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7월 31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경찰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의문

외람되지만…PR을 공부하고 PR을 담당하고 PR로 밥을 벌고 있는 사람으로서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경찰 홍보담당자분들 중 책임있는 위치에 계신분들에게 몇가지 기초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다.

쌍용자동차 대치 케이스와 관련 해 경찰측에서는 최루액을 스티로폼에 쏟으며 사진 기자들에게 시연을 했었는데, 이 퍼블리시티 이벤트 목적은 무엇인가? 최루액이 안전하다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해당 퍼블리시티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만약 최루액 생산업체 전문가가 해당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이해가 된다)

최근 시위방어 차량의 차단막 강도를 시연하면서 사진기자들을 앞에두고 경찰 최고위 간부께서 직접 해머 퍼포먼스를 진행하셨다. 이 퍼포먼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해당 차단막이 이렇게 단단해서 시위대의 해머 공격에도 끄떡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만약 해당 차단막 생산 업체 임원이 해당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이해가 된다)

사실 요즘들어 경찰청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이벤트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일단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불분명하고, 그 타겟이 상당히 한정적이다. 내부행사 차원의 외부행사도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사시마리 기자들에게 강간이나 청소년 살인, 폭주족 사건 조서등을 기사꺼리로 툭툭 던지는 습관처럼 PR을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한다. 좀더 전략적으로 하나 하나 주의깊게 품질을 보장하면서 갔으면 좋겠다. (그게 차라리 통치권자를 돕는 방식인 것 같다)

국민들의 스트레스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6월 112008 Tagged with , , , , , , 6 Responses

눈에 보이는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최근들어는 일주일에 보통 한두개 정도의 크고 작은 위기 사례들을 접한다. 주말에도 연속되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밤늦게까지 대응 문건의 파이널 터치를 해 주어야 한다. 시간을 다투면서 리뷰를 해야 하고, 번갯 불에 콩을 튀기듯이 해법을 제안 해야 한다.

예전 인하우스 시절에는 한달에 한 두번이던 소위 ‘위기’가 요즘엔 일주일 단위로 불어났다. 참 위기들도 다양하고 많다. 이제는 전화를 받으면 웃음이 나오는 케이스들도 있다. 물론 그 위급함과 중요도를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형식도 위기가 되는 구나…하는 실전에서의 흥미로움이다.

보통 위기라고 불리는 사건들을 들여다 보면서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 있다. “왜 이 사건을 위기로 보시나요?”다. 돌려서 말하면 “이 사건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이 스스로 ‘위기’라고 단정 짓는 사건들 중에 진짜 위기는 10%도 안된다. 만약  매일 모든 ‘위기’들이 다 기사화 되고 대대적으로 회자 된다면 하루에 신문은 64면도 모자르겠다. TV는 두시간 뉴스 보도를 해야 하겠다.

눈에 보이는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문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예를들어 우리 제품에 바퀴벌레가 들어 갔고, 소비자가 그걸 삼켰다가 다시 뱉고 나서 TV에 제보를 했다. 회사 측면에서는 이 사건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격하게 보면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지 위기가 아니다.

왜 이 바퀴벌레가 우리 제품안에 들어가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자. 분명히 제품 용기 세척 프로세스가 있고, 또 제품 스캐닝 시스템이 작동을 한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일어 날까? 조사해보니 제품 용기 세척 기계의 노즐이 달아 제대로 세척작업을 수행하지 못한다. 또 스캐닝 기계가 노후화 되서 거의 100개 제품의 하나 꼴로 에러 스캔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생산과정을 관리했을까?

그건 생산 비용절감 운동과 관계가 있다. 우리 공장은 전세계 공장중에서 가장 큰 비용절감기록을 수립해서 작년말에 표창을 받았다. 마른수건도 쥐어짜는 비용을 절감하다보니 감가상각 기간이 훨씬 지난 설비들을 일부 수리해 연장 사용하고 있었던 거다.

어쩔수가 없다. 새로 세척 시스템과 스캔 시스템을 교체 하자면 외국 본사에 특별 예산을 요청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본사에서 우리나라 BU의 실적을 저평가하게 되고, 올해 생산 비용 절감 타겟을 분명 가지 못한다. 생산 책임자인 부사장은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

본사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뜬금없이 날아 든 시스템 개선 비용 10억원을 지원 할 의사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분기 마감을 앞두고 있고, 다음 분기에도 실적 예상이 아주 암울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비용절감 타겟을 겨우 가고 있어서 밸런스를 겨우 맞추어 놓았는데…한국 때문에 빨간 성적표를 주주들에게 내 놓을 수는 없다. 이는 본사 CEO의 평판에도 금이가고, 전세계 애널리스트들에게 폭격을 맞을 짓이다. 당연 실적 예상치를 실망시켰으므로 주가는 뚝 떨어지겠다.

이 시나리오 중에서 진짜 위기는 무엇일까? 바퀴벌레인가? 글로벌 차원의 무리한 비용절감 정책인가? 진짜 심각하게 분석을 해서 관리해야 하는 위기의 대상은 무엇일까?

국내 일선 실무자들인 과차장급 매니저들 또는 홍보 임원에게는 아무 힘이 없다. 이들에게 맡겨진 일은 일선에서 대증치료를 하면서 방어를 하는 역할이 어떻게 보면 전부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렇게 방어 하는 것 자체도 버겁다. (인력, 예산, 지원, 관심 부족…)

사실 이 블로그나 각종 기고문, 트레이닝들을 통해서 항상 기업의 맨트라들을 이야기한다. 위기관리는 기업 철학에 관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점점 실무자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key learning이 참으로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어떻게 우리 회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오는 한 블로거를 관리하고 몇몇의 포스트에 대응할 것인가?’하는 아주 현실적 이야기들이다. ‘SBS 8시 뉴스에서 취재를 해 갔다는데 이걸 어떻게 빼야 하는가?”에 대한 갈증이다. 그 나머지는 다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