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1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컨설턴트께서 위기관리의 정의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솔직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와 ‘적시에 하다’는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기준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적시에 한다는 기준은 또 어떤 것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의 기준은 몇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사전에 위기나 이슈화 될 수 있는 문제 요소들을 찾아 내는 것, 그리고 그 찾아낸 것들을 개선하고 완화시키는 실행을 의미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의미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위기관리 주체가 해당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 비춘 솔루션을 적절히 이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책임감 있게 실천하고, 그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그 의미입니다.

발생된 위기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진 다음에 해당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지난 위기관리를 위해 약속했던 개선 계획과 재발방지 노력들을 실제로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함으로서 최종적으로 위기가 관리된다는 것이지요. 개선과 재발방지가 그 핵심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 보다는 하고 싶은 일만 선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하고 싶은 일과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대부분 상황은 더욱 더 심각 해집니다. 따라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합니다.

‘적시에 하다’는 의미에도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먼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적시성이라는 것이 기본 중 기본입니다.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이 정도 시각이면 ‘적절하다’ 하는 기준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 만큼 이해관계자에 대한 주목과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다른 ‘적시’의 기준은 자사 스스로의 통제를 기반으로 가장 이른 시간을 기준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기 발생 시 기업들이 대부분 신속하게 준비해서 대응 실행할 능력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수많은 의사결정 루트를 지나다 보면 엄청난 시간이 소모됩니다. 훈련 수준이 다른 여러 실무자들이 같이 어우러지다 보면 적시 실행은 꿈 같은 의미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반복적 훈련이 중요한 것입니다. 적시의 가치를 위해서지요.

마지막으로 적시의 기준은 전략에 기반한 적확한 타이밍을 의미하며 그 전략을 평가 기준으로 합니다. 이해관계자와 자사 실무진의 준비 완료 시기에 기반하여 구체적 타이밍을 적확하게 잡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한다는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좀 더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생각과 실행 경험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아쉬움, 적시성에 대한 아쉬움이 실제 피부에 와 닿아 보면 그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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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10

스스로를 먼저 통제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관리에서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저희 임직원들이 다양하게 협업해 커뮤니케이션 하며 이슈관리를 지속해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직원들을 통제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먼저 통제하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기업의 진정한 힘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으로 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반면 그 힘이 약한 기업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포기한 채 남들(외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 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기업은 남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관리에서 애를 먹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 현장에 들어가보면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통제’ 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놀라게 됩니다. 일부 기업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당연한 상수라고 보며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려 합니다. 실제로는 전혀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그런 착각을 합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스스로의 통제’보다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 대한 통제가 훨씬 더 시급하고 유효하다 생각하며 관리 노력을 그에 주로 집중합니다. 그런 경우 소외된 ‘스스로에 대한 통제’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차 그 위해성을 드러냅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이 자사 직원들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대응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파악하려 하면서 자사 임직원들이 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지요.

일부 경영진은 ‘직원들이 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무언가는 하고 있겠지’하는 막연한 상상만 합니다. 그보다 지금 우리가 무언가 결정해서 지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일단 경영진이 적절한 지시만 내린다면 일선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것이라고도 믿습니다. 그러나 종종 그런 믿음은 현실과 다르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경영진이 이슈나 위기 시 자사 직원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를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도 실시간 단위로 보고받을 수 있는 체계의 효과적 운영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선에서 실행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평소 훈련하고 전문화하여 위기 시 각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게 만드는 체계의 구축은 실제로 가능 합니다. 그 체계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자신감은 실질적인 것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는 기업은 사소한 이슈나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기업은 어떠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해도 초기부터 일사불란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통제되는 기업 내에서 경영진은 일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선에서는 경영진이 어떤 전략으로 어떠한 지시를 내릴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 없이 이슈나 위기를 제대로 관리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상황이 관리될 수는 있겠지만, 두 세번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체계 구축에 보다 우선적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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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9

감정관리? 무슨 뜻이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중이 너무 흥분했고, 이성적이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래서 집단광기나 군중심리 같은 표현을 쓰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공분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그에 대해 감정관리를 먼저 하라 하셨는데 그건 뭔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공중이 느끼는 정보의 진공상태를 개선시켜서 그들이 보다 사실에 가까운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 보는 것이죠. 물론 정확한 정보는 이슈나 위기 시 힘을 발휘합니다. 실패 사례들을 보면 위기관리 주체가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입수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타겟에게 제공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질문하신 것과 같이 상당히 많은 사례에서 정확한 정보의 제공만으로는 예상했던 결과를 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는데도 언론에 반영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발표했는데도 사람들이 그 내용에 신뢰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니 바로 이어서 해당 정보에 대한 검증과 반박이 줄을 잇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제공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산은 그러면 무엇일까요? 감정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감정관리가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기본 대응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충분한 수준의 감정 관리를 실행한 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완전공식이 될 것입니다.

만약 공중이나 이해관계자의 감정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자사의 입장에 대한 합리적, 이성적, 논리적 접근만을 추구한다면 그 결과가 부실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는 항상 래포(rapport)의 형성이 전제됩니다. 상호간에 친근감과 신뢰감이 형성되어야 커뮤니케이션 다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이슈나 위기 발생 시 공중 및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감정관리는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래포가 됩니다. 전문가들이 ‘우선 공감하라’ 하는 조언이 그 때문입니다.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기업들이 무언가 감정적 행동을 취하는 것들이 대부분 감정관리를 시도하기 위함입니다.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깊이 고개를 숙이고, 조문을 직접 가서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서 절을 하고 허그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조문 연설을 하면서 오랜 침묵을 유지하거나, 비를 맞으면서 헌화하는 모습 같은 것도 다 감정관리의 일환입니다.

감정에 먼저 주목하십시오. 이슈나 위기 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감정을 주어야 그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지 고민해 보십시오. 그러한 감정관리에 투여하는 노력과 시간 그리고 예산이 전혀 쓸데없거나, 부차적인 것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때에 따라 감정관리가 전부 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만큼 강력한 힘이 없습니다. 그 힘을 절대 거스르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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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8

그들의 불매운동이 성공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발생했던 문제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저희 제품을 불매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불매 관련 해쉬 태그가 공유되고 있고요. 그런데, 매장 반응이나 매출 기록을 보면 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들이 떠드는 불매운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번 질문도 어떻게 보면 ‘상황만 보지 말고, 상황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라’는 조언으로 답변을 가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불매운동이 성공했던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던 모 기업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관련된 일부 일본 기업들이 일시적 영향을 받은 것이 그나마 대표적일 것입니다. 점진적 매출 하락에 있어서도 내부에서는 그것이 소비자 불매운동 때문인 것인지, 그 외 다른 요인 때문인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 사이에서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대체제도 적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나 제품 및 서비스 만족도, 마일리지나 포인트 등을 버리고 단순 불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불매운동이 성공했던 전례도 없고 그것이 불가능하리라는 확신도 있으니 기업들은 불매운동 이슈를 단기간에 지나갈 바람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게만 해당 이슈를 바라보아서는 이슈 대응에 제한만 생길 뿐, 적절하고 통합적인 이슈관리 전략은 수립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공중 사이에서 불매운동 아젠다가 떠 올랐다면, 그런 상황에는 핵심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단순 시비나 트집잡기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근거 있는 사회적 공분 때문인지를 적절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에 기반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불매운동의 계기가 된 핵심적 이유에 대한 기업의 입장과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입니다. 불매운동이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회사 입장이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다는 단편적 대응으로는 진짜 숨어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한 불매운동은 다음에 더 크게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불매운동 아젠다와 활동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입니다. 일단 그런 아젠다가 생겨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면 언론이 그에 대해 주목하고 대서특필하게 될 것입니다. 직원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불매운동에 대해 몰랐던 비관여 소비자들도 점차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 흐름 전반을 바라보던 경쟁사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흐름에 편승할 수도 있습니다. 규제기관이나 수사기관이 그 소란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국회에서도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나 주주들이 조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같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업의 주목이 중요합니다. 상황을 넘어 사람을 보라는 주문이 그래서 의미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불매운동은 결국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후유증과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은 회사를 장기간 더욱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 상황만 보고 원인이나 이유를 치료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더 나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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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7

위기는 합리적일 수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상황을 보면 종종 한숨이 나옵니다. 특히 말도 안 되는 논란들을 보면 세상이 이상해 보일 정도지요.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으니, 위기나 이슈, 논란도 죄다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래 위기는 특성상 합리적이지 못한 것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위기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주제인데요. 다른 관점에서 한번 보시죠. 만약 기업이 다양한 사전 징조나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발견해 관리했다면 위기나 이슈, 논란이 발생했을지도 생각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땠을까요? 자사가 스스로 좀더 합리적이었다면?

질문을 보면 경험하신 위기, 이슈, 논란이 모두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의 비합리성에 의해서만 비합리적으로 생성 확산되었다는 생각을 하시는 듯합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자사에게는 아무 문제나 책임이 없었다는 주장 같습니다. 혹은 일부 문제나 책임은 있었더라도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도 일부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회사가 상당히 합리적인데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는 상당히 드뭅니다. 회사가 합리적으로 사전적 관리를 했다면 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는 상당수 소멸되거나 방지되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회사에게 발생된 위기나 이슈 중 일부는 경우에 따라 비합리적이거나 부분적으로 합리성이 결여된 위기나 이슈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필히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경우의 위기나 이슈는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거나 문제가 되기 어렵습니다. 대형 위기나 이슈로 판정 받기 어려워 사회적 주목도 적고, 사후라도 신속하게 관리될 수 있는 경우지요.

즉,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주목과 비판까지 받았고, 그에 대한 관리까지 무척 힘들었다면 그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요? 앞의 경우와 같이 상당히 합리적인 회사였을까요? 합리적인 사후 관리를 했을까요? 불행히도 그 회사는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리적인 기업이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를 경험할 가능성은, 비합리적인 기업이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를 경험할 가능성 보다는 훨씬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나 이슈는 그 만큼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기업에게 주로 발생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위기나 이슈 자체의 합리성에 있어서도 관점을 더하자면, 위기나 이슈는 근본적으로 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비합리성 정도의 차이지요. 우리가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지진, 태풍, 홍수, 쓰나미 등은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요?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싸우거나 맞설 수 있는 것일까요? 여론은 어떨까요? 여론은 항상 합리적이기만 할까요? 합리성을 가지고 싸워 항상 관리 가능할까요?

위기나 이슈가 합리적이냐 합리적이지 않느냐 하는 논쟁은 더 이상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근본적 비합리성을 인식하고 우리 기업 스스로 더욱 더 합리적이 되어 일부 위기나 이슈의 비합리성을 사전 사후에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그런 노력을 포기한 비합리적 기업이 되어,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위기와 이슈를 반복 경험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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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6

상상도 못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건은 저희가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한 이슈입니다. 만약에 저희가 이전에 이런 게 문제될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개선하고 문제 발생을 방지했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너무 억울합니다. 기업도 실수를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관리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하시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관련해서 유사한 이슈와 논란으로 고생했던 다른 기업 케이스를 들어 보신적은 없으신 가요? 타사 전례 말입니다. 만약 타사에 관련한 전례가 있었다면, 그것을 상상할 수 없던 이슈나 위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이 흔히 자사에게 발생한 적 없는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했다’ 또는 ‘예상 못했다’고 사후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여러 기업이나 조직이 경험했던 것이거나, 자사의 이전 역사를 보아도 유사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두고 ‘알지 못한다’ 이야기가 하기 보다 ‘그럴 일이 없다’ 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발생될 수 있는 이슈나 위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해 미리 점검해 보고, 대비해 보자 하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타사나 자사에게 그와 유사한 전례가 있었다면 그 발생 가능성은 더욱 더 커지게 됩니다. 해당 이슈나 위기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후 주장은 그렇게 보면 그 이전 사례에 대해 관심이 없어 미처 알지 못했다는 고백일 수 있습니다.

이슈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런 사후 주장과 변명은 거의 대부분의 사례에서 목격됩니다. 심지어 사과문이나 해명문에서도 ‘초유의 사태’ ‘처음 겪는 상황’ ‘예상치 못했던’ ‘전대미문’과 같은 표현이 흔하게 목격됩니다. 자사가 상상하지도 그리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니 그에 대해 미숙한 대응이 있었다면 이해해 달라는 정상참작의 요청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 똑 같은 이슈나 위기가 바로 며칠전이나 몇 달 전 다른 기업에게 발생하여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적이 있다면, 절대 그런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리어 자사가 얼마나 무심했고, 사려 깊지 못했는지를 실토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에서 공중에게 정상참작을 유도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해명을 해야 합니다. ‘자사가 최근 해당 이슈들에 대해 주목하고, 그에 대해 이런 이런 다양한 개선과 방지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후 기업이 실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했다는 메시지가 좀더 설득력 있습니다. 단순히 상상할 수 없었다는 메시지 같은 클리쉐는 이제 그만 반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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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5

사람들을 주목 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현재 저희가 겪는 이 논란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현상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런 이야기 못 할 겁니다. 사람들은 결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을 주목하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많은 기업들의 경우 특정 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 소위 말하는 ‘상황분석’이라는 것을 합니다. 논란이 된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고,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그런 논란과 연결되었는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상황분석 방식입니다. 해당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좋은데, 많은 경우 해당 상황 자체에만 너무 몰입하고, 그에 대해 이성과 합리라는 잣대를 들이대 상황을 정의해 버립니다. ‘이 건은 문제가 될 게 아니다’ ‘아주 일부 문제는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크게 문제화 될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같은 상황중심의 결론이 내려진다는 것이죠.

상황분석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해당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려 하는 것이 목적일까요? 아닙니다. 상황분석을 하는 이유는 해당 상황을 둘러싸고 2차적으로 발생된 사회적 논란을 이해하기 위함 입니다. 더 나아가, 그 논란을 관리하기 위한 접근방식과 대응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지요.

상황만을 따로 떼어내서 분석하고 들쳐보는 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의 고통과 병자체를 고치려 하기 보다는, 문제가 있는 장기만을 들여다보며, 그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장기를 분석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함 입니다. 적절한 치료 방법을 도출해 내기 위한 과정일 뿐이지요.

상황을 넘어 사람을 보십시오. 상황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상황에 주목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와 관련된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 논란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아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자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명언에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진으로 무너진 빌딩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가 된 상황은 지진과 같습니다. 그 지진으로 무너지는 빌딩은 사람들의 여론입니다. 그로 인해 회사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상황을 분석하되, 그와 함께 주변에 어떤 빌딩이 흔들거리는 지를 살피십시오. 머리 위에 어떤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질 수 있을지 돌아보십시오. 사람들의 주장, 의견, 쟁점, 감정, 분노, 기분, 몰이해, 편견, 선입견, 진영논리, 비난, 비판, 밈(meme) 등이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바라보던 눈을 들어 사람들을 더 바라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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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4

개선이 곧 위기관리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최근 상당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저희 대표님께서 직접 나서서 신속하게 사과하시고 철저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해 큰 불은 껐습니다. 앞으로가 문제인데요. 이런 위기가 다시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 좀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의 핵심을 보면 향후 위기관리 체계나 방식에 대한 조언을 원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제가 좀더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위기관리를 위해 대표님께서 약속하신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 이후 실질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회사에서는 어떤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을 개시하셨나요?

대표님께서 공개적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약속하셨다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안이 나와 있고, 재발방지책으로 연결된 구체적 실행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진짜 노력들이 모여야 진짜 위기관리가 됩니다. 만약,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던 개선과 재발방지에 대한 생각이 단순히 레토릭에 한정된 것이었다면, 앞으로도 위기관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정해진 레토릭에 기반하여 공히 철저한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합니다. 그러나, 그 약속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점차 사라지면, 그 공개적 약속을 상당부분 지키지 않습니다. 예산 제약, 현실성 없음, 새로운 문제, 어려움과 복잡함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책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습니다.

진짜 위기나 문제는 그때부터 입니다. 단순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넘어서는 더 큰 위기가 잠재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이전에는 그 위기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나 개선, 방지 노력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그 문제의 원인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늘이나 내일 다시 동일한 위기가 발생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얇은 얼음장을 계속 걸어 가면서도, 회사가 다음 위기관리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미 약속한 개선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며, 실천입니다.

완전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실천되었다면, 그 자체로 위기관리는 완성된 것입니다. 그 이전보다 동일 및 유사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줄어 들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발생되더라도 그 이전보다는 훨씬 더 해당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그전에 개선과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해 왔기 때문에 해당 위기에 대한 해법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곧 위기관리입니다. 철저한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만큼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없습니다. 평시의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도 그와 유사합니다. 지속적인 개선과 위기 발생에 대한 방지 노력이 그것입니다. 아무리 싫어도 숙제는 해야 합니다. 밀린 숙제가 복수를 꿈꿀 때 위기가 발생됩니다. 그때 그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그러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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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3

제대로 된 입장문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 불거진 상황에 대하여 우리 회사의 입장문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니 입장문의 성격이나 서술방식이 다양한 것 같은데요. 중요한 원칙에 근거한 제대로 된 입장문이란 어떤 것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입장문은 영어로 ‘position statement’라고 부르는 기업의 공적 성격의 대외 메시지입니다. 입장문의 한국적 정의를 보면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밝힌 글’이라 합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입장문을 정의하자면, ‘당면하고 있는 핵심 상황에 대하여 자사 또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 상황’이란 입장문을 밝힌 주체가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느끼는 부정적 성격의 ‘주된 상황’을 의미하겠습니다. 입장문이 중요한 이유는 이해관계자나 공중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나 개인이 당면해 있는 핵심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입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이나 할 것 없이 입장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핵심 상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대한 자사 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핵심 상황’을 잘못 정의하거나 완전히 정의하지 못하면 이슈 및 위기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사의 아기 분유에서 치명적 균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핵심 상황’을 ‘소중한 아기들의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고, 이와 달리 ‘제품 품질 위생 관리의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심각한 갑질 논란에 연이어 휩싸인 기업이 해당 위기를 ‘일부 임원 개인의 일탈’로 정의하는지, ‘뜯어 고쳐야 할 자사의 오래된 사내 관행과 문화의 문제’로 정의하는지는 기업의 전략이자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각 입장문의 효과는 천지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입장문은 기본적으로 대외적인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 상황과 관련된 원점 공중, 이해관계자, 일반 공중의 시각에서 핵심 상황을 정의해야 커뮤니케이션 가능해집니다. 입장문이 자칫 자사 및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글이라고 해서 자사 및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앞에 쓰여진 ‘당면한 상황’ 및 ‘당면한 핵심 상황’에 대한 자사 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합니다.

잘못된 입장문에는 핵심 상황에 대한 이야기 보다 자사 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너무 힘들다. 그만 비판을 멈추어 달라. 내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등과 같은 감정이 구구절절 들어갑니다. 이는 ‘핵심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또는 스스로 ‘핵심 상황’을 그렇게 정의한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사나 자신이 받는 피해나 억울함이 자신에게는 핵심상황인 것이죠. 이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진짜 핵심 상황에 대해서는 별반 정의나 생각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제대로 된 입장문은 자사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그 안에서 최대한 빼는 것입니다. 그 대신 자사의 공감, 원칙, 철학 그리고 계획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당면한 핵심 상황’에 적절히 관련된 것이어야 합니다. # # #

5월 29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302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도 그렇고 여기저기에서 젠더 이슈로 아주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저희가 볼때에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거나, 알바생의 개인적 일탈 일 수도 있는 일들에 회사가 모두 사과해야 하니 많이 힘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양 국가 기업이 하는 사과 속에는 자사의 원칙(principle)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사과라면, 품질이라는 가치에 대한 자사만의 원칙을 강하게 언급하고 그에 미치지 못했음을 사과합니다. 서비스 가치라면 그 서비스에 대한 자사의 생각과 원칙을 언급하며 사과합니다. 정보보안에 관해서도 그렇고, 말씀하신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곤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사과문에 있어서 자사만의 원칙을 언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자사가 공식적으로 보유하는 원칙이 아쉽게도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및 직원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행동에 대한 자사의 원칙, 성차별이나 젠더간 갈등에 대한 자사의 원칙 등과 같은 새로운 현안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을 사과 속에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그러한 원칙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내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알려지지 않은 원칙을 사과문에서 언급하기는 어렵지요. 또 다른 기업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아젠다에 대한 자사의 원칙은 존재하는데, 그것을 들여 다 보면 시대에 뒤떨어져 있거나, 현 상황과 괴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수 십년 전부터 흔히 들어온 애국, 애족, 보국, 충성, 효도 등과 같은 원칙을 그대로 소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심지어는 현재 사회적 가치와 반대되거나 충돌되는 자사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여자 직원은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 거나, 직원들의 자녀들은 입사시 우대 한다 거나, 상사의 말은 하늘이라 하거나 하는 괴상한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도 아직 있습니다.

부정적 이슈는 후반부 기업들로 갈수록 충격적으로 발생됩니다. 수십년간 이어지던 내부 관행이나 상식이 이슈가 발생하자 하루 아침에 무너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이슈관리 관점에서 사과는 하는데, 사과의 이유로 내세울 자사만의 원칙이 없으니 문제가 더 커집니다.

우리 기업들의 대부분 사과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상실감을 드려서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원칙 부재의 흔한 증상입니다. 우리는 해당 이슈에 대하여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번 상황은 우리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원칙에 따라 처리, 개선, 재발방지 하겠다. 죄송하다. 이런 스토리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상 기업의 사과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원칙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할 것 아닌가 하며 원칙의 언급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자사가 원칙이 없거나, 원칙이 문제가 있거나, 원칙을 숨기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경우 발생되는 결과를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원칙은 지속적 수정과 개선 그리고 재발방지를 통해 자사에게 신뢰를 더하는 동력이자 가치입니다. 제대로 된 원칙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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