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음모가 있다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께서 이번 이슈는 정치권과 연결된 모종의 음모 때문에 우리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 하십니다. 별 문제거리도 아닌데 그렇게 크게 이슈화 되고, 그로 인해 저희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거든요. 이 음모론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종종 내부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그런 음모론에 대한 것입니다. 경쟁사의 음모다, 일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잘 못 보여 그렇다. 정치권에서 반대 진영이 음모를 꾸민 것이다. NGO나 여러 단체들이 작당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위기의 원점인 직원이 모측의 사주를 받았다. 이런 시각이 대부분 음모론을 구성하고는 합니다.
그런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그 음모론의 주체는 매우 전지전능한 상대일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하지 못할 것을 뚝딱 해 내는 실력이 있는 셈이죠. 그 속에는 경쟁사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인플루언서나, 정치적 반대 진영, NGO나 단체 그리고 모측의 사주를 받은 직원은 자유자재로 여론을 움직이고, 주변 이해관계자까지 끌어 들이면서 현란하게 음모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 회사는 움직이기 어려워하는 언론을 상대는 쉽게 움직여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여론도 모종의 기법을 사용해 극대화시켜 버리죠. 미상의 그들은 정치권이나 검찰, 국세청, 식약처, 관세청 할 것 없이 가능한 규제기관을 다 동원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일단,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렇게 전지전능한 상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 능력이 있다 해도 우리 회사를 상대로 그렇게 다양한 준비와 시나리오를 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큰 도박이나 투자를 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별문제 아닌 것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하는데요. 실제로 별문제 아닌 것은 그렇게 크게 사회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일단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면, 별문제가 아니었던 것은 아닌 것이죠. 일부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일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보이게 될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별 이유 없이 큰 문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대형 위기나 이슈에는 그렇게 음모론을 제기하게 되면 내부에서는 좀더 받아들이기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준비하거나, 대응하지 못한 위기에 대해 ‘자연재해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성격의 위기였다’ ‘이번 위기는 불가항력이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해야 마음이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관심 두어야 할 부분은 해당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입니다. 음모론을 전제하면 모든 상황이 편향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메시지를 색안경 쓰고 보게 되지요.
당연히 그런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그 위기관리로부터 배워야 하는 많은 값비싼 가치들도 흘려 보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음모론 보다 그런 부작용들이 더 무서운 것 아닌가 합니다. 위기를 관리할 수 없게 만드는 태도 그 자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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