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성공 없는 100년 기업은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을 향해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기 즐긴다. 그러나 한번 깊이 생각해 보자. 어떻게 그렇게 우리들에게 부정적인 위기가 기회로 해석될 수 있을까? 그 위기가 어떻게 기회로 단박에 변화 될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진짜 ‘위기가 곧 기회’라면 위기를 관리하거나 극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위기를 좀 더 많이 초래하는 것이 기회 창출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에는 상당히 중요하고 많은 주문들이 생략되어 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위기(를 겪었을 때 보여주는 기업의 훌륭한 철학과 조직 체계)가 곧 (그 이후 좋은 명성을 형성하며, 그 명성으로 해당 기업은 그 이전에 없었던 여러)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는 이야기다. 결국 핵심들은 거의 빠지고 반어적인 표현만 남아 통용되는 셈이다.
정리하면 첫째, 기업은 위기를 맞아 이를 관리하면서 자신이 가진 진정한 기업 철학과 조직의 체계를 과시해야 한다. 둘째, 그 결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이 가진 해당 기업의 명성을 재확보 또는 강화해야 한다. 셋째, 위기를 곧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기회들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어렵다. 얼핏 위기만 잘 극복하면 곧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전제가 너무 많아 보인다. 일단 기업 철학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 한다고 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조직의 체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단다. 더 어려운 것은 위기 시 이 철학과 체계를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단다. 어렵다.
80년대초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은 누군가가 자사의 진통제 ‘타이레놀’내에 청산가리를 넣어 타이레놀 소비자 여럿을 사망하게 만든 위기를 당했다. 이 위기는 어떻게 보면 존슨앤존슨도 피해자인 비자발적인 위기였다. 이 혼란 속에서 존슨앤존슨 전임직원들은 자사의 기업 철학을 기억했다. ‘존슨앤존슨이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는 원칙을 상기했다. 이에 기반 해 존슨앤존슨은 전국의 모든 직원들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시중의 타이레놀 전제품을 리콜 해 폐기해 버렸다.
사건이 일어난 해당 도시나 주 단위가 아니라 미국 전역의 모든 지역과 마켓에서 타이레놀을 단 한병도 남겨두지 않았다. 소비자를 위해 내린 위기관리의 결단이었다. 위기발생 직후 평소의 5분의 1인 6%대로 줄어 들었던 시장점유율은 새롭게 안전기능이 추가된 제품 출시 후 24%로 뛰어올랐다. 그 후로도 꾸준한 회복으로 3년후에는 35%로 정상화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타이레놀은 세계 진통제 시장의 대표브랜드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 시 이런 기업철학과 조직의 체계를 과시할 수 있는 기업만이 위기를 기회라 부를 최소한의 자격이 생긴다.
일단 이렇게 위기를 관리하고 나면 기회가 스스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하면서 다시 확인한 기업 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활동들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기업 실무자들은 아직도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들을 제공해서 소비자(또는 고객사)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면 기업 명성이야 따라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투자은행 및 자문사 골드만삭스를 대입해 생각해 보자. 일반인들 중에서 골드만삭스와 직접 거래를 하거나,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공중들을 골드만삭스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반 공중들의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지도 않은 일반공중들이 골드만삭스에 대해 가진 여론은 어떤 것일까? 이와 같이 위기를 관리하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업에게 투영되는 공중들의 여론, 즉 기업명성이다.
토요타자동차는 수년 전 미국시장을 포함 세계 각국 시장에서 창사이래 가장 치욕적인 리콜을 진행했다. 일부 토요타 모델들 중 자동차 페달의 문제로 급발진이 발생하는 현상이 집중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위기관리를 지휘했다.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고, 딜러들과 소비자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A/S직원들의 등을 두들겼으며, 공장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미국의회청문회에 나가 빠르고 완벽한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이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은 세계 공중이 가진 토요타의 기업명성을 유지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토요타는 이를 기반으로 이후 빠른 기간 내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판매실적을 다시 정상화하고 더욱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리콜의 영향으로 미국시장에서 12년만에 15%대로 빠졌던 시장점유율을 2년만인 2012년 다시 16.3%까지 끌어 올리면서 GM에게 뺏겼던 시장 1위 자리를 회복할 수 있었다. 위기로 재정의(redefine) 되고 강화된 명성이 위기 이후 성공적인 기회들을 창출한 결과다.
이런 상황의 전환이 물론 모든 기업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기 시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 할 수 있는 뚜렷한 기업철학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도 일부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위기를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조직적 체계도 보유하지 못한 곳도 많다. 기업명성은 말 할 것도 없고, 기본 역량들이 부족한 기업들도 흔하다. 앞의 두 회사들이 창립 초기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태어난 기업들은 아니었다. 대신 그런 전제들과 역량들 중 자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일정기간 선행되었던 기업들이다.
기업이 100년을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위기와 도전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매번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이를 통한 ‘극복’은 기업이 100년을 가기 위한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기업 스스로 어떻게 피할 수 없는 위기를 잘 관리 극복하여 추후 좀 더 나은 기회를 확보 할 수 있는가 하는 전사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명성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간주하는 문화 또한 필요하다. 더 나은 기업명성을 위해 기업 안팎으로 사회적, 사업적, 경쟁적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100년된 기업은 오랜 기간 동안 남아 있어 위대한 것이 아니다. 100년 동안 해당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에게 그 기업이 존재할 만 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응원 받았기 때문에 존경스러운 것이다. 위기는 그러한 인정과 응원 획득의 기회다. 그렇게 보면 위기라는 것이 달리 보일 것이다. 사회 속에서 훌륭한 기업명성을 가꿔 위기를 더욱 더 잘 관리하는 기업들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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