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

11월 042013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3]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3]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윤리적 고민을 하다 보면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선택의 폭이 무척 작아진다. 그렇다고 고민 없이 비윤리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실행을 결정하는 것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는 것이 위기관리다. 그 현실적인 기준은 실행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실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큰지 여부다.

종종 기업 임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런 위기의 경우 우리가 대응 하는 것이 나을까요?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똑같다. “위기관리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응 했을 때 얻는 가치가 하지 않았을 때보다 큰지 작은지를 판단해 가치가 큰 쪽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기업 스스로 보기에 황당한 루머에 대응 하는 것이 나을까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 하는 고민이 그 하나다. 어떤 임원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이야기를 믿을 사람이 있겠어요? 그냥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겁니다.” 또 한 임원은 이런 의견을 피력한다. “우리가 이런 루머에 개입하는 순간 더 많이 알려져 루머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것 같군요.”

반대 의견을 가진 임원들도 있다. “이전에 A B같은 유사사례들을 볼 때 회사가 침묵하고 있으면 이런 루머는 이내 정설이 되어 버리곤 합니다. 그 때가서 회사가 대응을 하면 늦죠빨리 대응 하는 것이 전 좋다고 봅니다.” 이런 의견도 나온다. “간단하게 사실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해당 루머의 근원지를 밝혀내 고발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대응이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많은 선택의 폭이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종종 존재한다. 만약 위기관리가 한두 선택지를 가지고 대응방식을 정하는 게임이라면 위기관리는 그리 어렵고 힘든 작업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변수들과 그에 따른 더 많은 선택지들이 서로 엉켜 뿌리들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선택의 고민은 항상 의사결정자들을 괴롭힌다.

분명한 것은 이와 같은 전략적 고민을 거쳐 일단 선택된 대응이라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해 빠른 시간 내에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의사결정이 심사숙고의 기간이라면 그 후 실행은 전광석화 같은 기간이 되어야 한다. 이는 절대로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실현되지 않는 가치다. 준비되었어야 전광석화 같은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행에 있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이 상상 이상으로 잘 구축되어 있다. 평소 그들 각각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선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전위그룹들(front groups)과도 연계가 되어 있다. 로펌이나 안전, 보안, 위기관리 컨설팅사등 여러 전문가들로부터의 도움도 받는다. 당연히 위기관리 예산의 폭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마련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는 데 대한 반론들은 이렇다.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엄연히 있는데, 기업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문이나 우호적인 기사들을 지원하는 것이 윤리적인가?” 또 이런 의견도 있다. “전위그룹을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인가? 왜 그 전위그룹은 해당 기업과의 연계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나?” 이런 의견에 대한 답도 하나다.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 차원에서 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실행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실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큰가 작은가를 판별하는 것이지요.”

필자는 위기에 처한 기업이 비윤리적이 되거나, 반사회적으로 아무 방법이나 동원해 무조건 승리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부 가짜 전문가들은 위기를 맞은 기업들에게 다가가 무리한 수법을 사용해 위기를 관리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유혹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그 기준은 실행을 전제로 그 효과를 따져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실행 효과 측정에 있어 회사의 명성과 철학을 보호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

우리가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겠어요?” 또는 그 정도까지는 좀이 정도에서만 대응 하면 안될까요?”하는 소심함은 버려야 한다. 냉철하게 실행 가치를 따져보고, 그것을 실행했을 때의 가치가 크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전광석화 같은 전격전을 치러야 승산이 생긴다. 일단 살아 남아야 성공할 수 있고, 우선 살아 남아야 영속성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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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2008 Tagged with , , , , , , , 3 Responses

승산있는 싸움을 등지는 자는 없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여러 교민분들과 교회나 일터에서 마주치면서 그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었다. 그분들은 이미 미국에서의 이민 생활을 짧게는 1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하신 분들이었다. 그분들과 친해지면 가장 처음 하시는 말씀이 “내가 한국있을 때는 OO을 했었는데…”다. 교사, 기자, 대기업 회사원, 사업가에서 택시 운전사, 시장 노점상들까지 다양한 경력과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난 주말 업계 대선배와 함께 소주를 한잔 했는데, 이분께서 하신 말씀이 남는다. “요즘 몇몇 애들은 이 홍보바닥에서 한 1년정도 구르고 나서는 자기는 홍보에 대해 더이상 배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배울게 없고 나아질 것도 없으니 자신은 무언가 다른 것을 해 봐야 하겠다. 마케팅이나 전략기획쪽이 앞으로 자기가 더 배울게 많다 하는 식으로 이유를 대고 회사를 옮긴다.”

우리나라 PR에이전시 업계에서 한 2년만 일하다보면 왠만한 인력들은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기 시작한다. 이 업계에는 대리/과장급이 수요와 이동이 많은 법이라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한 2년을 일한 AE에게는 무언가 모를 자신감이 붙는 다는 거다. ‘이정도면 뭐 어디가서 다른 홍보 못하겠어?’하는 초기 경험에 의지한 단순한 자신감이다.

인하우스의 경우에는 홍보팀에서 일하다 떠나는 쥬니어들의 경우 윗 홍보팀장에게 잘못 보이거나, 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조직특성상 언론관계가 주를 이루는데, 자신은 1-2년이 넘었어도 제대로 출입기자 접대도 못하게 되어 있고, 재량도 없고, 매일 팀장이 지시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하니 속이 터지는거다.

군대시절에 우리 부대는 공수훈련을 받아야 하는 시쳇말로 ‘빽없고 돈없는 놈들이 가는 O뺑이 치는 전방 부대’였다. 내가 상병시절 이등병으로 갓 들어온 나와 나이가 같은 노땅 이등병을 내가 후견하게 되었다. 우리 부대 특유의 전투적 아침 구보에서도 쳐지고, 각종 훈련에서도 굼뜨기 이를때 없어 윗 고참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는 신참이었다. 하루는 이 이등병이 후견인인 나와 상의도 없이 부대 전출 신청을 했다. 화도 나고 놀랍기도 해서 그 동기를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말이 “저는 좀더 빡센 군대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진짜 군대같은 곳에서 구르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할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아침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몇가지 insight들을 정리해 본다. 사람은 싸움에 있어서 이길 승산이 있으면 그 싸움을 즐기는 법이다. 내가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될 자신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이 바닥에서 어쨋건 승부를 건다.

승산이 보이는 사람은 시간이 갈 수록 근성과 끈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기고 난 후에는 그 근성과 끈기로 아랫 사람들을 판가름 한다. 평생 일을 하면서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력들이지만 이 근성과 끈기로 살아 남는 인력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상은 살만한 세상 같다. 모두가 근성과 끈기로 현재의 길에서 성공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 되겠는가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이 바닥에서 승산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