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위기관리,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6편

모종의 음모가 있다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께서 이번 이슈는 정치권과 연결된 모종의 음모 때문에 우리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 하십니다. 별 문제거리도 아닌데 그렇게 크게 이슈화 되고, 그로 인해 저희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거든요. 이 음모론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종종 내부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그런 음모론에 대한 것입니다. 경쟁사의 음모다, 일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잘 못 보여 그렇다. 정치권에서 반대 진영이 음모를 꾸민 것이다. NGO나 여러 단체들이 작당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위기의 원점인 직원이 모측의 사주를 받았다. 이런 시각이 대부분 음모론을 구성하고는 합니다.

그런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그 음모론의 주체는 매우 전지전능한 상대일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하지 못할 것을 뚝딱 해 내는 실력이 있는 셈이죠. 그 속에는 경쟁사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인플루언서나, 정치적 반대 진영, NGO나 단체 그리고 모측의 사주를 받은 직원은 자유자재로 여론을 움직이고, 주변 이해관계자까지 끌어 들이면서 현란하게 음모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 회사는 움직이기 어려워하는 언론을 상대는 쉽게 움직여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여론도 모종의 기법을 사용해 극대화시켜 버리죠. 미상의 그들은 정치권이나 검찰, 국세청, 식약처, 관세청 할 것 없이 가능한 규제기관을 다 동원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일단,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렇게 전지전능한 상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 능력이 있다 해도 우리 회사를 상대로 그렇게 다양한 준비와 시나리오를 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큰 도박이나 투자를 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별문제 아닌 것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하는데요. 실제로 별문제 아닌 것은 그렇게 크게 사회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일단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면, 별문제가 아니었던 것은 아닌 것이죠. 일부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일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보이게 될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별 이유 없이 큰 문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대형 위기나 이슈에는 그렇게 음모론을 제기하게 되면 내부에서는 좀더 받아들이기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준비하거나, 대응하지 못한 위기에 대해 ‘자연재해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성격의 위기였다’ ‘이번 위기는 불가항력이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해야 마음이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관심 두어야 할 부분은 해당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입니다. 음모론을 전제하면 모든 상황이 편향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메시지를 색안경 쓰고 보게 되지요.

당연히 그런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그 위기관리로부터 배워야 하는 많은 값비싼 가치들도 흘려 보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음모론 보다 그런 부작용들이 더 무서운 것 아닌가 합니다. 위기를 관리할 수 없게 만드는 태도 그 자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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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5편

재미없게 대응하라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문제가 크게 불거져 지금 회사가 난리도 아닙니다. 일부 임원이 크게 뭐라도 해서 논란을 잠재우라고 합니다. 광고대행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직원들도 크리에이티브 한 대응을 많이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없게 대응하라 하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이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합니다. 위기 발생 맥락이나 상황 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과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해석한다면, 대부분 그런 대응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대부분 최고의사결정권자들께서도 그런 식의 대응에는 눈을 찌푸리시지요.

하지만 반대로 일부 스타트업 경영진의 경우 위기 시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대응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건 우리도 아는 대응’이라며 ‘그런 기본적인 것 말고 무언가 다른 대응’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 난감한 반응이죠. 위기관리에 있어 독특함과 재미있음이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에 있어 ‘순리’를 따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순리’란 알다시피 ‘순수한 이치’ ‘도리에 순종함’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 해야 할 일이라는 말 과도 같은 의미지요.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것이 순리일까요? 피해 소비자와 가장 먼저 공감해야 지요. 피해를 보상하고 환원시킬 지원 또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소비자와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사과하고 재발방지나 개선책을 이야기해 신뢰를 받아내야 하겠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겠지요. 이런 회사 대응은 어떻게 보여집니까? 회사의 대응을 볼 때 다른 기업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함이 있나요? 대응이 재미있나요? 아마 그 반대일 겁니다. 독특하지도 않고, 별로 재미도 없는 대응이지요. 그 대응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런 대응이 독특 해 보이지 않고, 재미도 없다 해서 위기관리의 효과가 없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여러 위기관리 원칙에도 기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그런 도리입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순리를 따른 위기관리의 효과는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위기관리 원칙, 경험, 맥락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제안되는 창조적인 위기대응 방식은 일단 경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지어 다른 기업 몇이 시도했다는 창조적인 위기대응을 따라 하는 것도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다른 변수가 끼어 있다면 곧바로 실패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잘된 위기관리는 사람의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창조적이거나 독특하거나 재미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당연하다 생각하고, 상식적이라 여겨지는 위기관리가 성공합니다. 반면, 튀고 재미있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 대응은 그 자체로 상당한 취약성을 지닙니다. 위기 시 기업은 아주 심각한 시험을 받습니다. 그런 심각한 시험을 재미있는 대응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합니다.

먼저 마땅히 자사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해 보십시오. 하고 싶거나, 일견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일들은 미루어 놓으십시오. 갑갑하고, 무언가 다르게 하고 싶고, 더 나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단 위기 시에는 재미없는 순리를 따르십시오. 재미있는 시도는 평소에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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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4편

요즘 누가 신문 보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저희 회사에서 좀 의미 있는 보도자료를 내서 여러 신문에 기사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요즘 누가 신문을 보냐 하시면서 신문에 나는 기사가 별 의미 없다 하시더군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저희 회사 관련 부정 기사가 하나 났습니다. 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신문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언론계를 넘어 일반인도 이제 흔히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다고는 하지만, 일단 그 예전에 생각하는 신문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대표께서 신문 기사의 가치를 폄하하시는 환경에서 언론홍보 하기 힘드시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표님과 함께 일하기는 진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홍보실에서 노력해 좋은 기사를 만들어도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요. 보람없고, 일하기 불안하시겠네요.

저는 질문의 후반부에 주목합니다. 그렇게 가치 없는 신문 기사인데, 오늘 자사 관련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게 된 것이죠?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표님 반응은 어떠실 까가 그려 집니다. 가치 없는 신문 기사에 자사 관련된 기사가 나왔으니 별 의미 없다 하시겠네요. 자사에 대한 부정 내용이 기사화되었다 해도 누가 그 기사를 읽겠는가 하시겠지요.

그러나, 대부분 대표님들은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해당 기사에 상당히 불쾌 해 하실 겁니다. 그 기사를 어떻게 하든 삭제, 수정하라고 홍보실에 지시하시겠지요. 그런 부정 기사가 나갈 떄 까지 대체 홍보실은 무엇을 했느냐 하실 겁니다. 일부 대표님들은 흥분하시고 노발대발도 하실 겁니다. 근데 왜 그러시는 걸까요? 왜 다른 반응이실 까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대표님께서 언론이나 신문, 기사 가치, 사회적 영향력 등에 대해 평소 깊은 고민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일종의 마케팅 툴로만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내심 기자를 홍보실 사보 직원처럼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언론 기사를 사보 기사처럼 임의로 바꾸거나 삭제해 버릴 수 있다 생각하시는 것이죠.

먼저 대표님의 언론관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실무진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면 조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신뢰받는 시니어 고문 같은 분들이 언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대표님께 조언할 수도 있습니다.

신문은 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죽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기자 또한 통제의 대상이 아닙니다. 광고나 돈으로 언론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도움되는 생각은 아닙니다. 언론과의 관계를 금세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 홍보실 직원들이 소모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심각하지만 흔한 오해입니다.

긍정 기사는 당연한 것이고, 부정 기사는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도 버리십시오. 왜 선진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정부에서 기자들에게 정기적인 브리핑을 할까요? 신문이 죽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왜 그럴까요? 왜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언론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며 일 할까요? 왜 대형 그룹사 임원들은 취재 중인 출입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차량에 오를까요? 왜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신문을 구독하고, 매일 아침 모니터링 해 보고 할까요? 진짜 그들이 죽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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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3편

사과문을 언제 올릴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오늘 저녁 저희 이슈와 관련 한 부정적 보도가 OOO방송을 통해 나간답니다. 그래서 저희가 사과문을 다 써 놓았는데요. 이걸 저희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올리려 합니다. 방송 이전, 혹은 방송 중, 방송 이후 언제가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준비는 잘 하신 듯합니다. 그러나 사과문 팝업은 일단 해당 보도를 보고 나서 내용이나 시점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에서 그 이슈가 어떤 앵글로 어떻게 다루어 질지 회사가 미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의 심각성이나 팩트 하나 하나를 보고 챙겨 검증하신 후 사과나 해명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수순을 따르는 것이 전략적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보도 내용 자체 보다는, 보도에 대한 공중의 반응입니다. 이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여론 감지 채널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보도 이후 공중의 반응을 회사에서 직접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채널을 골고루 들여다보면서 보도 이후 일정 시간 동안 보도의 여파를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공식 채널도 들여다보십시오. 고객상담센터 인입 콜, 매장고객 분위기, 거래처 연락, 자사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의 여론 반응을 골고루 챙겨 보십시오.

해당 보도 이후 여론의 반응이 뚜렷하게 쓰나미의 모습을 띄는지, 아니면 아주 일부에서 약한 여론 반응만 잠시 일어났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회사가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공개해야 하는 수준인지를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전통 매체들에 대한 시청이나 구독이 예전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특정 기사나 보도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파장이 발생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뉴스 아웃렛과 뉴스의 숫자가 늘어나고, 뉴스 시간대가 24시간으로 연장되었기 때문에 특정 보도에 대한 주목도는 예전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또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회사가 여론의 실시간 반응을 체크 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났기 때문에, 회사측에서는 이전보다 폭넓은 사후 모니터링과 분석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방송 이전과 이후 등에 대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시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보도내용을 분석해 앵글이나 표현 방식이 별 내용이 아니라면 즉각적 사과나 해명은 과잉대응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후 보도에 대한 공중 반응도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팝업 업로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공중 반응을 분석할 때에도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위협적인 부정 여론은 전반적 상승세, 다양한 채널에서의 균형있는 상승, 폭발적 확산 등 여러 변수들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지 않으며, 일부 채널에서만 상승되는 부정 여론에 대해 선제적 접근 또는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차분하게 방송 보도를 시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후 일정 시간 동안 그에 대한 반응을 잘 따라 지켜보면 됩니다. 사과문이던 해명문이던 그와 동시에 업데이트 해 작성해 놓는 것은 좋습니다. 업로드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결정은 그 다음입니다. 모든 준비를 다 해 놓고 시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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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2편

첫 대응이 성패를 좌우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터진 직후 기자들이 연락해 오면 그 때 대응이 참 어렵습니다. 사실관계 확인도 안된 상태에서 기자의 여러 질문을 받으니 매번 제대로 된 답을 하질 못해요. 그렇다고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고. 첫 대응이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잘 대응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로부터 최초 전화를 받는 경우 회사의 언론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담당자는 개인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말씀대로 사실관계 확인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의 구체적인 질문을 받으면 금세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더구나 그 문제가 상당히 부정적인 것일 경우 그 어려움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일단 가장 기본은 해당 언론 창구가 완벽하게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절하게 훈련 받지 못한 홍보담당자가 기자와 말을 섞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됩니다.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가 흘러 나가게 됩니다. 이런 애드립 성격의 메시지는 꼭 자극적으로 보도가 되고, 공중들은 황당함을 넘어 공분을 가지게 됩니다.

그 다음 기본은 적절하게 기자의 질문을 홀딩(holding)하는 자세입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건이라면, 정확하게 확인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됩니다. 물론 그 이후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장을 정리한 뒤 기자와 재차 커뮤니케이션 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고 일단 상식차원(?)에서 기자에게 애드립을 전달하고 이후 사실관계 확인을 해 보는 역순 대응을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가끔 홍보담당자가 상황의 심각성이나 여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자에게 가볍거나 무시하는 투의 메시지를 전달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그 다음 기본이 그와 관계된 것입니다. 언론 창구인 홍보담당자는 적절한 민감성과 함께 여론에 기반한 정무감각을 항상 유지해야 합니다. 홍보담당자가 여론을 매일 매일 체크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언론 창구인 홍보담당자가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역량은 위로부터 의사결정을 빨리 이끌어 내는 정치력일 것입니다. 기자들은 취재 시 회사에게 무한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기사가 준비된 기자는 참을 성이 없습니다. 기자가 제기한 이슈에 대해 회사에서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내지 않으면 그 기사는 그냥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그 기사에 자사의 메시지를 포함시킬 기회를 잃게 되고, 별도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 안게 됩니다. 빠른 의사결정만큼 홍보담당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준비와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문제 발생 시 최초 기자의 전화에 무너집니다.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창구가 기자 문의를 대충 처리합니다. 사실관계를 잘 모른 상태에서 홀딩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애드립을 전달합니다. 여론을 읽고 충분한 정무감각을 키우지 못한 담당자가 황당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역량을 채 갖추지 못한 담당자는 소중한 대응 기회를 매번 흘려 보내고 맙니다.

문제가 발생한 직후 언론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를 보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와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갖추고 있는 기업은 절대 초기 대응에 있어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기자가 취재하고 있는 그 문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홍보담당자가 초기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평소에 돌아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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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1편

일이 계속 터져서 정말 힘드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아무리 위기관리를 잘 해 보려고 해도, 연이어 일들이 터지네요. 문제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터지는데, 그걸 이길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들과 관련된 경영진들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이걸 어떻게 손을 쓸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공감합니다. 문제가 어쩌다 한 두개라면 몰라도, 연이어 터지게 되면 위기관리는 커녕 정신 차리기도 힘든 상황이 된다는 것 이해가 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일선에서는 잘 몰랐던 문제가 외부 언론이나 규제기관, NGO 등에 의해 갑자기 불거지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이 매우 힘들게 됩니다. 우선 상황 파악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발생되어 알려진 문제에 대해 내부 확인 절차가 진행되려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 시간이 소모되게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초기 대응 기회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어렵게 오랜 시간에 걸쳐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를 기반으로 한 대응 의사결정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최고의사결정자가 단시간에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대응 지시를 내려 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가 더 커집니다. 대응 전략이나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자, 이제 대응에 대한 내부 정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에 따라 일선에서 대응을 준비하다 보니 상황이 새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일선에서는 다시 갈등이 시작됩니다. 처음에 밟았던 똑 같은 프로세스를 다시 밟으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미 상당 시간이 지체되어 지금 실행 해도 때가 늦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초조 해 집니다.

그래서 일단 의사결정 된 대응을 몇 개라도 시도해 봅니다. 역시나 상황이 바뀐 시점이라 효과가 없습니다. 문제는 더욱 커지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버린 느낌입니다. 그렇게 고민스러워하고 있을 때, 다시 다른 문제가 하나 더 불거집니다. 이제 패닉이 옵니다.

그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확인이 시작됩니다. 의사결정은 또 지연됩니다. 이전 문제와 함께 여론은 더욱 더 악화됩니다. 새로운 대응 전략과 방안은 세워지지도 않았는데,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해명을 듣고 싶어합니다. 일선은 이 때부터 무기력에 빠지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져 갑니다. ‘시간이 해결 해 주겠지…’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한 일선 실무자들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영진을 바라보면서 평소에도 자포자기하는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문제가 계속되는데,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일선의 자포자기는 생각보다 많은 기업 내부에서 목격됩니다.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일선 실무자가 좀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 평소 관심 가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간 날때마다 잠재되어 있는 문제를 발굴해 사전에 정리해 놓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번 문제를 모르고 있다가 곪아 터진 후에 가서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실패의 반복을 조금 씩이라도 줄여 나가야 합니다. 한두 문제라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면 대응은 조금씩 달라 질 것입니다.

문제를 평시 발굴하고 취합해 그에 대한 사실관계와 대응 메시지 그리고 방식을 정리해 놓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기업에서는 더욱 더 이런 사전 발굴 작업은 필수적입니다. 문제를 알고 대응하는 것과, 모르고 대응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발굴을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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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20편

그 분은 완벽 하시 던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제가 전 직장에서 모시던 보쓰께서는 기자를 만나시건, 부처 장차관을 만나시건, 심지어 국회에 증인으로 나가셨을 때도 아주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셨습니다. 타고 나신 분인 것 같아요. 답변 내용도 한번 쓱 보시고 줄줄 꿰셨지요. 반면 현재 보시는 보쓰께서는 좀…?”

[컨설턴트의 답변]

저는 직업 상 정기적으로 여러 대표 및 임원분들과 미디어 트레이닝, 대변인 트레이닝, 국정감사 대비 트레이닝 등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대단히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시어 타고 나신 커뮤니케이터라 불릴 만한 여러분들 과도 함께 트레이닝을 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분들 만의 아주 중요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아주 심플한 공통점인데요. 바로 그런 분들은 ‘연습과 준비’를 엄청나게 하신다는 점입니다. 물론 사실관계나 팩트에 대한 논리적 구조화는 물론입니다. 그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들은 머릿속에서 평시에 수 없이 연습해 가다듬어 오셨던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트레이닝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 인터뷰를 준비할 시간을 드리면, 대부분 성공적 커뮤니케이터 분들은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십니다. 예상질문과 답변을 머릿속에 정리하면서, 꼼꼼하게 답변을 연필로 써서 가다듬어 보기도 합니다. 입으로 중얼 중얼 말해 보는 연습도 종종 목격이 됩니다.

질문을 드리면 몇 초라도 생각해 답변을 정리해 말씀하려 애쓰십니다. 연습해 준비했던 메시지를 제대로 살려 이야기해 보겠다 생각하시는 것이죠. 그런 분들은 답변이 가끔 막히면 주변을 둘러보며 홍보실장이나 임원에게 조언을 요청하시기도 합니다. “내가 강조해야 했던 메시지가 이거였어요?”

당연히 그런 분들은 주변 조언자들을 의지하십니다. 조언자의 말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려 하시는 것이죠. 트레이닝을 마치면 녹화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기 원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가 녹화된 화면은 불편하기 마련인 데도, 좀 더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보려 하시는 겁니다.

반면 불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시는 리더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연습이나 준비를 하지 않으시는 겁니다. 이미 자신이 상당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습이나 준비가 필요 없다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달변이고 논리적이라 자신하시는 경우도 흔합니다.

기자의 질문을 꿰뚫어 보시고, 답변에 대한 가치를 논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수를 하시는 이유는 정해 있는 예상질문과 답변을 제대로 연습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실수가 그런 공통점 때문에 발생합니다. 충분한 연습과 준비가 생략되거나 제대로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현재 보쓰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연습과 준비의 기회를 제공하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아마 그 전에 모셨던 보쓰께서는 드러내며 연습이나 준비를 하지 않으셨을 뿐, 남 모르는 연습과 준비를 엄청나게 하셨던 분일 것으로 저는 경험상 확신합니다.

성공적 커뮤니케이터라는 가치를 사람이 타고 태어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상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목격되는 달변을 성공적 커뮤니케이션이라 정의하지도 않습니다. 기업 커뮤니케이터로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자신의 본능과 습관을 뛰어 넘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 일부 부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과 준비는 반복해야 합니다. 절대 타고 태어남이 연습과 준비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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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9편

국정감사 증인 준비는 어떻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저희 회사와 관련해 심각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저희 대표님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대표님께서 국회 출석이 처음인데, 이걸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증인으로 나갈 대표님께서 중요한 포인트 몇 개만이라도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 하나가 청문회는 들으러 나가시는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증인으로 나가시면서 무언가 설명이나 해명을 하려 작심을 하시는 데요. 그렇게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은 아닙니다. 청문회에는 의원들의 주장과 훈계를 대표께서 직접 들으러 가신다 생각하시는 것이 차라리 좋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의원의 질문에 대해 답변 없이 잘 듣기만 해서는 안되겠지요. 중요 질문이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당연히 예상질문에 대한 간단한 입장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길고 장황하고 다양한 답변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답변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이죠.

답변 내용을 정리할 때도, 가능한 의원의 주장에 반하거나, 의원의 지적에 대응하는 형식의 메시지는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사후 책임을 질 수 있는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겠지만, 그 외 사소한 논란이나 지적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용하고 개선이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포지션이 주효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답변에 할애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일부 경우 의원이 질문보다 훈계에 더 집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답변자인 증인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 되지 않습니다. 다 합쳐도 한 의원당 1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일부 증인들은 시간을 영리하게 활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민감한 질문에 대한 답변 시 그렇습니다.

아주 민감한 예상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법적 검토를 마친 답변을 한두문장으로 정리해 암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해당 준비된 답변을 반복해야 합니다. 똑같은 문장을 기계식으로 반복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우니 다양하게 앞뒤 문장을 편집해 말씀하는 연습을 해 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이죠.

이런 여러 생각의 정리와 준비를 마치고 가능하면 내부적으로 리허설을 해 보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록 답변 기회나 시간이 길지 않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대표께서 처하실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나 적응은 필요합니다. 가장 힘든 것이 낯선 국감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증언하는 분위기입니다. 자칫 준비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까맣게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복해서 연습해 보지 않은 경우 의원의 유도 질문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께서 파악하지 못한 생소한 자료와 정보들을 제시 받고는 이내 개인적 답변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언론이 보도할 수 있는 놀랄 만한 메시지나 태도를 꺼내 놓으시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돌발적 이상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대표님과 함께 리허설을 해 보시는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대부분 기업 대표님들은 국회에서의 국정감사 참석을 꺼리고 불편 해 하십니다.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환경에서 진행되는 질의와 응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당연히 이에 대한 이해와 준비 그리고 경험이 사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모든 실수는 준비하지 않음에서 비롯됩니다.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준비하면 조금이라도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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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8편

이미 늦었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몇 달 사이에 저희 회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외부에서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내외 상황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상황을 일단 모니터링 해 보자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대응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의 이슈나 위기 대응은 늦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 상황보다 앞서가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대비해서 해당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실제 그 외 케이스들을 보면 문제가 불거지고 그 문제가 심각하게 성장되는 시점에 대부분 대응을 ‘시작’합니다. 사실 그 시점에는 대응이 ‘완료’되었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문제 발생과 동시에 대응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그냥 매뉴얼 속에 써있는 문서적 개념일 뿐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렇게 물리적으로만 대응 시점이 늦는다는 것뿐이 아닙니다. 대응 방식과 시점에 대한 논의를 하는 의사결정 도중에도 실제 대응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응 준비를 제대로 꼼꼼하게 진행 해 완료해 가면서 대응시점을 동시에 논하는 게 맞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의사결정과 준비완료가 투 트랙으로 이루어 지는 경우가 희박합니다.

상황을 초기 몇 달간 두고 보자 하셨다고 하는데, 바로 그 바라 보고 있는 기간 동안 대응 준비를 완료하셨어야 합니다. 그 후 실제 대응을 하고 안하고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대응준비를 완료 해 가면서 대응 시점을 가늠했어야 합니다. 이미 상황이 악화되어 버린 단계에서 지금 대응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응이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 의사결정을 빨리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느린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을 단순한 제비 뽑기나 다트 던지기 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이미 준비된 많은 분석 채널과 경험치들을 보유하고 있는 의사결정 주체와 체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올라오는 신속 정확한 보고 체계도 필요합니다. 평소 관계를 맺고 있던 전문가들의 객관적 조언도 필수적입니다. 이런 위기관리 자산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이 계속 지지부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대응의사 결정이 지연되기 때문에 실행을 위한 대응준비는 더욱 더 지연됩니다. 실무자들은 어떤 대응 지시가 내려올지 모른다는 것을 대응 준비 지연의 이유로 꼽습니다. 결국 그 기간 동안 한마디로 대응 준비에 손을 놓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대응에 대한 준비는 상당부분 평시에 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응에 대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대응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친구를 사귀기 시작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필요한 상황을 예견했다면 미리 중요한 역할을 해줄 친구를 사귀어 놓았어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어렵게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하는 것을 두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 올라 타려 부단히 애쓰는 카우보이’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말을 타려 했었다면 이미 말이 달려 나가기 전에 카우보이는 말 위에 올라 있었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대응은 항상 늦는다고 생각하시고, 그 대응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체계에 대한 고민을 빨리 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어떻게 투 트랙으로 의사결정과 대응 준비완료를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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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23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17편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내부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매뉴얼을 좀 점검해 달라 요청 드렸는데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추가되어야 하는 사항들이 그렇게 많나요? 그게 더 고민입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하고 다양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물론 위기관리 매뉴얼을 무조건 두껍고 자세하게 만드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분량은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머릿속으로 암기나 기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십여 페이지 정도 되는 문서를 두고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합니다. 반대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수천에서 만 페이지를 넘어서는 기업도 있습니다.

심지어 거의 모든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분책해서 전집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어떤 기업의 것보다 낫다 부족하다 평할 수는 없습니다. 단, 해당 매뉴얼이 실제 위기 시 효용성이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검토 요청하신 매뉴얼의 경우 대부분의 위기대응 주체와 프로세스 그리고 발생가능 유형에 대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위기 발생 유형 별로 좀 더 고민을 해 중요한 필수 요소들을 추가해 보시라는 조언을 드린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사 생산시설에서의 대형 화재라는 위기유형이 있다고 상정해 보시죠. 화재 발생 시 감지 시스템이나 채널, 경로 등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재 발생. 이게 끝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화재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이 필요합니다. 단순 시설 화재도 있을 수 있지만, 인명 피해를 동반한 화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 유독성 물질과 혼합된 화재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폭발을 동반하거나, 대규모 인근 커뮤니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화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고민은 매뉴얼 이전에 필요합니다.

생산시설 직원들로 꾸려진 안전팀, 화재진압팀, 인명구조팀 등등 여러 역할분담과 책임 그룹이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고민도 좀더 다양하게 진행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해당 팀들이 관리할 수 있는 화재의 수준과 성격은 어떤 것일까요? 인근 소방서 신고와 출동 후 관리는 어떤 팀이 담당해야 할까요? 생산시설로 몰려드는 언론과 공공기관은 어떤팀이 관리하나요?

일하던 직원들이 화재 경보를 듣고 사무동에서 나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인원점검을 해야 하는 안전 지역과 점검 방식은 어때야 하나요? 실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 집합장소는 진짜 안전할 수 있을까요? 협력업체 직원들이 생산시설 도처에 많은 데, 그에 대한 관리와 안전지역 이동은 어떻게 또 관리해야 하나요?

생산시설 인근 상가와 아파트 등 커뮤니티와는 어떤 팀이 어떤 채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나요? 소방서와 경찰 그리고 관공서들과는 누가 창구 역할을 해야 할까요? 매뉴얼에 공장장이 그 모든 창구 역할을 도맡게 되어 있던데,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까요? 몸이 열 개가 아닌데 말이죠.

몰려오는 기자들을 위해 생산시설 외곽에 취재 지원공간을 만든다 매뉴얼에 써 있는데요. 그 위치는 어디로 해야 하나요? 그 지역에 연결될 인터넷과 전기 시설, 휴식시설 등은 누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지역 커뮤니티에게 피해가 갈 때 그에 대한 보상은 어느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요? 실제로 더 나은 매뉴얼을 위해서는 이런 현실적 고민이 수 없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상식 수준에서 피상적으로 정리된 것인지, 아니면 다양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기반으로 정리된 것인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매뉴얼이 위기 시 실제로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제대로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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