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업계에서 나보다 한띠가 더 많으신 대선배와 함께 어젯밤 맥주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모 대기업들과 광고대행사를 넘나들면서 실전 홍보에 있어서 몇 안되는 ‘선수’로 꼽히는 분이다.
몇가지 그 선배의 말들 중에 insight들이 있어서 podcasting 대신에 녹취를 재구성 해 본다.
개인적으로 홍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관계같아. 인간과 인간의 좋은 관계는 배신하는 법이 없다. 좋은 관계와 인연들이 결과들을 만들어 내지. OO그룹 O사장과 OOO 방송사 O부장은 고등학교 선후배야. 나랑 O사장도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지. 나랑 OO대행사 O사장은 같은 직장에서 일했었고, 그 O사장이 과장이 었을 때 이 O사장도 경쟁사 과장이었어. 이런 저런 관계로 지금은 인하우스와 대행사로 서로 밥을 주고 받아 먹게 되었지. 기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여러 관심과 시간등을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고 믿어. 지금까지 그런 기브앤테잌이 성공의 비결이지.
외국계 기업 인하우스나 에이전시들은 한국에서의 이런 전통적인 환경을 비판하곤 하는데요?
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자기네들이 진짜 해봤으면 그런말을 하겠어? 나 과장시절에 그 때 우리회사가 법정관리로 넘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시절이었지. OOO이 그 때 우리회사 자문을 하고 있었어. 그 때 자문단들이랑 정부쪽이랑 우리 회장에게 요청한 사항이 하나 있었다. 현재 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언론이 떠들면 힘들다. 그러니 회사에서 언론을 어느정도 무마할 수 있다면 적극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거야. 내가 불려 올라갔어. 회장이 묻더군. 할수있냐? 그래서 내가 그랬어. 할수있습니다. 믿어주세요. OOO자문단이 다시 묻더군. 진짜 할수 있습니까? 내가 그랬어. 할수있다구.
바로 한국은행 기자실로 달려갔어. 솔직히 기자들에게 도와달라고 했어. 우리 회사와 국가경제, 소비자들을 생각해달라고 했어. 그때는 시기적으로도 절실했었지만, 나는 한국은행 기자실에 모인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아 됬다. 할수 있다”고 느꼈지. 모두 잘아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야. 기자들이 모두 이해를 해주고 간사 기자도 큰 흐름을 잡아주는 거야. 회사를 살리는 것은 회사가 수십년간 쌓아온 관계란 것을 그때도 절실히 깨달았다. 이전에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그 회사는 이미 없어졌겠지.
홍보가 회사를 살릴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홍보담당자가 무력하지 않다는 것. 관계를 위기시에 적극 활용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통해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 이게 결과지 뭐가 결과야.
홍보하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으시죠?
한번은 아… 이동네였다…맞아 맞아. 여기 근처에 한 빠가 있었어. 모 경제지 당시 편집국장이 내 고등학교 선배였는데, 그 때 술자리로 나를 불러낸거야. 나는 자기가 불렀으니까 내가 계산은 안해도 되겠다 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늘더니 내가 계산하는 분위기가 되더라고. 일단 계산을 하고 그 다음날 우리 회사 부장한테 결제를 올렸는데 이러는거야. “야 일개 과장이 편집국장을 만나면 부장인 나는 누굴 만나야 하는거냐?” 엄청 깨더라고. 근데 부르는데 안 나가나? 그리고 그날 부장이 함께 참석했으면 돈이 그걸로 끝나겠어? 그런데도 계속 기분 나쁘다고 깨는거야. 결국은 ‘다시는 직급에 맞지 않는 분들과 술자리 하지 않겠다’고 서약서 비슷한 걸 쓰고 결제 받았다. 그 부장선배…기억이 난다.
현재 에이전시쪽에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FEE가 너무 싸다고 생각해. 이런 FEE 구조를 가지고는 업계 성장이 안되지. 한번은 내가 어떤 클라이언트에게 기사를 내보겠다고 했어. 인하우스에서 “결과물에 따라 성공 베이스로만 FEE를 드리겠습니다”하는거야. 나야 고맙지. 속으로 땡큐라고 했어. 결국 기사들이 쏟아지는 거야. tv 프로그램도 잡히고… 성공 베이스로만 FEE 수준이 어마 어마해진거지. 인하우스가 당황을 하더라고 그러더니 그만하래. 예산문제가 있으니 이젠 됬다나. 성공 베이스로 기사 사이즈를 광고비 만큼만 받아도 업계가 살만 할텐데…광고에 비해 PR은 업무량 대비 너무 FEE가 작아. 그게 가장큰 문제다.
AE들의 문제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주목하시나요?
설이 다가왔어. 기획기사를 묶으라고 우리 직원들에게 이야기했어. 설날 효도선물 ‘부모님께 효도선물 어떤게 있을까?”라는 야마로 여러 소비재 회사들을 묶을라고 했지. 만들어서 여러 신문과 TV에 까지 밀어 넣을라고 했어. 근데 웃기는거야. 다른 회사 홍보담당자들이 협조를 안해. 왜 니네가 우리 제품 정보를 달라고 하느냐, 협조해 줄수 없다 등등…핑계가 많은거야. 아니 홍보담당자가 같이 묶어서 같이 주목받자는 것을 왜 거부하는거야. 예전에 수입차 시장이나 식품 업계등에서는 함께 홍보담당자들이 큰 테마를 가지고 묶어서 기사를 많이 제공했었잖아. 근데 요즘엔 이런 선수들이 없어. 드믈어. 다 자기네들 도꼬다이 할라고 해. 잘하지도 못하면서…함께 묶이기도 싫은거지. 선수들끼리 커넥션들도 부족하고. 전혀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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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맥주를 마시신다. 훈제족발 안주를 드시는데…이가 불편하신지 앞이빨로 족발을 씹으신다. 분명 선배의 시절은 이젠 가고 있다. 그 선배의 어금니 처럼…
“이제는 너 같은 연배 선수들이…제대로 좀 만들어 나가야 하는거야…알아?”
한 십년후에는 나도 다른 후배를 하나 앉혀 놓고…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겠지. 그게 세월이니까. 멋진 선배가 되야 할 텐데. 능력과 실력이 있는 선배.
건강하세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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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어느 홍보선배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