 CEO 개인 휴대전화에도 상당한 부하가 걸릴 겁니다. 그 중 상당수는 개인적 전화들로 ‘걱정된다’ ‘힘내라’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라’ 등 지인들로부터의 위로 전화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다운(down)현상 때문에 진짜 중요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일선 상황은 업데이트되어 보고 되어야 합니다. 매뉴얼에 따라 일선에서는 20-30분마다 팀장 보고를 합니다. 해당 팀장은 또 임원에게 보고 하는데 임원이 전화로 연결 안 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겁니다. 그 임원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다른 임원의 문의 전화에 답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끔 CEO의 급한 문의 전화에도 답을 하고요.
급하면 일선에서는 동시에 문자나 각종 메신저들을 통해서도 보고 기록을 남기죠. 한참 전화를 받다가 여러 전화를 놓치고, 뒤 늦게 메신저를 확인한 임원은 다시 해당 일선 팀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내용을 재 확인 하는 거죠. 시간은 더 지나 가고 상호간 통화는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CEO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죠. 여기 저기에서 산발적으로 정보는 올라오는데, A임원의 말이 다르고, B임원의 말이 다릅니다. C임원에게 크로스체킹을 하려 하니 통화는 안되고.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은 같은데 정확한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겁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현상입니다. 핵심은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지시된 대로 특정장소에 모든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체계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자그룹간에는 가능한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 하시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자리에 모이는 대응활동에 집중하시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그룹과 상황파악 정리 그룹간 기능을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현장 상황 보고를 받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통화 하는 임원들이 많아지면 대책회의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자리에 모인 의사결정그룹은 종합적인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역할 분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종합상황실을 통해 취합되는 정보는 의사결정그룹이 머무르는 워룸(위기대응센터, 비상대책실)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워룸에 공지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가장 업데이트된 동일한 정보를 ‘함께’ 얻고 의사결정 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호간 전화통화로 발을 동동 구르며 골든타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신속히 한자리에 모여 함께 듣고, 이야기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위기대응 방식입니다. 일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이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게 됩니다.
질문 주신 임원께서도 이미 한번 그런 난감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매뉴얼을 찾아 그에 따르는 훈련을 몇 번 더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신속하게 한자리에 모여 마주 앉는 것. 이것이 위기대응의 가장 첫 단계라는 생각을 반복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선에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 보고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다시 공유해 보십시오. 상황판을 만들고 상황을 정리하는 훈련도 필요하면 담당자들을 모아 진행하시면 좋습니다. 위기관리 체계 업무의 90%는 교육과 훈련입니다. 90%를 생략한 채 10%의 본능만 가지고 대응 하는 반복적인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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