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할 때 여러 교민분들과 교회나 일터에서 마주치면서 그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었다. 그분들은 이미 미국에서의 이민 생활을 짧게는 1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하신 분들이었다. 그분들과 친해지면 가장 처음 하시는 말씀이 “내가 한국있을 때는 OO을 했었는데…”다. 교사, 기자, 대기업 회사원, 사업가에서 택시 운전사, 시장 노점상들까지 다양한 경력과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난 주말 업계 대선배와 함께 소주를 한잔 했는데, 이분께서 하신 말씀이 남는다. “요즘 몇몇 애들은 이 홍보바닥에서 한 1년정도 구르고 나서는 자기는 홍보에 대해 더이상 배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배울게 없고 나아질 것도 없으니 자신은 무언가 다른 것을 해 봐야 하겠다. 마케팅이나 전략기획쪽이 앞으로 자기가 더 배울게 많다 하는 식으로 이유를 대고 회사를 옮긴다.”
우리나라 PR에이전시 업계에서 한 2년만 일하다보면 왠만한 인력들은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기 시작한다. 이 업계에는 대리/과장급이 수요와 이동이 많은 법이라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한 2년을 일한 AE에게는 무언가 모를 자신감이 붙는 다는 거다. ‘이정도면 뭐 어디가서 다른 홍보 못하겠어?’하는 초기 경험에 의지한 단순한 자신감이다.
인하우스의 경우에는 홍보팀에서 일하다 떠나는 쥬니어들의 경우 윗 홍보팀장에게 잘못 보이거나, 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조직특성상 언론관계가 주를 이루는데, 자신은 1-2년이 넘었어도 제대로 출입기자 접대도 못하게 되어 있고, 재량도 없고, 매일 팀장이 지시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하니 속이 터지는거다.
군대시절에 우리 부대는 공수훈련을 받아야 하는 시쳇말로 ‘빽없고 돈없는 놈들이 가는 O뺑이 치는 전방 부대’였다. 내가 상병시절 이등병으로 갓 들어온 나와 나이가 같은 노땅 이등병을 내가 후견하게 되었다. 우리 부대 특유의 전투적 아침 구보에서도 쳐지고, 각종 훈련에서도 굼뜨기 이를때 없어 윗 고참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는 신참이었다. 하루는 이 이등병이 후견인인 나와 상의도 없이 부대 전출 신청을 했다. 화도 나고 놀랍기도 해서 그 동기를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말이 “저는 좀더 빡센 군대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진짜 군대같은 곳에서 구르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할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아침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몇가지 insight들을 정리해 본다. 사람은 싸움에 있어서 이길 승산이 있으면 그 싸움을 즐기는 법이다. 내가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될 자신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이 바닥에서 어쨋건 승부를 건다.
승산이 보이는 사람은 시간이 갈 수록 근성과 끈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기고 난 후에는 그 근성과 끈기로 아랫 사람들을 판가름 한다. 평생 일을 하면서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력들이지만 이 근성과 끈기로 살아 남는 인력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상은 살만한 세상 같다. 모두가 근성과 끈기로 현재의 길에서 성공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 되겠는가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이 바닥에서 승산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