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역마살 때문인지 무리다 시피 마일리지를 기록하면서 여행이나 출장들을 다니곤 하는데…매번 공항에 머무를 때 마다 흥미로운 상황들이 목격되곤 한다. 이번 연휴기간 동안 공항에서 목격한 여러 상황들 그리고 관찰 일기.
공항 시스템을 얼핏 보면 상당히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갖추어진 듯 보이는데…이게 매번 느끼지만 웃기는 소리다. 얼마 전 세스 고딘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공항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불평성 포스팅을 했었는데, 진짜 그렇다. 경험상 몇 가지 비합리적이고 일관성 없는 프로세스들을 한번 정리해 보자.
- 티케팅을 하는 승무원들이 어떨 때는 본인 얼굴들을 전부 다 확인하려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한 명이 두세 명의 티케팅을 할 수 있게 배려할 때도 있다. 솔직히 여권의 얼굴을 티케팅하려는 사람과 일치시켜 본다기보다는 몇 명이 다 있나 하는 수준인데…이럴 필요가 굳이 있을까?
- 코트는 물론 벗어야 하겠지, 근데 두께 2-3mm 순면 짚업 후드티를 벗어야 할까? 앞에 있는 여자는 조금 더 두꺼운 캐시미어 가디건을 그냥 입고 검사대를 통과하게 하고는 나 보고는 벗어 검사대에 올리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 신발. 항상 벗어야 할까? 같은 인천공항이라도 어떨 때는 벗어서 무좀균이 득실 거릴 찌도 모르는 슬리퍼를 신게 하지만, 또 어떨 때는 그냥 신고 나간다. 어떤 여자의 굽 없는 단화 스타일의 운동화는 벗으라고 하다가도 어떤 여자의 굽 15cm짜리 운동화는 그냥 지나 보낸다.
- 벨트. 이것도 항상 벗어야 할까? 변태도 아니고 가뜩이나 골반바지를 입고 돌려맨 허리띠를 벗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허리띠가 두꺼운 가죽재질이라면 오케이. 얇은 일본비단으로 된 허리띠에다가 폭발물을 숨기는 재주가 있다면 테러리스트 하지 말고, 특허를 내서 먹고살 테다. 어떨 때는 벗으라고 하고 어떨 때는 그냥 가라 하니 창피하고도 헷갈린다.
- 화장품, 액체류. 100ml니 50ml 기준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 큰 가방에서 샘플용 로션을 빼라고 할 때는 진짜 난감하다. 25ml짜리…그 것도 다써서 정확하게는 3.74ml 가량 남아 있을 찌도 모르는 그 고무 튜브를 빼라니. 또 어떨 때는 향수병이 철렁 찰랑 들어 있어도 오케일 때는 또 뭔가.
- 어떤 공항, 같은 공항이라도 때에 따라…노트북을 빼라고 할 때는 뭐고, 그냥 스캐너에 집어넣으라고 하는 때는 뭔가. 그 이유가 뭘까?
- 이해안되는 금속감지기. 어떨 때는 청바지 단추나 탭에도 반응하는 이 감지기가…어쩔때는 아무 소리도 안 낸다. 내 몸에 출국할 때와 똑같은 청바지 탭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출국 때 삑삑 울리게 했던 철제 시계가 떡 하니 차여져 있는데 소리가 없다. 그럼 출국 때 그 감지기는 뭔가.
- 외국 일부 공항에서는 티케팅을 할 때 1차 수하물 스캐닝을 한다. 어차피 핸드캐리는 출국심사 전에 스캔을 하는데 먼저 여기서 한 번 더 한다. 체크인을 한 백들도 다 2차 스캔을 하는데…줄을 100미터 이상 세워놓고 하는 이 1차 스캔의 필요는 어디에 있을까? 한 번에 확실하게 하면 안되나?
- Duty Free에서 구입한 제품들을 어쩔때는 직접 손에 쥐여 주는 곳이나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기내 앞에서 배분한다. 출국 시에 샀던 로열 살루트는 안전하고, 입국하면서 산 랑콤 향수는 위험할까?
그리고…
출국이나 입국심사시에 인천공항에서 인상을 과도하게 찌푸리고 있는 입국심사원들은 항상 왜 그런 걸까? 휴일에 일하는 게 불만인가? 해외 여행 다니는 것들에 대한 증오인가? 법무부의 위신이나 문제있는 출입국자들에 대한 경고라고 한다면…오해다. 집어 치울 것.
또 그리고…
모항공에서 인천공항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셀프 체크인 장비. 이 소프트웨어…특히 여권 스캐닝 소프트웨어…누가 납품했는지 모르지만 감사를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주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저품질 납품을 걸어서 납품비는 반만 줘도 되겠다. 출국 기분을 항상 망치게 하는 에러 투성이다. 그 간편해야 할 기계 앞에 각각 서 있는 수많은 랜드 직원들은 다 뭔가? 중간관리자급 이상도 보인다. 그 시간에…다른 일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이런 상황이 상당히 불합리하고 일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별로 문제제기가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으로는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많은 부분들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한다. (순전히 관찰을 통해서 그냥 떠오른 생각이다.)
인천공항에서 한참을 바라본 많은 여행객들의 특이한 행동들…
- 눈동자들이 빨리 움직인다. 평소보다 상당히 불안하고 빠르다.
- 같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시 말 속력이 약간 빠르다.
- 목소리의 크기 또한 높다. 과도하게 높거나 여성의 경우 짜증스러운 경우들도 많다.
- 발걸음이 빠르다. 비행기 출발시간과 관계 없이.
- 면세지역을 이동하는 데 있어서 같은 지역을 좌우로 반복 통행한다. 목적을 둔 쇼핑이 아닌 경우가 많다.
- 여러 가방 주머니와 바지 점퍼 주머니에 자주 손을 넣어 휴대물을 반복 점검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약간 흥분상태다. 초조함과 어색함이 보인다. 따라서 곰곰이 왜 공항의 프로세스가 이따위일까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불합리한 시스템이 도도하게 운영되는 듯하다. 세스 고딘의 포스팅 때문이 아니라…내가 지금까지 십여 년간 쭉 느껴온 스트레스라서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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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공항에서 항상 느끼는 불합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