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6편] 어디서 정보가 새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위기관리를 하면서 느꼈는데요. 기자들이 저희도 모르는 내부 정보를 다 알고 있더라고요. 저희 홍보실조차 알지 못하는 내용을 여기 저기 기자들을 통해 듣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디에서 정보가 흘러 나가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에서 흔히 정보 보안을 위해 일선 직원들을 주로 교육하시는 데요. 위기관리 해 본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중요 정보는 최상위 중요 경영진에 의해 외부로 흘러 나갑니다. 일선 직원들은 위기 시 중요 정보를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유출 하려해도 유출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직원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요 정보는 그들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합니다. 중요 정보를 일단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그것을 유출할 수 있겠지요. 위기 시 중요 정보를 가지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중요 경영진입니다.

그렇다면, 그 경영진은 왜 중요 정보를 그렇게 유출하는 것일까요? 정치적 목적? 해사 행위? 전략적 유출? 글쎄요. 대부분 중요 정보 유출은 실수나 부주의함으로 발생합니다. 정보를 얻은 상대가 위험한 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을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죠. 중요 경영진들이 개인적 상황에서 라도 항상 주변을 좀더 돌아보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다음 유출 원인은 자신의 의도를 주관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중요 정보가 바깥으로 흘러 나갔을 때 문제의 경영진은 이런 해명을 합니다. “그런 의도로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정보 유통 상황에서 화자의 의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 정보를 그렇게 사용할지 몰랐다”는 말도 의미가 없습니다. 화자가 청자의 의도까지 주관적으로 추정했기 때문이죠.

또한, 정보 유출에 관련된 경영진은 회사로부터 자신이 의심을 받을 때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자신이 옮긴 정보를 재유출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합니다. 그간 너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적으로 만났던 지인 기자들도 많고, 투자은행쪽 인사들도 많고, 동창이나 동문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함께 골프 쳤던 사람들도 정리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디에서 말이 새나갔을까 심증도 가지 않을 정도면 문제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VIP중 위기관리를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사적으로 조언을 구하거나, 사정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VIP께서 기억하 셔야 할 것은 위기 시 모든 정보는 기본적으로 수류탄처럼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폭발가능한 수류탄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처럼, 정보는 위험한 것이므로 시종일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위기 시 여기 저기 정보를 옮기는 것은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을 여기 저기 옮기는 것과 같은 아주 위험한 행위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믿을 만하고, 믿을 만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라고 해도, 이미 안전핀은 제거되었기 때문에 그 정보의 위험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의도를 주관적으로 설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의 의도 또한 주관적으로 추정하지도 마십시오.

위기 시 VIP께서 외부로 옮긴 말이 기사화되고, 음성이 보도되고, 문자와 흐린 영상이 공유되는 상황이 되면 안됩니다. 특히 믿었던 기자나 언론계 인사들이 VIP의 말을 옮기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VIP 스스로 안전핀을 제거하신 그 부주의함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입을 전략적으로 컨트롤 했다면 모든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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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5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우리 회사 차원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몇몇 시도해 본 대응도 별로 효과가 보이지 않고요. 무언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이게 문제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평시 마케팅이나 영업 차원에서 다양하게 많은 일을 해 보신 기업에서 이런 질문을 종종 하십니다. 평시에는 무엇이든 컨셉을 잡아 실행하면 반응이 좋고, 그에 따른 성과도 눈으로 보이는 것 같은데, 위기 시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이죠.

일부 기업은 빠르게 그리고 아주 민감하게 대응해 여러 다양한 위기 대응을 시도하는데, 평시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피드백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실제 목표했던 성과가 얻어 지기는 커녕 반대 상황만 주어지는 이상한 경우들만 생겨나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이런 조급함과 혼란함 탓에 일부 기업은 지속적으로 무리수를 두고, 더욱 다양한 위기관리 실행 프로그램들을 반복해 돌리는 실수를 범합니다. 상황이 생각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이런 실수들은 더욱 더 심해지고, 이내 늪에 빠져들어가는 형국을 경험합니다.

“왜 여론이 잦아 들지 않을까?” “컨트롤이 안되는 걸!” “계속 무엇이든 해서 안정 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내부 논의가 줄을 잇습니다. 그러나, 기본으로 돌아가 보시죠. 일단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 ‘위기’입니다. 위기란 그런 것입니다. 만약 마음대로 무엇이든 된다면 그 상황은 위기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 해프닝이겠지요.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기본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할 수 있는 것 보다 오히려 하지 않아야 할 것이 더 많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거나, 무엇이든 해도 되는 상황이라면 그 또한 위기 상황은 아닌 것입니다.

여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시 생각보다 단순하고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이들을 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그들을 통제해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오산입니다. 그들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제대로 된 위기관리관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하지 않아야 할 것만 수두룩한 상황. 그 불리한 조건 속에서 만만하지 않고, 통제나 싸워 이길 수도 없는 이해관계자들과 대치하는 그 상황이 바로 ‘위기’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위기관리를 통해 싸워 이긴다는 생각을 먼저 버리십시오. 위기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흔한 착각도 버려야 합니다. 위기관리를 잘했다는 평가는 위기를 관리해 나가면서 끝까지 핵심을 지켜 쓰러지지 않은 기업에게 내려지는 것입니다. 마치 위기가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경우는 실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KO당하지 않고 견딘다. 이 생각이 위기관리를 보다 현실화하는 각오가 될 것입니다.

거대하고 강한 상대와 겨루면서 유효하지 않은 펀치를 흩뿌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체력만 소모될 뿐이죠. 자신이 약한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해 끝까지 커버하면서, 시간이 흘러 이 경기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는 현실적 마음도 필요할 것입니다. 정확하게 뻗어야 할 펀치만 가려서 꽂으면서, 단단하게 서서 맷집으로 견딘다 생각하십시오. 위기관리라는 것은 절대로 다양한 창조력을 발휘해야 하는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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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4편]상황 브리핑은 얼마나 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한 사고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니, 해당 회사가 상황 브리핑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하면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더군요. 저희 대표님께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냐 질문하시던 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는 물론 주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엄청난 정보 수요의 폭발을 경험합니다. 아무 유효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서 이해관계자의 정보 수요는 폭발하죠.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 스스로도 획득한 정보가 없어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것인데,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서 정보를 숨기거나 변형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게 문제입니다. 전반적으로 기업이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기업 차원에서는 아무리 극심한 정보 공급 수요의 불균형 상황이라 해도 자사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은 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발생 초기 충분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기업에서 일단 커뮤니케이션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 합니다.

최초 충분한 정보를 자사가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보를 획득하면 추가로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는 자사의 의지를 먼저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한 마디로 “기다려 달라”입니다. 이런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홀딩(holding)이라 합니다.

그 후 실제 정보가 하나 둘 취합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정리된 위기 상황 관련 정보를 일단 정리해 자사의 입장 및 대응 사항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앞에서 홀딩하면서 약속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부터는 자사의 입장과 대응 사항들이 함께 전달되게 됩니다. 기업에서는 이 시기까지 대략적인 위기관리 전략과 대응 방안을 만들고, 실행을 개시해야 합니다.

그 후 추가적으로 정보가 계속 들어옵니다. 기업은 그 전과 같이 일정 기간 종합된 정보를 정리해 기존 자사 입장과 대응 방안과 함께 다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만약 변화된 상황이 있다면, 그에 따른 자사의 변화된 입장과 대응 방안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브리핑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그 기준은 상황의 변동성 그리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정보 수요 여부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 상황이 계속 변동되고 있다면, 그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시기까지는 브리핑을 제공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정보 수요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기 상황이 이미 초기 마무리된 경우라면, 해당 건에 대한 브리핑은 한번이나 최대 두 번 정도로 진행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고 상황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브리핑은 제한적으로 한 두 번에 끝납니다. 위기 유형마다 다른 기준이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정보 부족을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위기 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정보의 진공’ 상태입니다. ‘정보의 진공’ 상태가 되었는데도 기업에서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그 진공 상태는 다른 비공식적, 적대적 이해관계자들의 무책임 한 정보들로 곧 채워지니 문제가 됩니다.

일단 그렇게 다른 정보들로 최초 공간이 채워져 버리면 그 다음에는 기업에게 상당히 힘든 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싸우기 때문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합니다.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것이죠. 그 때문에 일부 기업은 지속적으로 브리핑을 시도합니다. 전략적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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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3편]이번 위기관리 잘 한 것 같은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OO사의 위기관리를 보면 대부분 반응이 좋더군요. 제가 봐도 그 회사가 빨리 기자회견도 잘하고, 열심히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좀 뭔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전문가들이 볼 때에도 이번 위기관리를 잘 했다고 보시지 않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 들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환경이 대세가 되다 보니 기업 스스로 여론에 대한 민감성이나 대응 속도 측면에서 예전과는 다른 변화가 여럿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기업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 여론 반응에만 너무 몰두해 있어서, 과잉 반응이나 반사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 문제될 정도입니다. 더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반응’을 해야 한다고 믿고 부실한 실행을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기지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OO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적절했고, 적당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상당수 기업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고, 그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공중의 이해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다 개선 강화해야 할 핵심 부분은 상황관리 체계에 대한 평소 노력과 투자입니다. 이와 함께 금번 발생한 위기와 같은 유사 위기에 대한 기업 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 가시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플랜이 중요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산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기관리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실제 상황발생을 경계하고, 발생을 억제 방지하고, 발생된 상황을 관리해 내고,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하는 이런 제반 위기관리 활동은 비쌉니다. 계속해서 예산을 쏟아 부어야만 목적 달성이 겨우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근 기업 위기관리 형태를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주로 집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기업이 평소 홍보에 집중하듯, 위기 시에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멋지게 잘 하는가에 주된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과도 제대로 하고, 기자회견이나 사과문도 멋지게 씁니다. 고객 상담전화도 열심히 일하게 만들지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도 낮은 자세로 여러 공중과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위기 시 언론과의 인터뷰도 핵심 메시지를 잘 잡아 합니다. 관계기관과의 지속적 협조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추가 상황 변화를 막아 내기도 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잘해 내는 기업들이 이렇게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이에 더해 위기(상황)관리를 위한 실질적 체계와 개선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위기관리는 예산으로 한다는 말처럼 제대로 된 예산확보와 투자를 상황관리 체계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유사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재발하더라도 더욱 더 제대로 상황을 관리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거짓말쟁이 양치기’의 것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실질적 개선 투자는 필요합니다. 같은 위기가 반복되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반감됩니다. 말로만 천냥 빚을 갚아 나가는 것도 한 두 번입니다. 매번 말로만 무언가를 해내려 하는 기업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는 곳이 아닙니다. 무언가는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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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2편]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 기업은 최대한 투명해야 한다. 거짓말 하지 말라. 정확하게 밝혀라. 이런 조언들을 하는데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투명하게 밝힌다고 하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는 건가요? 숨김과 남김 없이 다 밝히라는 것은 아니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의 위기관리 명언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투명성이라는 것이 “위기 시 기업의 모든 ‘더러운 빨래(dirty laundry)’를 바깥에 널어 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시 이 ‘투명성’에 대한 조언에 상당한 고민을 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어디에서 어디까지 알려야 투명한 것인지에 대해 기준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이죠.

문제 핵심은 누구도 자신의 ‘더러운 빨래’를 바깥에 널어 놓는 것을 원하지 않고, 반대로 누구도 일반적으로 기업의 ‘더러운 빨래’를 직접 보고 듣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일부 정치적으로 기업을 공격하려 하거나, 문제를 빌미로 다른 의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해관계자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위기를 겪는 기업의 ‘더러운 빨래’까지 굳이 들추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은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투명성의 기준이란 핵심 이해관계자의 눈높이 그 이상이나 이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준입니다. 따라서 먼저 핵심 이해관계자가 바라보는 눈높이를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투명성에 대한 개념은 ‘신속함’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일단 해당 실행은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시기를 놓치고, 한참동안 침묵한 뒤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될 수록 투명성은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투명성은 ‘빈도’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지속적 커뮤니케이션과 정기적 업데이트가 진행된다면 그 위기관리에는 투명성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반대로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중단되거나, 업데이트에 있어 수동적 자세를 보인다면 투명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투명성은 그 외에도 기존에 해당 기업이 보유했던 투명성의 가치 와도 연결되는 개념입니다. 평소 투명해 보이지 않던 기업은 절대 위기 시 투명하게 보일 수 없을 것입니다. 평소 투명하게 인식되었던 기업이 위기 시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투명성의 가치를 얼마나 구현하고 있었는 가는 기업의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의 구체적 어감을 기반으로 추가 답변 드리면, 기업이 위기 시 공개해야 하는 정보의 투명성은 실무적으로 ‘제3자 검증 가능’ 여부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보라도 최소한 제3자검증이 가능한 것이라면 최대한 공개해야 하며,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간단하게 제3자 검증이 가능한 정보를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으로 비추어지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둘러보시면 공감하시겠지만, 또 다른 고민은 최근 제3자검증 가능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상에 유행하는 것처럼 ‘네티즌 수사대’를 이겨 낼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환경이 기업으로 하여금 ‘투명성’에 대한 실행을 점점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이 투명할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이라는 것이죠.

그래도 일단 위기관리 실행 차원에서 제3자 검증 가능 정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3자 검증이 불가능한 정보인 경우에만 상황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선택 고민이 가능합니다. 그 정도가 투명성의 허용 범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투명성은 절대 고해성사의 의미는 아닙니다. 영원히 그럴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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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1편] 페이스북 댓글을 왜 기사화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이 얼마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기자들이 죄다 기사화 해서 곤욕을 치룬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분들과 댓글 논쟁을 벌이신 것도 기사화가 되네요. 사실 페이스북 같은 건 개인적인 건데 개인간 대화나 잡담 같은 것이 왜 기사화되죠? 프라이버시라는 게 없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인쇄할 가치가 있는 것은 뉴스(all the news that is fit to print)’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개인적 글의 내용이 기사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가 됩니다.

물론 대표님의 개인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기사화 했다면, 그런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는 공중의 큰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공중이 알 필요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자극적 흥미라는 것은 존재할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그것을 공중이 알아도 별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기사화는 적절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대표님의 페이스북 글이나 댓글 논쟁이 다수의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었고, 그로 인해 여러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면 일단 그 글은 일단 기사화 가치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프라이버시를 넘어 사회적 시의성, 저명성, 영향력, 이상성, 인간적 흥미 중 어떤 뉴스 가치라라도 한 두개 이상 해당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대표는 대표직에 있는 이상 최대한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습관을 유지해야 합니다. 대표이사는 기업을 대표해서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해진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사업과 그 결과를 통해 주주와 임직원들에 대한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자, 주주, 임직원, 거래처는 물론 사회적 이해관계자인 정부, 국회, 언론 등에게도 성실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기업 대표의 모든 메시지는 일단 기사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자들이 그로부터 기사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기사 가치가 있음에도 기자들이 기사화하지 않을 경우는 없다 생각해야 합니다. 이 생각을 기반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이 자신과 회사를 위해 이롭습니다.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통한 기업 대표의 메시지는 언론 기사화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실린 메시지는 기사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십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정제되지 않고, 사적인 감정이 들어있으며, 술김에 나온 이야기나, 푸념 등을 적는 것이라 기사화 가치가 없다고 일부 대표님들께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오프라인과 다른 언론 취재 방식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기업 대표나 핵심 장관이 기자와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해 아주 중요한 정보를 흘리는 실언을 합니다. 해당 기자가 기사를 쓸까요? 쓰지 않을까요? 특종의 기회를 마다할까요?

식당에서 기자의 옆 테이블에 우연하게 앉은 유명인이 떠드는 자극적인 개인 사생활을 듣게 된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우연히 기자실 옆 쓰레기 통에서 얻은 기업의 비밀자료를 손에 쥔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길을 가다 고급 식당에서 나온 유력 인사들이 나누는 중요한 대화를 전부 듣게 되었다면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이런 경우 기자는 개인적인 내용이니 기사화를 절대 하지 않아야 할까요?

기업 대표에게 ‘오프 더 레코드(비 보도 전제)’란 개념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업 대표가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전달 메시지는 ‘온 더 레코드’ 입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더더욱 ‘오프 더 레코드’라는 진부한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업 대표께서 자의적으로 ‘온 더 레코드’와 ‘오프 더 레코드’를 나누려 하시기 때문에 어려운 것입니다. 세상은 이미 모든 것이 ‘온 더 레코드’입니다.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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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200편] 좋은 대변인 이전에 좋은 사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에 위기를 경험하면서 대 언론 창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홍보실에 좀더 전문적인 대변인 조직을 꾸미려고 합니다. 대변인 훈련이나 지속적 훈련을 통해 전문적인 창구를 관리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좋은 사람이 먼저 되야 한다는 이야기는 또 뭔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변인(대 언론 창구)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위기관리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대 언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중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상황이 위중 할수록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직이 일심동체가 되어 같은 생각과 같은 메시지를 외부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전달하라는 조언입니다.

그러나 제가 수십년간 수백 회사들과 같이 일하면서 찾아본 결과, 그렇게 전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만나 본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간에도 문제된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그에 대한 메시지도 각기 다양합니다. 누가 정해주지 않아 메시지가 제 각 각인 것도 아닙니다. 전략적 마인드를 지닌 홍보실이 핵심 메시지 팩을 여러 임원에게 공유해도 일부 임원은 그를 무시하고 각자 목소리를 냅니다.

기자들은 기업을 취재할 때 언론 창구인 대변인을 가장 먼저 찾지 않습니다. 여러 관련 인사들을 먼저 취재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관련 인사들을 넘어 주변 인사까지 취재를 다 마치어야 어느정도 윤곽을 잡게 됩니다. 대변인을 찾는 시기는 그 때 이후 정도입니다. 질문도 취재한 문제에 대해 기업 대변인의 공식 입장 정도를 묻는 수준입니다.

만약 기업 전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기자는 취재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소위 답이 나오지 않는 조직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누구에게 전화해 물어봐도 동일한 설명과 답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해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제 그럴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그러니 기업측에서는 대 언론 대응에서 쓴 잔을 마십니다.

그런 조언은 이제 잊으십시오. 모든 조직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것이 정확한 현실입니다. 대신 차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되는 것이 ‘언론 창구의 일원화’ 입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무리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려 하지 말고, 모두가 창구 일원화에만 일단 협조하라. 모든 언론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정해진 창구가 도맡아 한다. 이 개념이 차선책입니다.

기자가 어떤 직원에게 연락해 질문해도 “저희 규정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로 연락하시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말만 반복하는 수 백 수천, 수만 임직원이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창구 일원화 시스템입니다.

일단 일원화된 창구를 책임진 대변인은 그러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맞습니다. 평소 전문적인 훈련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학습, 일상적 정보관리와 자료 준비 등등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죠.

좋은 대변인은 곧 좋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좋지 못한 사람이 대변인 자리에 앉으면 문제가 됩니다. 일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언론 창구가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 사람의 문제가 더 크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와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이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의 일입니다. 좋은 사람이어야 대변인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하는 이유입니다.

공감할 수 있고, 여론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고, 기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언론의 생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일단 그 대변인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반대로 모든 것이 불편하고 어렵기만 하다면 그 대변인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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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2022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99편] 매체 보다 메시지로 위기관리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이번 위기관리 일환으로 메이저 언론과 저희 대표님 인터뷰를 잡아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메이저였으면 좋겠고요. 그 이후 가능한 메이저들과 인터뷰를 계속 해 이번 위기를 관리해 보았으면 합니다. 근데 메시지로 위기를 관리하라는 건 무슨 말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평시나 위기 시 많은 분들이 좀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메이저 언론에 ‘나가기만 하면’ 무언가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위기 시 이런 생각은 예상치 않은 문제나 빈약한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언론을 일단 메이저나 마이너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 기입이나 개인마다 기준이 있고, 근본적으로 자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조언 드리고 싶은 것은 아무리 메이저와 인터뷰를 한 다 해도, 그 메이저 언론을 통해 독자들에게 내보낼 메시지가 빈약하다면 그 인터뷰는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위기관리 실무자로서 위기 시 매체를 택하겠느냐 아니면 메시지를 택하겠느냐 한다면, 고민 없이 일단 메시지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는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개발된 메시지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위기관리는 항상 ‘메시지’가 하는 것입니다. 매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케이스를 보아도 아무런 유효한 메시지 없이 메이저 언론만 전전해 관리된 위기가 없습니다. 결국 논란을 해결하고, 상황관리 노력과 함께 위기를 관리해 내는 것은 ‘메시지’입니다.

기업에서는 위기 시 제대로 된 메시지의 개발에 보다 많은 주목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메시지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단순 팩트의 브리핑이 아닙니다. 하소연이나 억울함의 토로 또한 아닙니다. 책임에 대한 회피나 단순한 사과문 한 두줄도 메시지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메시지가 제대로 된 메시지입니다. 이전보다 더 나은 위기관리 상황을 창조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전 반복된 실패 메시지들과는 완전하게 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대표이사나 일부 임원의 개인적 메시지가 아니라 회사의 공식적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책임과 개선 그리고 재발방지에 대한 신뢰가 담겨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언론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인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답을 한다는 것’과 ‘답이 된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위기 시 언론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업이 답만 한다는 것입니다. 답이 되는 답이 중요한 것인데, 답을 하기만 하니 문제가 풀릴 수 없습니다. 기업은 위기 시 답이 되는 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빨리 풀립니다.

메이저 언론과 인터뷰를 여러 개 잡았다 해 보시죠. 일단 그 소중한 기회를 만든 것은 잘한 것입니다. 그 다음 인터뷰를 진행할 대변인은 그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준비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메시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

메이저 언론이라 해서 아무 메시지들을 산만하게 전달해도 효과를 만들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산만한 메시지를 메이저 언론을 통해 접한 독자들은 ‘이 회사가 무얼 이야기하려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품게 될 뿐입니다. 일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하는 비판만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언론을 통한 인터뷰, 그리고 그를 통한 위기관리 시도. 모두 좋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메시지에 대한 노력과 투자 없는 언론과의 대면. 그리고 그에 기반한 제대로 되지 않는 인터뷰 기사는 아무 쓸모가 없을 수 있습니다. 메이저도 효과 없다? 이런 사후평 전에 우리의 메시지가 과연 답을 주는 것이었는가? 답이 되는 것이었는가? 먼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뷰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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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98편] 클리쉐를 피하라구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에 회장님께서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 기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메시지가 일반적이더군요. 다른 질문에는 답변하시지 않는 것이 낫겠지요? 근데 클리쉐를 피하라 하시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게 된 VIP들은 출두 전 포토라인 앞에서 전달할 메시지를 미리 작성해 연습하고 그 자리에 나섭니다. 전문적 질문 기술로 머신 거닝(machine gunn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 기자가 여러 질문을 하거나, 한 두 기자가 다양한 질문을 한꺼번에 해 대는 기법입니다. 일대일 인터뷰 때는 좀 더 다른 의미의 기술로 인식되는 데요. 일단 여러 질문에 대한 대응에서는 그 여러 질문 하나 하나를 챙겨 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러 질문에 다양하게 답을 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요. 답변 내용에 있어서도 정리가 어렵게 되기 때문에, 여러 질문 중 가장 답해야 한다 느껴지는 것 한 개에만 간단하게 답변하라 조언합니다.

문제는 그 답변이 상황에 따라 전략적 노코멘트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조사기관 출두 시가 정확히 그런 경우입니다. 조사에 대한 어떤 예상이나 답변을 하기 어려울 때 일반적으로 하는 전략적 노코멘트 표현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조사과정에서 정확하게 답변하겠다” 등입니다. 별 큰 의미가 없는 노 코멘트 형식입니다.

그러나, 일부 VIP나 셀럽은 이상하게 그 외 클리쉐를 메시지로 활용하곤 합니다. 클리쉐란 곧 ‘판에 박은 진무하고 상투적인 표현’이죠. 이 클리쉐의 문제는 전략적 노코멘트 이외의 결과와 해석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지요.

대표적으로 그분들이 사용하는 클리쉐는 “벌받을 일이 있으면 벌받겠다” “벌을 달게 받겠다”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 “검찰조사 피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내가 마지막이 되기를…” “마녀사냥이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 질 것이다.” “다 내 부덕의 소치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나만 벌하라.” 등이 있습니다.

자신은 억울한 감정도 있고, 격앙되고 해서 기자들에게 무언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겠다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클리쉐를 살펴보면 의미적으로 실소를 자아내는 것들뿐이니 피하라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한다면 메시지를 내라는 것입니다. 흐릿한 클리쉐를 활용하지 말고 말이죠.

‘벌받을 일이 있으면 벌받겠다.’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 이 의미는 무엇인 가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벌을 달게 받겠다.’ 이 표현은 벌이 별 것 아닐 것이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검찰 조사 피하지 않을 것이다’ 참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피할 수 있다 생각했던 걸까요? 그 외 다른 클리쉐들도 별반 제대로 된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감, 억측이나 오해만 자아내는 표현 뿐입니다.

또 하나, 앞의 클리쉐를 사용하는 분들 상당수는 정치인들이나 연예계 인사들입니다. 이 분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표현들은 기업인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그들을 따라하고자 하는 기업인은 먼저 깊은 고민이나 돌아봄이 필요할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의미 없는 메시지는 차라리 없는 것이 좋습니다. 전략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미를 세워 전략적으로 전달해도 잘 안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당장 클리쉐를 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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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97편] 여러 번 사과하지 말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사과 한번에 문제가 사라지면 저희도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무리 정성껏 사과해도 문제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저희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사과 하는 거죠. 그런데 컨설턴트 분 말씀을 들으니 사과를 여러 번 하지 말라고요? 무슨 의미죠?”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의 위기관리 실행은 완전한 또는 완전에 가까운 수준의 준비를 거쳐 한번에 실행해 버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위기관리에서 두 세 번의 유사한 시도들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대응을 두 번,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기업의 시도를 보면, 첫 번째 이후 실행하는 대응은 그 수위나 범위가 배가 되어도 제대로 된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홍보 임원이 사과 인터뷰를 해도 문제가 식지 않는 경우, 그 다음은 부사장급이 나가 사과를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대표이사의 사과 자리를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 두 세 번째 실행은 모든 것이 이전과 달라야 하고 수위는 올라만 갑니다.

배상에 관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배상을 실손 기준으로 하겠다 해도 문제가 식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점차 손해 배상 수준과 범위를 확대시켜야 문제가 정리됩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상대와의 공감에 기반해 눈 높이에 맞는 배상 수준과 범위를 단번에 정리했더라면 불필요하게 추가된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얼마전에도 한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하니 대표이사급이 반복으로 사과하는 경우를 보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사과의 빈도이기도 하지만, 사과 내용도 계속 반복 또는 변화를 거듭합니다. 심지어 비슷한 사과를 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다양해지기 까지 합니다. 이런 독특한 실행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보기에는 위기관리를 곧 사과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사과가 곧 위기관리라는 등식은 아마 다른 나라 보다 우리나라에서 강한 개념 같습니다. 사실 위기관리는 문제 핵심을 이해한 기반 위에서 해당 문제의 해결이 우선입니다. 사과는 문제 해결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공감의 단계일 뿐입니다.

문제의 회복 없이 사과를 반복한다 해서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슴 울리는 사과를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할 건가요?’하는 질문에 당면하게 됩니다. 사과를 반복하고, 그 내용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 이전에 우선 문제 해결에 대한 성실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가시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것입니다. 그 또한 원점 관리입니다.

“사과를 한 번 더 하시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위기관리 조언은 그리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닙니다. 한 번 사과해서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첫 번째 사과는 절대로 오점이 없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비정상적 사과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위기관리는 일단 실패 가능성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다시 사과한다 해서 관리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과는 초기에 완벽하게 준비해 한번에 끝낸다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와 함께 정확하게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사과에 담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 만약 그렇게 했음에도 사과 효과가 없다면, 문제 해결책이 핵심 이해관계자 눈 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강과 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집중하십시오.

위기 시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 대표의 사과를 여러 번 보는 것도 사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고역입니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의 고개 숙임이나 눈물, 사정, 애원, 공감 유도, 초췌함 이런 것들은 핵심이 아닙니다. 사과는 곧 위기관리라는 가벼운 생각을 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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