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0 Responses

인터뷰는 생물(生物)이다

모 회사 중역 분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물으셨다. “이렇게 우리가 핵심 메시지를 놓고 훈련을 하면 뭐 합니까? 일단 TV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 앞뒤가 다 자르고 자기네 맘대로 편집 해서 내 보내는데……”<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한 중견회사 CEO께서는 이러신다. “난 언론사 기자들 안 믿어. 자기네들이 쓰고 싶은 데로 어떡해서든 쓰더라고. 아니라고 해도 믿질 않고, 진짜 이게 아닌가 보다 자기 스스로 느껴도 정해진 방향으로 기사를 만들더라고……”

 

기자들도 약간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쓸 때가 있다. 심지어 작문이라고 불리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감에 의존한 기사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은 일반인들보다 이성적이려고 노력한다. 그들에게는 사실 확인이 지상 명제다. 그들에게도 양심은 있고, 취재원을 향한 앙심은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

 

한가지 기억하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서는 항상 Chemistry (불가사의 한 화학적 상호 반응)라는 것이 존재한다. 처음 마주대하는 사람도 십 년을 사귄 듯 하게 정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인터뷰 시에는 이 Chemistry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인터뷰는 살아있는 생물(生物)이다. 매우 민감하고, 상하기 쉽다. 항상 조심스럽게, 그리고 복잡성을 염두에 두고 다루어야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 ‘TV에 방송 되었으면…’ 하는 말이 실제 방송 때는 빠져버릴 수가 있다. 별것도 아닌 말들만 고스란히 남겨 자극적인 발언으로 둔갑되기도 한다. 이 정도되면 인터뷰이는 이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하는 극도의 서운함과 황당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최근 사례를 하나 구경하자. 얼마 전 서울시의회에서 학원들의 24시간 교습을 허용하는 안을 추진했는데, 찬반 논란이 거셌다. 여러 TV뉴스들에서 이 이슈를 둘러싸고 논리를 펼치는 찬반진영의 대변인들을 인터뷰했다. 찬반 각각의 인터뷰 녹취를 구분해 정리해 봤다.

 

반대측

 

SBS 인터뷰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

규제 철폐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이고 그리고 아주 현실적으로는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는 행위입니다

 

MBN 인터뷰 <전교조 대변인>

우리학생들이 앞으로 24시간 학원 수업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새벽에 학원에서 수업을 받으면 학생들은 잠을 언제 잡니까

 

MBC 인터뷰 <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선생님 학원 다녀 오겠습니다는 말처럼 학원서 수업하고 학교에서 자는 역전현상 나타날 것

 

MBC 인터뷰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첫째 아이들 건강, 둘째 사교육비..”

 

KBS 인터뷰 <전교조 대변인>

이것은 사교육의 횡포에 학생과 학부모를 무방비로 방치하겠다는 겁니다.”

 

YTN 인터뷰 <참교육학부모회 언론정보출판위원장>

학생들 건강에도 해로운 거고요. 학습 효과 면에서도 바람직한 게 아니거든요. 뭔가를 학습을 하면 자기 나름대로 머리 속에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숙련 시간이 필요한 건데……”

 

추진측

 

SBS 인터뷰 <서울시의회 모 위원장>

학생들의 건강은 학부형이나 학생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고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우리가 도와줘야 되지 않느냐

 

MBN 인터뷰 <서울시의회 모 위원장>

건강을 이유로 든다는 것 자체가 건강은 부모나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지 그걸 굳이 국가가 나서서 애들 건강까지..”

 

MBC 인터뷰 <서울시의회 모 위원장>

자식을 10시까지 보내든 12시까지 보내든 자율에 맡기는 거지.” “관에서 아이들 건강까지 책임질 수 없다 본인과 학부형 책임이다.”

 

KBS 인터뷰 <서울시의회 모 위원장>

각종 규제로 인해 오히려 부조리가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규제는 철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YTN 인터뷰 <서울시의회 모 위원장>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의 일환도 될 수 있고, 학생이나 학부모들한테 학습 권을 줄 수 있는 일환으로……”

 

일관되게 찬성 측을 대변하신 서울시의회 모 위원장은 자기 측의 핵심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 각 방송사 마다 답변 방송 내용이 각기 다르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인터뷰 할 때는 자신들의 핵심 메시지 (KBS YTN 보도에서 엿 보이는 키 메시지)를 전달했겠지만, 여러 방송사에서 편집되었다. 대신 더욱 감정적인 부분이 방송되었다. 인터뷰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이런 실수들을 종종 저지르게 된다. 조심해서 철저히 핵심메시지에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측의 핵심 주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 메시지도 사전에 찾지 못했다. 전달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문 대변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도좀 심했다.

 

반면 반대측의 여러 주장들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진다. 아이들의 건강이라는 것을 우선 순위 첫 번째로 놓고 여러 단체들의 주장이 그 맥을 함께 한다. 훈련 받지 않아도 진정성은 통하는 것일까? 인터뷰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기억하자. 무조건 언론을 욕하지는 말자. 이해해서 잘 다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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