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이팅

3월 082010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잘 맞받아쳐야 이긴다: 외신기자들의 황당한 질문

 

명을 요구한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 투기꾼들의 공격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이후 외신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을 강화했지만 저질 질문들이 나오곤 한다”면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가 생길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동아일보 인터넷뉴스]


아주 재미있는 해프닝이다. 국내주재중인 월스트리트저널과 CBS라디오 기자가 윤증현 재정부 장관에게 수준미달의 질문을 했다는 기사다.

딱히 국내 주재 외국 매체 기자들뿐 아니라 한국 기자들도 가끔 기자간담회에서 업계 수준에 못 미치는 질문을 한다거나, 너무 나간 질문들을 해서 답변자를 황당하게 할 때가 있다.

얼마 전 모 일본 자동차 회사의 신차발표회에서 모 기자가 정말 당황스러운 (일부 기자의 표현에는……나라 창피한) 질문을 해서 회사의 답변자는 물론 다른 출입기자들도 그 질문한 기자를 돌아보면서 한 소리씩 해 댔었다.

가끔 그런 황당한 질문이 출입기자들 중에게서 나오면, 일부 출입을 오래했던 기자들은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창피함을 감추거나, 킥킥 웃거나 한다. 질문하는 기자 스스로도 그 질문이 앞뒤가 안 맞거나, 상관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 때도 있다. 그런 질문은 해당 회사의 홍보담당자 또는 홍보대행사를 소위 O먹이려는 트릭이다.

그런 질문을 받고 당황한 경영진은 당연히 홍보담당자나 대행사를 사후 족치게 되고, 실무자들은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기자의 의도는 ‘홍보담당자가 일을 잘 못하니 경영진들이 그 부분을 좀 개선해라’하는 거다.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기자들이 사실을 잘못 알거나, 업계에 익숙하지 않거나, 또는 가끔 우리회사 직원들에게 대한 반감으로 황당한 질문을 해도…기업측의 답변자는 무조건 잘 맞받아쳐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정확하게 핵심메시지를 가지고 담담하게 인파이팅 하는 길이 최선이다. 화를 내거나, 얼굴을 붉히거나, 답변을 하지 않거나, 어물거리면서 넘어가는 건 승부에서 지는 거다. (미국 선수들은 이런 질문에 유머로 대응하기도 하지만…솔직히 그러기는 상당히 어렵다)

윤장관은 그래도 답변을 잘했다. 예전 사례들을 보아도 커뮤니케이션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노련하고, 철학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다.

6월 052009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It Tells All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노코멘트다. (직무대행인) 차장과 중수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노코멘트

▲대답 안 해도 되겠지.

▲결과적으로 수사가 잘 진행되지 않았잖아. 사건에 대한 언급은 내 몫이 아니다. 노코멘트이다.

▲그거는 답을 하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노코멘트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 안 한다고 했지 않나.

[연합뉴스]


보통 미디어트레이닝시에 절대 하지말아야 할 것(Don’ts)으로 ‘노 코멘트 (No Comment) 하지 말라’고 하는데…이번 임채진 검찰총장의 퇴임 인터뷰에서는 이 노코멘트라는 말 자체가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노 코멘트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뜻이 있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위기시에 노 코멘트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는 것 같다. 듣는 사람이 그 메시지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다양하게 해석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30년에 가까운 검사생활로 질의와 응답에 달인인 검찰총장 답게 인파이팅하는 포지션 세팅이 눈에 띈다.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뚜렷하게 선을 긋고 그 안에 머물렀다.

‘노 코멘트’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떠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