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할 때 항상 코치들이 나에게 묻는 질문 중에 “이번 트레이닝은 어떤 수준으로 질문을 해야 할까요?”가 있다. 기업이나 공기관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제 이슈들을 가지고 공격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 수위와 스타일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묻는 것이다.
보통 팀장급이나 임원 일부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직책)이 대상인 경우에는 코치들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 기법들을 사용하곤 한다. 보통 말을 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가정에 근거한 답변이나 예스와 노 중 한가지만 선택 강요하는 기법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이때 감정의 부딪힘이 있는데, 잘 훈련된 코치들은 답변하는 임원의 감정을 세세하게 읽을 수 있다. 그에 따라 질문의 수위를 조절한다. 반면에 답변을 하는 임원은 질문하는 코치들의 감정이 마치 ‘실제 감정‘인 듯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 또한 그에 따라 대응하면서 답변을 하곤 한다.
답변자의 생존본능을 확인해 보자
왜 질문자들이 그런 질문 스타일을 유지하는가 하고 물어보면, 이유는 한가지다. 답변자의 감정을 자극해 ‘의식적 마비 현상‘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다. 일단 감정 통제를 못하고 의식의 마비현상을 겪는 답변자들은 미리 준비한 핵심 메시지보다는 본능적인 방어와 공격에만 집중 하게 된다. 일종의 생존본능이다.
반면 상당히 높은 직책에 계신 CEO나 대형 조직의 장 같은 경우에는 그런 타입의 공격적 질의 응답 훈련은 보통 받지 않는다. 그런 분들이 공격적인 질문에 맞서 땀을 뻘뻘 흘릴 기회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런 훈련이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래 실무자들이 감히 CEO에게 그런 스타일의 질문기회를 마련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는 국방부장관의 수난(?)을 보여주고 있는데, 장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트레이닝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공격적이거나 이렇게 실제적인 트레이닝 환경을 장관에게 미리 제공해 주지 않는다. 장관 스스로도 이런 더러운(?) 기분을 트레이닝을 통해 사전에라도 느껴보고 싶어 하시지 않는다.
당연히 준비되지 않고 연출되지 않는 답변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해당 장관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의 ‘스타일’ 때문에 문제가 더 해결 안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공격적이고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을 받는 보쓰의 모습을 보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이다. 위 영상에서도 일부 목격되지만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국방부와 군 수뇌부의 느낌은 어떨까?
일단 질문의 핵심인 ‘guilty or not guilty’에 절대 집중하지 않게된다. 그들도 또한 감정이 고조되고 함께 흥분 하게 되며, 질문자의 태도와 질문 스타일에 대해서만 집중 하게 된다. 돌아서면서 분명히 질문자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왜 그런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실질적이고 중요한 생각은 잊어버린다.
답변자 입장에서도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그런 반응들을 보이면 다음 기회에는 ‘질문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 것이다. 질문에 당황했었던 자신이 부끄럽고 차후 이런 기회가 오면 주변 부하들에게 당당한 답변자 보쓰로 포지셔닝 하겠다 결심할 것이다.
당연히 그 다음 질의응답은 감정의 싸움이 되고, 제대로 된 질문과 답변이 나올 턱이 없다. 막말이 오가고, 단정적인 언어의 폭력이 시작된다. 언론을 통해서는 질문자와 함께 답변자의 어이없는 답변이 또 이슈화 된다.
결국…또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한 꼴이 되고…그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와 황당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답변을 한 기업이나 조직에게 고스란히 선물된다. 진짜 기업이나 조직을 위한다면 절대로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전혀 쉽지 않다. 인간이기에…
위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국민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