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는 (단어 장난을 조금 가미하자면…)일단 시스템(System), 스피드(Speed), 공유(Share), 양방향 실행(Symmetric Execution)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식적이고 뻔한 가치와 원칙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항상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는 기업 문화와 철학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도전 또는 테스트라고 본다. 실무적으로 이런 테스트에 임하는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이 의미가 무엇인지 절실하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기업에서 한두 명이 개인적으로 처리 완료 할 수 있는 이슈가 있다면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이슈나 위기가 아니다)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없는 기업들의 증상들은 바로 이렇다. (다른 실무자 분들께서 실무적으로 추가할 insight가 있으면 언제든 추가 부탁 드립니다.)
평소의 기업 일반 증상들과 위기시 이상 증상들을 기반으로 정리해 봤다.
- 평소 실무자들과 이메일이나 전화 연결이 힘들다. 이메일 답변이 없거나 상당시간 지연되고, 전화 연결시 연결되는 확률이 상당히 저조하다.
- 평소 회의가 무리하게 많다. 그 시간대도 일반적인 비즈니스 시간대를 무시하면서 길다.
- 대부분 회의와 실행이 연결되지 않는다.
- 위기관리 담당자들의 출장이 잦고 길다.
- 위기관리 부서내 담당자들간에 바톤 돌리기가 성행한다.
- 각 부서간의 silo thinking이 대단하다. 정보공유는 물론 정치적으로 상호 견제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 평소에 이슈 예측이나 그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논의 기회가 없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 평소에 구축한 효율적인 위기 대응 자료 DB나 플랫폼들이 없거나 적다.
- 본사에서는 상당 부분 자신들이 컨트롤 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사나 지점에 대한 통제력이나 파악이 상당히 부실하다. (보고만 번지르르 해 본사를 행복하게 한다)
- 본사가 일선 인력들을 과신한다. 우리는 고품질의 인력들을 채용해 수준 높게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노력과 다른 실행들이 종종 벌어진다.
- 일부는 위기관리를 위해 본사에서 지시한 사항들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고, 부정적인 보고나 핑계(excuses)만 공유된다.
- 심지어 위기관리를 일선에서 실행할 인력들의 역량이 전무하다. 홍보팀의 경우를 들자면 극단적인 기사나 보도들에 대해 지시 받은 일선 대응 활동에 전혀 자신 없어 하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회의실에서만 머무른다. 대관이나 법무, CS 등도 매일반.
- CEO가 일선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100% 이해란 힘들겠지만, 일선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 CEO가 부재중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를 대체해 의사결정을 못한다.
- 외국기업의 경우 저 멀리 본사의 의사결정 없이 어떠한 초기대응 조차 제한되거나,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대응 및 실행 지시만 내리고, 그 결과와 후속조치에는 관심이 덜하다. 평소에도 지시만 있고 퍼포먼스 체크나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 일부 부서 또는 일부 직원에게만 위기관리 오너십을 부여한다. 당연히 해당 부서나 직원은 ‘밑질 수 밖에 없는 업무’에 불안해 하고 괴로워한다.
- 평소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아무런 임파워먼트도 주어지지 않는다.
- 평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형성, 조사 분석 활동이 부실하다.
- 대행사만 내세워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려 애쓴다.
- 위기관리 대응 보다는 사후 인적쇄신 또는 자아비판 풍토가 강하다.
- 실무자 및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의욕이나 관심이 없다. 왜 B2B기업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하고 묻는다.
- 위기관리 관련 예산이 아예 없거나, 비현실적이다.
[이상 포스팅은 2011년 포스팅]
2013년 추가
- 오너나 CEO가 사적인 방식들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 오너나 CEO 주변에 훈수를 두는 외부 분들이 많다. (심지어 사모님이나 아드님, 따님들이 훈수)
- 내부적으로 진언을 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상당히 터부시 하는 기업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 우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언론, 대정부, 대검찰, 대소셜미디어, 대NGO 대응 활동 전반)
- 위기 시 위기관리보다는 자기 부서가 무언가 했다는 사후 평가를 받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가시화를 시도한다.
-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들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이해하지 못 한 채 위기관리 실행을 지시한다.
- 위기 발생시 의사결정그룹내에서 미시적인 것들을 주로 논의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큰 흐름을 보지 못한다.
- 오너나 CEO의 위기관리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는 그분들이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임원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못한다.
-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리스닝하지 않는다. 일선에서는 리스닝하는데 의사결정그룹에 적절하게 보고되지 않는다.
- 반복적으로 경험을 하고도 매번 대응 준비라던가, 대응방식에 별반 나아짐이 없다.
- 내부적으로 누가(who) 어떤 위기를 관리하라 지명해 지시하기보다 그냥 다같이 하자고 한다.
- 위기관리에 실패 한 이후 컨트롤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 위기관리에 실패 한 이후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 실제 위기관리를 리드하셔야 하는 CEO께서 위기관리 트레이닝에 열외하신다.
- 자사 위기관리 후 평가에 있어 내부적으로 성공한 부분들을 주로 공유한다.
- 최고경영진과 일선 위기관리 실행 실무자들간에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판단 기준이 다르다.
- 똑같은 위기인데도 매번 의사결정 기준이 바뀐다.
임상 관찰과 컨설팅들을 통해 계속 추가 예정입니다. (last update in Jul, 2013)
2017년 추가
41. 대표이사에게 위기 상황을 보고를 위해, 일선에서는 PPT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42. 비싼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놓았는데, 대표이사 알현이 힘들다. 그냥 부서 임원하고 팀장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와 일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고영했는지도 대표이사가 모른다)
43. 대표이사부터 모든 임원들이 각자 자기가 아는 영향력자들에게 두서 없이 전화를 돌린다. (결과적으로 자사 위기를 홍보한다)
44. 평소에 갖추어 놓지 않고서 위기 때 급하게 만들어 무언가 할려고 한다. (말 앞에 카트를 맨다)
45. 오너나 대표이사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변호사를 고용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46. 오너나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쓴다. 갖가지 클리쉐가 충만하다. 종종 검찰수사나 일부 고객들에 맞서 싸우려 한다.
47. 사내에 아직도 언론 기사를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위임원들이 있다. 홍보팀 예산은 월 100만원이다.
48. 임원들이 심지어 포탈이나 소셜미디어도 장악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믿는다. 몇년전 국정원 사례를 든다. (3500명 댓글부대)
49. 일선에서는 10만원을 아껴보려고 고객들과 싸운다. 그러다 온갖 부정기사나 고발, 소송이 걸린다.
50.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만나면 ‘창구일원화’ 개념은 약 30초 정도 기억하고, 허심탄회하게 기자에게 은밀한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51. 대표이사가 혼자 모든 결정을 한다. 다른 부서 임원들이나 팀장들은 위기 시에도 그냥 대표이사의 메신저 지시만 기다린다.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
52. 법무나 대관과 협의 없이 홍보만 뛰어 다닌다.
53. 홍보임원이 위기대책 회의 때 바쁘게 기자를 만나러 다닌다. 대신 회의에는 팀장이나 다른 홍보실 직원들이 대리 참석한다. 대표이사나 다른 부서 임원들은 다 참석한다.
54. 로펌의 의견에만 충실하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한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그런 포지션 위험하다 해도, 대표이사께서 로펌을 믿으시니 그리 할 수 밖에 없다 한다.
55. 오너나 대표이사께서 지인인 60-70대 전직 고위관료 또는 정치인들에게 위기 대응을 문의한다. 특히 여론관리(?)에 대해 그분들의 의견을 묻는다. 오래된 답변들이 주로 돌아온다.
56. 내부고발자나 이슈 원점을 두고 ‘본때를 보여주어여 한다’는 내부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로펌이나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대신 ‘신속하고 과감한 합의’를 조언하는데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57. 법정에서 자사의 결백함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고, 여론과 12라운드를 벌인다.
58. 위기가 발생해서 거의 피크를 찍고 있는데, 위기관리전담팀을 만들거나, 위기관리 담당자를 뽑는다고 서치펌에게 연락한다.
59. 현재 타오르는 타사 위기 사례를 보고도 그게 자사에게도 곧 발생할 수 있다 믿지 않는다. 당연히 개선이나 준비가 없다.
60. 위기관리 예산을 오너나 대표이사가 대부분 쓰신다. (용도는 대외비)
임상 관찰과 컨설팅들을 통해 계속 추가 예정입니다. (last update in Aug,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