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1월 052016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8편] 우리도 맞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와 경쟁사 사주를 받은 거래처들이 자꾸 저희 회사에 대한 부정 기사들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이 건에 상당히 민감해 하셔서 우리도 그들에게 맞서 대응 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전을 펼치라 하시는데요. 기자들을 좀 만나고 반박 자료를 내 볼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방금 전 질문 내용 중 “(그들이) 부정 기사들을 조장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시각이 실제 사실 확인이나 확실한 증거에 기반하신 것인가요? 혹시 심증만을 가지고 그들이 언론에게 부정적인 정보들을 흘리고 있다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가장 먼저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언론전을 펼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경우’입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심증’만을 가지고 대응하면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업 홍보실의 그런 하소연을 듣고 ‘카더라’ 투의 기사를 써주기도 하는데요. 그런 경우 큰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으니 실무 그룹은 심증만을 가지고 언론전을 시도하는 습관은 극도로 제한하셔야 합니다.

어떤 임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업계에 다 알려진 이야기라고요. 출입기자들도 와서 제게 그런 말을 전해줘요. 저쪽에서 기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흘리고 다닌다고요……이 정도면 증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런 소리 소문들도 심증과 별 다른 게 없습니다. 혹시 그 말을 전해 준 기자가 추후 ‘(법적)증인’이 되어 주거나, 경쟁사측에서 기자 자신에게 전달 하는 마타도어를 문서나 기타 기록으로 받아 넘겨 줄 수 있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외에는 모든 풍문은 기본적으로 심증입니다.

심증에 기반해 공식자료인 해명이나 보도자료를 내어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는 대부분 위험합니다. 만약 꼭 대 언론 자료를 내야 한다면 최대한 주의해야 합니다. 해당 자료로 인해 추후 상대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여러 종류 소송이 발생된다면 이는 실행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한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료 표현에 흥분이나 분노를 담지 마십시오. 그리고 모든 표현을 근거에 기반해 정리하십시오. 아주 조그만 한 심증도 빼야 합니다. 법적 검토를 여러 번 거치십시오. 법무팀이나 로펌 등 전문가들에게 해당 자료가 어떤 사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전달받고 사전에 그 가능성을 없앨 방법을 찾으십시오. 끝까지 안심하면 안됩니다.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한 자료는 회사의 공식문서입니다. 여기 표현된 내용들은 추후 법적 책임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또한 나아가 해당 자료를 작성 승인한 임원들이나 CEO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경쟁사 등에 대한 언론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후 큰 문제가 되는 케이스들은 CEO나 기업 오너께서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주장한 개인적 시각을 상당 부분 포함한 보도자료입니다. 이를 그대로 실무자들이 개발 배포하면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CEO께서 말씀 하신 대로 우리는 전달만 하면 되지’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실무그룹에서는 심증과 사실 근거를 분리하는 습관을 들이셔야 안전합니다.

이를 건너뛰고 홍보 실무자들이 사적으로 기자들에게 ‘쪽지’ 형식으로 비방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위 ‘찌라시’를 가지고 장난 하는 기업들이 이런 행동을 하다 시끄러운 소송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한 두 번은 통할 수 있어도 계속 안전할 수는 없는 기반의 언론 활용입니다.

그렇다고 기업 오너나 CEO께서 강하게 맞서 싸우라 하시는데, 그 명령에 대해 이런 저런 위험성만을 들어 실행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럴 때에는 가능한 홍보와 법무 임원들이 외부 전문가를 대동해서라도 함께 해당 VIP의 흥분 상태를 최대한 관리하는 선제적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업무는 VIP를 진정시키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실 수 있는 심리 상태로 가능한 빨리 유도하는 것입니다. 소규모 미팅을 통해 VIP의 하소연을 계속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상당시간 하소연의 시간이 지나면 그 때 이후부터는 좀더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해 질 겁니다. 홍보와 법무그룹이 만든 대응 자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법적 논란의 소지를 충분히 제거한 내용으로 VIP의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소송도 불가한 내용으로만 공식 메시지는 전달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홍보와 법무는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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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7편] 어떻게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를 키울 수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제가 CEO로 부임한지 몇 개월 되갑니다. 와서 보니 임직원 사이에 위기나 위기관리 개념이 상당히 희박하더군요. 전 직장에서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 같은 것들을 정기적으로 했어서 대부분 개념이 잡혀 있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고양될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하십시오. CEO가 임직원들을 통해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과 체계를 북돋고 싶으시다면 ‘질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CEO가 임원 개개인에게 하는 질문은 상당한 무게와 의미가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조직의 변화가 CEO의 ‘질문’에서 발아 되곤 합니다.

“우리 회사에는 문제 발생시 즉각 활용 가능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나요?” 이건 아주 무서운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임원들은 관련 팀장들에게 이렇게 다시 물어 볼 겁니다. “CEO께서 우리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지 물으시는데, 그런걸 만든 적이 있던가?” 아마 일부 팀장은 이렇게 답 할겁니다. “네, 상무님, 5년전에 기획부와 홍보부가 같이 만들어 놓았던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되지 않아서 즉각 활용 가능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 대화가 진행 되면 이미 그 다음 실행 과제는 나온 셈입니다.

“CEO께서 즉각 활용가능한지를 물으시는데, 그럼 빨리 개선해서 그 매뉴얼을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예산은?” 이때부터 실질적인 개선작업이 시작됩니다. 실무자들간 TF(태스크 포스)가 만들어지거나,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이 이루어지거나 어떻게 해서든 그 부분에 업그레이드 작업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CEO가 계속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고, 관심을 가져주면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는 그리 어렵지 않게 고양됩니다. 경쟁사나 같은 업종의 회사들 그리고 그 외 여러 다른 기업들에게서 발생한 실제 위기 사례들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이번 OO회사에서 발생한 안전 위기를 제가 관심 가지고 보았는데요. 우리도 생산시설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된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죠? OO회사의 평시 관리 방식과 우리의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번에 OO업계에서 발생한 가격 담합관련 논란이 참 흥미로운데요. 우리는 협회 측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까? 공정위나 검찰로부터 의심받을 만한 상황은 혹시 없을까요?” “최근 이물질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산과정에서 이물질 이슈들은 대략 어떤 것들입니까? 개선 방안들을 가지고 있나요?” 이렇게 자주 구체적으로 질문 하는 겁니다.

위기관리는 아래 임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당연한 업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CEO의 회사는 위험합니다. ‘알아서들 잘 하겠지’ CEO의 이런 생각은 금물입니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 해 임직원들에게 ‘위기관리 강의’를 듣게 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CEO 스스로도 그 강의를 듣지 않는다면 더더욱 쓸모 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CEO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질문할 수 있으려면 개인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사전 이해와 훈련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습니까?”라는 CEO의 질문에 일부 임원들이 “네, 있습니다. 5년전에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라고 단순 답변을 할 때 그냥 “그렇군요. 안심입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CEO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CEO 스스로 위기관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질문만 한다면 그 자체가 더 위기화 될 수 있습니다. 임직원들은 ‘보고를 위한 위기관리’에 열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체가 없거나 허풍이 들어간 위기관리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종종 강조 드리지만 CEO를 비롯한 최상위 경영진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회사의 생사를 가른다는 것은 명확한 진리입니다. 선후를 따진다면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먼저가 아니고, CEO와 최고경영진들의 위기관리 마인드 고취가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정확한 순서를 밟아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확실한 개념을 수립했다면, 질문하십시오. 그 질문의 힘은 전사적인 역량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믿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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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2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6편] 우선 상황을 먼저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 생산 시설에서 사고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발생 초기 현장 직원들이 대부분 사고를 처리하느냐 정신이 없었어요. 관계 기관 보고나 본사를 통한 대언론 사고 브리핑이 좀 늦었었죠. 그랬더니 언론에서는 ‘쉬~쉬~’했다면서 난리를 치더군요. 우선 상황관리가 먼저 아닌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관리가 먼저냐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먼저냐 하는 질문은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하던 어릴 적 질문을 연상하게 합니다. 일부 일선 인력의 경우에는 A or B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서 소중한 생명들이 위태로운데 “어떻게 내부와 외부 커뮤니케이션까지 신경 써야 하는가? 그건 무리!”라 이야기하는 일선 팀장들도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물론 공감이 갑니다.

일단 상황관리가 마무리되고 나서 추후에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선 인력들에게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일선 인력들의 현장 습관 때문이라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업무는 안전 확보이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아예 생각 해버리기 때문이죠.

위기관리에서는 기본적으로 A or B라는 개념 보다는 A and B라는 개념이 더 유용합니다. 어떤 게 우선인가 하는 상호배타적 질문 보다는, 상호협력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소중한 인명을 구해내기 위해 실행하는 CPR(심폐소생술) 프로세스를 보아도 그에 대한 답은 나와 있습니다. 우연히 심정지 상태를 맞은 사람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행동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는 동시에 ‘119를 불러달라’ 주변에 소리 치는 것입니다. 심정지자의 기도를 확보하는 것은 상황관리이고, 동시에 주변에 구급차를 부르라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관리입니다.

분명 이 프로세스만 보더라도 상황관리자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동시에 협력적 상호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심폐소생술만을 지속 진행하면서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거나, 구급차만 부른 채 아무런 심폐소생 노력을 실행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했다면 그 위기는 관리될 수 없게 되겠지요.

기업 위기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관리자 그룹과 커뮤니케이션 관리자 그룹이 정확하게 분리되어 동시 대응을 진행한다, 이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수십 명이 분출하는 가스 밸브를 잠그러 현장에 나갔어도, 그 상황을 그대로 본사와 관련 기관에 정리해 보고하는 업무를 하는 담당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위기 발생 후 ‘쉬쉬했다’는 평을 받으며, 관계기관 보고 조차 상당 시간 늦었다 비판 받는 기업들의 해명에는 이런 문구들이 들어 갑니다. “현장 직원들이 사고 처리를 해야 해서 보고가 늦었다” 이런 메시지에 대해 비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정신이 없었던 게군”하고 이해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기관리에 관심이 있는 언론, 실무자나 전문가들은 그 메시지가 일부 허위이거나 자사의 시스템 부재에 대한 단순 변명이라고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해명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업의 현장 위기대응 시스템은 ‘상황관리’만을 중심으로 짜인 단편적 시스템으로 밖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그 시스템에서도 중요한 기본 대응 ‘보고’ ‘신고’ 프로세스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토로하는 셈이고요. 만약 그렇다면 해당 일선 시스템과 담당자들에 대한 개선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직원 혼자 맞아 대응하고 관리 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만약 직원 한 명이 관리 가능하다면 그건 기업 위기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모든 기업 위기관리는 여러 내부조직원들의 일사불란한 협업으로 대응되는 것입니다. 그 협업에는 항상 상황관리자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자의 편제가 있어야 합니다.

최고경영진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내부적으로 적절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이를 큰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상황관리의 실패는 훈련과 체계 보강 등으로 상당 부분 이루어지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그 개선 방법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관리하느냐고 보고가 늦었다’는 직원들의 변명은 이제 다시 보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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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5편] 회사의 이슈나 위기상황을 전부 예측 가능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와 관계되어 발생 될 수 있는 모든 이슈 및 위기들을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 각각에 대한 대비나 관리 대책들도 전부 마련해야 할 것 같고요. 제가 지금 생각 해 보아도 이슈나 위기 유형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떠오르는데요. 이걸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의 이슈나 위기상황을 전부 예측해 보신다는 취지는 멋지십니다. 하지만, ‘전부’라는 전제는 좀 과욕이신 것 같습니다. 그 ‘전부’를 예상할 수 있는 방법론이나 그렇게 하고 있는 회사들을 본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전부 예측해 보겠다’라는 목표 대신 ‘중요한 유형들을 최대한 예측해 보겠다’하시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먼저 회사와 관련 해 발생 될 수 있는 이슈들과 위기들은 예측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많고 자세히 조사해 보실 수는 있습니다. 그 방법론은 서베이, 인터뷰, 문서 기록 조사, 탐문 조사 등등의 방식으로 실행됩니다. 대상은 직원들을 비롯, 거래처, 협력업체, 외부 이해관계자 등으로 분리 해 조사 가능합니다. 여러 방법론과 대상들을 중심으로 얻어낸 회사관련 이슈나 위기들을 모두 모아 한자리에 쌓아 보는 작업은 생각보다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취합된 많은 수의 이슈 및 위기 유형들을 더 들여다보시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실 겁니다. 답변자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여러 번 도출 된 유형들이 존재할겁니다 상당히 많은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이건 문제가 될 거야!’라고 공히 생각하고 있는 유형들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유형들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들이며 우선순위를 두어 관찰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일부 답변자가 제기한 소소한 유형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들을 유형별로 모아 관련 주관 및 유관 부서들로 하여금 분석 하게 해야 하죠. 아주 마이너 한 것이라면 해당 부서에서 해결 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밖에도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힘을 합해 사전 관리 할 수 있는 유형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입니다.

우선순위를 받은 유형들도 시간을 두어 또 다시 분류해 보셔야 합니다. 보통 두 가지 축으로 재 분류 해보는데요. ‘발생가능성’과 ‘발생시 위해도’를 기준으로 유형별 점수를 매깁니다. 예를 들어 ‘공장화재’ 같은 경우는 자사 전례를 보고 경쟁사 및 동종 업계 사례를 보았을 때 ‘발생가능성’이 그리 크고 빈번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5점 척도라면 아마 1점 정도 받게 되겠지요. 하지만 ‘발생시 위해도’라고 하면 화재 규모와 관련되어 있지만, 자사에게 다른 대체 공장이 없고, 생산 제품이 단일 품목으로 화재 발생 시 직접 매출타격이 장기간 예상된다면 그 위해 점수는 4~5점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각 유형들을 잘 살펴서 ‘발생가능성’과 ‘발생시 위해도’가 공히 높은 이슈 및 위기 유형들로 재 분류해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단일 업종 회사 기준 상위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중요 이슈 및 위기 유형’은 대략 10여개 안팎에 이르곤 합니다. (각 사별로 다름이 존재합니다) 이제 그 각각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발생 시나리오 개발, 완화, 방지책 마련, 발생 대비 및 대응책 마련을 만들어야 합니다. 명확하게 많은 사람들이 해당 문제의 발생을 예상 하고 있고, 그것이 발생되면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유형들이라면 꼭 선택해 집중 관리해야 하는 것이죠.

그 다음은 조직인데요. 해당 중요 이슈 및 위기 유형들을 ‘누가?(who?)’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관리 조직을 만드는 업무가 그 다음입니다. 10여개 중요 이슈 및 위기 유형이 있다고 해서 각각의 위기관리 조직이 10여 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 모두를 공히 관리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는 큰 조직은 단 하나입니다. 보통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단일 관리조직을 의미합니다.

그 조직이 구성되면 그 다음은 무엇을 할까요? 훈련을 합니다. 그 조직으로 하여금 각각의 중요 이슈 및 위기 유형을 이해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각종 대책들을 이해 해 실행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또한 발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발생 직후부터 정해진 바 대로 일사분란 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당 조직을 훈련해야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얻어 맞기 전에는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hit)” 이 말은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줍니다. 평소 매뉴얼(플랜)만으로 만족하지 말라.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훈련하고 훈련하고 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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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4편] 오락가락이요? 좀 심한 비판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 문제가 발생 한 후 그에 대해 언론 대응을 하고 나면 종종 ‘오락가락’ ‘말 바꾸기’ 이런 타이틀이 달린 기사들이 나오곤 합니다. 이게 한 두 번도 아니고요. 바깥에서는 속안의 사정을 모르니 그렇게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 참 매번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내 외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창구 인력들에게 중요한 상황 판단 기준을 한번 살펴 보죠. 먼저 ‘(자신이) 모르는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실무자들이 자신이 모르는 사안에 대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그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답변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습관이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 자체를 자신의 상식이나 그간 경험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에 사실이 맞다 아니다 답변해야 ‘오락가락’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기준은 ‘(자신이) 희망하는 상황과 실제 상황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잘 될 겁니다” “빨리 마무리 될 것입니다” 같은 메시지는 정확하게 사전에 ‘통제 가능하다’ ‘OO(이때) 까지는 마무리 될 것이다’라는 내부 확인 후에 이해관계자에게 전달 되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일선 창구들이 자신들의 막연한 희망을 실제 상황 같이 표현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하니 문제가 됩니다.

만약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내부 확인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상황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실제 상황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그렇게 빨리는 마무리 될 것 같지 않다’는 내부 보고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 신속히 상황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완전하게 상황이 관리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해 드리겠다’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메시지가 되겠습니다.

그 다음 기준은 ‘주장과 팩트를 정확하게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마치 팩트가 잘 못된 것처럼 자신의 주장을 팩트와 섞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상황은 명백하게 상대방이 OOO법 OO조 OO항을 위반한 것으로, 최소한 상대방은 징역 O년 또는 벌금 OO천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했다 해보죠. 여기에 팩트는 법 조항과 그에 대한 처벌조항 일부 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상대방이 실제로 해당 법을 위반했느냐 하는 부분은 아직 팩트로 결론지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건 법정에서 결론 날 팩트지요. 근데 일부 기업 창구들이 그렇게 주장을 마치 팩트 처럼 힘 주어 이야기 합니다. 당연히 추후에 그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지요. 일부에서는 이걸 하나의 여론몰이 트릭으로 활용하곤 하는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신뢰성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분별해야 할 기준은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이걸 혼동하게 되면 ‘거짓말’ 했다는 큰 비판을 받습니다. 이런 실수들은 내부 상황 보고와 공유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가 있어 발생하는데요. 일선 직원들이 상위 임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창구에게 허위나 누락된 사실을 보고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일선에서 “그런 이물질은 생산과정에서 들어갈 수가 없다”라고 보고를 했으니 홍보임원은 언론에게 “그럴 리 없다. 그런 이물질이 생산과정에서 유입될 확률은 없다”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는 거죠.

문제는 그 후에 발생됩니다. 생산부문이 최초부터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상황이 알려지는 거죠. 정부 기관에서 생산시설을 조사하면서 해당 이물질의 실제 유입경로를 밝혀 냅니다. 회사의 생산 부문이 이물질 유입 사실을 그 이전부터 알고 쉬쉬했다는 것도 확인합니다. 상황이 이정도 되면 회사측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내부 공유된 정보들이 사실인지 여부가 여러 경로들을 통해 크로스체킹 될 수 있어야 안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일 것입니다. 이는 위기 시에는 물론 평소에도 사내 인력간의 ‘상호 신뢰’라는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위의 많은 기준들이 평시 일관되게 준수되어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된다면, 위기 시라고 그리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습관이 되어 익숙해 져 있지 않으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더 큰 문제로 폭발력을 가지게 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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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3편] 핵심메시지라는 게 가능하긴 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미디어트레이닝에서 들어보면 항상 핵심메시지를 만들어 활용하라 조언 하시는데요. 실제로 기업 내에서 민감한 이슈 각각에 핵심 메시지 개발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메시지가 정해져야 하나의 목소리라도 낼 텐데 그게 가능하지 않는 상황들이 많죠. 어쩌면 좋을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조직 내에서 핵심메시지를 고민하는 부문은 대부분 홍보부문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핵심메시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분들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자들이어야 하죠. 조직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일한 목적과 동일한 생각을 바탕으로 전진해야 하는 데, 그에 대한 고민이 최고경영진에 없거나 부족하다면 그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조직 내에서 핵심메시지 개발과 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해당 민감한 이슈에 대하여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내부에서 대부분 모르는 경우’입니다. 해당 이슈가 존재한다는 것은 임직원들이 알고 있는데 반해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왜 발생했는지 모르는 겁니다. 당연히 임직원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시각을 메시지에 투영합니다. 어떤 메시지가 정설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내 외부에서 상당 수준으로 회자 됩니다. 당연히 ‘핵심 메시지’로 하나의 공식 메시지는 존재할 수가 없게 되죠. 여기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진짜 핵심메시지를 알고 있는 분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 극소수입니다. 그분들이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 하달 해 주시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법이 되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핵심 메시지라는 것에 대해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홍보부문에서 종종 핵심메시지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외부에 기자들과 같은 질문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관업무를 하거나 IR업무를 하거나 고객상담을 하거나 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죠. 항상 이해관계자들이 질문을 해오니 어떤 정해진 공식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내부적 수요도 생기는 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부문들은 별반 질문 받을 일이 없습니다. 자기 부문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서도 다른 부문들이 물어보면 “그걸 왜 당신들에게 설명해야 합니까?”하는 반응을 보이곤 하죠. 이러니 다른 부문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필요 없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문의 임원이나 팀장급이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와 접촉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모르는 이슈에 대해서는 그냥 모른다 하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안다 하면서 전혀 다른 메시지들을 전달하니 문제가 됩니다. 평소 주요 임직원들간에 회사의 중요 이슈에 대한 핵심 메시지의 개발과 공유는 자연스럽게 체계화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관심을 누가 가지게 하느냐? 최고경영진들이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핵심메시지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발된 핵심메시지에 대한 내부 수용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홍보부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개발합니다. 문제는 이를 받아본 다른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이 메시지는 앞뒤가 안 맞네” 또는 “이건 사실 말장난이지 우리 전문가들은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걸 아는데’라고 평가하는 경우입니다.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충분한 정보공유와 피드백이 사전에 부족했다는 증거죠. 이걸 어쩌겠습니까? 홍보부문과 함께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한번 모여 머리를 맞대면 해결될 일인 걸요.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 그 회사가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상당부분 알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회사의 메시지들이 들쭉날쭉하거나, 오락가락하거나, 서로 말이 맞지 않는 경우들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무언가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사람 개인 한 명이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하나의 메시지를 핵심으로 활용하며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 수명에서 수십 명으로 늘게 되면 기술적으로도 하나의 동일한 메시지가 사용될 가능성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경영(manag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창구를 일원화 한다거나, 핵심 메시지를 사내에 공유하여 가능한 다양한 창구들이 동일한 메시지들을 내 외부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경영(communication management)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내부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많은 임직원들이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회사 실무자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항상 말씀 드리지만, 이는 경영진이 리딩 부문에게 가지는 신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뢰로 극복한 어려움은 더욱 큰 신뢰로 돌아옵니다. 방향이 맞는다면 우선 해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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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4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2편] 미국 타이레놀의 위기관리를 배우라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문가분들에게 들으면 항상 미국의 타이레놀 위기관리를 배우라고 하면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소개를 하네요. 근데 공부 해 봐도 우리 회사 상황하고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이 케이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과감한 리콜’ 정도 같습니다. 이걸 배우라는 건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범하는 실수들 중 가장 경계하셔야 하는 것이 어떤 특정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이대로만 하시라’ 하는 조언입니다. 사실 위기관리에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좀더 나은 답을 찾는 것이 위기관리이고, 최악의 답을 내지 않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죠. 미국에서 80년대 초 발생한 타이레놀 케이스는 분명 성공적 동인들이 많았던 케이스 이긴 합니다.

우리가 이 케이스를 통해 배워야 할 인사이트라면 첫째가 핵심이해관계자 눈높이에 회사의 태도를 잘 맞추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지역, 일부 타이레놀 제품에 들어있던 독극물 협박 이슈임에도 회사는 두려워하는 전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따랐습니다. 바로 모든 타이레놀 제품들을 매대에서 끌어내려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거죠. 말씀하신 과감함도 이런 눈높이 철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둘째 인사이트는 회사가 겪을 재무적 피해보다 소비자 안전과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신뢰, 즉, 비가시적 자산에 더 방점을 두어 의사결정 했다는 점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었을 겁니다. 투자자들이나 이사회로부터 “상당한 재무적 피해가 예상되는데 꼭 그래야만 하겠나?”하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변 했던 CEO가 있었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재무적 부담 때문에 의사결정을 지연하면서 상황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태도와는 다른 대응이었습니다.

셋째 인사이트는 평소 자신들이 가진 ‘신조(credo)’를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그대로 따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에 비교해 한번 생각해 보시죠. 평소 오너와 CEO께서 지속 강조하시던 여러 경영가치들이 있잖습니까? 예를 들어 ‘고객 최우선 경영’이라 해보죠. 근데 고객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기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가장 처음 최고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 기준을 떠올려야 할까요? 맞습니다. ‘고객 최우선 경영이 우리의 가치였으니, 당연 이번 상황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진짜 그렇게 당연한 공감대가 형성되나요?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타이레놀 케이스가 대단하다고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타이레놀 케이스는 우리의 흔한 위기 케이스와 다른 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유사하지도 않은 케이스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다른 점은 타이레놀을 생산했던 회사 존슨앤존슨은 이 케이스에서 순수한 피해자였다는 점입니다. 협박범에 의해 만들어진 엄청난 부정적 사건에 처한 피해자들 중 하나였다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의 많은 위기 케이스는 어떻습니까? 자사에게 전혀 책임이 없이 피해자로서만 당하는 위기 케이스들이 그렇게 많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가해자이거나 책임자인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르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험하는 위기의 유형들을 보면 상당수가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 낸 케이스들입니다. 실제 위기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그 수치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업 최고경영진 관련 위기, 내부고발성 위기, 기업의 규제나 범죄관련 위기들 같이 최고 수준의 위해성을 보이는 케이스들 모두가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에 기반합니다.

또 우리기업들이 경험하는 위기의 유형은 매번 반복되는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자사에게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경쟁사나 동종 또는 이종 기업들에게서 이미 목격되었던 위기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곤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평소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실질적 개선이나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존슨앤존슨의 경우에도 80년대 초 과감하게 자신들의 신조를 따라 성공시켰던 위기관리를 지난 30여년간 여러 차례 동일 반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회사도 제대로 반복 구현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위기를 관리 해 본일이 없는 일반 기업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따라 하기에는 부담인 것만은 확실하죠.

타이레놀 위기관리는 기업의 오너나 CEO께서 건전한 기업 철학 구현 케이스로 귀감을 삼을 정도는 되지만, 위기관리에 있어서 예외 없는 의사결정의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습니다. 헷갈리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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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1편] 인터넷 논란, 참 억울합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온라인 광고를 하나 만들었는데요. 그게 일부 커뮤니티에서 성차별이다 뭐다 해서 엄청나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뭐 그리 심한 건 아니고 그냥 위트로 푼다고 했던 건데 이렇게 난리가 났네요. 온라인 여론, 이거 좀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온라인 여론에 문제만 있었다면 당연히 온라인 광고는 하지 않으셨겠죠? (농담입니다.) 정말 일선에서 이런 하소연을 종종 듣게 되는데요.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공중의 평가나 반응에 대해 아직도 예측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재미있게 웃고 넘어가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비판적 시각들이 주류가 되어 험악한 표정을 짓게 하는 표현으로 평가되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반응이나 평가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핵심은 기업의 사전적 검토 노력입니다. 온라인 광고를 잘 만들고도 상상 못했던 비판을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광고도 기획 단계부터 제작단계 그리고 시사 단계 등을 거쳐 최종 실행단계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이 각 단계에서 누군가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여론의 관점에서 해당 광고 메시지와 표현들을 감수해 보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런 표현은 성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런 표기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요즘 이런 뉘앙스를 주는 표현에는 특정 공중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띕니다” 이런 조언을 중간 중간에 해 주는 담당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그런 역할은 일선 직원들과 매니저 급에서 1차적으로 실행되고, 최종과정에 가까이 갈수록 CEO 및 직속 임원들과 법무 및 홍보관련자들에 의해 수행됩니다.

문제는 이런 리뷰 단계들이 과감하게 생략되거나, 상당한 권한이양이 이루어져 또래 매니저급들에 의해 선호되며 크리에이티브에만 주로 방점을 둔 결과물로 결정 실행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일부 매니저들은 ‘차라리 사회적으로 비판 받고 주목 받게 되면 그것이 더 마케팅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베팅 해 보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실제 문제가 발생 해 여론이 악화되고 직접적으로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이해관계자 압력이 형성되면 기존의 기대감은 이내 적대감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온라인 사람들은 수준이 낮아’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이들’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언론과 기성세대들이 이해 못하는 것 같아’ 이런 반응들이 내부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건 이미 자기합리화 일 뿐이죠.

불필요한 부정 이슈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 드린 각 단계별 적절한 내부 리뷰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최종결정과정에서 ‘이 광고는 사회적 논란을 초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실무자들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만들어 놓아야만 합니다. 만약 이 광고가 우리 예상대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실질적 시나리오가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대응안들을 제대로 정립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그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고 소기의 광고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모를 논란에는 최대한 대비하고 있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이와 함께 실무자들은 다양한 기존 사례들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에 유사 사례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실행들 각각에 있어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 케이스는 어떤 것이었는지. 왜 그렇게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이런 사안들을 미리 알아보고 이전에 있었던 최악의 사례들은 더 이상 재발시키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논란이 생길만한 온라인 광고를 만들면서도 사내에서 아무도 그런 문제가 있을지 예상 못했고. 실행 하자 마자 비판들이 쏟아짐에도 적절하게 신속 대응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며 비판을 극대화 시켰고. 결국에는 어렵게 만든 광고를 포기해야 하고 브랜드가 치명타를 입는 상황에 처했으며. 그 논란이 이전 다른 업체들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했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면 그 회사는 큰 문제가 있는 회사입니다. 이슈관리 이전에 정확하게 경영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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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20편] CEO가 조사를 받으셔야 하는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검찰에서 저희 회사 CEO를 회사 이슈와 관련 해 조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 졌습니다. CEO께서도 대응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홍보실 차원에서는 이에 대응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건가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여러 기업 홍보실에서 가장 큰 위기 유형 중 하나로 기업 오너 및 CEO의 사법 조사 케이스들을 꼽습니다. 그 만큼 회사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대내외 여론으로부터 부정적 주목을 받는 일이 흔하지는 않죠.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을 꼽는다면, CEO를 중심으로 대응팀이 내부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절대 경계하셔야 할 부분이 부서간 사일로(silo)현상이고요.

가장 중요하게 통합되어야 하는 부서는 법무와 대관 그리고 홍보 부문입니다. 이 중 법무에서 먼저 리더십을 가지고 사법 기관의 조사에 대응하는 전략과 더 나아가서 향후 소송전략까지를 어느 정도 알기 쉽게 로드맵을 만들어 공유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조율의 역할은 물론 CEO가 가져야 합니다. 법무나 대관으로 하여금 현재 진행중인 활동들과 전략들에 대해 상세하게 홍보 부문과 공유하게 하고, 홍보 부문 또한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법무와 대관 부문에 공유해 주도록 지시 하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

그래야 법무나 대관도 각 이해관계자들 대응에 있어 홍보 부문을 통한 도움을 적시에 받을 수 있게 됩니다. CEO가 어떤 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지, 그에 대한 우리측 대응 주장과 논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조사기관에서 CEO 출두 요청을 언제 했고, CEO께서 언제 어디로 출두하실지 등등에 대해 정확히 홍보부문이 알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홍보부문은 이를 토대로 출입이나 경찰 법조 기자들에게는 어떻게 사전 설명을 하고 대응 메시지를 구성해야 하는지, 전사적 원보이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CEO출두시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후 CEO께서 조사 받고 나오신 후에도 향후 단계별 대응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시나리오들은 어떤 변수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공유 받아야 합니다. 그 뒤 소송 대응 단계별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꽤 많은 CEO들이 그런 협업이나 통합적 내부 전문가 운용보다는 사일로(silo)에 근거한 정보관리에 더 신경을 쓰곤 합니다. 일부는 홍보 부문에서 너무 디테일 한 대응 내용들을 알면 외부로 알려질 가능성이 많다는 식으로 홍보부문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법무나 대관에서는 자신의 활동을 홍보 부문으로부터 검증 받는 것 같이 생각 해 공유를 꺼립니다. 조사기관의 움직임에 대해 홍보부문이 관련 기자들을 통해 첩보 수집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합니다.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침해 한다 생각할 때도 있고, 홍보부문이 자꾸 자신들을 견제한다 생각 하는 법무 대관 담당자도 있습니다. 당연히 공유나 협업은 더더욱 어려워 집니다.

조사 대응 과정에서 법무와 대관 부문에서 제공한 정확한 로드맵이 없으면, 홍보부문은 항상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커넥션이 닿는 여러 기자들에게 추가 정보를 취하다 보니 기자들이 해당 건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됩니다. 로드맵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무리하게 배경설명을 하다 보면 정확하지 않거나, 오히려 대응 로드맵에 반하는 메시지들이 전달됩니다.

미리 CEO 출두 일시를 공유하면 좋은데, 출두 시간도 급박하게 알려와 홍보 부문이 사전에 손을 쓸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출두하시는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 원인들 중 하나가 그렇습니다. 내부 사전 공유가 없어서 상당히 불필요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거죠.

이렇게 사법기관 조사를 받는 기업에게는 대응이 잘 안될 수 밖에 없는 여러 변수들이 있습니다. CEO의 폐쇄주의. CEO 및 핵심 임원이 활용하는 비선라인의 부정확한 첩보보고. 각종 브로커들의 비전략적 훈수. 능력 없는 변호사나 로펌의 무리수 또는 무관심. 통합적 대응 의사결정의 미비. 그리고 마지막이 법무, 대관, 홍보의 각자 따로 움직이기 등이 주요한 실패 변수입니다.

의외로 일사불란한 대응을 하는 중견기업의 경우는 오너 회장이나 실세 CEO의 협업마인드가 상당히 강한 타입들이 많습니다. 자신을 대변하는 변호사들과 내부 법무, 대관, 홍보라인을 완전하게 신뢰합니다. 그들을 모아놓고 전략적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듣습니다.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배려합니다. 홍보부문이 법적 논리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지시 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합리적 여론을 이후 법적 대응에도 활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중정(動中靜)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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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2015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9편]몰랐었다? 알았었다? 딜레마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부터 정부기관에서 저희 회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서 이에 대응하느냐 정신이 없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 알고 취재를 해 오고 있습니다. 질문 중 ‘이 문제를 최고경영진이 알고 있었느냐 몰랐었느냐’ 묻는 것이 제일 고민스럽습니다. 이걸 뭐라고 답변해야 할까요?”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답변]

그런 딜레마는 기업 위기 발생 시 기업들에게 상당히 흔한 공통적 고민입니다. 소위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라 하는데요. 해당 위법 사실을 최고경영진이 알았다고 자백 하게 되면 그 회사는 사회에서 ‘나쁜 악당’이 되어 버리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해당 문제를 최고경영진들은 몰랐다고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차라리 ‘악당’이 되느니 ‘바보’가 되겠다는 선택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일반공중이나 기자가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니 문제입니다. 막상 기업이 “최고경영진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고, 일부 담당 직원들이 저지른 실수다”라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해도 그리 쉽게 신뢰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와 장기간의 문제를 최고경영진이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하는 반응들이 떠오르게 되죠.

현실에서 기업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당 메시지를 반복합니다. 그 수 밖에 없죠. 거짓말도 반복 하다 보면 자신 스스로 확신이 들 때가 있게 됩니다. 그게 반복의 힘인데요. 계속 부가적인 논리들을 만들어 해당 메시지를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는 ‘우리 최고경영진은 스마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해도, 이런 위기 시에는 ‘우리 최고경영진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고 자존심 상하는 메시징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단기간 동안 자존심 상하고 창피한 메시지로 상황이 관리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게 되면 그때부터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정부기관의 조사를 통해 ‘이번 위법 행위 전반에 걸쳐 최고경영진들의 조직적 개입과 지시가 있었다’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겠지요. 이 경우에는 최초 ‘바보’로 포지션 했었던 회사가 ‘아주 나쁜 바보’로 입장이 추락하게 되면서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타격을 입습니다.

“왜 처음부터 문제를 인정하고 최고경영진이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답이 곤궁하게 되죠.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렇게 해명합니다. “어떻게 처음 단계에서 ‘CEO가 지시하신 사항이니 CEO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십시오’라 이야기할 수 있나? 누가 그런 이야기를 CEO에게 할 수 있겠나? 그때는 그것이 불가능했었다”라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니까요.

이럴 때는 일단 법적 자문을 성실하게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 검토를 거쳐 가능한 유죄 범위를 넓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조언들이 있으면, 그대로 앞의 포지션과 같이 그 조언을 따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각종 추가 조사나 그 결과에 따른 연이은 소송들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이 있다면 당연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단, 최고경영진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책임회피와 부정만이 유일한 전략인가?’하는 점입니다. 사례 조사를 해 보아도 수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딜레마에서 ‘바보’의 포지션 선택 했다고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일부 사례들을 보면 최고 VIP가 ‘나에게 책임이 있다. 내가 잘 못했다’는 전략을 택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진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아 신뢰를 강화했던 케이스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최고경영진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위 말하는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와 같은 부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회사를 서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 자체가 위기관리고 경영입니다. 평소 CEO는 임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Do’s)’를 넘어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한다(Don’ts)를 자주 강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구체적인 준법경영(compliance)의 실행입니다.

최대한 자신이 책임질 위법적 결정이나 문제들을 스스로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여 개선하는 경영을 해야 올바른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그 반대인 경영자들이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그 어떤 위기관리 전략이나 기법들도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위기 발생 후 처음부터 ‘바보’의 포지션을 선택한 기업들은 원래부터 ‘바보’이었을 찌도 모르는 일입니다. 올바른 최고경영진이라면 ‘바보’ 포지션을 결정하고 우리가 그래도 ‘스마트’한 위기대응을 했다고 자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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