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 모 AE가 클라이언트에게 모니터링 보고를 하면서 현대 제네시스의 가격 논란에 대해 컨설턴트적인 시각으로 “현대측에서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부분입니다”라는 모니터링 평을 붙였다.
나는 그 AE에게 아쉬움이라는 단순한 표현 보다는 ‘How’를 이야기 해보라고 이메일을 보내보았다. 그 AE가 현대자동차의 홍보부사장이거나 사장이라면 과연 어떤 방식(how)로 이슈를 관리 했었을까? 하는 질문이다.
그 AE는 “제가 보기에 현대차에서는 초기엔 이번 이슈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슈가 확대되면서 지난 목요일경에서야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전에 적극적으로 이슈 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How라는 질문에는 “제품의 가격 결정 (권한)은 기업에 있고, 제네시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최고급 모델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홍보하는 제 입장에서는 현대차가 이해가 갑니다. 이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그것도 reasonable하다고 보고요. 이번 이슈를 키운 것은 점차 똑똑해지는 소비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현대차에서는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사전에 대응했어야 합니다. 이슈가 커지는 것이 두려워 쉬쉬하지 말고, 담당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피니언 리더인 이들에게 정확한 Fact를 전달했어야 했고,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큰 소비자와는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라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보내왔다.
나는 그 답변에 ‘timing에만 문제가 있던 걸까? 메시지의 논리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question mark을 붙였다. 그 AE는 계속 공부를 해 봐야 하겠다고 한다.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주 즐거운 경험이다.
사실…
현대차만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모든 수입차들도 같은 이슈에 괴로워 했었다. 작년 같은 경우에도 자동차 매니아들과 언론에서 이슈를 제기하는 바람에 수입자동차들이 가격 인하 결정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현대차가 전달하고 있는 이슈관리용 메시지는 이전에 수입차동차들이 사용해 왔던 메시지와 100% 일치한다. 이제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형적인 메시지다.
먼저, 옵션의 차이에 따른 단순 가격 비교 불가론
둘째, 각국의 세제와 운송 및 딜러비용 유무로 인한 단순 가격 비교 불가론
셋째, 제품 가격 결정에 있어서 시장경쟁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당위론
이 세가지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수입차 가격의 고가 행진을 지탱해 온 논리였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이 논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쓴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고민은 사실 이런 논리 싸움 이전에 가격 정책 자체에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해외에서 고가 정책을 쓸만큼의 브랜드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적절한 딜러 시스템을 구축하지도 못했다.
미국 시장은 함부로(!) 국내와 같은 고가 정책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수입차들은 이런 가격 정책을 reasonable pricing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말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는 당연한 가격 정책이다.
문제는 한국 소비자의 마음이다. 그 reasonable price를 우리에게도 적용해 달라는 마음이 현대차에게는 부담이 되는 거다. 미국과 같은 수준의 Reasonable Price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적용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많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R&D투자금, 브랜드관리 비용들을 어디서 충당 할 것이며,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내부적으로는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현실적 문제가 현대차의 논리적 메시징에 한계를 긋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를 덮으려 머리를 짜낸 메시지가 논리적으로 통하기를 그냥 바라고만 있는 것이다.
How 라는 문제에서..현대차에게 필요한 이슈 대응 방식은?
완벽한 논리적 메시징이 불가능하다면…(어떤 이유 때문이라도…) 논리성에만 너무 매달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동시에 감정적(emotional) 대응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Emotional Message란 어떤 것이 있을까…고민해 봐야한다.
뻔하게 답이 나오는 기존 스타일의 emtional message가 절대 아니다. 새로운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숙제는 현대차의 것이다.
일단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다니 그 결과가 이슈 관리에 또 한 한계를 긋겠지만…현대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이슈를 접근하는 것이 좋다.
P.S. 내가 제네시스를 바라보면서 우려하는 가장 큰 이슈는 가격이 아니라 브랜딩이다. 학동사거리 모 빌딩에 씌워 놓았었던 허접한 제네시스 광고 필름이라던가…제네시스의 로고 디자인 문제라던가…현대차 정회장께서 미국 딜러들을 모아 놓고 전달했던 ‘제네시스는 연비가 좋아서 미국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이라는 메시지는…제네시스 브랜딩의 한계를 극렬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토요타가 렉서스를 어떻게 브랜딩했었고, 어떤 메시지와 스토리들을 일관되게 활용했었는지…공부가 더 필요하다. 무조건 생산,기술,영업에 대한 피상적 벤치마킹만 필요한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