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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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수요나 갈증이 매우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2000년대 수천 만원에서 일부는 수억을 투자해 다양한 종류의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만들었고, 이 매뉴얼은 그 자체로서 자사의 위기관리 CEO나 정부 윗선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지시를 받고 일단 시스템의 상징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큰 돈을 들여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매뉴얼이 큰 도움이 되고 하나의 빛이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위기가 발생하니 그 두꺼운 매뉴얼을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 매뉴얼을 찾고 찾아 비슷한 위기 유형을 들여다보면 영 현실적이지 않다. 지금 자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이 공통적인 문제점과 불만들은 한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 처음부터 기업 내에 공유되었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정의나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 이유는 여기서 ‘끝’이다. 그 다음은 사람이고 사람과 사람간의 ‘시스템’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매뉴얼은 그 사람과 시스템에 대한 서술이고 교육과 훈련을 위한 하나의 교본일 뿐이다. 군사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시 작전계획은 그냥 계획일 뿐이다. 평시에 그 계획에 따라 훈련을 반복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짜 전쟁이 발발하면 해당 작전계획에 따라 100% 움직일 수는 없다. 각지의 전투들이 이전의 작전계획에 따라 순서대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도 마찬가지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은 하나의 참고서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기업의 모든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축하는 프로세스부터 가능한 완전하게 관여되어야 한다. 시스템 그 기나긴 과정에서 기업의 구성원들은 다시 한번 위기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고, 각 위기 요소들에 대한 해결방안들과 매뉴얼은 이러한 공유의 흔적을 서술해 놓은 기록일 뿐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시작이 아니라 결말이라는 이야기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위기에 처한 기업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게 결론이다. [공지] 필자의 이 칼럼 제목을 4월부터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으로 변경합니다. 앞으로 기업 및 조직의 위기와 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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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눈에 보이는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최근들어는 일주일에 보통 한두개 정도의 크고 작은 위기 사례들을 접한다. 주말에도 연속되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밤늦게까지 대응 문건의 파이널 터치를 해 주어야 한다. 시간을 다투면서 리뷰를 해야 하고, 번갯 불에 콩을 튀기듯이 해법을 제안 해야 한다.
예전 인하우스 시절에는 한달에 한 두번이던 소위 ‘위기’가 요즘엔 일주일 단위로 불어났다. 참 위기들도 다양하고 많다. 이제는 전화를 받으면 웃음이 나오는 케이스들도 있다. 물론 그 위급함과 중요도를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형식도 위기가 되는 구나…하는 실전에서의 흥미로움이다.
보통 위기라고 불리는 사건들을 들여다 보면서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 있다. “왜 이 사건을 위기로 보시나요?”다. 돌려서 말하면 “이 사건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이 스스로 ‘위기’라고 단정 짓는 사건들 중에 진짜 위기는 10%도 안된다. 만약 매일 모든 ‘위기’들이 다 기사화 되고 대대적으로 회자 된다면 하루에 신문은 64면도 모자르겠다. TV는 두시간 뉴스 보도를 해야 하겠다.
눈에 보이는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문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예를들어 우리 제품에 바퀴벌레가 들어 갔고, 소비자가 그걸 삼켰다가 다시 뱉고 나서 TV에 제보를 했다. 회사 측면에서는 이 사건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격하게 보면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지 위기가 아니다.
왜 이 바퀴벌레가 우리 제품안에 들어가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자. 분명히 제품 용기 세척 프로세스가 있고, 또 제품 스캐닝 시스템이 작동을 한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일어 날까? 조사해보니 제품 용기 세척 기계의 노즐이 달아 제대로 세척작업을 수행하지 못한다. 또 스캐닝 기계가 노후화 되서 거의 100개 제품의 하나 꼴로 에러 스캔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생산과정을 관리했을까?
그건 생산 비용절감 운동과 관계가 있다. 우리 공장은 전세계 공장중에서 가장 큰 비용절감기록을 수립해서 작년말에 표창을 받았다. 마른수건도 쥐어짜는 비용을 절감하다보니 감가상각 기간이 훨씬 지난 설비들을 일부 수리해 연장 사용하고 있었던 거다.
어쩔수가 없다. 새로 세척 시스템과 스캔 시스템을 교체 하자면 외국 본사에 특별 예산을 요청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본사에서 우리나라 BU의 실적을 저평가하게 되고, 올해 생산 비용 절감 타겟을 분명 가지 못한다. 생산 책임자인 부사장은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
본사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뜬금없이 날아 든 시스템 개선 비용 10억원을 지원 할 의사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분기 마감을 앞두고 있고, 다음 분기에도 실적 예상이 아주 암울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비용절감 타겟을 겨우 가고 있어서 밸런스를 겨우 맞추어 놓았는데…한국 때문에 빨간 성적표를 주주들에게 내 놓을 수는 없다. 이는 본사 CEO의 평판에도 금이가고, 전세계 애널리스트들에게 폭격을 맞을 짓이다. 당연 실적 예상치를 실망시켰으므로 주가는 뚝 떨어지겠다.
이 시나리오 중에서 진짜 위기는 무엇일까? 바퀴벌레인가? 글로벌 차원의 무리한 비용절감 정책인가? 진짜 심각하게 분석을 해서 관리해야 하는 위기의 대상은 무엇일까?
국내 일선 실무자들인 과차장급 매니저들 또는 홍보 임원에게는 아무 힘이 없다. 이들에게 맡겨진 일은 일선에서 대증치료를 하면서 방어를 하는 역할이 어떻게 보면 전부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렇게 방어 하는 것 자체도 버겁다. (인력, 예산, 지원, 관심 부족…)
사실 이 블로그나 각종 기고문, 트레이닝들을 통해서 항상 기업의 맨트라들을 이야기한다. 위기관리는 기업 철학에 관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점점 실무자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key learning이 참으로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어떻게 우리 회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오는 한 블로거를 관리하고 몇몇의 포스트에 대응할 것인가?’하는 아주 현실적 이야기들이다. ‘SBS 8시 뉴스에서 취재를 해 갔다는데 이걸 어떻게 빼야 하는가?”에 대한 갈증이다. 그 나머지는 다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