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대비를 장담하는 임원은 다시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정말 완벽히 준비 되었다면 여러 구체적 질문들에 전사적인 답변들이 제대로 존재해야 한다. 기업에게 발생가능성이 높고, 위해성이 강한 주요 위기들에는 한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들이 일사불란하게 함께 대응 해야 한다. 이를 직접 확인해보자.
CEO가 위기에 민감해 임원들에게 자주 대비책을 질문한다. 임직원들 스스로도 위기요소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 한다. 중요 위기요소들에 대한 대비나 대응책들을 평소 마련 해 놓는다. 이런 기업문화는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기업문화다.
그러나 한가지 CEO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위기 대비에 있어서 모든 게 잘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위기에 민감해져 평소 대비 및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주요 임원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하나의 핵심 경쟁력으로 간주하게 된다. 즉, 많은 임원들이 서로 ‘완벽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이 선의의 것이고 실제 완벽을 향한 경쟁이라면 더욱 이상적이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위기요소들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들을 백화점식으로 세워 이를 자신과 자신 부서의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는 바람 직 하지 않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얕은 수준의 대비책을 여러 개 가지는 기업들을 오히려 취약하다고 평가한다.
위기요소를 진단할 때 그 기준은 ‘발생가능성’과 해당 위기의 ‘위해성’ 이 두 가지다.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아주 가시적인 위기를 뜻한다. 몇 주 내 닥쳐올 위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규제기관에서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들었다면 해당 위기의 발생가능성은 극대화 된다.
반면 ‘위해성’이란 실제 발생 시 해당 위기가 가져올 회사에 대한 부정적 임팩트를 의미한다. 매출의 급격 하락. 광고와 심지어 브랜드를 접어야 하는 상황. 소비자 소송으로 상당 금액이 법정비용과 배상비용으로 지출되는 상황. 회사의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이사회에서 CEO의 거취를 결정하는 상황 등과 같은 충격들이다. 이 임팩트들을 미리 예상해 보는 것이다.
CEO와 임직원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위기는 위와 같이 발생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위해성이 큰 위기들이다. 이에 대한 대비와 대응책들은 아주 완벽에 가깝고 심도 있게 잘 구조화 되어 있어야 한다. 심각한 위기 요소의 수는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수 개를 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중요 위기에는 전사적 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어느 한두 부서의 관리 시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에 대비와 대응책의 핵심이 있다.
한 임원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표님, OOO건 관련해서는 저희가 충분한 대비와 대응책들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해당 위기가 발생하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겠습니다.” CEO입장에서는 참 신뢰가 가고 믿음직한 이야기로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CEO는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O상무님, OOO건의 경우 법무부서쪽 역할이 중심이 되는 건가요? 대관쪽이나 홍보쪽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가요? 어떤 부서가 중심이 되는 게 맞나요?” 같은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 부분을 점검해 보는 게 좋다.
그러한 질문과 함께 보고하는 임원 외에 위기관리에 참여할 다른 유관 부서장에게 해당 위기의 대응책에 대한 구체적 질문도 해 봐야 한다. “O부문장, OOO건이 실제 발생하면 법무부문이 중심이 돼서 대응 한다 하는데, 여기에서 O부문장 부서의 역할은 주로 무엇이 될까요?” 이런 질문에 여러 임원들이 준비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명의 임원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있다”고 이야기해도 다른 임원들은 그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게 문제다. 함께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데 어느 한 명만 준비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전사적으로는 별반 의미가 없는 셈이다. 모든 임원들이 하나의 위기요소에 대해 “모든 게 다 잘 준비되었다”고 이야기해야 정상이다. 또한 준비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에 적절한 답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완벽하다 이야기하고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항상 재검증해 보자. 최근 고객정보유출관련 기업 위기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이 여러 부서들을 대상으로 평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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