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존슨

6월 032010 Tagged with , 2 Responses

존슨앤존슨의 새로운 위기관리 방식? : Credo를 다시 기억해야…

 

Newsweek.com 의 블로그 The Human Condition에서 Raina Kelley 가 잘 지적해주었는데…

최근 미국 존슨앤존슨이 자사 여러 제품들에 대한 품질 이상으로 리콜을 선언했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위기관리에 있어 약간 문제점들이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된듯하다.

이번 의회청문회 조사결과에 의하면 존슨앤존슨이 2008년경에도 자사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개 리콜 없이 거래처 직원들로 하여금 소매점에서 해당 제품들을 구입 회수시켰다는 것이다. 비밀리에.

Raina Kelly가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예전 존슨앤존슨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었고, 최근 토요타 위기시에도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회자되었는데 그랬던…존슨앤존슨이…이런 이야기다.

존슨앤존슨 위기관리의 핵심은 그들의 Credo다. 이번 의회청문회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분명히 존슨앤존슨은 그들의 Credo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위기관리는 기술이나 융통성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존슨앤존슨이 위기관리에 위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정신’이었다. 아무나 그런 기업의 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그들을 부러워했던 거였다.

그러나 이번 사례로 그들이 과연 그 이전처럼 Credo에 집착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예전 같지 않게 위기관리를 해 나갈 것인지도 궁금하다. 앞으로 진정 성공할 수 있을지도…

 

2월 072010 Tagged with , , 14 Responses

토요타 vs. 타이레놀 케이스: 매우 유사하다

도요타의 이런 모습은 28년 전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터졌을 때 존슨앤존슨이 보여준 대응방식과 크게 대비된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독극물이 투입된 타이레놀을 복용한 소비자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알려질 경우 제조사인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 브랜드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동시에 미국 전체에 유통된 1억달러 규모, 3100만병의 타이레놀 제품을 즉각 회수했다. 회사측은 제품 제조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후에도 회수했던 제품을 다시 판매하지 않고, 독극물 투입을 할 수 없도록 제품 포장을 완전히 바꿨다. 그 결과 존슨앤존슨은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게 됐고, 타이레놀 판매는 빠르게 회복됐다. [
조선일보,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기고]

조선일보에 기고된 삼성경제연구소의 인사이트들이 흥미롭다. 이전에도 포스팅을 했었지만, 같은 사건에 따라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해석자들의 어떤 입장에 근거한 것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이 긴 기고문에서 내가 지난 중앙일보에 기고한 내용과 전면적으로 대치되는 부분이 바로 윗부분이다. 지난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나는 이번 토요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생산,판매 중단 조치가 1982년 타이레놀 위기관리 조치인 전량 리콜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이라 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 흥미롭다.

 

윗 기고문에서 두개 케이스가 ‘대비된다’ 했는데…어디 어떤 부분이 ‘대비’되나?

 

해당 기고문 필자가 타이레놀 위기 케이스에 대해 자세히 서술 해 주었는데, 여기에서 간과한 부분들이 있다.

 

 

  1. 타이레놀 케이스의 경우 사망자가 발생 (1982년 9월 29일) 직후 존슨앤존슨은James W. Lewis라는 자로 부터 1백만 불을 내놓으면 청산가리 테러를 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 위기관리 관점에서 왜 존슨앤존슨은 최초 협박 편지를 받자 마자 즉각 전량리콜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이 있었을 텐데…(실제 리콜선언은 10월 5일) 기업에게 이러한 이슈로 인해 매번 전량 리콜 또는 부분 리콜을 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이야기 인가 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토요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는 논리다.

 

 

  1. 타이레놀 케이스의 경우 사망자 발생과 함께 실시된FBI와 FDA의 조사에 따라 사망자들의 사망원인이 타이레놀이라는 1차 소견이 도출되었고. FDA는 시카고 지역에서의 제품 리콜을 존슨앤존슨에게
    요청했었다.

 

: 일부 비판가들이 토요타는 왜 미국정부의 권고 ‘이전’에 자발적 리콜을 하지 않았느냐 하는데…타이레놀도 FDA의 리콜 권고가 있은 ‘직후’ 미 전역에서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리콜을 실시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케이스로 회자되고 있다. 중요한 리콜의 경우 해당정부기관과의 사전교감 및 일정확보 없이 일방적인 발표가 가능할까. 토요타의 경우에도 정부에서의 리콜 권고 직후 미 전역에서 해당 제품군의 전면 생산, 판매금지 발표를 했고. 이는 타이레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와 동일하다 해석될 수 있다.

 

 

  1. 타이레놀이 사망사건 이후 즉각적으로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했었던것 같지만, 사실 존슨앤존슨이 최초 신문광고를 통해 사건과 리콜을 이야기 한 것은 1982년 10월 5일부터였다. 약 1주일간의 ‘뜸’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기간 동안 존슨앤존슨 내부에서도 사실 많은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 토요타의 경우에도 이러한 내부 의사결정이 존재했었을 뿐이고, 그 결과로 인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지연되었거나 주저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2010년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토요타는 유투브 동영상, 홈페이지, 신문, TV광고 등 여러 가지 매체들을 통해 1982년의 존슨앤존스 보다는 더욱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1. 타이레놀의 전량 리콜 이후 타이레놀의 당시 시장점유율은35%에서 8%로 급격하락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점유율은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다시 정상화됐다.

 

: 이는 위기발생 이후 얼마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했는가에 대한 반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요타의 일련의 위기관리 조치들은 타이레놀과 비슷한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게 나의 지적이다.

 

 

요약하자면, 타이레놀이나 토요타나 위기관리에 대한 철학과 메시지 그리고 조치들은 동일하다. 타이밍이나 선후의 발생 프로세스들도 매우 유사하다.

 

위기관리에서 성공과 실패는 소비자 중심의 기업 철학이 결정한다. 종전의 소비자 신뢰는 이를 뒷받침한다. 토요타가 위기관리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에는 아직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기관리적인 관점에서 별반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반소비자적 기업철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작금의 철학과 포지션을 우리나라 자동차사들에게 직접 대입 시켜보자. 과연 위기관리가 가능할는지 말이다.

 

P.S. 존슨앤존슨과 토요타의 다른 점을 굳이 꼽자면…위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과연 토요타가 미국 기업들과 같은 ‘특유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겠느냐 하는거다. (예를들어 존슨앤존슨은 당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했다) 수십년이 지나도 교과서에 회자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에 익숙하냐 하는거다. 아시안 기업으로 미국시장에서 미국식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도 약간은 의문인게 사실이다.

 

P.S. 두개의 케이스에서 우리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핵심은 존슨앤존슨은 해당 위기시 일종의 피해자였고, 토요타는 가해자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의 발아라는 측면에서 토요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가 되겠다. 존슨앤존슨보다 더욱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위기관리가 요구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1월 282010 Tagged with , , , 8 Responses

위대한 회사의 위기관리 관람; 토요타

 


이번 토요타의 사상최대 리콜은 분명 토요타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되겠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의 생각은 위의 보도대로 ‘내 차가 캠리인데…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것이다. 뚜렷한 토요타의 개선책이 없다는 게 문제고, 리콜을 발표했지만 확실한 교체 또는 개선에 시간이 걸린다는 게 골치다.

현재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주요 타겟 오디언스들은 현재 캠리를 비롯한 토요타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로열 소비자들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신뢰를 줄 수 있어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과연 이 사건 이후에도 신뢰를 가지고 재구매를 계속 이어 가겠느냐 하는 게 핵심이다.

CNN의 일부 보도에서도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이 이번 토요타 리콜 케이스가 아마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리콜 케이스와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토요타는 reliability에 대한 명성을 구축해왔고 그러한 차별화된 명성의 상징이었다. 그러한 명성에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토요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대규모 리콜이라는 발표에 진지하게 임했다는 평가다.

 

물론 몇 주간의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는 의사결정에 관한 지연이라기 보다는 문제점 파악에 좀더 신중한 시간 투자였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듯 하다. (이 또한 기존 명성의 힘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토요타는 소비자들의 여론을 읽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최고 우선순위는 소비자들의 안전이야”라는 그들의 핵심 메시지가 입 발린 소리로는 들리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호하게 움직이는 토요타를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토요타는 이해하는 듯 하다. 이 과정에서 토요타가 어떤 포지션과 행동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토요타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기회’다.

위대한 회사의 위기관리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다.

11월 19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부럽다고 하면 좀 그럴까?

존슨앤존슨이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요 며칠사이 PR관련 블로그에서는 존슨앤존슨의 McNeil 사업부에서 발매하고 있는 진통제 Motrin의 광고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요약하자면…위에 있는 광고를 McNeil 마케팅에서 자신들의 웹사이트등을 통해 릴리즈했는데….그 내용이 엄마들이 딱하고 봤을 때 일부 기분나쁜 내용들이 있었다는 거다.

그 광고가 시작되자 마자 엄마들이 블로그, Twitter, 각종 온라인 포럼등을 통해 Motrin의 이번 새 광고가 기분 나쁘다는 대화들을 나누기 시작했고. 결국 몇일이 지나지 않아서 McNeil은 자사의 홈페이지와 소비자 이메일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사려 깊지 못하게 광고를 했고, 당장 홈페이지와 여러 공식 아웃렛에서 해당 광고를 끌어 내리겠다고 소위 무릎을 꿇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물론 여러 PR 호사가들 중에서도 의견들이 분분한 듯 하다. 당장 맨위의 오리지널 광고가 걸려있는 You Tube 댓글만 봐도…’뭐 그리 sensitive하냐…그냥 넘어 갈 수도 있지…’ 하는 의견 부터… ‘어딘지 기분 나쁘네~’하는 의견들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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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케이스에 대해 전문가들의 몇가지 insight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insight라고 하면.

  • 모든 마케팅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는 꼭 마케팅, 세일즈, 법무, PR, 광고 기능들이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팩을 준비해야 한다
  • 항상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의 대화에 귀 기울여야 하고, 즉각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 항상 겸손(humble)해야 한다.
  • 당신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 처럼)
  • 인간적이어야 한다.
  • 빨라야 한다.
  • 과감해야 한다.
  • 사과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모든 아웃렛을 통해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광고 아웃렛보다 더욱 선제적으로)

등등의 insight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소비자의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McNeil 마케팅 부사장 Kathy의 이메일 내용을 한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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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myself, a mom of 3 daughters’…물론 professional writer가 messaging을 했겠지만 인간적이다. 위 홈페이지에 실린 Kathy의 공식 사과문도 인간적이다. 그리고 대응이 빠르고 단호했다. 그 정도면 Shel Holtz가 이야기 한 것 처럼 이번 McNeil의 위기가 PR Disaster 정도까지 라고 평가해야 만 하나…하는데는 나는 반대의견을 가진다.

반면 한국 기업들을 한번 돌아보자.

  • 국내 기업들 중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이정도 수준인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 그 이전에 기업이 타겟 소비자들의 토론방이나 블로고스피어 그리고 twitter류상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기업들은 얼마나 있을까?
  • 수백만불에 이르는 광고 캠페인을 온라인상 아줌마들의 수다로 인해 폐기처분 하는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CEO가 몇명이나 될까?
  • 소비자들의 불평에 대해 이메일로 사과하는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마케팅 부사장들은 몇명이나 있을까? (바쁘다는 핑계 않고…)
  • 종합적으로 소비자와 대화하는 인간적인 기업은 몇이나 될까…

미국에서는 몹쓸 위기관리 사례가 우리에게는 너무 부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3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지휘관의 의도를 살리자

 

군대에서는 각 병사마다 전쟁 발발 시 자신이 가장 먼저 맡아 해야 할 일을 카드로 만들어 평시에 외우도록 한다. 보통 그 조그마한 카드에는 최초 군장을 챙겨 OO지점에 있는 탄약고로 이동하여 탄약 OOO발과 수류탄 OOO발을 수령, OOO 지점으로 신속히 이동하여 OOO한다이런 식의 최초 행동 프로세스가 자세히 명기되어 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수 많은 병사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빨리 기억해서 전체적인 혼란을 줄이고, 효과적인 방어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런 개인임무카드에 대한 학습과 암기 훈련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는 분명 연습상황에서만 유효하다. 수많은 병사들이 각자의 개인임무카드에 명시된 행동 프로세스들을 완전 암기해 숙지해 놓았다 하더라도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그 행동 프로세스를 100%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자신은 탄약고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동하려는 순간 그 탄약고가 폭격을 받아 불기둥에 휩싸였다고 치자. 그러면 이 병사는 그 다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탄약이나 수류탄 수령 없이 그냥 정해진 장소로 이동 매복하고 있으면 될까? 아니면 탄약이 보충 되어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나?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자세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절차와 프로세스들을 명기해 놓았다. 그러나 그 프로세스는 매뉴얼을 위한 것이지 실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경험상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다.

 

일부 매뉴얼에서는 대응 시간대까지 정해서 신속한 행동 프로세스를 요구하고 있는데, ‘위기 발생이 감지된 후 3시간 내에 CEO가 주재하는 위기대책 회의를 소집해 회사의 공식적인 결정을 도출하고 즉각 발표한다는 프로세스가 있다고 치자. 사장님은 브라질로 출장을 가 있다. 그 다음 전권을 이양 받아야 할 기획 부사장은 어젯밤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있다. 지금은 새벽 2시라서 위기관리팀 구성원인 최고 경영진들 중 3분의 2가 출장 또는 연락이 안 된다. 이 때 실무자들은 어떡해야 하나?

 

보통 날이 새기까지 기다린다. 브라질로 계속 전화를 해 사장님을 찾아 나선다. 새벽 술에 취한 경영진들의 휴대폰에 수 십 개의 문자메시지를 넣어 놓는다. 이것이 위기관리에 있어서 매뉴얼과 프로세스 중심 사고의 병폐다. 실제 위기를 일선에서 관리하는 실무자들에게 영혼을 뺏고, 자기결정에 따른 적절한 최초 조치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획 되로만 전개되는 전쟁은 없다. 매뉴얼대로만 움직여주는 위기도 없다. 사람에게는 본능이라는 것이 있고, 조직인에게는 조직을 위한 본능이 존재한다. 이 본능을 십분 활용할 때 전쟁이나 위기관리는 성공한다.

 

좁다란 인도를 따라 길을 걸을 때,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미리 고민을 하고 상대방이 이렇게 피하면 나는 이렇게 피한다는 식의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머릿속에 넣지 않아도 우리는 그냥 부딪치지 않고 잘 걸어간다. 마주 오는 상대방의 발걸음과 눈빛으로 0.5초도 되지 않아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고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된다. 여기에서 보행자의 마음에는 부딪히지 말자는 간단한 개념만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에서는 이 개념을 지휘관의 의도 (CI : Commander’s Intent)라고 부른다. CI는 보통 간단한 한 문장 정도의 명령문 형식으로 존재하고 공유된다. 지역 전투시에 지휘관의 의도는 교전 발발 이후 OO시간 동안 이 지역을 사수한다가 되겠다. 기업의 특정 위기 시에는 소비자의 안전이 최 우선이다가 될 수 있겠다. 불타는 남대문을 바라보는 소방수의 머릿속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조기 진화하라 CI가 남아 있어야 한다.

 

일선과 저 멀리 있는 의사결정자들간에는 항상 물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상당량의 시간차도 있다. 멀리서 지나간 상황을 보고받아 내리는 결정은 거의 효과를 상실한다. 일단 공유된 CI가 있다면 그냥 일선은 일관되게 그것에만 따르면 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사후에 CI에 충실했다고 벌하면 안 된다. CI에 근거한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은 옳은 것이라는 믿음이 조직 내에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로 회자되는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 여기에는 존슨앤존슨이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던 CI가 있었다. 신조(credo)라고 불리는 이 존슨앤존슨의 CI는 위기 시에 바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존슨앤존슨의 신조에는 분명히 ‘We believe our first responsibility is to the doctors, nurses and patients, to mothers and fathers and all others who use our products and services’ 라고 쓰여져 있고 수 십년 동안 반복해서 공유되어 왔었던 것이다.

 

자사의 제품에 독극물이 투입되어 소비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 나자 존슨앤존슨은 그냥 이 CI에 충실했다. 소비자들을 위해 모든 제품을 다 수거해 말끔하게 다 없애버렸다. CI에 충실한 결정이었고, 이 결정에 대해 나중에 비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공유된 CI의 소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