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21

상황 모면이 나쁜 것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단 상황이 발생되었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 같습니다. 일단 상황을 안정시켜야 다음 기회도 올 것 같고요. 그런데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을 합니다.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이슈나 위기 발생의 특징 중 하나는 ‘밥상이 풍성하게 차려 지면 이내 파리가 들끓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밥상이 제대로 차려지지 않아서 인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밥상의 완성도가 어느 수준 이상 넘어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 파리들이 몰려듭니다. 물론 이 파리의 비유는 주변 이해관계자나 규제기관 또는 문제의 핵심을 폄하해서 비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자라면 그런 과정과 단계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경영 상황이 안정적이라서, 또는 자사 서비스나 제품이 너무 좋아서, 또는 자사 직원들이 모두 한 식구 같아서, 투자자들이 모두 자사를 도와주려 애쓰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느껴질 때가 밥상이 차려 진 때입니다. 큰 위험이 시작되는 시점이지요. 잘 차려진 밥상 위 맛난 음식들을 그냥 즐기며 먹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순간이 바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이제 여기저기 파리가 나타나 밥상 주변을 돌며 윙윙거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의 시끄러움에 크게 개의치 않는 기업도 있습니다. 밥상을 차리다 보면 몇 마리 파리가 설치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하며 아량도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긴장하고 밥상의 어느 문제 때문에 파리가 날아 들기 시작하는 지를 살펴야 합니다. 무시와 외면으로 다가올 파리떼를 물리 칠 수는 없습니다.

밥상 위 문제를 제대로 살펴 관리하지 못하면, 그 이후 상황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파리 떼가 달려 들어 밥상이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파리를 쫓느냐고 실제 밥상 위 음식 맛은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파리떼 때문에 훌륭하게 차려진 밥상 위 음식을 그대로 내다 버려야 하는 비극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비극은 밥상 앞에 그냥 앉아 있는 경영진 때문입니다. 밥상에 몰려드는 파리 떼는 그냥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파리 떼를 욕하고 비판해 보았자 아무 의미 없습니다.

질문에서 상황을 모면해 보겠다 하는 의미는 마치 밥상위에 몰려드는 파리떼를 일단 열심히 쫓아 보겠다 하는 생각과 같습니다. 물론 음식에 조금이라도 덜 다가가도록 열심히 파리를 쫓아야 하지만, 파리를 쫓는 것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가능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파리떼가 몰려와 윙윙거리며 음식을 망쳐 놓는지를 신속하게 살피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더 이롭습니다. 아깝더라도 파리 떼가 들끓게 된 원인을 제공한 밥상 위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합니다. 일부 음식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밥상 전체를 쓸어버려야 하는 상황 보다는 나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날아 다니는 파리를 손으로 계속 쫓아내며 밥상을 마주하고 있어서는 실질적 위기관리는 불가능합니다. 파리를 쫓으려는 그 노력을 문제 원인 해결에 투입하십시오. 깨끗하게 해결되면 파리도 하나 둘 사라질 것입니다. 핵심은 파리를 불러들인 문제입니다. 파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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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20

어떻게 해야 빠르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저희 회사 관련 한 고객과의 트러블이 조만간 기사화된다는 첩보를 들었습니다. 대행사에서는 회사가 신속하게 공식 입장문과 예상질의응답을 준비해야 한다 하더군요. 그런데 그걸 만드는 데 진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어렵습니다. 내부적 부담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빠르게 만들어 질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 현장의 아주 고질적 고민을 질문해 주셨습니다. 실제 이슈관리나 위기대응 사례를 볼 때에도 자사의 공식 입장과 예상질의응답을 적절한 시기까지 준비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기업 대부분은 침묵이나 취재 회피로 대응을 대신합니다.

상황이 감지되었거나 발생했을 때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회사의 정확한 입장을 정리하여 공식입장문을 만드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상식을 구현하는데 있어 조직내에 많은 장애와 역량의 부족이 혼재되어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충분한 사전 준비나 역량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특정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공식입장문을 A4용지 한두장으로 정리하는 데에 대략 2~3일이 소요되고는 합니다. 상황과 취재 개시 시점을 감안할 때에는 이미 버스가 지나가고 난 뒤에 입장문이 완성 비슷하게 되는 것이죠.

이미 기자로부터의 공식입장 요청 마감 시점은 만료되었고, 기사는 게재되었을 것입니다. 차후에 변화된 상황을 포함한 공식입장을 재정리 수정하는 데에도 다시 수일이 소요됩니다. 그 때정도면 이미 상황은 악화될 때로 악화되어서 더 이상은 공식입장이 요구되지 않는 상황까지 도래할 것입니다.

그럼 예상질의응답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공식입장문을 완성하는 데에도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런 기업은 해당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예상질의응답집을 만드는 것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충 대표 질문 몇 개에 대해 두 세 줄 답변을 만들고는 하지만, 실제 기자의 전화를 받게 되면 그런 답변 준비로는 5분도 넘기지 못하게 됩니다. 기자의 다양한 질문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공식입장문과 예상질의응답집을 만드는 시간을 어떻게 단축시킬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하나뿐입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관련 작업을 경험 해 보아야 시간이 준다는 것이지요. 경험이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누구의 경험일까요? 조직의 경험입니다.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개인 일부의 경험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사결정권자와 관련 사업부문 그리고 케이스에 따라 법무나 대관 등 스텝 기능이 한자리에 모여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고 문구를 정리하는 작업은 실제 경험 없이는 시도조차 어려운 작업입니다. 심지어 한자리에 모이거나 메신저방을 하나 만드는 것도 어려워하는 위기관리팀이 많습니다.

여러 번 토론하고 만들어 보아야 합니다. 특정 상황에 대하여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었을 때 회사 차원의 모든 준비와 훈련이 끝나 있는 수준은 아주 완벽한 조직의 체계와 역량에 기반합니다. 갑자기 발생된 상황에 대해 몰려드는 답변 요청에 최초 홀딩 스테이트먼트(시간을 벌기 위한) 전달 후 유효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기 위해서도 부단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실전은 경험에 의에 좌우됩니다. 트레이닝, 워크샵,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 계속되는 이유는 그러한 실전 경험을 쌓아 적절한 타이밍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함 입니다. 평소 당연히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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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9

상대방이라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경쟁사를 대상으로 민감한 이슈를 제기하는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다 상대 반응이 적네요. 상대가 좀 반응을 보이고 시끄럽게 돼야 저희가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말이죠. 지금 이 상황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관리 유형 중 상대편이 존재하는 이슈관리의 경우 항상 저희 클라이언트에게 조언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상대편이면 현재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만약 우리가 상대편이라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해 가면서 이슈를 관리하라는 것이죠.

이슈를 무조건 제기하고 시끄러운 상황을 만든다고 해서 목표한 이슈관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더욱 더 정교한 상황 예측과 대응도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A 공격을 한다면, 상대편에서는 몇 가지 패턴으로 대응 해 올 것인가?’를 계속 궁금해 해야 합니다.

질문하신 상황처럼 우리가 아무리 이슈를 제기해도 상대편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대로 상대편이 대대적인 반응을 보여 상황이 역전돼 버리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이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했던 것 보다 상대편과의 싸움이 장기전이 돼 버리고,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소모전으로 이어진다면 그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런 다양한 고민들이 전제되어야 실제 싸움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중요한 결정은 “우리가 상대편이라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사고 방식은 실제로 이슈관리를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만약 우리가 상대편이라면 현재 제기되는 이슈가 누구의 작품인지를 금 새 알아 챌 수 있을 것 같다.” 입장을 바꾸어 보아 바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자사의 노출도를 더욱 낮추거나, 접근방식을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우리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는 의심은 할 것 같다” 이와 같은 이야기도 자사의 접근방식을 정교화 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만약 우리가 상대편을 특정할 수 있게만 되면, 대대적으로 법적 대응을 통해 상대편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려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에 대한 추후 대응도 어느정도 마련해 이슈관리를 이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와 달리 위험한 접근방식은 상대편을 실제보다 폄하해서 판단하거나, 반대로 너무 과대 평가해서 움츠러드는 경우입니다. 그런 선입견에 기반해서 ‘우리가 상대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현실과는 다른 결론이 쏟아지게 됩니다. 상대편을 폄하해서 반응을 예측한다면, 추후 지속적으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편을 과대 평가해서 반응을 예측한다면, 실질적인 이슈관리 실행을 여러 번 주저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겁을 먹게 되는 것이지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쪽은 상대편입니다.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편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를 제대로 정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읽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변화하는 상황을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슈관리는 성공적으로 결론 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상대편의 입장과 시각은 매우 효과적인 기준이 됩니다. 먼저 상대편을 깊이 공부하십시오. 상대편이 있는 이슈관리에서는 상대편을 많이 아는 쪽의 승산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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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8

언론플레이가 도움이 되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M&A딜을 좀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저희가 모종의 언론 플레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좀더 적극적인 매각 절차에 나서게 분위기를 조성하려 합니다. 언론을 통해 좀 압박을 주면 딜이 신속하게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M&A딜에서도 언론 플레이가 유효하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어떤 가치이든 케이스 특수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되지만, 전반적으로 M&A시 언론을 통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법정의 판사들이 자신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은 여론을 제대로 거스르는 판결에는 부담을 가지듯 언론을 통한 여론화 작업을 의미하는 속칭 언론 플레이는 M&A나 법정에서 유효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언론 플레이’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한 여론이 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뿐입니다. 자사가 딜(deal)을 자사 이익 쪽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기획한다면, 어떤 여론을 만들 것인지를 정확하게 정하여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무조건 언론 플레이를 통해 노이즈만 만들면 어떻게 든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은 곧 실패합니다.

전략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과 목표의 설정입니다. 자사가 언론 플레이를 통해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그에 기반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대로 도출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자사의 목적과 목표 성취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실행방안은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실행하지 않아도 큰 문제없을 실행방안도 덜어내야 합니다. 만약 실행했을 때 도움은커녕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을 실행방안은 절대 실행하면 안 됩니다. 목적과 목표에 정확하게 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씀 들어 보니 언론 플레이를 통해 노이즈를 만들고 시끄럽게 해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고, 결국 정해진 길을 가게 만드는 압력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치 눈 내린 산속에서 토끼를 잡으려 주변을 빙 둘러싸 깡통을 쳐 산 정상부로 토끼를 모는 형상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언론 플레이를 통한 여론화 작업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M&A딜과 같이 첨예하게 이익이 충돌하는 언론 플레이는 올림픽 배구 경기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봅니다. 상대에게 서브를 날리고, 이를 상대가 받아 쳐 내지 못하면 우리가 한 점을 얻게 되는 딜입니다. 실수를 하면 반대로 한점을 잃게 되는 딜이지요. 상대의 강력한 언론 플레이를 어떻게 든 제대로 막아내면 상대에게 위협이 되는 딜입니다. 곧 팽팽한 경기일 수록 승자는 상대적으로 실수를 덜한 쪽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M&A딜에서 언론 플레이는 양날이 검이 확실합니다. 상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게임을 개시할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일단 게임을 시작했다면, 뚜렷한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실수를 최소화 해야 합니다. 언론 플레이는 시끄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여론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 와중에 상대에게 꼬투리 잡힐 실행은 절대 금하는 것이 이롭습니다. 무엇을 할까 보다 먼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를 찾아 새기십시오. 자칫 상대에게 꼬투리를 잡혀 자사의 몸통이 돌아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보수적인 실행이 좀더 강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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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7

그건 쇼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사과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쇼(show)로 위기나 이슈를 관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입니다. 위기관리를 위한다는 쇼(show)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하신 것처럼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해당 위기관리 주체의 리더가 공개적으로 나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습니다. 그런 경우 리더가 고개 숙여 사과를 합니다. 리더가 피해자를 만나서 고개를 숙입니다. 아파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껴안으며 위로 하기도 합니다. 리더는 그들이 입은 피해에 수배를 배상하고 어떻게 든 피해를 회복시키겠다 약속도 합니다. 국회나 관련 단체를 찾아가 고개를 다시 숙이기도 합니다. 그에 따라 회사 직원들이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쇼(show)라고 간주하시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쇼(show)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쇼(show)라는 개념을 자의적으로 정의하시는 것입니다. 쇼라는 것을 ‘마음에 없는 행동을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 가식적으로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그런 쇼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쇼가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전략적 디자인에 따라 실행되었다면 그 쇼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입니다. 효과가 있었다면 더욱 더 그 쇼는 의미가 있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그 쇼에 제대로 된 효과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주체가 어떤 특정 쇼를 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나 평가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쇼를 한다’는 평가를 했다면 그 쇼는 실패한 것일 수 있습니다. 진정성이 부족하다. 겉치레식으로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냥 해야 하니까 억지 춘향으로 한 짓이다.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그 쇼는 질문자분 정의대로 진짜 그냥 쇼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특정 쇼를 받아들이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의미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진정성이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했다’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그 실행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쇼가 되겠습니다. 당연히 당면한 상황을 관리하는데 일조하겠지요.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하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쇼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못하는 엉터리 쇼가 나쁜 것입니다. 그 쇼가 좋은 것이다 나쁜 것이다 판단하는 측은 이해관계자입니다. 그래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수용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실행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의 생각이나 느낌과 거리가 있는 실행은 자칫 엉터리 쇼가 돼 버리니 주의하라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쇼를 하십시오. 그 쇼를 위해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전문가들과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행을 결정해 보십시오. 진짜 유효한 쇼가 될 것입니다. 그 후에는 문제가 풀릴 것입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쇼라면 얼마 든 실행해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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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6

위기관리에도 목표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단 상황이 발생되면 바로 반사신경처럼 튀어 나가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위기관리에도 목표를 먼저 세우라는 말씀을 듣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렇게 교과서적인 프로세스를 항상 밟아야 하는 건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특정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바로 투입되어 상황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초기대응팀이라 부르고, 영어로는first responders라고 합니다. 소방관이나 위기대응을 위한 경찰 및 군인들이 주로 그런 유형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상황이 맡겨질 지에 대해 미리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매일매일 좀더 나은 초기대응을 위해 반복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초기대응팀에게는 마치 반사신경 같은 대응 자세와 역량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에도 목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기대응팀을 상상하신 것 같은데요. 사실 초기대응팀에게도 위기관리 목표는 이미 세워져 있습니다.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상황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는 것이 주된 대응 목표지요.

그러한 대응 목표는 일선에서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라는 개념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정확한 행동 목표를 모든 조직원이 공유하고 만 있다면 일선의 누구든 지휘관과 동일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상황을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하는 제반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뛰어 넘어 일선에서 바로 의사결정 해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기업 위기관리를 전사적 차원에서 바라볼 때도 위기관리의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권자들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위기관리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사결정권자 스스로 위기관리 목표는 당연히 세워져 있다 간주하고 상황분석과 의사결정에 먼저 몰두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런 기업은 현재와 같은 부정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무슨 목표까지 세워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그런 대응을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재차 질문하면 제대로 된 답을 하기 어려워합니다. 어떻게 든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답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위기관리 목표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목표다. 현 상황을 넘어서는 투자자 피해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내자.” 예를 들어 특정 상황에서 기업 내부에 이런 위기관리 목표가 세워진다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훨씬 간단 해집니다.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하는 집중이 가능해집니다.

위기관리를 통해 현 상황을 어떻게 만들고 싶으십니까? 구체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왜 그 목표는 달성 가능하지 않을까요? 만약 위기관리 목표를 이렇게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말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 중요한 것을 지켜 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합당할까요? 상황 초기에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야 정말 우수한 위기관리팀입니다. 목적지가 없는 배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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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5

핵심 메시지는 줄이고 줄여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전에 배포했던 해명문과 사과문을 검토해 보니 분량이 상당히 길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핵심 메시지는 가능한 줄여서 단순하게 만들어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한다 하더군요. 대체 얼마나 줄여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해명문이나 사과문이 일반적 길이보다 길어지는 이유는 몇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경우가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때입니다. 이슈나 위기 형태가 복잡하고 여러 세부 이슈가 있어서 그 하나 하나에 해명이나 언급을 해야 하는 경우 메시지가 길어집니다. 이럴 때에는 각 세부 이슈를 우선순위에 따라 정렬하고 이슈별 핵심 메시지를 가장 앞으로 끌어 내어 강조해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전체적으로 분량을 대폭 줄일 수 없다면,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메시지가 길어지는 두번째 경우는 기업 스스로 어떤 메시지가 중요한지 잘 모를 때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걸 다 하다 보니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추려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메시지를 깊이 들여다보면 중언부언이 많습니다. 비슷해서 같이 묶어도 되는 말을 자잘하게 늘어 놓는 것이죠. 이 경우에도 우선 순위에 따라 중복되거나 비슷한 메시지를 묶어 재정리하는 것이 이롭습니다.

메시지가 길어지는 그 외 이유는 계속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추가하고 덧붙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메시지를 처음부터 별도라 생각하기 보다는 기존 핵심 메시지와 연결해 정리한다는 시각으로 연결해 재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 핵심 메시지 수를 늘리지 않겠다 하는 것이죠.

일부는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쓰는 필자의 습관 때문에 문장이 길어 지기도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온라인 상으로 배포하는 해명이나 사과가 많아지면서 문장이 기본적으로 길어야 성의가 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러 분량을 늘이는 기현상도 목격됩니다. 문장의 길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문장이 길면 일단 핵심 메시지 구분이나 이해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문장을 길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쉽게 최대한 정리하는 노력은 필요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 메시지를 한꺼번에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워 합니다. 그래서 핵심 메시지를 구성할 때에는 가능한 세 개 이상으로 메시지 종류를 늘이지 말라는 주문을 합니다. 세 개 메시지를 각각 세 번씩 이야기할 수 있다면 청자들이 이해하거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당연히 메시지가 수없이 많으면, 그 각각을 반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요. 이는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톨스토이가 생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진리란 금과 같아서 불려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이 아닌 것을 모두 씻어 냄으로써 얻어진다.” 이 말에서 진리는 곧 핵심메시지와 같습니다. 전체 메시지를 불리지 마시고, 핵심메시지가 아닌 메시지들을 제대로 씻어 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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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4

위기관리의 진짜 적은 내부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효과적인 위기관리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고, 심지어 결과를 최악으로 이끌 수 있는 것들로 위기관리 시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위기관리 성공을 방해하는 진짜 적이라면?”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망치는 문제들의 유형은 정말 너무나 다양하고 기업마다 새롭기 때문에 유형화는 대략 가능할지 몰라도, 한 두 개로 일반화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성공적 위기관리로 가는 길에서 가장 경계했으면 하는 대상은 사람들입니다. 위기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그 위기를 바라보며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두 사람들입니다.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문제가 바로 위기이죠.

그런 사람을 주목해서 본다면 성공적 위기관리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위기관리의 적이 내부에 있다고 하면 얼핏 내부고발자를 의미하는 건가? 어떤 의미이지 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위기관리의 적이 내부에 있다는 말은 그보다 좀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위기관리의 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부 사람들 유형을 보면 이렇습니다. 상황파악이나 그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못하는) 의사결정자.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 임원이나 주변인. 일선 직원들이 현재 어떤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의사결정그룹. 의사결정그룹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모른 채 무조건 뛰어다니는 일선 직원들. 합의되고 준비된 메시지 대신 그 외의 다양한 문제성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들. 허락되지 않는 이해관계자 접촉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임직원들. 그리고 회사의 상황과 위기관리에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임직원들. 이런 내부 사람들이 주된 위기관리의 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위에서 아래까지 대부분이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내부의 적 같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축구팀이나 야구팀을 상상해 보면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것입니다. 실제 경기전에 같이 훈련하고, 같이 유니폼을 나누어 입고, 같이 숙식하고, 팀워크를 만들고 할 때 그들은 스스로 하나의 팀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목적으로 가지고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지요.

그러나, 실제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아무도 팀 리더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팀 리더 조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상상해 보시지요. 마음만 앞선 몇몇 선수들은 개인기를 뽐내며 경기장을 돌아다닙니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경기를 이끌고 있는지 모른 채 각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각각 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지요. 일부는 서로 이야기하고 작전을 짜지만 그 외 선수들은 죄다 어지럽게 돌아다닌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위기관리는 통제와 관리에 기반한 게임입니다. 조직이 구성원 스스로를 통제 관리할 수 없다면 바깥의 이해관계자는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위기상황 자체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을 기억하시면서, 내부 위기관리팀을 일사불란하게 훈련하고 가이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들과 함께 위기를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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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3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던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유명하신 경영 컨설턴트께서 저희에게 위기관리 자문을 해 주시면서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번 위기로 이렇게 피해를 크게 받고 있는데, 어떻게 저희가 이 상황을 기회라고 해석할 수 있을 까요? 위기가 기회라 하는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실제 위기관리 컨설턴트들도 흔히 쓰는 말입니다. 외국인 컨설턴트들은 중국의 위기(危機)라는 한자를 예로 들면서 위기(crisis)라는 한자를 보면 이미 그 속에 기회(機)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놀라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런 이야기는 조언으로 듣기 보다는 그냥 재미있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시면 어떨까 합니다.

일단 한 기업의 위기는 다른 경쟁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맞습니다. 현직 대표이사의 위기는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후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정 회사를 노리고 있는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에게는 그 회사의 위기가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손을 좀 봐야지 하던 기자들에게 찍힌 기업의 위기라면 기자들에게는 하나의 기회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그냥 위기일 뿐입니다. 함부로 그 속에서 기회를 언급하거나,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위기 시 심리적 안정이란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을 적시에 처리하고 나서 그 결과를 보고 스스로에게 얻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치 놀라고 두려운 타조가 모래 속에 자기 머리를 파 묻듯,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위기가 곧 기회라 하니 기회를 기다리자 하는 생각을 하는 기업은 없겠지요.

억지로라도 위기가 기회라는 개념을 선해하여 보자면 이렇습니다. 기업이 위기 발생 이전에 그에 대해 주목하고 사전적으로 관리하여 위기가 실제 발생되지 않게 만든 경우에는 위기가 곧 기회를 창출하는데 일조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경쟁기업들은 미처 그런 노력을 하지 못해 실제 위기를 맞게 될 테니 자사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평소 훌륭한 명성과 경영 철학으로 유명한 기업이 불행히도 큰 위기를 맞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기존 자사의 가치대로 훌륭하게 위기를 해결해 버리는 경우에는 위기가 기회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주변 공중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에게 ‘역시 훌륭하다’는 찬사를 보낼 정도의 위기관리라면 기회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정리해보면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은 아주 극소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전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여 위기가 실제 발생되지 않게 하는 기업. 또는 기존에 구축한 자사의 훌륭한 명성과 기업철학을 보호하기 위해 위기 시에도 일관된 가치를 지켜 나가며 위기를 멋지게 관리하는 기업들이 그런 류입니다.

반대로 사전적으로 아무 관리 활동이 없다가 당황스럽게 위기를 실제 상황으로 맞닥뜨린 기업이나, 평소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의미 있는 명성이나 경영 철학이라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기업에게는 위기는 그냥 위기일 것입니다. 그런 기업에게 만약 컨설턴트가 그래도 ‘위기는 곧 기회’라 조언한다면 그 말은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습니다. 아무 기업에게나 공히 함부로 할 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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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2

CEO가 한가해야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께서는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일선에서 바로 발로 뛰십니다. 홍보실이나 대관 그리고 다른 어떤 부서 임원들 보다 더 빠르게 이슈관리 실행을 하십니다. 워낙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좋으시죠. 그런데 위기 시 CEO가 한가해야 한다는 조언은 어떤 의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이상한 조언 같습니다만,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안정적 대응을 위해서는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한가해야 합니다. 감정 또한 상당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전히 상황파악과 그에 의한 의사결정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말씀처럼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가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려고 일선에서 뛰어다니시는 경우에는 어떤 일이 주로 발생될까요? 일단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혼동이 옵니다. 되는대로 무언가 한다는 마인드는 전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시간이 늘어지거나, 진행되지 않는 것도 CEO가 바쁜 상황에서 주로 발생됩니다.

CEO가 위기대응을 직접 하며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회사의 위기관리팀과의 폭넓은 정보공유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 해집니다. 뛰어다니시는 CEO만 바라보면서 위기관리팀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 채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이슈나 위기대응을 위해서는 수많은 의사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실시간으로 우선순위 판단도 필요합니다.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있다해도 구체적 대응 지시에 CEO는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우선 마음이 급해 CEO가 일선을 뛰려 하시겠지만, 조금만 더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위기관리팀과 함께 움직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만약 회사내에서 CEO 밖에 대응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당히 그 결과는 암울할 것입니다. 평소 이슈나 위기 대응에 대한 팀 단위 훈련이나 체계가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이슈나 위기대응은 한 개인이 매달려서 성공할 수 있는 성격의 업무가 아닙니다.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도 성공하기 어려운 아주 복잡한 게임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 CEO가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대응이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CEO가 한가해야 한다는 의미는 CEO가 이슈나 위기 대응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온전히 제대로 된 관심을 투여하면서 우선순위 분별과 의사결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보다 팀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도록 지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차분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며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두세 단계 너머를 바라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한가해 보여도 그래야 관리 결과를 성공에 보다 가깝게 이끌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임직원들도 CEO가 손수 바깥으로 다니시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다양한 대응 활동을 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CEO가 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양질의 조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팀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지속적으로 의사결정을 구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CEO에게 질문하고 의견을 들으려 해야 합니다. 위기관리는 팀 플레이의 게임입니다. 개인 플레이로는 해결되지 않음을 다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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