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력

11월 162007 Tagged with , , , , , , , , , , , , 4 Responses

PR 업계 인력 이동에 관한 생각

모 대행사 사장과의 예기치 않은 트러블을 겪으면서 PR 업계에서의 인력 이동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본다. 예전에는 에이전시 AE 또는 인하우스 홍보담당자의 관점에서만 인력이동에 대한 생각을 적었었는데, 지금의 관점은 경영인으로서의 관점이다.

대행사 경영자들이 가진 인력 이동을 바라보는 잘 못 된 시각

1. 평소 인력을 어떻게 리테인하고 성장시켜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행사 경영자의 가장 큰 롤은 자사의 인력들을 즐겁게 일하게 하고 회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보람을 느끼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회사가 성장해 나가면서 그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경영자들은 그냥 조용하게 현재의 인력들이 이동 없이 있으면 그게 전부인 줄 한다.

2. 떠나는 AE들에게서 배움(learning)을 얻지 못한다.

회사가 좋아서, 너무 만족스러워서 떠나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한다는 신파도 아니고 경제인으로서 한 개인의 선택은 better workplace, better opportunity, better salary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특히 능력이 있는 AE들은 이러한 물결을 절대 거스르지 않는다. 경영자는 떠나는 AE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떠나는 AE들에게 배운 하나 하나의 개선점들이 향후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인사이트가 되기 때문이다.

3. 왜 AE가 떠나는가 보다는 어디로 떠나는가를 더 신경쓴다.

AE가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면, 왜 떠날 결심을 했는지를 알고 싶어해야 함에도, 일부 경영자들은 어디로 가는지를 더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AE의 결정과 그 다음 회사를 blame하기 시작한다. 보통 ‘빼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이 얼마나 적절하지 못한 표현인가. 어느 대행사 경영진이 타사의 인력을 ‘강제적으로 납치’해서 데려오나 말이다. 프로와 프로끼리 비지니스 딜에 따라서 AE는 경제인으로서 자율적 결정을 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빼간다’는 표현을 한다면 이는 그 해당 AE 자체도 ‘물건’ 취급을 하는 셈이다.

4. 아직도 조선시대 사고방식을 가지고 직원관을 노비관으로 가지고 있다.

옛날 조선 시대때는 노비가 자신의 자산이었을 것이다. 노비가 자식들을 나으면 자신의 재산은 더더욱 불어나는 것이고, 그 노비가 빌빌하다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자신의 자산이 그 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를 사는 일부 경대행사 경영진들의 의식 저변에는 자신의 AE들을 ‘자신만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AE가 회사를 떠난다고 하면 ‘기껏 멕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니까 나를 배신하는 구나’하는 류의 생각을 하면서 분노해 한다. AE는 자율적인 결정을 하는 프로다. 절대 묶여있는 노비가 아니다.

5. 인력이동에 윤리를 들먹인다.

비지니스에 있어서는 보통… 스스로 자신이 없으면 윤리를 들먹인다. 경쟁비딩에서 이기면 아무 할말이 없는데, 지면 더 말들이 많은 식이다. 인력 이동에 있어서 윤리라는 측면은 ‘서비스/비지니스를 빼나간다거나 정보 및 자료들을 챙겨 나가는 AE’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대행사간에 인력이동에 대해 윤리적인 잣대로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같이 한솥밥을 먹으면서 일하던 인재가 자신의 회사를 떠난다고 하는데 기분 좋은 경영자가 어디 있을까. 충분히 그런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전체 산업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운 인력의 이동은 보장되어야 하고,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AE를 질타하는 분위기는 없어야한다.

왜 AE가 떠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인력들을 리테인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는게 정석이다. 그 외의 것들은 자유로운 흐름에 맞겨 놓는 것이 자연스럽다. 떠나는 AE를 죄인으로 만들지 말자. 그러면 우리 모두가 죄인이 되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