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모면이 나쁜 것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단 상황이 발생되었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 같습니다. 일단 상황을 안정시켜야 다음 기회도 올 것 같고요. 그런데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을 합니다.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이슈나 위기 발생의 특징 중 하나는 ‘밥상이 풍성하게 차려 지면 이내 파리가 들끓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밥상이 제대로 차려지지 않아서 인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밥상의 완성도가 어느 수준 이상 넘어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 파리들이 몰려듭니다. 물론 이 파리의 비유는 주변 이해관계자나 규제기관 또는 문제의 핵심을 폄하해서 비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자라면 그런 과정과 단계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경영 상황이 안정적이라서, 또는 자사 서비스나 제품이 너무 좋아서, 또는 자사 직원들이 모두 한 식구 같아서, 투자자들이 모두 자사를 도와주려 애쓰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느껴질 때가 밥상이 차려 진 때입니다. 큰 위험이 시작되는 시점이지요. 잘 차려진 밥상 위 맛난 음식들을 그냥 즐기며 먹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순간이 바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이제 여기저기 파리가 나타나 밥상 주변을 돌며 윙윙거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의 시끄러움에 크게 개의치 않는 기업도 있습니다. 밥상을 차리다 보면 몇 마리 파리가 설치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하며 아량도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긴장하고 밥상의 어느 문제 때문에 파리가 날아 들기 시작하는 지를 살펴야 합니다. 무시와 외면으로 다가올 파리떼를 물리 칠 수는 없습니다.
밥상 위 문제를 제대로 살펴 관리하지 못하면, 그 이후 상황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파리 떼가 달려 들어 밥상이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파리를 쫓느냐고 실제 밥상 위 음식 맛은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파리떼 때문에 훌륭하게 차려진 밥상 위 음식을 그대로 내다 버려야 하는 비극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비극은 밥상 앞에 그냥 앉아 있는 경영진 때문입니다. 밥상에 몰려드는 파리 떼는 그냥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파리 떼를 욕하고 비판해 보았자 아무 의미 없습니다.
질문에서 상황을 모면해 보겠다 하는 의미는 마치 밥상위에 몰려드는 파리떼를 일단 열심히 쫓아 보겠다 하는 생각과 같습니다. 물론 음식에 조금이라도 덜 다가가도록 열심히 파리를 쫓아야 하지만, 파리를 쫓는 것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가능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파리떼가 몰려와 윙윙거리며 음식을 망쳐 놓는지를 신속하게 살피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더 이롭습니다. 아깝더라도 파리 떼가 들끓게 된 원인을 제공한 밥상 위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합니다. 일부 음식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밥상 전체를 쓸어버려야 하는 상황 보다는 나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날아 다니는 파리를 손으로 계속 쫓아내며 밥상을 마주하고 있어서는 실질적 위기관리는 불가능합니다. 파리를 쫓으려는 그 노력을 문제 원인 해결에 투입하십시오. 깨끗하게 해결되면 파리도 하나 둘 사라질 것입니다. 핵심은 파리를 불러들인 문제입니다. 파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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