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앤더시티

9월 02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2 Responses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

“우리 CEO께서는 아주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 쿨하십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더 잘해주라고 하실 정도죠. 워낙 언론쪽에 지인들도 많으시고 이해가 깊으셔서 일희일비 하지 않으세요.”

“저희는 기사나 보도를 막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확하게만 나오면 오케이죠. 위에서도 뭐 막아라 빼라 하지 않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희는 외국기업이라서 기사를 빼고 막고 하는 것은 안합니다. 그것을 위기관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본사나 CEO께도 논리적으로 설명드리면 이해를 하시는 편이에요”

“저희는 기사나 보도에 신경 잘 안씁니다. 기자들이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쓴다는 걸 알아요. 한번 두번 말려들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이 되기 때문에 아예 무시를 하는 편이죠”



일부 행복하신 PR담당자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정말 부러운 직장생활을 하시고 계시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위기관리 부분에서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부분에서 자유로우시니 말이다.

일부 전투적으로 생존(!)하시는 다른 국내 인하우스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면 거의 시니컬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게 무슨 홍보팀이야 하는 표정들이다. 그 중 일부는 그런 회사 자리 있으면 소개 좀 시켜달라고도 하신다. 나 좀 사람답게 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이런 저런 홍보팀마다 자신들의 설움이 각자 더 크고, 나름대로의 고충들이 있어서 항상 고통의 질량은 불변한다고도 하는데…몇가지는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본사나 CEO 그리고 윗임원분들이 너그럽고 이해도가 높은 것은 오케이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홍보실무자들이 그런 유연성 때문에 자신들이 실행할 수 있는, 아니 실행해야만 하는 위기관리 역할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런 홍보팀들중에는 일부 일단 모니터링을 거의 안하는 홍보팀들이 있다. 대행사에만 맡겨 놓는다던지, 아니면 최소 쥬니어에게 일임하고 실시간으로 체크를 하지 않아 대응시간을 놓쳐 버리곤 한다. 대응은 전략적으로 하지 않아도 최소한 모니터링은 제대로 해야 한다.

보고를 하지 않는 케이스들도 있다. 일단 모니터링이 늦었어도 정리해서 대응 논리와 제안을 통해 상부에 보고는 해야 한다. 그냥 마이너나 온라인이라 스스로 무시하고 덮어 놓고 지나가는 일은 하면 안된다.

좀더 적극적인 태도와 대응만 하면 생각보다 쉽게 교정이 되거나 뺄수도 있는 케이스인데도 해당 기자에게 연락이나 미팅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곳도 있다.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부정적인 기사를 올려도 전화 한통 안하고, 조금 지나서 대행사 아가씨(기자들의 표현)가 전화 한통 툭 하곤 마는 곳도 있다 한다. 기자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홍보실무자로서 성공하기 힘들다.

부정적인 기사를 깊이 있게 분석하지 않는 것 같다. 이 기사가 향후 자사의 비지니스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고 평생 온라인에 남아 어떤 명성 침해 환경이 조성될 것인지 예견 하지 않는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는게 최선의 대응이라고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도 시도라도 해보아야 한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사후에 내부적으로 보기 좋게 패킹만 하는 경향도 있다. 생존 기술일수도 있지만…최소한 보고팩에 우리가 어떤 어떤 노력을 최대한 실행했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렇게 시스템과 역량을 개선해야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팩을 들여다 보면 얼마나 한국의 언론들이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며, 해당 기자가 우리에게 이유없는 반감을 가지고 공격하고 있다는 핑거 포인팅 내용이 과반인 경우들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언론에 대한 이런 편견 조성은 홍보담당자 자신의 핵심업무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행복한 환경에서 더욱 더 열심히 스스로 발전기를 돌리는 홍보실무자들이 성공해야 한다. 그냥 편하게 섹스앤더시티 스타일의 화려함만 가지는 것만으로는 스스로 회사를 위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