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7월 062010 Tagged with , , , , , 4 Responses

위기관리 대속자 개념 : 따라 하지 말 것!

BP 이사들이 무신경하거나 무능한 것은 아니다. CEO 전문 매거진인 영국 ‘치프 이그제큐티브(Chief Executive)’는 BP 이사회가 “냉정하게 실리를 따져 헤이워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사들은 헤이워드를 모든 비판을 대신 감수하는 인간 샌드백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월가와 영국 런던 더시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문가들 역시 “헤이워드가 미국 대중의 분노와 비판을 온몸으로 받아 내는 대속자(代贖者)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속자란 다른 사람의 죗값을 대신 치르는 사람을 말한다. [중앙일보]

아주 흥미로운 분석이다. 이 대속자(代贖者)의 개념이 아주 흥미롭다.

해당 영국 잡지가 분석한 것처럼 BP 이사회가 실제 실리를 따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진짜 실리를 따진다면대속자를 활용한 소극적인 커버링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미 발생한 사태고, 단시간 내에 효과적인 해결책이 전무하기 때문에대속자를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만약 BP가 그런 사고방식으로 이런 전술을 사용한다면 그 것은 문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 주체에게는 ‘의지’가 강하게 스스로에게 주어져야 하고, 이를 구경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확신’이 심어져야 하는데 이런 전술은 둘 다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BP B2B기업이다. 기간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본적인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얄팍한 전술 아닌 전술을 다른 일반 기업들이 따라 할까 무섭다. 특히나 B2C기업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위험한 교훈이다.

 

위기시 대속자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대속자로 하여금 위기관리에 필히 성공하게 만드는 것이 좀 더 옳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대속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시도 하는 게 위험하다는 거다.

특히, 이 대속자 개념을 보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이나 전술도 우려가 된다. 정부가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개념이 이런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근 천안함 사태나 지난 광우병 사태를 보면서도 이런 개념의 적용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면 안 된다. 부정적이니 따라 하지 말 것.

 

 

5월 202010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정부, 커뮤니케이션 마인드와 자산을 점검해 보자

 

국정홍보처 시절부터 몇 번의 역대 정부 업무들을 거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및 위기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한가지 매우 큰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 큰 장애물은 ‘국민으로부터 정부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도 이러한 장애물은 존재했었고, 그 자체가 바로 국정 홍보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아주 큰(?) 위력을 발휘 했었다.

오늘 발표된 천안함 관련 조사결과 발표를 놓고도 이런 장애물들은 여기저기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특히 소위좌파 매체라고 인식되는 소셜미디어상에서의대정부 신뢰는 바닥을 긁고 있다.

몇 일전부터 트위터 영역에서는 정부의 조사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계열 트위터리안들이 출몰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에서도 이번 기회로 소셜미디어의 활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긍정적이라는 생각이다.

정치적인 성향이나 입장들을 떠나서 왜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어떤 정부도 신뢰하지 않을까?

왜 국민들은 정부에서 항상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생각을 할까?

왜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안이하고 무능하며 교활하다고 생각할까?

왜 국민들은 정부가 항상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왜 국민들은 대 놓고 정부를 칭찬하는데 인색할까?

국정홍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 중에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문제는 그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냐 하는 거다. 실무자들이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하는 거다.

 

 

그 원인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

1. 커뮤니케이션 자산 부재:정부는 최초 정부 이래 신뢰를 잃을 만한 잘못된 과거 역사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하려고 해도 자꾸 일이 막히는 원인이다.

2. 커뮤니케이션 마인드의 선진화 필요: 정부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마인드는 아직도 일방적 발표와 커뮤니케이션 통제에 익숙하고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국민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란 듯 하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직후 바로 유언비어를 엄벌하겠다 한다. 국민을 대화보다는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정부가 통제해야 할 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위기 상황 그 자체다.

3.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타임라인에 적응 미흡: 소셜미디어 대두 이후개인 미디어라는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적응이 아직 덜 되어 있다. 아직도 정부 커뮤니케이션 관계자들은 하루를 신문/TV 마감 일정으로 분석 이해한다. 전통매체의 타임라인(일간)으로 소셜미디어 타임라인(분간)을 바라보거나 해석하기 때문에 전혀 적시 대응이 진행되지 못한다.

4. 듣지 않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듣지 않는다면 항상 절름발이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도 트위터를 하고 블로그를 하지만 그 중 열에 하나 조차도 듣지 않는 듯 하다. 듣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하는 정부기관이 얼마나 있나? 이번 국방부의 공식 트위터는 듣기 위한 것인가? 말하기 위한 것인가?

위의 모든 부분들이 닭과 달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이번 천암함 사태의 경우에도 일방적 발표 이전에 국민과의 대화들이 좀 더 풍부하게 전략적으로 진행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청와대나 국방부 그리고 일부 여당관계자들은 하고 싶은 대로 추측하고 단언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추측이나 단언을 경계하라 지시하는 게 이번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조였지 않나.

사건발생 이후 발표 때까지 정부는 추측을 자제하라 했었다. 이 또한 정보의 진공을 스스로 만들어 준 격이다. 정보의 진공을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채우지 않았다지만, 일부 관련인사들은 파편적인 추측들과 말실수(비공식적이고 간접적인 시도)로 그 진공을 메운 셈이 됐다. 그 나머지는 당연히 지금과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루머, 개인들의 추측, 호도된 정보, 마타도어, 거짓들이 음모론이라는 형태로 풍부하게 채워 버렸다.

정보의 진공을 만든 측이 잘 못한 것인지, 그 진공을 나름대로의 관심과 생각들로 채워 나가는 본능 그대로의 국민들이 잘 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 지난 두 달간 정부는 국민들과 진정한 대화를 하려 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도 전략적으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했었는지, 스스로 정부의 신뢰를 훼손할 만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는지 한번 돌이켜 보자는 거다.

가뜩이나 커뮤니케이션 자산도 궁하고, 마인드와 업데이트에도 약한 정부가이번 위기로 또 하나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를 만든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에 시원한 답변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이야기다.

 

 

 

 

 

5월 012010 Tagged with , 0 Responses

상식, 이성과 논리가 사라진 아노미 : 천안함 사태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X선 회절, 중성자 회절 분석 등을 사용하면 발견된 알루미늄 합금의 제조 국가를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냉전 시절 서방 선진국과 러시아, 중국이 당시로써는 핵심 군사기술이었던 알루미늄 합금 기술을 각자 독자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 선진국과 러시아, 중국이 알루미늄 합금 제조에 집어넣는 원소가 각각 다르다. 다만 발견된 알루미늄 합금이 서방 국가 제품으로 판명 나더라도 북한과의 연계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03년 우라늄 농축시설 제작에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독일 회사에서 수입하려다 적발된 적이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보유한 중어뢰 중 상당수가 중국제와 구소련제인 어(U)-3G, TYPE 53-59, TYPE 53-56, ET-80A 등이어서 천안함 침몰현장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제 알루미늄 파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또 이란과의 군사 커넥션에 의해 이란제 신형 어뢰가 사용돼 이란제 합금 파편이 나올 수도 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에서 인용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이라는 분의 주장 (또는 기자의 해석과 부연 설명)을 보면 참 재미있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논리적인 이야기로만 보자. 제발 관계없이 무조건 정치적 댓글 다시는 분들 좀 없었으면 한다. )

이 연구원 또는 기자의 주장을 요약 해 보면:


* 여러 분석을 실행해 보면 해당 알루미늄 조각의 제조 국가 판별 가능
* 서방 선진국, 러시아(구 소련), 중국, 이란 등 제조 국가 각각 판별 가능
* 서방국가에서 제조 된 알루미늄이라도 북한과의 연계 없다 단정 불가능
* 중국에서 제조된 알루미늄이라면 북한 연계 판단 가능
* 러시아(구 소련)에서 제조된 알루미늄이라면 북한 연계 판단 가능
* 이란에서 제조된 알루미늄이라면 북한 연계 판단 가능

이렇게 총 6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물론 기자에 의해 정리되었기 때문에 오리지널 주장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 의견 또는 기자의 설명은 이렇다.

그러면 북한이 연계되지 않았다 결론 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나 가능성은 하나도 없는 것 아닌가? 혹시
그 알루미늄이 한국제라야 겨우 북한연계가 불가능한 걸까?

만약 이 국책연구원과 기자가 전문가로서 좀 더 정확하게 메시징을 하려 했다면 이렇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여러 분석을 통해 알루미늄 조각의 제조국가를 규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알루미늄이 어떤 국가에서 제조되었는지 밝혀진다 해도 그 결과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정확하고 결정적 단서로서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이전 광우병 사태와 상당히 비슷하다 생각하는 여러 공통점들의 하나가 이런 부분들이다. 정부는 포지션과 메시지가 다르고, 좌충우돌하며, 자칭 전문가라는 여러 사람들은 무분별한 시나리오들을 개발해 대고, 그것들을 언론에서는 취향대로 취사 선택해 확대 재생산하고, 온라인에서는 상식과 비상식이 폭발적으로 상호 충돌한다.

상식과 이성 그리고 논리가 실종된 아노미가 바로 이런 모습 아닌가?

 

 

4월 292010 Tagged with , , 21 Responses

포지션과 메시지 둘 중 하나는 바뀌어야 : 천안함 사태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위기 커뮤니케이션 상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포지션과 메시지들이 서로 다른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해당 사태에 대한 어떤 원인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 국방부와 정부측의 일관된 포지션이다. 국방부에서는 관련 원인에 대해 어떠한 추측도 자제해 달라 하고 있다. 어제부터
대검찰청에서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악성 루머를 단속한다고도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으로부터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추측을 자제해달 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부 충격이라고만 밝혔을 뿐 어뢰나 기뢰 폭발, 혹은 이에 따른 버블제트에 대해서도 결론 내린 게 없다는 것입니다.[YTN]

 

이런 포지션인데도 불구하고 대국민 메시지에서는 전혀 이런 포지션에 근거한 내용들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수된 ‘고(故)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에 참석해 희생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이들의 영정에 화랑무공훈장을 직접 추서했다. [헤럴드경제]

 

‘용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하는 것은 분명히 정부에서 해당 사태를 북한, 즉 적으로부터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단정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그는 이날 오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에서 장의위원장 자격으로 고인이 된 후배들의 영정 앞에서 읽은 추도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또한 해군총장의 메시지는 더욱 오디언스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이라는 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건가? 아직 사고의 원인을 추측하면 안 된다는 포지션에 이 메시지들이 적절하게 align 되어 있는 것인가?

시청 앞 과정을 지나가면서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사용하는 프랭카드를 본적이 있다. 이 메시지는 또 무엇을 뜻하며, 정부의 포지션을 반영한 것인가?

사태 직후부터 정부는 일관되게 ‘어떠한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도 경계한다’는 포지션을 잘 지켜왔다고 보는데 (사실 이 포지션 때문에 얼마나 여론으로 부터 공격을 받았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있어서는 이에 기반하지 않고 있는 메시지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당연히 오디언스들은 개인별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모두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포지션과 메시지가 다른데 안정감이나 확신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누가 있겠나?

포지션을 바꾸던지, 메시지를 바꾸던지…둘 중 하나는 바뀌어야 국민들이 더욱 더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당연한 원리를 알면서 안 바꾸는 건가? 몰라서 못 바꾸는 건가? 진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