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6편] 제대로 된 언론관이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에 위기를 한번 겪어 보니 언론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언론 보도를 보니 모 로비스트가 언론에 뇌물을 주고, 기사를 빼는 활동을 해 문제가 되었던데요. 그렇게라도 해야 할까 고민입니다. 그런 고민에 대해 제대로 된 언론관을 갖추라는 이야기의 의미는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국내에서 위기관리에 능한(?) 기업들은 특정 위기를 경험 한 후에 백서(white paper)형식의 위기관리 기록을 대부분 만들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자사에게 발생한 위기에 대한 이야기와 위기관리 프로세스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한 백서나 케이스북을 만들고는 하는 데 그와 우리 기업은 다름이 있습니다.

왜 기업이 중대한 위기와 위기관리를 경험하고도 백서를 만들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백서를 만들 수 없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위기 대응 내용 중 백서에 공개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 마디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위기 대응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는 의미죠.

지금까지 수 십 년간 기업들이 위기관리를 해 온 모습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 상당 부분이 외부로 밝힐 수 없는 전략과 실행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일선에서도 상부나 외부에 그대로 알려지면 힘들게 될 성격의 실행들이 상당수였을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겨 보았자 차후에 문제만 될 내용이 라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이 모여 위기대응을 논의 한 메모랜덤도 만들지 않습니다. 기록에 남겨 보았자 문제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위기대응을 각 부서에 지시한 문자나 메신저 그룹 기록은 또 어떻습니까? 최근 들어 내부 지시 사항이 담긴 메신저 내용들이 언론에 흘러 들어 다시 큰 문제가 된 케이스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메신저 지시도 위기 시 가능한 제한하라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십시오. 위기 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시가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그것은 그냥 문서 일 뿐, 실제 대응은 필드에서 기록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적으로 이루어진다 생각합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적어 매뉴얼 화 하기에는 부담되고,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뉴얼은 매뉴얼, 실행은 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기록 할 수 없는 위기 대응 방식은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평시 예상되는 위기 대응 방식을 하나 하나 점검해 보면서 이 대응 방식이 공개적으로 기록되어도 문제 없는 것인지 판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대응 방식이라면 다른 정상적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위기대응이 또 다른 위기를 만들지 않게 됩니다. 지나간 위기 대응이 다시 살아와 문제가 되는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됩니다. 기록 해 차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 위기대응이 아닌 것입니다. 기업이 그런 위기 대응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생각 하시기 바랍니다.

정상적 언론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정부기관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공무원, 심지어 거래처에게 뇌물을 주면 안 되는 것처럼, 언론인에게도 뇌물은 안됩니다. 배임 차원의 부정한 청탁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론인과의 관계나 친분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려는 노력도 제한적이어야 합니다. 정확한 언론관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어떤 것이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인지,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언론관에 기반한 위기 대응 활동인지 여부는 단 한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위기 시 기업 담당자와 언론인과의 개인적 문자, 통화 및 청탁 내용이 추후 공개되어도 문제 없을 것인가? 이 것이 기준입니다. 문제가 예상되면 문제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위기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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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5편] 기사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한 일간지 기자가 저희 회사에 대해 아주 안 좋은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경영진 네트워크를 총동원 해 해당 언론사와 기자 주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기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사를 막는다는 표현이 아직도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라고 있습니다. 먼저 몇 가지 역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해당 기자의 기사를 ‘막기만 하면’ 그 중대한 이슈는 영원히 다른 언론에서도 기사화되지 않을 주제인가요? 혹시 다른 기자가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도 굳이 기사를 쓰지 않을 만한 평범한 주제인가요?

해당 기사 주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실 의향은 없으신 가요? 만약 그 문제가 이미 해결되어진 것이라면, 해당 기자에게 그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요?

위기관리라는 것을 몇 십 년 전에는 언론의 기사를 빼는 것 정도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질문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부정보도를 ‘막는다’는 개념으로도 이해를 하고 계시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언론사는 현재와 같지 않고, 수도 몇 개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막고 빼고 하는 식의 위기관리는 일견 유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그 막고 빼기 같은 활동은 더 이상 진정한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예전의 유효함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물론 부정기사를 취재하는 기자와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활동으로 기사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운이 좋아 여러 경로로 기사를 막았다고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주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해당 주제는 여기 저기 언론에 의해 추가적으로 취재될 것입니다. 한둘은 막을 수 있다 해도 완전히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실무자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입니다. “일단 이번에는 막고 봐야 죠. 이 기사가 나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막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반응에 대해서도 이해는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그 노력을 하는 가에 대해서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있다면 해야 하겠지요.

핵심은 해당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좀 더 전사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를 하나 둘 막고 빼고 하는 노력도 실무자 차원에서는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 더 근원적이고 중요한 위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고, 문제를 해결했고,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내부적 확신이 있다면 그 자체로 위기는 관리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운 좋게 노력해서 뺀 기사로 인해 그런 노력과 확신이 지체되거나 생략되어 버리는 것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최악의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부정 기사를 막고 빼고 하는 활동에만 집중하면서, 정말 중요한 그 부정적 문제의 해결이나 해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고질적인 부정기사들이 양산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매번 끌려 다니며 고개를 조아리는 홍보실이 계속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최악의 상황으로만 마무리되는 증상이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사를 보지 마시고 문제를 보십시오. 기사를 막으려는 노력의 몇 십 배 노력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 보십시오. 기사를 빼는데 드는 예산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예산보다 저렴하다는 유혹에서 빨리 벗어나십시오. 기사는 뺄 수 없다. 기사는 막을 수 없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시고 위기를 관리하십시오. 그래야 회사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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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4편] 그 때 그때 대응하면 되잖아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서 우려하는 이슈가 조만간 생길 듯합니다. 그런데 자꾸 사전에 내부 공유를 해야 대처나 대응이 가능하다고들 이야기하더군요. 우리 경영진은 비밀이 새 나갈까 봐 가장 우려가 큽니다. 사전에 정보 공유는 힘든데, 그때 그 때 이슈가 불거지면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군에 비유를 해 보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은 주적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고, 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의해 놓는 것이죠. 그것이 정해져야 그 적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가능해집니다. 그게 기반이 되어 다양한 대비 대응책들이 세워지고, 전략과 작전 그리고 전술 개념이 확립되는 것이죠.

기업의 위기관리에 이 비유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자사내에 훌륭한 위기관리팀이 준비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시죠. 그 위기관리팀에게 자사에 어떤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정의해 주어야 여러 이후 위기관리 작업이 준비되고 훈련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과 같은 경우는 잘 훈련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에게 “앞으로 모종의 부정 이슈가 생길 겁니다”라는 정도의 설정 밖에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는 60만 대군에게 “어떤 나라가 침공을 할지는 모르지만 곧 누군가가 침공해 올 것입니다”와 같은 설정과 같습니다. 군은 상당히 혼란스럽겠지요.

적이 북한인지, 중국인지, 일본인지 아니면 러시아나 예상치 않던 호주에서 미사일을 날린 것인지 전혀 감이 없게 될 것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상대가 북한을 의미하는 것 같다’ 라는 단순 가정을 군이 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이와 달리 중국에서 갑자기 미사일을 날리게 되면 뒤통수를 맞는 형국이 돼 버립니다.

또한, 이런 경우 위기관리팀은 앞으로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알지 못할 뿐 더러, 이슈 유형에 따라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해당 이슈가 제품과 관련한 것인지, VIP에 관한 것인지, 규제기관과의 갈등인지, 단순히 언론을 통한 부정기사의 발생인지, 인사적인 문제인지…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가 불가능 해집니다. 각기 다른 형태에 따른 대응 준비는 물론 심지어 관련 타사 사례들을 미리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경영진에서 하는 우려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단순히 활을 쏠 때도 시위를 당길 시간과 과녁에 대한 생각은 사전에 필요합니다. 그때 그때 대응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은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각입니다. 그때 그때 되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위기 시에는 대응을 위한 준비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는지가 위기관리 성공의 관건이 됩니다. 빠른 대응이란 사전 준비가 이미 완료되었을 때만 겨우 가능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비밀이 유출되는 경우를 경계하셨는데요. 저희 위기관리 경험 상 대부분의 고급 정보(비밀)은 고위 경영진과 그 주변으로부터 주로 흘러 나가고는 했습니다. 일단 일선 실무진들은 단순 상황정보를 뛰어 넘는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정보는 위기관리팀에게도 공유 주제가 될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정보를 실무자들이 유출하더라도 경영진이 유출하는 것과는 신뢰도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파장이 다릅니다. 비밀 준수에 대해 큰 우려를 하신다면 가장 먼저 핵심 임원들 스스로가 주의해야 합니다.

위기관리팀을 믿을 만한 사람들로 구성해야 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정확한 상황정보라도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적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전쟁을 시작할지를 미리 감안해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회사가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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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3편] 홍보실에서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언론에서 민감한 회사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홍보실에 계속 기사를 나가지 않게 하라 하고 있습니다. 근데 홍보실은 그 사실관계를 먼저 알려 달라 하더군요. 그래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거죠. 근데 그런 건 좀 홍보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외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이나 비판에 대해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내부에서 정확한 관련 정보가 제대로 홍보실에 유통 공유되지 못하는 현상이 그것입니다. 홍보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씀하셨는데요. 홍보실이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홍보실이 알아야 그런 의혹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홍보실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할까요? 최소한 외부 기자들 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합니다.  정보 한두 꼭지라도 그들보다 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위기 시 홍보실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 하지 못한다 평가하기 전에 꼭 전제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홍보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사내적으로 얼마나 유효한 정보를 정확하게 홍보실에게 공유했었는가를 먼저 평가해 보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홍보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자사의 입장을 정리해 주었는가 하는 부분도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VIP가 중심이 되어 얼마나 빠른 입장 정리가 되었으며, 그 입장을 얼마나 제대로 홍보실에 전달해 활용할 수 있게 하였는가를 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현장 사례를 살펴보면, 일선 홍보실은 아무런 유효한 정보를 가지지 못 해 외부 언론에 무력하게 당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홍보실이 일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도 해당 정보가 유효하지 않거나, 기자가 가진 정보보다 훨씬 형편없는 구도 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가 최신 미사일을 쏘는데, 홍보실은 화살을 쏘니 게임이 되겠습니까?

홍보실이 아무리 (나가 싸울 수 있는) 정보를 달라 소리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관련 부서들도 VIP들께서는 살펴보아야 합니다. 각각 사정이 있고 생각이 달라 홍보실에 제대로 된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홍보실의 대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수준이라면 그건 정말 큰 문제입니다.

마감시간에 쫓기는 언론에 대응하며 신속한 정보를 요청하는 홍보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실무 부서들과 이슈 관련 부서는 그런 마감시간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때문에 적시에 전달되어야 할 정보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게 됩니다. 당연히 결과는 위기관리의 실패로 돌아옵니다. 기자는 마하 3.0으로 날라 다니는 데, 홍보실은 발로 뛰니 뭐가 되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홍보실이 알아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홍보실이 알아야 대응할 수 있습니다. 홍보실이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홍보실은 최소한 기자보다 더 많이 잘 알아야 합니다.

홍보실이 아는 정보는 정확한 것이어야 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며, 신속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완전하게 이행되었는데도, 홍보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진짜 홍보실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 외 홍보실이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막연한 미신은 그냥 미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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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2편] 인식이 어떻든 사실이 중요한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워낙 요즘 기자들을 ‘기레기’라고도 부르는 환경이고, 가짜뉴스다 뭐다 해서 사실 아닌 이야기들이 마치 팩트처럼 돌아 다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그런 잘못된 인식이야 어떻든 우리만 떳떳하자 생각 합니다. 인식이야 어떻든 진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글쎄요. 내부적으로 공유 공감 받는 사실이 일단 존재한다는 것만 봐서는 필요한 이야기 같습니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하죠.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회자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상황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말씀 같이 상당히 여러 회사들이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회사 이미지야 어떻든 우리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 “남이 뭐라 하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다.” “우리 진심을 안다면 저렇게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와 비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떳떳하다. 우리가 잘 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일부 언론이 악의를 가지고 저런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이 생각의 문제 핵심은 사실과 인식을 서로 다른 것이라 생각하는 출발점에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데, 그 사실을 대하는 인식은 저렇다. 왜 그 사이에 차이가 생길까?’ 기업들이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이죠. 그리고는 ‘아마 그 차이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사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의도적으로 비판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우리를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사실과 인식이 서로 전혀 다르고 상호간 아무 연관이 없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가지는 상대만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조그만 사실관계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식이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이슈는 반박 관리하기가 쉽다 이야기 합니다. 그 인식을 만드는 이해관계자들과 맞서서도 반박이 쉽죠.

대부분의 인식은 관련된 사실관계가 일부 또는 상당수준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사실과 인식은 다르다 생각을 시작하게 되니 문제입니다. 사실관계가 그 후 생겨난 인식과 직접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해당 사실관계가 너무 부풀려지거나, 이상하게 왜곡되어 인식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사실과 인식은 전혀 다른 존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렇게 잘못된) 인식이야 어떻든 우리는 사실에 만족하자. 이 이야기는 상당히 패배주의적인 체념일 뿐입니다. 기업 홍보와 위기관리라는 내부 기능이 분명히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보나 위기관리는 평시나 위기 시 기업을 둘러싼 사실과 인식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합니다.

사실보다 뛰어난 인식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분명 사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만큼의 인식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기업으로서 분명히 기울여야 하는 노력입니다. 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의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에 훨씬 못 미치는 인식은 홍보와 위기관리 기능의 관리 대상입니다. 필히 그 간극을 좁히려 노력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부단히 커뮤니케이션 하고,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고,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고, 끝까지 노력해 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업이 일어나는 인식과 여론에 돌아 앉고, 침묵하며, 귀를 막고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사실과 인식이 따로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대신 회사를 위해 모두가 꾸준히 인식을 관리한다(perception management)는 새로운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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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1편] 연초라서 불안한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연말에도 그랬지만 새해에는 또 어떤 일들이 터질지 벌써부터 조마조마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사전에 관리하라 하더군요. 그런데 점쟁이가 아닌 이상 우리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지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불안불안만 합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하신 기조를 살펴보면 ‘회사 스스로 자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를 모른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전제가 성립되려면 회사 스스로 자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정수준 이상의 확인 노력이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우리가 여러 방식으로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해 살펴보고 점검해 보고 분석해보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모르겠다. 이런 순서여야 그 이야기가 의미 있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새해 경영 슬로건으로 ‘위기관리’를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기업이 ‘위기관리’를 이야기하지만, 그 모든 기업이 내리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르다는 점입니다.

물론 각각의 회사 특성이 있기 때문에 ‘위기’라는 개념이나 유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위기와 하나의 유형으로 뭉뚱그리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강조하고 있지만, 해당 위기에 대한 생각하거나, 확인을 하는 것에는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 부분은 그리도 동일한가 하는 것입니다.

자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위기란 실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기는 미지의 세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사가 상상할 수 있는 위기는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입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당황 해 하고, 매번 상상할 수 없었던 위기라 이야기할까요?

그 이유는 평소에 해당 위기에 대한 상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못했던 것이 아니죠. 한마디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죠. 당연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으니, 위기가 발생하면 놀랍고 낯선 것입니다. 발생할 수 있는 위기는 임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들 각자가 생각하는 위험, 위기, 논란, 이슈, 부정적인 환경, 분위기, 관습, 관행, 갈등, 조짐, 느낌 등이 있습니다. 그 줄기를 찾아보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이미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위기로 정의하고 있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그 것을 중요하게 생각 해 사전에 관리하는가 아니면 문제로 폭발할 때까지 방치하는가 하는 결정만 남은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분명히 언젠가는 폭발할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 ‘어떤 위기가 우리에게 발생할지 불안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것입니다.

기존에 기업들이 경험했던 위기 케이스들을 지금이라도 다시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에서 해당 기업 내부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고, 예견이나 느낌도 가지지 못했던 위기가 있었습니까? 정말 VIP와 전직원이 깜깜하게 모르던 위기가 있었을까요? 그 어느 한 명도 문제라 느끼지 않았던 것이 황당하게 위기로 폭발한 경우가 있을까요? 정말 세계 최초로 자사에게서만 유일하게 발생한 위기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새해에는 좀 더 내부를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부 임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자세하고 많이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그에 대해서 내놓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면 위기는 없다? 그건 아닙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꼭 한번 확인 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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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80편] 위기 시 왜 황당한 이야기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부 기업에서도 그렇지만, 정치인들이나 유명인, 연예인들의 경우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항상 무언가 그에 대한 해명을 하거나 사과를 하는데 말이죠. 제가 보면 종종 좀 황당하고 이상한 궤변(詭辯)을 펼치더라고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글쎄요. 이런 말로 답변을 대신하면 어떨까 합니다. “위기 시 하늘은 그 사람(기업)을 시험한다.” 자신 또는 자사와 관련 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당사자가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기업)를 그대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는 그 이전과 동일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일부는 그 이전까지 그 실제 모습을 꼭꼭 숨겨왔던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고객을 가족같이 사랑한다’며 수 십 년간 광고 해 온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그러던 어느 날 고객들이 회사의 불량 제품에 대해 엄청난 항의를 하고 회사를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그 기업이 자사를 위해 손가락질 하는 수 많은 고객들을 자신의 진짜 가족같이 대하며 이야기 한다면 그간의 광고 메시지는 진실이었고, 실체가 있던 것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이 그 많은 고객들에 맞서 싸우거나, 너무 심한 비판이라며 소송을 언급하며 반박하고 돌아 앉는 태도를 취한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그 기업은 광고를 통해서만 고객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이야기했던 겉과 속이 달랐던 기업이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그렇게 평소에 자사(자신)가 유지해 왔던 좋은 선의와 태도를 위기 시에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사(자신)의 평소 원칙과 신념을 이야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그 기업이나 유명한 개인이 그런 원칙이나 신념을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사(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손가락질에 내심 분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기업과 유명인들은 그런 속마음을 위기 시에도 숨기며 평소 커뮤니케이션 했던 메시지 대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간 쌓아 놓은 자사와 자신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죠. 이런 자세와 생각을 우리는 ‘전략’이라 합니다.

질문해 주신 경우를 볼 때 그 기업이나 유명인이 위기 시 황당한 궤변을 펼친다면, 그 기업이나 유명인은 일단 ‘전략적이지 못하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위기 시 자신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주체는 실제 위기로 영향을 받은 주요 이해관계자들만큼 흥분하게 됩니다. 화를 내게도 되고, 억울해 하기도 합니다. 아파하기도 하고 안절부절 해 하며 일부는 공격적이 되어 감정이 널을 뜁니다. 정상적 의사결정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서 기업이 외부에서 중립적이고 이해관계가 직접 존재하지 않는 제3자들의 조언을 듣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인 당사자보다 덜 흥분하고, 덜 화가 나고, 덜 억울해 하며, 덜 공격적인 조언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위기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위기 시 이상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이상과 같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본능에만 의지하며, 제3자의 훌륭한 조언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었다면, 자신의 황당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더 큰 공분을 자아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 시 이 보다 더 멋진 말은 없습니다. 좀더 전략적이려 노력하고, 위험한 본능을 잘 관리하고, 제3자들의 좋은 조언을 들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면 그런 결과는 다가옵니다. “말로 매를 번다”는 반응과는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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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79편] 공분을 관리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요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기업들의 위기를 보면 대부분 여론의 흐름이 공분(public anger)과 연결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만큼 국민들을 극도로 화나게 만드는 기업의 행위들이 많다는 것인데요. 공분을 관리하는 것도 위기관리가 되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위기관리를 두 영역으로 굳이 나누자면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상황 관리란 물리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서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됩니다.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는 행위도 상황 관리죠.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구출해 내는 행위도 상황 관리 입니다. 법적인 대응을 해서 수사나 사법 기관에 맞서는 행위도 상황 관리입니다. 또한, 위기를 확산 악화 시키는 의도를 가진 원점(개인)을 관리하는 행위도 상황 관리가 됩니다.

일단 상황 관리가 진행되면, 그에 대해 내외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적 행위는 커뮤니케이션 관리라 합니다. 화재를 진압하는 상황관리를 진행하면서, 화재의 원인이나 피해규모 그리고 피해자 처리 방식에 대해 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이것이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관리입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을 구출하면서, 구출 승객 현황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것도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관리입니다.

수사나 사법기관에 출두하면서 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것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됩니다. 원점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위기 상황을 관리하려는 모든 행위도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일환입니다. 이렇듯 상환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균형적으로 각각 적시에 제대로 이루어져야 위기관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공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맞습니다. 최근 들어 사회적 논란관련 위기관리의 주요 목표가 그와 같은 ‘공분 관리’를 목표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기업들 스스로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 사후에 가서 결과적으로 ‘공분’이라는 것이 나타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만 잘하면 ‘공분’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케이스들을 보면 위기관리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사회적 ‘공분’이 형성되어 버리는 현상들이 빈번해 졌습니다. ‘공분’이 생겨난 이후 위기관리가 시작되는 역전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의 목표는 이미 만들어진 ‘공분’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만들어진 ‘공분’을 관리하기 위해 이전 보다 한층 가시적이고 극단적인 위기대응을 해 공분을 감소시키기 위한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즉각적 퇴진, 경질, 압도적인 피해보상, 처벌 등의 상황관리 유형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가시적이고 극단적인 상환관리를 통한 위기관리 노력이 일반화 되는 데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가 퇴진 해 버리면 위기는 관리된다는 믿음이 생겨난 것입니다. 책임자를 경질해 버리면 된다. 책임자를 처벌하면 위기는 관리 된다. 압도적 보상을 하면 위기는 관리 된다와 같은 이상한 공식이 생겨나 버린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분을 관리하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입니다. 그 철학과 원칙이 제대로 수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극적인 공분 관리에 몰두합니다. 그리고 그런 극적 행동들이 곧 위기관리라 착각을 합니다. 당연히 그런 극적 위기와 위기관리는 반복됩니다.

기업의 법무팀과 로펌이 위기 시 실제 법정에서 형량, 제제수위, 배상범위와 액수 등을 조정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팀은 여론의 법정에서 공분의 수위를 조정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변호사들이 법전에 의해 그들을 관리한다면, 커뮤니케이션팀은 자사의 훌륭한 철학과 원칙에 따라 공분을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극적인 퍼포먼스가 여론의 법정의 법전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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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78편] 이메일 메신저라도 잘 보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의 대형 위기가 발생 해 아주 정신 없어 죽겠습니다. 평시 업무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요. 매일 회의와 회의를 이어가는 것만 해도 바쁩니다. 외부 위기관리 자문사와 로펌과도 협업하고 있는데요. 일이 안팎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그런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내외부 인력들이 집중적 협업을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상호간 공유 보고량도 많아지고 평소보다 커뮤니케이션 빈도도 수 백배 늘어납니다.

또한 보고와 정보공유 내용도 상당히 파편적이고 불안정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조각 한 조각 정보에 주목 하거나, 일희일비 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게 됩니다.

이 스트레스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실무자들은 대부분 평시 커뮤니케이션 관리와 처리 역량이 부족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단 업무관련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실시간으로 읽고 처리하는 습관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분들은 위기 시 서로 엇갈려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상황 보고 메신저와 이메일, 그리고 전화통화에 자신을 격리시켜 버립니다. 중요한 정보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공유할 대상에게 적절하게 배분 공유하는 습관이 부족해 위기 시 스스로 병목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도 경험 하지만, 평소 전화를 하루 한 번 정도 받는 사람의 경우 갑자기 하루 열 번의 전화가 울리면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이 없게 마련입니다. 반면 하루 백 통의 전화로 힘들었던 사람의 경우, 열 번 정도의 전화는 차라리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위기 시 실무자 각각의 스트레스와 압박도 이런 다름이 있습니다.

위기 시 대부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엄청나게 늘어난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실무자들은 그래도 중요한 메신저, 이메일, 전화를 잘 처리하고 배분하고 공유하려 노력합니다. 반면 어떤 실무자들은 각종 커뮤니케이션을 중단해 버립니다. 평시 습관이 위기 시 더욱 더 강화되는 것이죠. 심리적으로는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일 수 있지만, 조직적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적절하지 않은 대응입니다.

만약 자신이 위기관리를 하는 임원 및 실무자인데,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면 차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누군가 자기 대신 차분하게 앉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처리해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팀)에게 공유 해 줄 대리인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 시간에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그에 따라 실무진들에게 정확하게 대응 방식을 하달하는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가장 최악은 자신이 커다란 병목이 되는 것입니다. 더 최악은 메신저, 이메일, 전화를 차단한 채 위기관리를 한다며 바빠 하기만 하는 경우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정보보고, 공유 등과 같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위기관리 조직을 움직이는 피와 같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피가 어딘가에서 멈춰 있다 생각해 보십시오. 피는 흐르지 않으면 조직에 해가 됩니다. 그 조직이 정확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미국의 한 해군 제독이 한 대학의 졸업식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해라” 사소한 일상을 제대로 관리하고 개선하지 못하면 큰일을 꿈꿀 자격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이 말을 좀 바꾸어 이야기 해 봅니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고 싶으면 평소 메신저와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읽고 제대로 처리하라.” 아주 중요하지만 쉬운 습관에 대한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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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77편] 보상이나 배상이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설비에 대형사고가 발생 해 여러 거래처가 곤란을 겪었습니다. 언론과 기관에서 보상이 도리다 해서 저희 회사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했지요. 그런데도 계속 이번 사고에 대한 비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상했는데도 위기관리가 잘 안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좀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보상이나 배상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가 위기관리 방안은 아닙니다. 거래처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는 피해도 발생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도 발생한 것이죠.

피해자들의 관점에서도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는 것은 그냥 당연한 것일 뿐, 그것이 자신에게로 향한 회사의 배려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일단 불필요하게 피해가 발생했고 심리적이나 물질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분노할 것입니다. 피해 보상이나 배상에 감사하고 감격까지 하는 피해자는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피해를 보상해 주지 않으면 위기관리 자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해 주었다고 해서 위기관리가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위기관리의 핵심 대상은 사고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얻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그 다음 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과 같은 사고를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회사의 의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에 기반한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 방지 대책을 적절하게 수립해 발표하고 투자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단번의 피해는 보상 가능하지만, 같은 사고가 자꾸 반복되면 피해보상 자체도 점점 더 힘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기업이 피해보상이나 배상을 위기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상을 했으니 잠잠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실 피해 보상이나 배상액이 사고방지를 위한 시스템 투입 예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도 있습니다. 사고를 재발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면 수백억이나 수천억이 들어 갈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심정적인 피해 보상은 보기에도 좋고, 예산도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개선책 보다는 보상을 상대적으로 선호합니다.

같은 사고나 문제가 심각하게도 반복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입니다. 해당 사고가 십년이나 몇 십년에 한번 발생할까 말까 하는 희귀한 것인데, 그에 대한 방지를 위해 엄청난 예산과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붓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그 때 그 때 사고가 발생되면 보상을 해주고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산을 포함 해 모든 것이 전략적이고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기업에 따라 대표이사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위기관리 개념과 방향은 각기 다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좋은 위기관리고 어떤 것이 나쁜 위기관리라는 평가는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일 것입니다. 불행히도 그 피해가 발생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기업이 그 것에만 관심을 두게 되면 그들의 피해는 또 불필요하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문제를 개선해서 사고나 피해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그들 이해관계자가 불행하게 피해를 입을 수는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이니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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