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클라이언트 사내에서 친구나 친척 또는 배우자들 중 기자가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한 회사에 몇 명 정도는 손을 든다. 그들에게 ‘동창, 친구인 기자‘는 어떤 사람인가 물으면 대부분은 “뭐…어려서부터 친했어서 뭐 별다름이 없다“고 답한다.
그런데 말을 바꾸어서 평소 일반적으로 ‘기자‘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가 물으면 대부분은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와 인식을 피력한다. 일종의 피해의식이기도 하고, 직업 자체에 대한 편견 때문이기도 한 듯 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기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이미지는 기업의 윗선으로 올라갈 수록 극대화 되는 경향이 있다. 임원급들은 경험상으로도 기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나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분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번 업계 세미나에서 기자들이 나를 둘러싸더라고…말 안 할라고 했는데 이것 저것 하도 물어보길래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하는 식으로 얼버무렸는데 그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OO사, OOOO검토한다‘고 나왔더라고. 얼마나 사내에서 내 입장이 곤란해 졌는지…참…몹쓸사람들 같으니…” [모 그룹 계열사 CEO]
이런 감정을 가진 임원들이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기자를 마주하는 자세와 태도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경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다 보여지기 때문에 기자와의 감정(chemistry)을 공유하거나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시 공격적이거나 집요한 기자의 유도심문에 이런 CEO나 임원들은 감정관리에 상당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선 직원들을 어떨까? 최근 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들이 활성화 되면서 기업이나 조직의 일선, 즉 소비자 접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언론 노출이 잦아졌다. 예전 미디어트레이닝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은 조직이 정한 사람에 한 한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직원에게 언론이 상시 접근할 수 있으며 그들이 실제 커뮤니케이션 할 가능성들이 극대화되었다. 그러면 기업들은 어떻게 일선직원들에게 그러한 가능성을 제한해야 하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언론에게 안전한 메시지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들을 그냥 본능에만 의지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지점 사무실에서 취재 요청을 하는 TV 카메라의 렌즈를 손으로 움켜쥐고, 기자를 밀치고, 사무실에 무단 침입 했으니 고발하겠다 일갈하는 그런 일선직원들의 본능에만 회사의 이미지와 평판을 맡겨 놓을 것인가?
어제 하루 모 클라이언트의 일선 지국장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10여 회에 걸쳐 전국의 모든 지국 매니저들을 훈련하는 첫 날이었다. 어제 하루의 과정에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회사 생활 10여 년이 넘는 매니저들이 아직까지 한번도 언론에 대응하는 방식과 Do’s/Don’ts에 대한 학습/훈련의 기회가 없었다 한다. 일부는 왜 우리가 기자를 응대해야 하느냐 한다. 소비자는 우리 담당이지만, 기자는 홍보실에서 담당 하지 않냐 반문한다. 맞다.
보통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일선에서 구현되고 목격된다. 일선의 인력들이 잘 훈련되어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데…그래서는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존재한다 말할 수는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훈련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많은 일선 매니저 분들의 고개 끄덕임처럼…시스템은 하나 하나 만들어져 가는 법이다. 잘 될 것이라는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