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7월 21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편] 로펌 변호사들도 언론을 잘 알던데요?

기업위기관리 Q&A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민감한 이슈가 있어서 우리 회사와 계약 되어 있는 로펌 변호사들을 불러 회의를 했었습니다. 근데 담당 변호사가 그 로펌에서 언론을 잘 아는 변호사와 함께 왔어요. 방송통신위나 언론중재위쪽 경험이 있으시다 하더군요. CEO께서는 그쪽 변호사들과 함께 이슈관리 해 보라 하시는데요. 이슈관리에 있어 대응 자문을 이 분들에게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망치로 나사를 박으려 하시는 것 같군요. 국내 기업 위기들 중 법적 판단에 의해 관리 방향을 정해야 하는 유형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만큼 기업 내 준법(compliance) 마인드와 문화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경영진 및 오너의 권한남용(management override)이 그 기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 때문에 로펌들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수준이 낮은(당연한) 기준은 ‘법적 기준’입니다. ‘우리 회사가 이 이슈에 있어 법적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 점검 해야 한다는 거죠. 그 다음 한층 높은 기준이 ‘여론적 기준’입니다. ‘우리가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론이 이 문제를 부정적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을까?’하는 고려를 하는 거죠. 가장 높은 기준은 ‘윤리적 기준’이라고도 하죠. (이 논의는 다음 기회에…)

우선 앞의 두 기준을 두고 보면 율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역할과 전문범위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나 언론중재위 같은 기관은 법에 의거한 언론 규제기관입니다. 이런 훌륭한 규제기관에서 위원 등으로 활동하신 저명한 율사분의 개인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에 기반한 위기관리 전략과 여론에 기반한 위기관리 전략간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의심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언론’이 ‘여론’과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주로 관리하려 노력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기 힘듭니다. 지금 같이 투명한 ‘여론 관조’가 가능한 환경에서 직접 ‘여론’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 대신, 간접적으로 ‘언론’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과연 이상적인가 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혹시 CEO께서 여론을 읽고 있다면서 언론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여론을 듣는다면서 기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여론에 따른다고 하면서 기자들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닌지요? 여론이 무섭다 하면서 언론사에 대해 대대적 스폰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나요? 여론이 무지하다 여기면서 언론과의 관계를 거부하거나, 통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게 탄원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정확하게 사내 위기관리팀이 여론과 언론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건가요?

언론에 대한 관리에는 종종 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여론에 대한 관리에는 항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구분 정의된 여론을 정확하게 읽고, 빠르게 분석하여, 적절한 ‘여론의 법정’ 논리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사내에서 누구인지 돌아보시죠. 바로 기업의 홍보실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를 대변하며 여론의 법정에서 생존을 다투어 온 홍보실 임직원들이 그 전문가입니다.

여론의 법정 경험이 실제 법정에서 완전하게 통하기 힘들 듯, 실제 법정 경험 또한 여론의 법정에서 완전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힘듭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전문성을 지닌 사내외 전문가들이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좀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여론 커뮤니케이션 전문성을 규제기관에서 언론을 다루던 율사들에게서 찾는 것은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 하게 됩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일선 기업 위기관리 자문에 투입되어 일하며 여러 좋은 변호사분들로부터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이 법적 관점을 존중하듯이, 그 변호사분들도 여론에 기반한 관점을 존중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함께 일하되 상호간 전문성을 인정하고 완전히 협업 했을 때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협업에 있어 핵심적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CEO입니다. CEO께서 양쪽의 전략을 듣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최선의 위기관리입니다. 그 과정에서 CEO 스스로의 각 전문성에 대한 존중은 기반이 되야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CEO께서는 나사를 박는데 망치를 쓰지 마시라는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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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7편] 기자들에게 소송 하라시는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오늘 아침 OO일보 기사를 읽고 상당히 화가 나셨습니다. 그 기자에게 직접 전화 걸겠다 하시는 걸 겨우 말렸습니다. 법무임원을 불러 ‘당장 해당 기자하고 데스크까지 다 소송하라’하시는데 제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 기사를 가지고 언론중재위 제소나 별도 소송을 걸면 좀 효과가 있을까요? CEO 의지가 강해 안 할 수는 없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지요.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런데도 왜 여러 기업들에서 부정적 기사에 대해 사후약방문과 같은 언론중재위 제소나 소송이 이어지고 있을까요? 제가 본 그런 대부분의 대응은 ‘최고의사결정자의 격분’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홍보담당을 비롯 여러 임원들의 경우 최고의사결정자의 이런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격분해 있는 최고의사결정자 앞에서 ‘제소나 소송을 해 보았자 별반 소득이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임원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임원들이 종종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그런 질문을 통해 조력을 구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측에서 주의하셔야 할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제소나 소송은 기업에게 법적으로 정해진 일종의 권리입니다. 그런 권리를 포기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해당 기자와 데스크를 묶어 제소나 소송을 한 이후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는 필히 검토해 보셔야 합니다.

기자와 데스크 개인을 괴롭힐 수는 있습니다. 특히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라면 더욱 더 괴롭겠지요. 조사를 위해 왕래해야 하는 시간이 그들의 일과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소송이라면 그들 스스로 법적 비용도 감수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를 통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은 별로 찾기 힘듭니다.

오히려 해당 기자와 데스크에게 ‘추가적인 악감정’을 품게 하는 것이 현실적 결과입니다. 제소 과정에서 합의 해 회사측의 반론이나 정정보도가 받아 들여 졌다 해도 그 결과는 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홍보임원은 그 기자와 데스크를 수면하에서 다독여야 하는 추가 임무까지 얻게 됩니다. 겉으로는 이긴 것 같지만, 실질적 원상회복과는 거리가 멀지요. 게다가 ‘추가적인 악감정’을 가지게 된 기자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작업과 예산까지 들어가야 하니 더욱 밑지는 장사가 되고 말지요.

따라서 부정적 기사에 대한 법적 대응은 ‘감정’ 보다는 ‘해당 기사로 인해 실제 받게 된 손해’라는 엄격한 잣대를 기반으로 극히 제한되어야 하겠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부정적 기사로 회사가 엄청난 매출하락을 경험했다. 고객들이 상당수 떨어져 나갔다. 사업 유지가 힘들게 되었다 하는 중차대한 손해가 있었다면 당연 언론을 향한 기업의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컨설턴트로서 재고를 요청 드리는 경우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기분 나빠서’ 하는 법적 대응입니다. 차라리 고위임원이 해당 데스크와 기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 허심탄회한 해명을 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통해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전략입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실제로도 그렇게 대응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존속되는 한 언론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영원할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하루 이틀하고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면, 언론과의 관계를 부정기사 몇 개와 바꾸어 버리는 행동은 전략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관계는 쌓아가면 갈수록 자산이 됩니다. 당연히 불필요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부정기사의 가능성은 감소하게 마련입니다. 단기적인 감정으로 대응할 이슈는 원래부터 아니라고 봅니다.

‘사전약방문’이 ‘사후약방문’보다는 훨씬 나은 노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런 노력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후 받은 처방’이라도 남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처방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전약방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즉, 소주 한잔의 힘이 소송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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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7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6편] 이 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특정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이 발생해 어제 위기관리위원회가 소집 되었습니다. 위기관리 컨설팅사나 로펌 모두 CEO께 ‘가능하면 만나 합의하시라’ 조언 했었지요. 근데 CEO께서는 ‘이렇게 된 이상 상대방 쪽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십니다. 실무임원인 저도 부담 되긴 하는데요, CEO께서 그리 결정 하셨으니까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 밀어 부치려 합니다. 노이즈 없이 그 쪽(문제의 이해관계자)을 제압하는 게 가능할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흔한 케이스입니다. 내부고발이나 언론 플레이를 하는 전직 직원 케이스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회사에서 해고 된 후 앙심을 품고 민감한 사내 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경영진을 압박하는 케이스입니다. 한 온라인 매체가 이 이슈를 아주 드라마틱하게 다루었지요. 물론 그 뒤에는 그 전직 직원이 있었습니다.

경영진들은 기사를 보고 발칵 했지요. 특히 CEO께서 대노(大怒) 하셨습니다. 근무 당시 얻은 업무 비밀을 그 자가 누설했다며 법무실에 소송 검토를 지시하고도 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홍보실에서 향후 대응 방향을 묻자 CEO께서는 “일단 기사가 이렇게 나가고 난 뒤 그자와 합의를 하겠어 뭐를 하겠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하는 수 밖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CEO의 말씀에 공감 했습니다. “언론에 가기 전에 미리 자신의 언론 플레이 계획을 이야기했었으면 어떻게라도 챙겨 봤을 텐데, 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바로 언론 플레이를 했어요.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하면서 강력 대응을 지지했었지요.

이런 유형의 이해관계자 갈등(협박, 고소, 진정, 강한 불만제기, 피해주장 등)에서 해당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것을 ‘원점관리(原點管理)’라 부릅니다. 원점관리를 결정하는 기준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 이해관계자가 회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주로 규제기관이나 관련된 인사와의 갈등이라면 이에 해당하겠지요.

영향력에 이어 최근 중요해진 기준이 ‘확산력’입니다. 이 이해관계자가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거나 개입을 유도할 수 있는 확산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퍼뜨리고 다니는 전직 직원 같은 경우입니다.

그 외 마지막 기준은 ‘심각성’입니다. 갈등의 주제가 아주 심각, 극적,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데 그 피해 정도나 형태가 아주 독특한 경우를 상상해 보시지요.

이런 유형의 ‘원점’들은 아주 신중하게 선제적, 전향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이런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는 위험한 원점인데도, 기업들은 원점관리보다는 원점에 대적, 압박 해 공격성을 분쇄해보려 시도하다 위기관리에 실패합니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만 커뮤니케이션 하는 오류들도 아주 흔합니다.

최근 기업과 이해관계자들간 관계에서 벌어진 많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도 ‘원점관리 실패’ 또는 ‘원점관리 의지부족’으로 벌어진 것입니다. 변호사들도 종종 소송 전에 ‘가능한 합의 하시라’ 조언 합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상호 난타전을 벌인 뒤 회사가 이겨도 별반 이득이 없다고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조언합니다. 상대 이해관계자 몇몇에게 말 그대로 ‘본때’를 보여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에서 회사가 얻는 재무적, 명성적, 규제적, 자산적, 인적 손실이 매우 크다면 이는 위기관리가 실패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과 이해관계자간 갈등 발생 시 해당 기업이 초기부터 ‘원점관리’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최고경영진의 ‘분노와 억울함’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적으로 내심 원점관리를 통해 빨리 합의 하거나, 회유 해 상호 좋게 마무리 하자는 의견이 공론화 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이런 류의 이슈발생시에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정을 잘 관리해 합리적 원점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자신의 감정관리도 힘든데, 대표이사의 감정관리가 쉽게 가능할 리 없지요. 여기에서 얻는 인사이트는 간단합니다. 화내고, 흥분하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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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5편] 언론이라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에게 이슈가 하나 있었는데요. 여기 저기 기자들이 전화 해오면서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해대더군요. 기자들이 팩트를 잘 취재 해서 질문 하던가, 이건 모두 추측이나 어디서 들었다 하는 이야기로 답변을 억지 유도하거든요. 언론이 이래도 됩니까? 이슈가 터져 정신도 없는 데 이런 수준 낮은 질문들에 우리가 계속 답변을 해주어야 하는 건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민감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 하는 것은 곧 코멘트로 해석됩니다. 문제를 인정하는 코멘트로 인식 되는 거죠. 이슈관리 시에 소통을 소모적이라 보기 보다는 가장 생산적인 이슈관리 활동이라고 보시는 것이 회사에 더 이롭습니다.

같은 답변도 계속 반복 반복하셔야 하고요. 가능한 정확하고 일관되게 회사의 메시지를 지속 전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공격적인 질의 응답 훈련을 받으신 임원 및 팀장들이 훈련 후 흰머리가 한 움큼 늘었다는 호소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힘듦을 잘 참아내시며 소통에 집중하시는 것은 분명한 전략적 이슈관리 활동으로 권장됩니다.

앞의 질문에서 ‘(기자의)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문제로 생각하신다 하셨는데요. 사실 질문이 질문 같은 질문이냐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이냐 하는 것은 취재를 받는 기업측이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기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하나의 질문은 그 다음 질문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답변자의 관심을 희석하기 위해 던지는 기자의 덫일 수도 있고요. 기업을 대변하는 답변자는 기자의 질문 하나 하나에 동일하게 집중해 답변하실 의무가 있습니다. 대변인은 그래야 합니다.

기자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 하셨는데, 그 시각은 종종 질문을 받는 회사만의 시각일 수도 있습니다. TV보도를 보는 시청자들이나 신문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맞아, 기자의 질문 같은 시각도 있는데, 그에 대한 이 회사의 입장은 무얼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죠. 반면 회사측에서처럼 ‘구태여 그런 질문을 해서 국민들에게 우리를 부정적으로 인식되게 할 필요가 있나?’라고 보는 시각과는 다른 부분이죠. 이 다름을 인정한다면 기자의 질문은 ‘말은 되는 질문’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답변의 동기가 된다는 거죠.

청와대나 백악관에서 대변인들이 기자의 질문에 가끔 이런 답변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서는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또는 “전혀 근거 없는 루머나 추측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 것이 저희 원칙입니다.” 이런 식의 답변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답변이 유효 하려면 해당 질문이 여러 기자들 사이에서도 ‘설마 그게 사실이겠어?’라고 느끼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변인의 그런 답을 듣고 ‘아이고 창피 해…괜히 물어봤나?’라고 기자 스스로 느낄 수 있을만한 주제여야 한다는 것이죠.

조금이라도 그 질문이 유효하다 생각하는 기자가 있으면 이런 상황에서도 다음과 같이 재질문 할 것입니다. “대변인께서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하셨는데,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저희는 이 질문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부터는 다시 설전이 벌어져야 하거나, 답변을 끝까지 회피해야 하거나 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결국 최초 답변은 성의 없었던 것이 돼 버리는 것이지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기자의 모든 질문에 대하여 대변인은 답변할 의무가 있습니다. 질문하는 직업이 기자라면, 답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 대변인입니다. 질문이 기자의 충분하지 않은 취재에 근거하거나, 기자 개인의 추측이나 억측 또는 때대로 억지에 근거하는 질문이더라도 요연하게 정리된 답변을 전달하는 것이 옳습니다.

백 번이나 천 번을 물어도 정해진 답변을 연결해 반복하고 연결해 반복하고 하는 전문가가 훈련된 대변인입니다. 대변인들이 기자를 평가하듯, 기자들은 대변인을 평가합니다. 기자가 취재 능력으로 평가 받는다면, 대변인은 답변 능력으로 평가 받습니다. 상호간의 건전한 긴장관계는 이런 팽팽한 구도에서만 생성 가능합니다. 이슈관리 시 버려도 될 기자의 질문은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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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4편] 우리 회사는 원래 광고 안 해요, 어떡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문제 있는 상황이 하나 있는데요. 이게 경쟁사하고 맞부딪혀야 하는 이슈거든요. 근데 상대 회사는 광고 물량을 잘 푸는 회사예요. 반면 우리 회사는 광고를 안 해요. 평소에도 출입 기자들이 좀 섭섭해 했었는데, 이런 이슈가 터지니 난감하네요. 그렇다고 언론들이 광고하는 회사편만 들어서 우리를 공격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가 회사 내부에 있으리라고 봅니다. 신문광고 예산을 배당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들여다 보시죠. 물론 회사가 광고를 시행할 규모가 되지 않거나, 최근 실적이 너무 좋지 않아 광고예산을 편성하는 게 불가능한 재무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는 기자들도 이해 할겁니다.

이 답변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기본을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서, 이런 회사의 경우 경쟁사나 유사 기업들과 달리 홀로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핵심인 것 같습니다. 아마 최고경영자께서 ‘신문 광고는 실제 효과가 없어’라고 보거나 ‘우리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있어 신문은 적절한 매체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회사의 규정상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결심이 있다면, 평시나 위기 시에도 일관되게 그 입장을 고수하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최고경영진께서 평시 ‘별로 영향력이 없다’ 생각하시던 언론에 대해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고개를 숙이는(?) 것도 회사 차원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서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은 이렇습니다.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활동입니다. 서로 서로 ‘인지상정’이라는 범위 내에서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것이죠. 입장을 바꾸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A라는 회사는 언론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연락 하고, 만남을 가지면서 소통 하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언론사 데스크나 출입기자들이 관심을 주죠. 그 관심을 받는 만큼 언론사에게 여러 성의들을 표시하는데 익숙합니다.

반면 B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언론에 대해 별로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왜 자신들이 ‘언론사’까지 신경 써야 하는가 묻곤 하죠. 데스크나 출입기자들도 어쩔 수 없어 보는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홍보팀에게 최소한의 미팅 예산만 허락하기 때문이죠. 다른 회사들이 하는 것 같은 수준은커녕 어떤 성의도 표시하기 힘들어 실무자들이 곤란할 때가 많지요.

평시 출입기자들은 아마 B사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별로 관심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겠지요. 문제는 갈등 이슈가 발생했을 때 입니다. 하필이면 A사와 B사가 충돌을 하네요. 인지상정이라 했지 않았습니까? 출입기자들은 A사와 B사 중 어떤 회사에게 더 관심 있게 귀를 기울일까요? 왜 B사에게는 별로 애정 어린 관심을 주지 않게 되는 걸까요?

요약해서 말씀 드리면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 언론을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간주하시라는 것입니다. 홍보실이 술과 돈으로 소비적 응대만 해야 하는 골치 아픈 그룹으로 언론을 간주하시는 시각을 바꾸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왜 그 강력한 백악관과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을 위하고 챙기는지 생각해 보시죠. 훌륭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국을 넘어 전세계 수 많은 언론들까지 쉴새 없이 접촉하고 지원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시죠. 언론이 자기 조직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아주 당연한 투자가 바로 언론관계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절대 할 수 없어’ 또는 ‘언론은 누가 뭐라 해도 별로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아’하신다면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일단 비즈니스 전반에 있어서 투명하고 투명 하십시오. 시쳇말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한 점 없게’ 그렇게 하십시오. 그 후에 아주 작은 이슈를 가지고 시비를 걸어오거나,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언론이 있다면 그 상황들에 대응해 ‘맷집’을 키우십시오.

매출 하락, 주가 하락, 소비자 이탈, 기업 및 브랜드 명성 하락, 생산 중지, 강제 리콜, 압수수색과 임직원 수사, 직원 사기 하락, 국회 및 규제기관 개입 등 어떤 상황에도 견디는 강한 ‘맷집’말입니다. 최고경영자께서 “그래도 괜찮다, 견뎌낼 수 있다. 끄떡 없다”하실 수 있게 힘을 키우십시오. 이 조언이 말도 안 된다 생각하시면 다시 ‘인지상정’으로 돌아가십시오. 모두 회사를 위한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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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3편] ‘늑장대응’이라는 꼬리표는 어떻게 떼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정말 위기 때 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번 언론에서는 ‘늑장대응’이라고 평을 하는 거에요. 자신들이 위기관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밖에서 보이는 부분만 가지고 ‘늑장’이다 ‘부실’하다 뭐 이런 평가들을 하는 거 같아요. 대체 신속한 대응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게 원칙인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이 발생했다고 바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자체가 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니죠. 언론의 평가에 대해 말씀 하셨는데요. 위기관리에 있어 언론의 평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30여년전에 발생했던 미국 시카고 인근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품 판매사인 존슨앤존슨이 전국에서 모든 타이레놀 제품들을 회수해 버리면서 사고가 마무리 되었지요. 물론 초기에는 협박범이 넣은 독극물로 사망자들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 언론이 주목한 것은 존슨앤존슨의 용기 있는 선택 부분뿐입니다. 사실 존슨앤존슨이 그렇게 빛의 속도로 빨리 대응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왜 이 케이스는 지금까지 유명한 성공사례로 전세계에 반복 회자되면서, 존슨앤존슨의 기업 이미지와도 연결되어 있을까요?

언론의 주된 평가 때문입니다. 그 이후 잡혀진 프레임에 따라 많은 위기관리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들을 더해가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거죠. 위기관리에 있어서 언론의 평가는 무시할 수 없는 위기관리 성과측정의 한 축입니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성공과 실패 기준은 무엇인가요? 많은 기업들은 기업 오너나 CEO의 평가에 많이 의지 합니다. 사실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이 실패로 평가하는 위기관리도 해당 기업 VIP께서 “그 정도면 됐다. 선방했다” 평가하시면 바로 내부적으로는 성공 케이스가 됩니다. 그 반대도 물론 있고요.

신속하게 대응했다. 이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부 VIP께서 “고생들 했다. 그래도 초기에 빨리 대응했다”고 하시면 늦지 않은 대응이었다 보게 되는 거죠. 언론이 아무리 “늑장대응”이라고 해도 실무자들은 안도 하게 됩니다. 이건 기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조언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위기 대응에 있어 빨랐다 늦었다는 판정은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 수요가 생겼을 때 회사가 이를 적시에 충족시켰느냐?’하는 데서 갈린다고 봅니다.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30분 후 첫 번째 기자 전화가 옵니다. 이때 회사가 준비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었느냐?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직원 가족들이 공장에 배우자의 생사유무를 묻는 전화를 했을 때 회사가 적절하게 대응 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겁니다.

이렇게 상황 발생 후 즉각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적절하게 초기 대응 관리해 나갈 수 있었다면 이는 ‘신속한 대응’이라 판정 받을 만 합니다. 근데 현실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니 문제가 되는 거죠. 상황 파악이 안되고. 일선에서 보고도 잘 안 올라오고. 언론이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계속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허둥지둥 시간을 허비하고. 끊임없이 논의만 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뒤 늦게 내 놓은 대응이 또 현실과는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이러다 보니 당연 언론은 ‘늑장대응’ ‘부실대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빨리 대응 가능합니까?’ 이런 질문도 가능하시죠. 맞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 소요는 필수 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선진 기업들이 평소 위기상황을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들을 사전에 제거해 놓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죠. 미리 대응 프로세스 속 지방(fat)을 빼 버리고 날씬한 체계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디테일하게 프로세스 하나 하나를 분석해 미리 만들어 놓을 것은 만들어 놓고, 인력들의 숙련도를 높여 위기 대응 업무 속력을 극대화 해 놓는 준비죠. 그래야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언론의 평가는 대부분 정확합니다. 내부적으로 아쉽거나 섭섭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위기 시와 사후 언론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알리지 못하는 책임도 있다는 것이죠. 준비하십시오. 그러면 빨라집니다. 그리고 평시보가 수백 배 더 많이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십시오. 그러면 정확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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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씀. 2015. 6.15.

6월 09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편] 자발적 리콜? 꼭 시끄럽게 떠들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건강식품 회사인데요. 골치 아픈 큰일이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 정부 규제기관이 조사목적으로 원료를 수거해 갔고요. 조금 있으면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사내에서 그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상하고 크게 우려하는 상황인데요. 자발적 리콜 같은 조치도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결정된 건 아니고요. 근데 자발적 리콜이라고 하면서 보도자료도 내고 홈페이지에 팝업도 올리며 시끄럽게 떠들 필요까지 있을까요?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있어서 ‘무조건’, ‘예외 없이’, ‘당연히’ 라는 가이드라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CEO를 비롯해 핵심 임원진들과 주요 주주들이 고심해 결정한 문제일 뿐이죠. 물론 그런 결정의 근간에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의식 등이 깔려 있겠지요.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인지하고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는 경우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해당 문제 사실을 자사가 먼저 확인 했느냐, 아니면 제 3자 규제기관이나 소비자 단체 등이 먼저 발견했는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좀 나뉘는 것 같습니다.

회사 스스로 품질을 검사하다가 문제를 발견했으면 바로 시정을 하고 합니다. 이를 대대적으로 바깥으로 알리는 행동은 대체로 하지 않지요. 물론 아주 심각한 위해성이 발견되거나 하면 이는 일부 신고 의무나 책임들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개선이나 방지 차원에서 수면 하에 회사에 의해 마무리 되곤 합니다.

별반 심각하진 않은 문제나 위해성이라도 발견했을 때 회사가 바로 리콜을 선언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로서 ‘자발적 리콜’이라고 봅니다. 상당히 드문 경우이지만, 훌륭한 소비자 철학과 품질 기준을 가진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선언하고 내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큰 의미에서 사전적 위기관리라고도 볼 수 있는 아주 존경스러운 행동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외부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적발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조사를 진행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식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 적발 사실을 공표하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문제가 공표되는 순간이지요. 회사가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이때부터 벌어집니다.

일단 공표된 제품의 문제는 소비자들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판매가 바로 곤두박질 칩니다. 상당기간 동안 팔리지 않지요. 유통채널에서는 어떻습니까? 문제의 제품을 더 이상 진열 판매하지 않으려 합니다. 재고 처리를 하고 선반에서 모든 문제 제품을 끌어 내 창고에 쌓아 놓지요. 회사는 이 수많은 재고를 수거해서 소각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회사들은 ‘자발적 리콜’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카드를 꺼내 듭니다.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리콜 하겠다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 전략 속에는 ‘어차피 팔리지 않고 재고를 수거 소각해야 하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비자 철학이나 사회적 책임 이미지라도 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품질 및 대관 이슈가 홍보 이슈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우 ‘자발적 리콜’이라는 자사의 방침을 떠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 언론에서 받는 공격(?)에 대한 방어의 의미로도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크게 떠들어서 자사의 이미지를 그나마 지키는 것이 차후를 대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일부 소규모 회사 같은 경우에는 좀 다릅니다.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에서 적발 사실을 공표했지만, 언론에서 그렇게 규모 있게 다루지 않는 경우죠. 이런 때에는 소규모 회사들의 경우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지 않곤 합니다. 내부적으로 ‘알려서 좋을 게 없다’는 의식이 있는 거죠.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지속 가능 하려면 이런 전략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진정한 철학과 책임 의식을 가진 기업이라면,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조사를 시작했을 때라도 신속 정확하게 문제 유무를 판단하고 의사결정 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다면서 제3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명분하에 시간을 끄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자발적 리콜’이란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 커뮤니케이션 이슈로만 보면 안됩니다. 그건 철학과 책임에 대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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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2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편] 대기업들이 그 정도 밖에 안되나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1

 

대기업들이 그 정도 밖에 안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모 항공사의 소위 땅콩회항 케이스에 대해서 좀 질문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가 어떻게 저렇게 진행될 수 있을까 놀랄 수 밖에 없던 사례라고 보는데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이 그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실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요? 위기관리가 어려웠던 이유가 대체 뭘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이 땅콩 회항 케이스는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이나 시스템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케이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또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어떤 기업이라도 동일한 ‘내부 상황’에 처했다면 거의 유사하게 위기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케이스라고도 생각합니다.

땅콩 회항 이슈 발생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케이스를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악이라는 정의는 ‘동일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른 기업들은 이 보다 나은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다’라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단순하게 이 케이스를 최악이라고 정의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 케이스가 성공적이었다거나, 또는 나름대로 선방 했다 보지는 않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시각에서 이 케이스를 좀 더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전부입니다. 사실 이 케이스의 핵심은 ‘VIP 및 VIP 그룹의 위기관리 리더십’ 부분에 있었습니다.

최초 부정적 상황의 발생에 있어서 VIP가 관여 된 케이스들은 이전에도 상당수 존재했었습니다. 그 이전의 사례들과 이번 사례가 다른 점은 상황 발생 후 일정기간 동안 위기관리 리더십을 누가 보유했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 이전에 그냥 불미스러웠던 해프닝으로 마감된 여러 VIP 케이스들을 보면 문제 상황에 관여 된 VIP가 초기 위기관리 리더십에서 일부 또는 전부 배제 되었던 케이스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아주 일부 케이스에서는 문제 상황에 관여 된 VIP 스스로 위기대응에 있어 직접 나아가 고개를 숙이고, 재발방지와 개선을 적극 커뮤니케이션 한 케이스들도 있습니다. 위기를 그냥 하나의 비판 받을 만한 단순 해프닝 정도로 한정시키는 VIP 스스로의 초기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땅콩 회항 케이스에서는 초기 대응에 있어 문제 상황과 관련 된 VIP께서 직접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고 계셨다는 부분이 다릅니다. 만약 해당 위기관리에 있어 그 위 회장께서 초기부터 이 이슈를 문제 있다 정의하시고 직접 강력하게 리드하셨다면 결과는 상당부분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이슈에 대해 당사자 VIP께서 직접 위기관리를 하시면 위기관리위원회차원의 전략적 의견 개진이나 원활한 내부 소통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하에서 VIP에게 사내 어떤 누가 “VIP가 앞으로 나서서 직접 사과 하십시오” 또는 “여론 상황이 안 좋으니 모든 걸 내려 놓고 자숙하십시오”라고 간언할 수 있겠습니까? “사무장과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좀 더 낮은 자세로 적극적인 원점관리를 빨리 하십시오”라는 조언을 어떤 임원들이 나서서 하려 하겠습니까?

VIP 관련 위기에 있어 위기관리 성패의 핵심은 누가 초기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지고 행사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다 생각합니다. 케이스에 따라서 해당 VIP가 위기관리 리더십 행사에서 배제되거나, 더 상위의 VIP께서 적극적인 위기관리 리더십을 행사하시거나 한다면 이런 류의 위기는 적절하게 관리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이번 땅콩 회항 이슈는 대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그리고 역량과 직접 관련된 케이스는 아닙니다. 그리고 해당 항공사는 적절한 위기관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위기관리 자산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었을 뿐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은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것입니다. 국내외 수많은 위기관리 사례에서 반복적이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부분입니다. 땅콩 회항에서 얻는 교훈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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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5월부터 이코노믹리뷰를 통해 다시 선 보일 기고문 앵글을 먼저 공유해 드립니다. 제목은 아직 가칭인데요.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라는 형식으로 진행 해 볼 예정입니다.

이 기고문에 대한 생각은 현장에서 얻는 수 많은 질문들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평소 위기관리 트레이닝, 워크샵, 시뮬레이션, 자문, 심지어 강의 등을 진행하면서 건당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질문들을 받고 이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같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하는데요. 그 소중한 질문들을 하나 하나 모아보고, 또 공통적 의문들에 대해 같이 답을 만들어 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고문 중간 중간 실제로 이메일이나 SNS들을 통해서도 기업 위기관리 관련 질문들을 받을 예정입니다. 같이 토론 해 보고 싶으신 내용들을 정리해서 제게 보내주시면 고민해 보고 정리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기고문들을 준비하면서 정리한 질문들 초안입니다. 관련해서 글을 하나 하나 만들어 정리 해 보겠습니다.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1. 대한항공 땅콩 회항 케이스를 보면서 어떻게 대기업이 저렇게 밖에 대응을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이 그 정도 수준인 것인 걸까요? 왜 그렇게 대응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2. 공정위에서 상당기간이 지난 저희 광고물에 대해서 ‘표시광고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억울합니다. 사실 우리가 최고, 최초, 유일…뭐 이런 표현을 쓴 건 사실인데요. 이게 그렇게 허위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하죠?

3. 우리 회사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지면광고 자체가 없어요. 문제는 신문사들이 우리를 상당히 아니꼽게 본다는 겁니다. 경쟁사의 경우에는 신문광고를 상대적으로 열심히 합니다. 협찬이나 그런 부분에서도 후한 면이 있고요. 막상 이런 구도에서 경쟁사와의 충돌이 있거나 하면 우리 회사는 실제보다 훨씬 더 심하게 비판을 받습니다. 광고 예산이 없다고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너무 억울해요. 언론이라는 곳이 그러면 안되잖아요?

4. 이번에 이슈는 그 퇴직자 모씨가 회사에게 퇴직 보상을 좀 더 해달라고 요구를 하다가 그게 받아 들여지지 않자, 언론에 공개를 한 겁니다. 저희는 억울한 면이 있고, 그 모씨에게 화가 많이 난 상태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사람에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겁니다. 이번 기회에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어야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5. 경쟁회사 쪽을 보면요. 홍보팀이 엄청나게 강해요. 임원도 두세 명이 있고요. 광고력을 보나, 언론관계 예산을 보나 우리와는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기사량을 봐도 시장에서는 그리 차이가 안 나는 데, 우리 회사 기사는 형편없어요. 저렇게 강한 경쟁사 홍보팀을 상대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어떤 경쟁력 강화 방법이 좀 있을까요?

6. 회장님께서 이번 OO일보의 단독보도에 대노 하셨습니다. OO일보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는 물론 민형사상 소송까지도 검토하라고 하시는데요. 이게 실무자로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양쪽의 눈치를 다 보아야 해서요. 정답은 없겠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요. 그리고…이런 대응을 하면 실제로 좀 효과는 있을런지요?

7. 교수님들이나 전문가분들이 성공한 위기관리 사례로 미국의 80년대 타이레놀 케이스를 많이 언급하시네요. 이 케이스가 정말 우리 회사의 위기와도 유사한 면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타이레놀 케이스의 핵심은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과감한 소비자 보호 실행을 했다. 뭐 이런 것 같은데요. 정말 이 케이스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이것뿐일까요?

8. 로펌에서 이번 이슈 건으로 미팅을 하자고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요. 그 로펌에서 방통위하고, 언론중재위 위원 출신 변호사들이 몇몇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우리 회사 담당변호사들과 함께 들어와서 여러 가지 조언을 좀 하고 돌아 갔습니다. 홍보실에서 보기에는 좀 어프로치 방식이 이색적으로 보이는데요. 이분들과 함께 이슈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9. 급히 사과광고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문구를 정리하고 있는데요. 사과문 하단에 우리 회사 대표이사 존함을 넣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회사 이름만 써 넣는 게 좋을까요? 일부에서는 대표이사 OOO외 임직원 일동.. 이렇게도 명기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대체 어떤 때 어떤 형식을 쓰는 것이 좋은 걸까요?

10. 이슈가 발생해서 홈페이지하고 온라인 채널들에 팝업 창을 좀 올리려고 하면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든요. 위에서는 빨리 빨리 왜 안되냐고 채근을 하시는데요. 이게 때때로 문구 정리도 해야 하지만, 팝업창의 위치라던가, 팝업창의 형식이라던가, 다른 기존 팝업 창들의 처리방식이라던가, 디자인 및 각종 모바일 버전 작업 등등 해서 논의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실무진에서는 여럿이 연결되어 바쁘게 준비를 해도 윗분들이 보시기에는 느리기만 한 거죠. 이걸 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11.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언론이 좀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다는 생각입니다. 저희가 사고 최초 발생 시간 이후 18시간 동안 관계기관에 신고를 하지 못한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현장 상황이라는 게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신고 요건이 탁 생겨나는 건 아니거든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일선에서 나름 처리와 대응을 해서 깨끗이 마무리 되면 그게 더 나은 거 아닌가요? 늦게 신고했다고 그걸 가지고 뭐…함구령을 내렸다느니. 숨기려 했다느니 하니까 우리가 속이 타는 거죠. 매번 사소한 사고가 발생하면 다 먼저 신고하고 봐야 하는 겁니까?

12.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취재요청이 왔습니다. 취재요청서를 보니 이게 아주 민감한 주제거든요. 사실은 아닌데도, 고발 프로그램 특성상 일단 취재에 응하면 그 다음엔 변수들이 너무 많잖아요. CEO께 보고를 드렸더니, 그게 무슨 좋은 일이라고 인터뷰를 하고 공장 취재지원까지 해야 하느냐 하시면서 역정을 내시거든요. 이번에는 좀 노코멘트하고, 취재 거부를 일단 해 볼까 합니다. 괜찮을까요?

[추가]

13. 경영진에서 향후 벌어질 상황을 우려하시고, 위기관리 차원에서 어떤 준비라도 하라고 하시는데요. 혹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이 좀 준비에 도움이 될까요? 제 생각에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 다 벌어진 현 단계에서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도움이 될까요?

14. 회장님이 이번 경영회의에서 위기관리 매뉴얼 말씀을 하셔서요.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인데요. 이 매뉴얼이라는 게 너무 또 두껍고 디테일하면 한이 없고, 반대로 몇장으로 마무리하면 윗 분들이 성의없게 만들었다 하시고 하실까봐 골치가 아픕니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분량일까요?

15.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실무진 차원에서 골치 아픈게 좀 몇개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진행 시간이 좀 길어서 경영진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시간을 비우시기가 힘드시고요. CEO는 이번 시뮬레이션에 참석 안하시는 걸로 내부정리가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내에 CEO 없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들을 좀 정리하다 보니…답을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고. Answer 부분에서 주요 관점들하고 논의점등을 재 정리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항상 위기관리에 정답은 없다고 이야기 하곤 하는데. ‘4지선다’로 굳어진 우리네 습관이 이번 Q&A기고문들을 어떻게 해석할 까 두렵기도 하네요.

 

일단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용민 씀. 201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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